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819호~824호.
박지숙: 821호 ‘동해에 몰려온다, 지옥의 군단’이 좋았다. 다른 매체에서는 이번 훈련을 자세히 다루지 않은데다 두 나라의 동맹을 위해 꼭 필요한 훈련이라고 말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동안 얼마나 무감각했는지 깨달았다.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우진: 나는 조금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군사·전쟁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중국이 왜 한-미 군사훈련을 두고 ‘외교적 결례’라고 할 정도로 높은 수위로 비난했는지, 미국은 중국의 이런 반발을 예측했을지도 모르는데 왜 훈련을 강행했는지 등 중국·러시아·미국·한반도의 관계를 모두 아우르는 정보를 원했다. 김대훈: 제목의‘지옥’이라는 단어가 불편했다. 지옥과 천국 하면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미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먼저 덧씌우고 읽게 하는 듯하다. 전우진: 같은 호에서 지방자치단체 예산 문제를 다룬 특집 ‘독박쓰고, 돌려막고, 쏟아붓고… 조금 위험한 인천 이야기’가 좋았다. 이연경: 예산을 남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시민으로서 내가 사는 지역 지자체에 더 관심을 가지고 예산이 남용되지 않도록 잘 감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대훈: 예산을 어떻게 거두고 어떻게 책정하는지에 대한 과정도 친절하게 알려주면 좋겠다. 예산 자체에 대해 정리한 기사가 한번 나오면 어떨까. 정다운: 민간인 사찰 문제를 다룬 특집 ‘이제 게이트는 협회로 통한다’는 어땠나. 이 문제가 어디서 시작해 어디서 끝나는지 감이 잘 안 잡혔는데 <한겨레21>을 보면서 정리했다. 다른 매체에서 싣지 않은 사실까지 꼼꼼하게 다뤘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큰 이슈가 되지 못해 아쉽다. 엄청난 권력 남용이 있었는데도 사건이 흐지부지 끝난 것 같아 찜찜하다. 나중에 정권이 바뀌고‘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식으로 확 드러나려나. 김대훈: 어떤 정치적 배경인지는 모르겠지만 사건이 용두사미로 끝난 느낌이다. 사회: 세 사람에게 지지를 받은 824호에 대해 얘기해보자. 김대훈: 여러 사례를 통해 정의란 문제가 우리와 아주 가까운 것이라 생각을 할 수 있었다. 표지 이미지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카피를 봤을 때는 정의에 대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견해 차이를 명확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런데 이야기가 약간 번지는 느낌이었다. 서로 다른 지점에 놓인 사람들을 대표한 목소리라기보다는 어떤 사안에 대한 두 사람의 개인적 생각을 주로 말하고 있었다. 탁상공론에 그치는 듯했다. 박지숙: 정의라는 주제가 굉장히 크고 모호하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런 문제를 두고 토론하면 정답이 안 나올 수밖에 없지 않나. 그래서 두 사람의 토론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시민들의 다양한 생각에 초점을 맞췄으면 어땠을까 싶다. 정다운: 기고 ‘죄 없는 식민지화는 없다’는 일본의 책임 없는 반성을 다뤄 좋았다. 다른 매체에서는 일본 총리의 담화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보지 않던데. 박지숙: 민간에서는 일본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두 나라 모두 활발한데, 정치적으로는 이런 의미 없는 반성 담화 뒤에 무엇이 오가는지 모르겠다. 과거사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정치 비화가 궁금하다. 이연경: 레드 기획 ‘무녀의 남편, 학자의 아내’도 흥미로웠다. 무속이라는 소재가 읽는 이에게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데, 사회와 종교의 맥락으로 무속을 읽을 수 있었다. 박지숙: 이거야말로 레드 기획다운 주제가 아니었나 생각했다. 감춰져 있는 문화를 들춰낸다든지, 여러 문화적 현상을 앞으로도 이렇게 짚어주면 좋겠다. 7·28 광주 절반의 혁명, 변화의 포착 사회: 정다운 위원의 베스트 ‘7·28 광주, 절반의 혁명’에 대해 얘기해보자. 