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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국제기사는 어떻게 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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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04 15:33 수정 : 2009-03-05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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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소환기자는 국제뉴스를 담당하고 있는 정인환 기자다. 독자편집위원들은 ‘국제부 기자’라는 일 자체에 대해 질문을 많이 던졌다.

기자소환제- 정인환 기자
정인환(이하 정): 1999년에 입사했으니 기자생활이 올해 딱 10년 됐다. <한겨레> 사회부·국제부·정치부를 거쳤고, 현재 국제뉴스와 남북관계 기사를 쓰고 있다.

이수택: 기사 주제는 어떻게 잡나. 관심 갖고 보는 게 있나.

정: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일이 다 내가 쓸 영역이다 보니 그중 어떤 걸 쓸까 취사선택한다. <한겨레21>은 국내의 다른 매체에서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은 내용, 서방 주류 언론이 주로 다루지 않는 중동·라틴아메리카·아프리카 등의 기사를 주로 다루려 한다. ‘아시아 네트워크’라는 비장의 무기도 있고 개인적인 관심도 그쪽이다.

이수택: 기사가 주로 ‘악의 축’인 미국과 미국에 기생해서 사는 이들과 그에 핍박받는 민중들, 삼각의 그림이다. 의도하는 건가.

정: 맞는 지적이다. 미국에 관심이 많다. 영향력이 크고 다른 나라의 문제와 맞닿는 경우가 많아서다. 민중들의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건 당연하다. 정치·경제적인 문제가 그 나라 민중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느냐, 그걸 보면서 다른 나라의 프리즘으로 우리 사회를 투영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기자가 ‘시각’과 ‘의도’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잡지 저널리즘에선 ‘객관성’을 내세우면 재미없다.

이현정: 인용하는 외신을 특별히 선택하는 기준이 있나.


정: 워낙 다양한 정보들이 있다. 통신사의 뉴스와 그를 바탕으로 각 언론사가 해석해 내놓은 기사, 분쟁지역·제3세계 현장 비정부기구(NGO)들의 활동 보고서, 블로그들, 유엔 산하기구 보고서 등 다양한 자료를 접한다.

최우리: 20대에게 팔레스타인은 ‘우리 세대 이전부터 분쟁이 있던 곳’이다. 국제뉴스에 역사나 사건 배경 등 정보를 좀더 담아 이해를 도와줄 순 없나.

정: 우리와 경제 수준이 비슷한 나라들은 국제뉴스 열독률이 우리나라처럼 낮지 않다. 해외 여행이 자유화되고, 어학연수를 많이 떠나도 아직 국제뉴스를 안 읽는다. 그런 가운데서도 국제뉴스를 계속 읽는 독자라면 이 정도 배경은 알고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기사를 쓰곤 한다. 더 친절한 기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이수택: 가자 전쟁을 다룬 745호 ‘누가 이 죽음의 행렬을 멈출 것인가’는 너무 감정적이지 않나. 또 다윈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쓴 747호 ‘다윈이 다시 갈라파고스로 간다면’의 경우 기사 말미에 갑자기 ‘후손 2명 중 1명은 그의 이론을 믿지 않고 있다’고 툭 던졌다. 뭘 의도했나.

정: 기사 열심히 봐주셔서 고맙다. 팔레스타인 기사가 감정적으로 다가왔다는 건 칭찬으로 받아들여진다. 가자 현장취재를 이스라엘이 막은 상태였다. 이 화나는 상황을 그냥 외신 받아서 전하기만 할 거냐, 아니면 아예 몰입할 것이냐를 선택해야 했다. 난 몰입을 택했다. 진화론은 당시 영국에서 논쟁이 세게 붙었는데 기사에 다 담진 못했다. 그래서 논쟁의 중심에 있는 리처드 도킨스를 일부러 인용했다.

홍경희: 혹시 전쟁 기사에는 핏빛 사진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정: 글을 쓴 기자, 사진기자, 편집기자가 같이 고민해 고른다. 너무 잔인해서 못 쓴 사진도 있다. 하지만 피가 전부인 사건을 전하면서 피를 피해선 안 된다고 본다.

사진 <한겨레21> 류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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