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전화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던 기억… 고경태 기자와 베트남전을 이야기하다
편집위원들이 이번에는 고생 좀 했다. 그동안 실린 베트남 기사를 꼼꼼히 읽는 것이 ‘숙제’였기 때문이다. “참 기사가 많기도 많네요. 이걸 다 읽어야 해요?” 류재수씨는 이렇게 고충을 털어놓았다. 어쨌든 베트남전 기획을 책임진 고경태 기자에게 풍성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또한 편집위원들은 고 기자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아시아 네트워크’에 대해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였다.
이희진 베트남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고경태 본격적인 첫 기사는 99년 9월 호치민의 구수정 통신원이 베트남 중부5개성의 피해자 증언을 토대로 썼고, 반향이 워낙 크다 보니 일회성 기사나 특집에 그치지 않고 99년 10월부터 캠페인 연재기사로 확대됐습니다. 베트남에서 피해자의 증언을 들었다면, 한국에서는 참전군인의 증언을 취재해야 했고요. 당시 ‘지구촌’을 맡고 있던 터라 자연스럽게 이 문제를 담당하게 됐습니다.
이희진 베트남전 양민 학살이 객관적인 자료로 완전히 확증된 건가요?
고경태 <한겨레21>에서도 예전엔 ‘양민’이라는 말을 써왔는데, ‘민간인’이라는 말이 정확하다고 봅니다. ‘양민’이라는 말 속에는 “빨갱이는 다 죽여도 되는데 선량한 ‘양민’을 죽여서 문제다”라는 생각이 들어 있거든요. ‘객관적인 자료’를 물으셨는데, 일단 참전군인과 피해자 가족들의 증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물론 지난해 11월, 이것과 관련된 미국 국방부 기밀문서가 해제되면서 구체적인 기록과 사진도 공개된 적이 있습니다. 변현단 베트남전은 냉전의 산물이고, 우리가 미군의 ‘총알받이’ 역할을 한 것도 사실 아닙니까. 고경태 미국의 책임이야 이미 알 만큼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한국군 병사들도 크게 보면 피해자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한국군이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그동안 우리가 너무 모르고 있었습니다. 광주학살이 남긴 결과와 거기에 참여했던 공수부대원의 인간적 상처를 분리해서 봐야 하듯, 참전군인들이 베트남에 끌려가서 죽고 다치고 했던 문제와 민간인 학살문제는 나눠서 봐야 합니다. 변현단 아시아적인 연대를 통해 베트남전문제를 계속적으로 폭로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병원건립이 이런 문제를 희석화하는 건 아닌지요? 고경태 너무 따지듯 물으시니 무섭네요. (웃음) 남한사회가 70년대 중반 경제력에서 북한을 제치고, 급속한 물질적 근대화를 이룰 수 있었던 큰 요인 중 하나는 베트남인들의 희생입니다. 병원건립은 그걸 반성하는 한국인들의 자각을 보여주는 아주 작은 움직임일 뿐입니다. 김현성 해법으로 내세운 병원건립이 지나치게 민간차원에 치중된 건 아닌가요? 최선은 국가에서 사과하고 배상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병원건립이 면죄부를 주는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고경태 민간은 민간대로 가고, 정부는 알아서 해야죠. 물론 요구는 합니다. <한겨레21>에서도 그동안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문제와 관련해서 정부가 사과와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거든요. 그러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당장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정부로서는 참전군인 조직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을 테고… 정치적 부담이 크다고 보겠죠. 김장효숙 베트남 기획을 추진하면서 힘들었던 점과 보람있었던 점이 궁금해요. 고경태 지난해 4월 ‘해병 중대장의 고백’이라는 이름으로 민간인 학살 증언을 했던 분의 경우, 보도가 나간 직후 해병 후배들과 참전군인들의 항의전화에 시달렸습니다.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지요. 그래서 나중에 상당부분 말씀을 바꿨고, 결국 언론중재위원회까지 갔습니다. 물론 인터뷰 녹취록이 있던 터라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요. 그래도 그분이 텔레비전에 나와 다른 말을 하는 걸 볼 때는 씁쓸했습니다. 보람이라면, 이제는 한국사회에서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문제가 주요한 화두로 떠올랐다는 겁니다. ‘베트남전진실위원회’라는 인권단체도 발족돼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정부도 베트남전 종전 이후 처음으로 한국군이 수색소탕작전을 했던 중부5개성에 학교를 40개나 세울 계획입니다. <한겨레21>의 꾸준한 보도가 거름이 됐다고 믿습니다. 