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대호’들로 묵직한 800~806호.
무기력과 불행, 읽어도 대안이 없네 박지숙: 805호 ‘전쟁불사론, 청와대는 구경한다’와 806호 ‘타는 목마름으로 대북 전면전을…’은 같은 주제를 다루었다. 그런데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806호에는 확장된 분석 기사가 실렸어야 했다. 이 사람들이 정말 대북 전면전을 원하는지 궁금했다. 앞서 801호 줌인 ‘여기 나와야 그나마 숨통이 트여’에서 대한어버이연합을 다루었다. 이 기사를 보고 이분들이 이해가 됐다. 나라가 영웅으로 대우해주는 것도 아니고 다른 나라처럼 연금을 받는 것도 아닌데 열심이시다. 따지면 이분들도 나라에 ‘팽’당하셨다. K: 806호 특집은 무상급식 관련 기사다. 무상급식이 2008년 총선의 뉴타운과 같은 맥락으로 진행되는 듯하다. 그때는 여당이 뉴타운을 선점하고 야당이 끌려갔는데, 지금은 반대다. 여당에서 야당의 정책에 딴지를 걸다가 지금은 맞춰가고 있다. 홍부일: 나도 급식 세대다. 무상급식도 필요하지만 직영급식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중학교 때 직영급식에서 회사급식으로 바뀌었는데, 둘의 차이가 너무 크더라. 사회: 803호부터 806호까지 4회에 걸쳐 탐사기획 ‘영구 빈곤 보고서’가 연재됐다. 정유진: 읽으면서 내내 그래서 이걸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지숙: 에필로그에서 대안을 담으려 했지만 약했다. 탐사기획 자체가 중요한 이슈를 다루긴 했지만 너무 앞서간 게 아닌가 싶다. 기초생활수급권, 한부모, 조손 가정… 이들의 복지도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맞벌이를 해도 여전히 가난한 사람들을 중요하게 다뤄야 하지 않을까. 이들의 복지가 어느 정도 해결될 때 그때 ‘절대 빈곤’을 다뤘다면…. 홍부일: 접근 방향이 개인적이었다. 소설 같았다. 새드엔딩 소설을 읽는 것 같았다. 개인의 문제만 강조하다 보니 복지와 정책의 연관이 와닿지 않았다. 정유진: ‘무기력’을 강조하다 보니 사회적인 것보다 개인적인 것으로 가난의 원인을 돌리게 된다. 나혜윤: 답답하긴 했지만 전체 기획이 마음에 든다. 가난이 이 정도로 심각할지 몰랐다. 읽다가 지하철에서 내리기 싫을 정도였다. 친구랑 읽으면서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줄지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결론은 ‘돈 많이 벌어서 도와줘야지’가 됐다. 개인적으로 도울 수 없는 일이다.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맨 처음 만났을 때 하는 말, 너 몇 등이야 박지숙: 805호 ‘보통대학 경쟁학과 불행학번’은 ‘김예슬씨 자퇴 선언’도 있고 해서 시기적절했다. 각 대학을 그 대학 학생들이 취재한 시도가 신선했다. 그런데 정작 학생들이 바라보는 시선에서 성찰은 부족했다. 각 학교의 재단이 비판받아 마땅한 점이 있지만 학생들도 반성해야 한다. 요즘 대학생은 경쟁하고 좋은 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대학이 자본에 종속되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자기와 맞는지, 소통되는지를 따지지 않는다. 인간 본연의 향기를 맡지 않는다. 김예슬씨 같은 학생들을 좀더 만났으면 좋지 않았을까. 사회: 대안으로 ‘밭 갈아 배추 키워 김장 담가 나눠요’ 기사가 있었다. 박지숙: 그건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더라. 홍부일: 대학을 가야 하는 입장에서, 읽어도 읽어도 대안이 안 나왔다. 학생에게 대학 혐오와 무기력을 심어줬다. 정유진: 경쟁하는 것을 정당화한 느낌이다. 다른 아이도 다 그렇네, 사회가 그렇네, 하면서 나는 그냥 평범한 대학생일 뿐이야, 라고 생각하는 거다. K: 대학생들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역할모델이 없어서는 아닐까. 이른바 ‘스카이’ 대학을 나오면 잘나가니까 어쨌든 명문대를 가자, 대기업을 가자,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정유진: 대학에 경쟁 분위기가 만연한 것을 몸으로 느낀다. 1등부터 400 몇 등까지 성적이 나온다. 