휴가중임에도 청문회 단상에 오른 장병인 디자인팀장에게 ‘밋밋한 디자인’을 따지다
“혹시 청문회가 두려워서 도망친 거 아냐?”
참석하기로 약속한 장병인 디자인팀장이 휴가중이란 소식을 듣고 내심 이런 걱정이 밀려왔다. 그러나 그는 청문회 시간에 맞춰 정확히 나타났다. 휴가중에도 사무실에 나와야 하는 쓰린 마음이야 이해가지만, 그렇다고 독자와의 약속을 어길 수는 없는 일이었다. 위원들은 너무 밋밋하거나 촌스럽게 느낀 디자인을 거침없이 지적해주었다. 특히 김현성 위원은 외국잡지들을 책상 앞에 펼쳐놓아 다른 위원들을 주눅(?)들게 했다. “혹시 장 팀장님의 ‘멜로적’인 외모 때문에 여성위원들의 비판이 무뎌지지 않았나요?” 회의시간에 이런 짓궂은 질문을 하자 위원들은 아무 말 없이 웃기만 했다. 정말 그랬을까?
김현성 제가 보기에는 지금 <한겨레21> 디자인의 가장 큰 문제는 외국계 시사지와 비교할 때 ‘디자인 정책’이 별로 없다는 점인 것 같아요. <타임>은 <타임> 나름대로, <뉴스위크>는 <뉴스위크> 나름대로 ‘색깔’이 있는데요. 그리고 가독성에 대한 고려가 좀 약하지 않나 싶어요. 기사는 무겁게 나가더라도 그것을 담는 그릇은 좀더 읽고 싶게 만들었으면….
장병인 외국계 잡지하고 저희하고는 차이가 많거든요. 그건 디자인의 특성이라기보다는 그것을 담아내는 문화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인 것 같아요. 문화적인 코드가 우리나라는 다혈질이어서 잔잔한 부분을 받아주지 못해요. 외국처럼 담담히 가면 아마 두 호를 못 지나서 지루해할 거예요. <한겨레21>이 전체 주간지의 스타일을 많이 바꿔놨죠. 상당히 변화무쌍한 스타일들을 만들어냈어요. 조금 복잡한 면이 있는데, 제가 느끼기에는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스타일인 것 같아요.
김장효숙 그동안 표지디자인 하시면서 ‘걸작’과 ‘졸작’을 뽑아주실 수 있나요? 장병인 걸작이라 할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고요. (웃음) 맘에 안 들었던 건 전에 주사기를 그린 ‘죽을 권리’ 표지를 만들면서 디테일이 좀 떨어졌던 것 같아요. 그건 작업을 했을 때와 인쇄돼 나왔을 때 차이가 좀 있었습니다. 지난해 나왔던 표지 ‘다른 김정일’도 상태가 좀 안 좋았죠. 그 당시에는 김정일이라는 사람이 국내에 거의 사진자료가 없어서 작은 사진을 확대시키다보니까 상태가 안 좋아진 것 같아요. 그게 제가 한 표지디자인 중 가장 ‘졸작’인 것 같아요. 이희진 청문회 준비를 하다가 우연히 2년 전 잡지들까지 뒤지게 됐는데요(다른 위원들 일제히 경탄). 뒤지다보니까 디자인이 조금씩 바뀌다가 최근 들어서 옛날식으로 좀, 약간 촌스럽다고 해야 되나 너무 밋밋하게 나오는 것 같아요. 디자인을 전면적으로 개편하실 생각은 없으세요? 장병인 디자인이 촌스럽다는 건 보기에 따라 틀리다고 생각하는데, 큰 개편은 지난 가을에 한번 했었어요. 그때부터 깨끗하고 시원한 스타일을 표방해서 디자인을 해오다 그게 6개월이 넘으니까 약간 지루한 느낌이 있어서 요즘 표지 등에서 조금 더 변화를 주는데요, 잡지나 매체들의 변화주기가 1년 정도 되거든요. 1년 정도 지나면 좀더 연구를 해보겠습니다. 윤운규 저는 시사주간지 디자인이 더 말랑말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색깔을 쓰실 때도 너무 강렬한 자극을 위해 빨간색이나 검은색을 함께 쓴다든지 하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저번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을 다룬 표지는 제가 봐도 너무 촌스럽더라고요. (웃음) 남우희 어떤 글을 읽을 땐 여백이 없어 빡빡하고 어떤 글은 여백이 많고 그래요. 꼭지마다 포맷이 미리 정해져 있다는 건 아는데, 답답하게 디자인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또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사진이에요. 사진에 그래픽적 요소를 가미한 게 거의 없고, 어떤 건 여백을 확보해서 더 시원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작고 답답하게 쓸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장병인 가급적 그런 부분들에서 이미지가 좀 많이 들어가고 공간이 많이 확보되도록 하는데, 좀더 신경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윤운규 표지에 꼭 고딕체만 들어가는 것에 대해 불만이 좀 있는데요. 사람의 시선을 끌기 위해선 고딕보다는 흘림체 같은 것도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가출하자!’는 표지문안도 딱딱한 고딕체보다는 다른 서체를 썼더라면 더 일상생활에서 벗어난다는 파격적인 느낌이 나지 않았을까 싶어요. 장병인 서체라는 건 잡지의 제일 기본이거든요. 사람이 얘기할 때 목소리 톤과 같은 거죠. 고딕이 남성적인 목소리라면 명조는 여성적인 목소리인 거죠. 서체가 좀 변형된다고 했을 때 한번 보면 다른 느낌이 들지만 몇번만 보면 질리고 식상하거든요. 