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4일 저녁, 17기 독자편집위원회 다섯 번째 모니터링 회의를 위해 둘러앉은 자리는 풍성했다. 지난번 회의에서 “직접 만든 선물을 건네겠다”고 다짐했던 한 위원은 머리핀을 만들어 선물로 돌렸다. 직장을 그만둔 한 위원은 “첫 실업수당으로 사왔다”며 떡 꾸러미를 꺼냈다. <한겨레21> 745~748호를 꺼내들고 마주한 현실은 용산의 비열한 커넥션과 이제 막 움트는 착한 소비의 싹이었다.
비열한 거리, 참담한 용산
이수택: 분노와 울분으로 기사를 읽었다. 서울 용산 철거민 참사와 이후 정부와 정치권, 사법기관이 보인 행태는 실망을 넘어 절망감을 느끼게 했다.
홍경희: 746호 표지이야기 ‘죽은 자, 살아남은 자, 떠난 자’의 경우 인물이 너무 많이 등장해 혼란스러웠다. 당시 많은 언론이 폭력의 주체가 철거민이다, 아니다로만 몰고 나가는 상황에서 <칼라TV> 촬영팀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현장을 재구성해 좋았다.
최우리: 전직 용역 직원, 경찰, 전철련 의장 등 다양한 주체가 등장했다는 점에 의미를 둔다. 얼마 전 버스에서 한 할머니를 만났는데 집회로 차가 밀리자 집회 참가자들을 욕했다. “할머니, 용산에서 사람이 너무 많이 죽었잖아요” 했더니 그 사람들이 폭력배라서 죽은 거라고 말씀하셨다. 화염병과 폭력 시위로만 너무 시각이 굳어졌더라. 연쇄살인으로 용산을 덮으려는 세상이다. 비열한 커넥션, 계속 추적해달라.
조성완: 국민들은 자꾸 잊어버린다. 철거민은 20년 전에도 죽었고 내년에도 죽지 말란 법이 없다. 미국산 쇠고기도 벌써 잊은 듯한 분위기다. 이렇게 생각하면 참 무기력해진다. 유재영: 748호 ‘단독 확인 용산 커넥션’은 폭력적인 권력구조을 깨고 큰 판을 흔들기 위해 계속 보도돼야 한다. 홍경희: 자본의 묵인하에 폭력이 활개치고, 폭력의 비호하에 자본이 춤춘다. 영화 같은 이야기를 현실에서 만나면 두려워진다. 폭력조직과 관이 촘촘히 연결된 모습을 확인하며,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또 의심한다. 재개발 과정의 문제점을 깊게 다룬 기사가 독자를 차분하게 한다. 현상에 매몰되지 않고 심연을 보는 힘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이현정: 단독 확인이니만큼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내용이었다. 지속적으로 취재해 재개발 지역에서 끊임없이 반복된 부조리, 개발 방식의 문제 등을 성찰하게 해주면 좋겠다. 최고라: ‘용산 커넥션’을 밝혀도 ‘그럴 줄 알았어’, 충격적 홍보지침도 ‘그런가 보다’…. 사람들의 이런 반응이 더 참담하다. 자영업자 몰락 문제에 계속 집중해야 한다. 이수택: 강호순 얼굴은 보고 싶어하면서 용산엔 입을 다물고 있다. 천박한 의식 수준이다. 진보경: 1학년 때 도덕책의 한 구절이 ‘가치 전도가 일어나고 있다’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난 시키는 대로 한 것뿐이야’ ‘돈 벌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어’ 라고 할 거다. 맙소사. 커서 그렇게 살지 않도록 이 일을 꼭 기억하자고 다짐할 뿐이다.
착하게 소비한다는데 ‘Why Not’
<한겨레21>은 745호 ‘초콜릿은 천국의 맛이겠죠’를 시작으로 ‘지구를 바꾸는 행복한 상상-Why Not’을 진행한다. 2009년 한 해 동안 계속될 이 캠페인은 4개의 시즌(공정, 사회적 기업, 녹색기술, 공동체)으로 구성된다. ‘Why Not’을 위한 제언을 들어봤다.
