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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일필휘지’ 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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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5-0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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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동욱 기자에게 던지는 매서운 질문들… “당신의 기사엔 항상 감정이 배어나오는군!”

이번호부터 독자편집위원회는 ‘기자청문회’를 신설했다. 매월 한 기자를 선정하여 위원들의 집중적인 질문과 비판, 기자의 답변을 들어보는 난이다. 청문회 단상에 올라온 ‘1번 타자’는 신윤동욱 기자였다. 대부분의 위원들이 신윤 기자를 지목했다. 최근 그가 최초로 기획한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봉사제 문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인권과 소수자 문제에 대한 기사들이 독자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희진씨는 위원들이 ‘신윤동욱 팬클럽 회장’이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로 회의 전부터 신윤 기자가 나온다는 소식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정작 비판은 매서웠다.

김현성: 과연 현역 국회의원들이 한반도의 상황에서 대체봉사제를 추진해낼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신윤동욱: 솔직히 이 문제가 이른 시일 안에 제도화될 것이라 낙관하는 편은 아닙니다. 이 문제는 남북관계의 전체적인 변화 속에서 풀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 문제는 국가와 개인의 관계에서 국가가 개인에게 어떤 것을 의무의 형태로 요구할 때 개인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라고 보거든요. 이런 것을 끊임없이 얘기하는 것이 개인의 자유의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변현단: 천정배 의원이 대체봉사제를 국회에 상정하겠다고 했는데, 사실 예전에 천 의원이 매매춘 문제에 대해서 공창화를 하겠다고 했다가 눌려버린 적이 있어요. 실질적인 입안에서 세력의 역관계도 있거든요. 이런 문제를 계속적으로 촉발시키고, 입안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을 묶어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나름대로 긍정적인 언론플레이도 구상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신윤동욱: 사실 천정배 의원을 인터뷰한 건 그 의원을 발목잡기 위해서인데요. (웃음) 그리고 양심적 병역거부가 명시될지 아니면 징병제 문제 전체의 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시민단체와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현성: 대체봉사제에 대해 사회적인 동의를 이룰 수 있다면 예비군 훈련도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신윤동욱: 그렇죠. 예비군 훈련까지 맞물려서 얘기해야 합니다. 서구사회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권에 직업군인도 포함시키고 있어요. 복무중 특정한 전쟁, 예를 들어 걸프전 등에 참여할 수 없다고 할 때 유엔인권위원회 등은 이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윤운규: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기사를 보니까 연속성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진전이 있으면 작은 박스기사라도 계속 실어줘서 이런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걸 알렸으면 좋겠어요.

이희진: 기사를 읽다보면 조금 시기가 늦은 기사들이 나오는 거 같아요. ‘타이완의 한류’나 개인기 같은 기사도 그런데요, 개인기 관련 기사는 이 기사를 보기 이틀 전에 방송에서 다뤘는데, 신윤동욱 기자가 쓰신 기사와 거의 비슷한 내용이었거든요. 좀 앞서 나갔으면 좋겠어요.

신윤동욱: <한겨레21> 기자들이 다 20대 후반 이상의 기자들이죠. 지금 얘기한 타이완 한류나 개인기는 주로 10대들에 관련된 문제거든요. 10대들을 재빨리 따라잡지 못하는 한계가 있죠. 개인기 기사는 쓸 때는 지금 써서 뭐하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좀 새롭게 써보려고 했는데, 그런 것들이 정확히 잡히지 않아서 안타까웠고요.

김현성: 최근 ‘91학번의 합창’ 기사를 읽었습니다. 91학번 기사는 주변사람들만을 다루고 너무 쉽게 썼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신윤동욱: 맞습니다. (웃음) 사실 91학번 기사는 오래 전부터 생각했던 아이템이었는데, 어떻게 잘 요리를 하는가가 문제였어요. 91학번 사람들을 어떻게 요약할지 어려운 문제였고, 91학번의 삶에 대해서는 다른 매체에서도 다뤘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저는 91학번 중 운동을 했던 사람들의 세대적인 특성을 한번 짚어보려고 했는데요.

김장효숙: 신윤동욱 기자의 기사는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로 많은 것 같은데, 그게 기사를 쓰다보니 그렇게 된 건지 실제 생활에서도 그런 관심을 갖는 건지 궁금하네요.

신윤동욱: 기사 아이템이 정해지는 건 기자 스스로 정하는 경우도 있고 맡겨지는 경우도 있는데요, 저는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취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그렇게 결과가 나왔다면 비교적 관심이 있었거나 관심을 갖는 체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남우희: 기사들이 이건 좀 여유를 두고 쓴 거구나, 아니면 이건 일필휘지를 했구나 명확히 구분이 가요. 특집기사가 아니라도, 한면이라도 담을 수 있는 건 다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예를 들어 ‘사랑은 국경을 넘지 않는다’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일반적인 문제 이상이 아니에요.

이희진: 저는 항상 신윤 기자의 기사를 볼 때마다 감정이 묻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기자들보다 감정이 많이 배어 있고, 시각이 쏠려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게 나쁜 건 아닌데요.

남우희: 앞으로도 주관적으로 많이 쓰세요. (웃음)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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