전우진: 민주노동당의 ‘절반의 혁명’은 광주였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민주당에 실망을 말하는 여론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오병윤 후보가 민노당의 간판을 달고 있지 않았더라도 민주당의 카운터파트로서 이 정도 결과는 충분히 가능하지 않았을까. 아, 물론 한나라당이었다면 힘들었겠지만. 어쨌든 그런 의미에서 ‘승리’라고 표현하기엔 무리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대훈: 그런데 민주당의 패배가 아닌 민노당의 승리로 내용을 엮은 점은 신선했다. 변화를 포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연경: 민노당에만 편향해 기사를 쓴 듯한 느낌도 들었다. 왜 민주당의 이야기는 민노당만큼 실어주지 않았을까. 박지숙: 이슈추적 ‘화학적 거세란 치명적 유혹’은 구체적 사례와 인터뷰를 담아 어려운 주제를 쉽게 설명해주었다. 김대훈: 화학적 거세를 하자, 말자에 대해 처음부터 판단을 내리게 하는 기사가 아니어서 좋았다. 약물의 문제점과 성범죄의 심각성을 동시에 읽을 수 있었다. 특집 ‘2010년 여름, 한국인들의 대탈출’도 흥미로웠다. 내가 그동안 왜 그렇게 외국에 나가고 싶어했는지 이해가 갔다. 전우진: 난 억지로 해석하는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과 비교한 내용이 있었는데, 일본 사람들도 1980~90년대에 폭발적으로 해외여행을 많이 하지 않았나. 그들의 지금과 한국의 지금을 비교하기보다는 차라리 그때 일본 사람들이 왜 그렇게 외국에 많이 나갔는지 지금의 한국과 비교할 지점을 짚어봐도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정다운: 819호 이슈추적 ‘돈으로 죽음을 덮으려는 삼성’은 삼성 반도체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뤄준 점이 좋았다. 전우진: 삼성이 자체 진상 조사를 한다고 했는데, 조사가 끝났을 시점에 이 문제를 다시 한번 크게 다루면 좋겠다. 계속 얘기하다 보면 사람들이 무덤덤해질 수도 있으니까. 이연경: 줌인 ‘고객님, 1000초만 기다리세요’는 고객이 아닌 직원들의 고초까지 짚어줘서 좋았다.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이들을 따로 한번 집중해서 다뤄봐도 좋겠다. 전우진: 경제 ‘비싸고 질 낮은 인천공항을 원하는가’는 인천공항 민영화 문제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기사였다. 그런데 인천공항을 민영화하려는 정부가 저의가 뭔지 자세히 짚어주지 않아서 아쉬웠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4대강 사업 등으로 인한 세수 부족 때문일 것 같은데….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부동산이 무너진다’ 김대훈: 820호 특집 ‘부동의 부동산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는 어땠나. 나에게는 희망적인 기사, 나의 부모님에게는 불안한 기사였을 거다. (웃음) 전우진: 이 땅의 20~30대 직장인에게 와닿는 기사였을 것이다. 회사에 가면 다들 부동산·재테크 얘기를 하지 않나. 대출받아 집을 산 사람이 많은데,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지금 그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그들의 심정은 어떤지 등을 담아주지 않은 점은 아쉽다. 박지숙: 부동산을 잘 모르는 사람도 잘 읽을 수 있게 쉬운 용어를 써서 좋았다. 신화로서의 부동산, 그리고 부동산 투기꾼들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었던 배경이 무엇이었는지 좀더 깊이 들어가서 알려줬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박지숙: 레드 기획 ‘귀족 스포츠? F4만 즐기란 법 있나!’를 읽으면서는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이런 스포츠를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고 도전하고 시간을 투자하다 보면 국내 여행도 발전하지 않을까. 돈을 쓰는 거지만 생산적으로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대훈: ‘귀족 스포츠’라 부르는 운동에 평범한 사람들의 도전이 늘어난다는 것은 삶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음을 말한다. “<한겨레21>도 부장님 멱살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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