진실성이 떨어진다는 느낌도 들고요. 서체들은 가급적 종류를 줄여서 표현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많은 주간지나 신문들도 그렇게 쓰고 있는데요. 김현성 시사지의 얼굴인 표지디자인은 역사라고 생각해요. <타임> 등은 몇주년 기념 때 표지를 갖고 전시를 해요. 표지들만 봐도 그해의 역사를 알 수 있거든요. <한겨레21>이 10주년 됐을 때 표지만으로 전시를 할 정도로 예술적인 완성도를 갖기 위해 소명의식을 갖고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드리고 싶네요. 천현주 개인적으로 외모가 출중하신데요, 혹시 디자인 안 하셨으면 다른 쪽에서 제안이 들어왔을 것 같아요. (웃음)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사진/ 장병인 디자인 팀장.(강창광 기자)
김장효숙 그동안 표지디자인 하시면서 ‘걸작’과 ‘졸작’을 뽑아주실 수 있나요? 장병인 걸작이라 할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고요. (웃음) 맘에 안 들었던 건 전에 주사기를 그린 ‘죽을 권리’ 표지를 만들면서 디테일이 좀 떨어졌던 것 같아요. 그건 작업을 했을 때와 인쇄돼 나왔을 때 차이가 좀 있었습니다. 지난해 나왔던 표지 ‘다른 김정일’도 상태가 좀 안 좋았죠. 그 당시에는 김정일이라는 사람이 국내에 거의 사진자료가 없어서 작은 사진을 확대시키다보니까 상태가 안 좋아진 것 같아요. 그게 제가 한 표지디자인 중 가장 ‘졸작’인 것 같아요. 이희진 청문회 준비를 하다가 우연히 2년 전 잡지들까지 뒤지게 됐는데요(다른 위원들 일제히 경탄). 뒤지다보니까 디자인이 조금씩 바뀌다가 최근 들어서 옛날식으로 좀, 약간 촌스럽다고 해야 되나 너무 밋밋하게 나오는 것 같아요. 디자인을 전면적으로 개편하실 생각은 없으세요? 장병인 디자인이 촌스럽다는 건 보기에 따라 틀리다고 생각하는데, 큰 개편은 지난 가을에 한번 했었어요. 그때부터 깨끗하고 시원한 스타일을 표방해서 디자인을 해오다 그게 6개월이 넘으니까 약간 지루한 느낌이 있어서 요즘 표지 등에서 조금 더 변화를 주는데요, 잡지나 매체들의 변화주기가 1년 정도 되거든요. 1년 정도 지나면 좀더 연구를 해보겠습니다. 윤운규 저는 시사주간지 디자인이 더 말랑말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색깔을 쓰실 때도 너무 강렬한 자극을 위해 빨간색이나 검은색을 함께 쓴다든지 하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저번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을 다룬 표지는 제가 봐도 너무 촌스럽더라고요. (웃음) 남우희 어떤 글을 읽을 땐 여백이 없어 빡빡하고 어떤 글은 여백이 많고 그래요. 꼭지마다 포맷이 미리 정해져 있다는 건 아는데, 답답하게 디자인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또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사진이에요. 사진에 그래픽적 요소를 가미한 게 거의 없고, 어떤 건 여백을 확보해서 더 시원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작고 답답하게 쓸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장병인 가급적 그런 부분들에서 이미지가 좀 많이 들어가고 공간이 많이 확보되도록 하는데, 좀더 신경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윤운규 표지에 꼭 고딕체만 들어가는 것에 대해 불만이 좀 있는데요. 사람의 시선을 끌기 위해선 고딕보다는 흘림체 같은 것도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가출하자!’는 표지문안도 딱딱한 고딕체보다는 다른 서체를 썼더라면 더 일상생활에서 벗어난다는 파격적인 느낌이 나지 않았을까 싶어요. 장병인 서체라는 건 잡지의 제일 기본이거든요. 사람이 얘기할 때 목소리 톤과 같은 거죠. 고딕이 남성적인 목소리라면 명조는 여성적인 목소리인 거죠. 서체가 좀 변형된다고 했을 때 한번 보면 다른 느낌이 들지만 몇번만 보면 질리고 식상하거든요. 진실성이 떨어진다는 느낌도 들고요. 서체들은 가급적 종류를 줄여서 표현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많은 주간지나 신문들도 그렇게 쓰고 있는데요. 김현성 시사지의 얼굴인 표지디자인은 역사라고 생각해요. <타임> 등은 몇주년 기념 때 표지를 갖고 전시를 해요. 표지들만 봐도 그해의 역사를 알 수 있거든요. <한겨레21>이 10주년 됐을 때 표지만으로 전시를 할 정도로 예술적인 완성도를 갖기 위해 소명의식을 갖고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드리고 싶네요. 천현주 개인적으로 외모가 출중하신데요, 혹시 디자인 안 하셨으면 다른 쪽에서 제안이 들어왔을 것 같아요. (웃음)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