변현단 지금 기획을 책임지고 계시는 아시아 네트워크 부분이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경태 아시아 네트워크는 재정 문제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지요. 변현단 <한겨레21>은 한국에서는 국내 인권문제를 소홀히 하지 않고 마이너리티 소수자의 권익을 위하는 한편, 다른 축으로는 해외 아시아 네트워크를 건설함으로써 아시아의 문제에 대해 국제연대들을 모색해 나가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한겨레의 정체성이었고, 한겨레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통로라고 생각해요.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고경태 <한겨레21>에서도 예전엔 ‘양민’이라는 말을 써왔는데, ‘민간인’이라는 말이 정확하다고 봅니다. ‘양민’이라는 말 속에는 “빨갱이는 다 죽여도 되는데 선량한 ‘양민’을 죽여서 문제다”라는 생각이 들어 있거든요. ‘객관적인 자료’를 물으셨는데, 일단 참전군인과 피해자 가족들의 증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물론 지난해 11월, 이것과 관련된 미국 국방부 기밀문서가 해제되면서 구체적인 기록과 사진도 공개된 적이 있습니다. 변현단 베트남전은 냉전의 산물이고, 우리가 미군의 ‘총알받이’ 역할을 한 것도 사실 아닙니까. 고경태 미국의 책임이야 이미 알 만큼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한국군 병사들도 크게 보면 피해자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한국군이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그동안 우리가 너무 모르고 있었습니다. 광주학살이 남긴 결과와 거기에 참여했던 공수부대원의 인간적 상처를 분리해서 봐야 하듯, 참전군인들이 베트남에 끌려가서 죽고 다치고 했던 문제와 민간인 학살문제는 나눠서 봐야 합니다. 변현단 아시아적인 연대를 통해 베트남전문제를 계속적으로 폭로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병원건립이 이런 문제를 희석화하는 건 아닌지요? 고경태 너무 따지듯 물으시니 무섭네요. (웃음) 남한사회가 70년대 중반 경제력에서 북한을 제치고, 급속한 물질적 근대화를 이룰 수 있었던 큰 요인 중 하나는 베트남인들의 희생입니다. 병원건립은 그걸 반성하는 한국인들의 자각을 보여주는 아주 작은 움직임일 뿐입니다. 김현성 해법으로 내세운 병원건립이 지나치게 민간차원에 치중된 건 아닌가요? 최선은 국가에서 사과하고 배상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병원건립이 면죄부를 주는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고경태 민간은 민간대로 가고, 정부는 알아서 해야죠. 물론 요구는 합니다. <한겨레21>에서도 그동안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문제와 관련해서 정부가 사과와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거든요. 그러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당장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정부로서는 참전군인 조직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을 테고… 정치적 부담이 크다고 보겠죠. 김장효숙 베트남 기획을 추진하면서 힘들었던 점과 보람있었던 점이 궁금해요. 고경태 지난해 4월 ‘해병 중대장의 고백’이라는 이름으로 민간인 학살 증언을 했던 분의 경우, 보도가 나간 직후 해병 후배들과 참전군인들의 항의전화에 시달렸습니다.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지요. 그래서 나중에 상당부분 말씀을 바꿨고, 결국 언론중재위원회까지 갔습니다. 물론 인터뷰 녹취록이 있던 터라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요. 그래도 그분이 텔레비전에 나와 다른 말을 하는 걸 볼 때는 씁쓸했습니다. 보람이라면, 이제는 한국사회에서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문제가 주요한 화두로 떠올랐다는 겁니다. ‘베트남전진실위원회’라는 인권단체도 발족돼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정부도 베트남전 종전 이후 처음으로 한국군이 수색소탕작전을 했던 중부5개성에 학교를 40개나 세울 계획입니다. <한겨레21>의 꾸준한 보도가 거름이 됐다고 믿습니다. 변현단 지금 기획을 책임지고 계시는 아시아 네트워크 부분이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경태 아시아 네트워크는 재정 문제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지요. 변현단 <한겨레21>은 한국에서는 국내 인권문제를 소홀히 하지 않고 마이너리티 소수자의 권익을 위하는 한편, 다른 축으로는 해외 아시아 네트워크를 건설함으로써 아시아의 문제에 대해 국제연대들을 모색해 나가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한겨레의 정체성이었고, 한겨레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통로라고 생각해요.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