홍경희: ‘착한 초콜릿’의 반응이 뜨거웠다. 특히 김현중과 김준을 섭외한 것은 탁월했다. 주변을 보니 어린 친구들이 이들을 계기로 공정무역을 알게 된 거 같더라.
유재영: ‘착한 초콜릿’이 뜨자 이후에 좀 정리되지 않은 느낌의 기사들이 이어졌다. ‘지구를 바꾸는 행복한 상상-Why Not’이 시작된 뒤 4호 모두 초콜릿 관련 기사가 실렸더라. 좀 과한 측면이 있지 않나.
최우리: 요즘 경제가 어렵고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 ‘공정’이란 말을 쓰기가 어려운데 그만큼 반향이 있었다는 게 뿌듯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공정’이라고 하면 여유 있는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는 무언가로 여겨진다. 주변 사람들도 당장 먹고살기 힘드니까 싼 거 사게 되고 ‘착한 소비’를 실천하기 어렵다더라.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주고 산다’는 의식구조를 형성해야 한다.
홍경희: 영국 사례를 보며 유통구조를 지적한 것에 공감했는데 하나 의문이 들었다. 대기업이 공정무역 상품 생산에 참여할 경우 폐해가 있진 않을까 하는 점이다. 기존의 아름다운가게나 비영리 유통망을 최대한 확보하는 게 공정무역의 취지에 가까운 게 아닐까 싶다.
이수택: 대기업이 만든 공정무역 상품은 결국 대기업의 배만 불려주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최우리: 유전자변형식품(GMO)의 경우를 보면, 환경단체는 사용하지 말자고 주장했고 대기업들은 자연스럽게 GMO를 써왔다. 그러던 것이 의식이 전환돼 소비자가 GMO를 안 먹겠다고 나서니까 이젠 대기업이 먼저 ‘우린 GMO 안 쓴다’고 나온다. 소비자가 공정무역 상품을 원하면 대기업도 나설 수밖에 없다.
진보경: 공정무역을 학교 친구들이 잘 모르더라. 나도 <한겨레21> 기사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 학생들에게 이런 내용의 교육이 필요하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한겨레21> 745~748호 모니터링 회의… 더러운 커넥션과 착한 초콜릿 사이
조성완: 국민들은 자꾸 잊어버린다. 철거민은 20년 전에도 죽었고 내년에도 죽지 말란 법이 없다. 미국산 쇠고기도 벌써 잊은 듯한 분위기다. 이렇게 생각하면 참 무기력해진다. 유재영: 748호 ‘단독 확인 용산 커넥션’은 폭력적인 권력구조을 깨고 큰 판을 흔들기 위해 계속 보도돼야 한다. 홍경희: 자본의 묵인하에 폭력이 활개치고, 폭력의 비호하에 자본이 춤춘다. 영화 같은 이야기를 현실에서 만나면 두려워진다. 폭력조직과 관이 촘촘히 연결된 모습을 확인하며,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또 의심한다. 재개발 과정의 문제점을 깊게 다룬 기사가 독자를 차분하게 한다. 현상에 매몰되지 않고 심연을 보는 힘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이현정: 단독 확인이니만큼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내용이었다. 지속적으로 취재해 재개발 지역에서 끊임없이 반복된 부조리, 개발 방식의 문제 등을 성찰하게 해주면 좋겠다. 최고라: ‘용산 커넥션’을 밝혀도 ‘그럴 줄 알았어’, 충격적 홍보지침도 ‘그런가 보다’…. 사람들의 이런 반응이 더 참담하다. 자영업자 몰락 문제에 계속 집중해야 한다. 이수택: 강호순 얼굴은 보고 싶어하면서 용산엔 입을 다물고 있다. 천박한 의식 수준이다. 진보경: 1학년 때 도덕책의 한 구절이 ‘가치 전도가 일어나고 있다’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난 시키는 대로 한 것뿐이야’ ‘돈 벌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어’ 라고 할 거다. 맙소사. 커서 그렇게 살지 않도록 이 일을 꼭 기억하자고 다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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