소숫점 몇 자리 이하로 등수가 나눠진다. 맨 처음에 만나서 하는 이야기가 “너 몇 등이야” “쟤는 몇 등이야”다. K: 805호 특집 ‘디자인 새마을운동 하십니까’를 보고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혹시 군 출신인가 생각했다. 지휘관이 바뀌면 뭔가 업적을 내야 하니까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부임하면 뭔가 멋들어지게 만든다. 다른 지휘관이 부임하면 전임자가 해놓은 것보다 더 큰 뭔가를 하려고 한다. 홍부일: 오히려 균형된 시각으로 보는 면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지방선거도 다가오는데, 그 의도가 ‘약아 보인다’. 사회: 804호 표지이야기는 이건희 삼성 회장을 내세웠다. 박지숙: 807호에 다시 삼성이 등장하던데, 대단하다. 그런데 이 회장 복귀의 중차대한 의미에 비해 짧게 다뤄진 것 같다. 이병철 전 회장 이야기는 모르던 사실이라 재밌게 읽었다. 딸 손만 잡은 이건희 회장의 뒷배경도 곁들였으면 더 재밌었겠다. 왜 딸들에게 의지하는지, 그들의 경영 실적, 경영 스타일은 어떤지 등등. 같은호 특집 ‘정교일치를 꿈꾸시나’는 첫 페이지에 들어간 사진과 함께 흥미롭게 읽었다. 정유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중립이 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특징이 자기 사람을 잘 챙기는 것이다. 805호 초점 ‘실세들, 도무지 알 수 없는 생명력’에서도 그런 측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한명숙, 승소해서 다행이다 박지숙: 803호 특집 ‘아버지와 아들의 일자리 전쟁’은 왜 굳이 편지 형식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혜윤: 아들의 입장에서 아버지 편지를 공감할 준비를 하고 읽었는데, 변명만 들은 것 같다. 대학 기획에서 여대생들의 경쟁주의적 면모를 강조했는데, 어머니와 딸의 일자리 전쟁도 다루면 어땠을까. 사회: 802호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태풍의 눈’으로 짚어준 표지이야기였다. 홍부일: 친구와 내기를 했다. 이때도 긴가민가 했는데, 이후에 승소해서 정말 다행이다. 정유진: 처음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이명박 정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1910~2010 가상역사 만약에’는 처음의 우려와 달리 잘 흘러가고 있다. 특히 802호 ‘1984년 대원외고가 문을 열지 않았다면’은 역사와 맞물려서 고쳐갈 문제를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박지숙: 800호는 제일 마음에 드는 표지이야기였다. 설문을 직접 해보았다. 나는 정혜신씨 옆이더라. 좋아하던 정혜신씨가 더 좋아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친근감이 느껴지더라. 홍부일: 나는 달라이라마더라. 한나라당 의원도 좌파로 나왔다. 이게 뭐지 했는데, 우리나라의 특수성에 대한 기사를 읽고서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정유진: 801호 표지이야기는 핑크색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출산이 여자만의 문제가 아닌데, 분홍색으로 표지를 하니 그렇게 몰아가는 느낌이었다. 홍부일: 표지이야기 내용에서는 통계자료가 곳곳에 있고 스펙터클했다. 남자들이 ‘출산파업’을 한다는 게 신기하고 공감 갔다. 나혜윤: 아기를 낳지 않는 이유가 다양해서 놀라웠다. 박지숙: 그런데 해외 사례를 다룰 때는 경제·사회 수준이 비슷한 곳을 선정해줬으면 한다. 그래야 ‘요 정도 수준까지는 가야 되지 않겠느냐’는 가이드라인이 세워진다. 선진국 사례는 뜬구름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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