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와 이혼하기’ 돋보이는 표지였으나 아예 차를 사지 못하도록 설득하는 덴 실패…생생해서 정말 눈 뜨고 보기 힘들었던 ‘소들의 킬링필드’,구체적 취재는 아쉬워
▣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칼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되던 11월28일 밤, 날씨보다 더 날카로운 눈빛의 사람들이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로 모여들었다. 매번 <한겨레21>을 긴장하게 하는 이들은 바로 13기 독자편집위원회 위원들. 그들의 두 번째 모임은 시작됐고 숙명의 심판대 위에 633호부터 636호까지 네 권의 <한겨레21>이 차례로 올라갔다. 보수와 진보 양쪽을 다 비판했으면 어땠을까
장일호: 개인적으로 633호 표지의 깔끔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그 인공기 표지를 본 어머니가 무척이나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얘야, 너 이런 거 좀 들고 다니지 마라. 조마조마하다”고 하시더라. 홍선표: 북한 핵에 대해 명확한 반대를 말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는 진보세력을 비판하는 기사가 꼭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표지이야기는 시의적절했다. 조성웅: ‘오해 마시라’로 시작하는 서두 부분이 좀 불편했다. 진보세력에 양해를 구하는 듯한 느낌이 자칫 객관성을 떨어뜨린 것은 아닌가 싶다. 차라리 예전에 ‘보수의 오르가슴’ 기획과 합쳐 한 권에서 보수와 진보 양쪽을 종합적으로 비판했다면 어땠을까. 손은영: 한꺼번에 두 가지 주제를 다뤘다면 심도가 너무 얕지 않았겠는가. 장일호: 그래도 같이 있었다면 북핵에 대한 양쪽의 입장을 한 번에 볼 수 있어 독자에게는 더 편리했을 수도 있겠다. 양희준: 법륜 스님 인터뷰를 넣은 것이 기사를 살렸다고 본다. 스님의 얘기는 보수와 진보의 핵심을 동시에 짚어주었다. 공교롭게도 다른 기사 제목들은 의문형인 데 반해 ‘친북과 친미는 모두 분열세력일 뿐’이란 제목 덕분에 명쾌한 느낌이 더욱 살았다. 조성웅: ‘노 대통령, 고향집 못 가는 신세’ 기사는 한 일간지 기사와 내용이 비슷한 듯했다. 임기가 1년이나 남았는데 레임덕만 가속화할 수 있는 기사가 아닐까. 신기수: 반대로 기사를 읽으며 우리 사회가 이 정도로 바뀌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5공 때면 상상할 수 있는 일이었겠는가? 달라진 세상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기사였다. 장일호: <후회하지 않아>를 두 번 봐서 관련 기사가 더 반가웠다. 영화 기사에 내용이 많이 드러나던데 이런 경우 개봉 전 영화라면 ‘스포일러 있음’ 표시를 하면 어떨까. 김영경: 퀴어멜로 영화에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기사는 신윤동욱 기자의 섬세한 표현이 가슴에 와 닿았다. 찾아가서 봐야겠다. 신기수: 스포츠 일러스트를 보면서도 그런 섬세함을 느낀다. ‘스포츠 중흥, 이 정도면 족하다’는 기사를 보면서 공감을 많이 했다. 비인기 종목의 관중석을 메워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해방된 느낌이다. 김병철을 오랜 시간 지켜보고 쓴 635호의 스포츠 기사 역시 마음에 와 닿았다.
오아시스 같은 작은 칼럼들
양희준:저마다 좋아하는 코너가 있을 것이다. 내가 좋아했던 ‘조계완의 노동시대’가 끝나 아쉽다.
신기수: 난 ‘임경선의 무면허 인간해부’가 좋다. 월급쟁이와 프리랜서 사이의 고민이 공감되어 가슴을 저릿하게 했다.
조성웅: 어렵고 딱딱한 기사를 읽다가 머리가 아프면 얼른 ‘반이정의 사물보기’나 ‘스크린 가라사대’ ‘브랜드 스토리’와 같은 작은 코너들을 찾아보며 쉬곤 한다. 이런 기사들은 <한겨레21> 안의 ‘오아시스’와 같다. 오아시스 기사를 읽고 나면 다시 빡빡한 기사를 읽을 힘이 생긴다.
장일호: 이번 기획 대담 ‘6월 항쟁의 첫 불씨를 아십니까’는 마지막에 사회자가 마무리 멘트라도 해서 대담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대학생들이 변했다는 것이 얘기의 중심인가?
조성웅: 패널들이 각자 자기 얘기만 하다가 만 느낌이다.
양희준: 건대항쟁 20주년과 겹쳐서 언급을 한 것 같은데 그 의미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기사였다.
이윤주: ‘소들의 킬링필드’ 기사는 정말 눈뜨고 보기 힘들었다. 정확한 사실과 일관된 논조, 세밀한 설명으로 긴 글을 지겹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한겨레21>에서 직접 취재를 해도 좋을 듯하다.
손은영: 소설가의 펜을 빌려 쓴 덕에 소들의 킬링필드 현장이 눈앞에 쉽게 그려졌다. 그러나 감정적인 묘사가 많았고 구체적인 취재가 아쉬웠다. 불시검사동행권과 전수검사에 대해서만 언급한 일본의 사례도 더 자세히 알려주면 좋았겠다.
신기수: 634호 표지이야기를 읽고 공감했다. 나 역시 아직 차와 이혼은 못하고 별거 중이다. 오랜만에 표지가 부드럽게 다가와 좋았다. BMW(Bus, Metro, Walking) 타기와, 주말부부나 별거의 대안 제시도 인상적이었다. 특집기사에선 옛길을 찾아나서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양희준: 대안 연료에 대한 내용은 흐름이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대안 연료를 쓰면 차를 타도 된다는 생각인가? 주제와 뭔가 안 맞는다.
손은영: ‘차와 재혼하던 날의 탄식’도 읽기 불편했다. 차를 버린 뒤 “나도 차를 버렸다”고 으스댈 수 있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이득이었다니 오히려 자동차 소유의 이득이 더욱 견고해 보였다.
신기수: 그만큼 차를 살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구조가 문제가 아니겠는가. 그 힘든 과정이 묻어나는 기사여서 오히려 차를 버린 성공기보다 더 절실하게 느껴졌다.
김영경: 젊은 사람들에게 차를 아예 안 사고 싶도록 설득하는 데는 실패한 기사가 아닌가 싶다. 젊은이들의 인터뷰와 함께 차가 없어서 생기는 이익에 관한 내용을 좀더 넣었다면 좋았겠다.
장일호: 이혼할 차라도 있어봤으면 좋겠다. 그나마 차를 한 번도 안 가진 신윤동욱 기자의 기사가 좋았다.
양희준: 유럽의 ‘카 셰어링’ 제도와 같은 구체적 대안을 제시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진흙탕 싸움의 속내 흥미로워
장일호: 이슈추적의 이용석 선생님 소식은 기다렸던 기사라 반가웠다. 나도 고등학교에서 ‘겨레여, 우리에겐 조국이 있다. 심장의 더운 피가 식을 때까지 즐거이 이 강산을 노래 부르자’라는 문구를 외워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소름 끼친다. 사람은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조성웅: 난 국기에 대한 경례를 왜 폐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기사를 읽으면 그것에 동참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전체주의를 따라가는 비지식인이라는 듯 표현해 불편하다. 나도 세뇌된 것일까.
양희준: 우스갯소리로 종교가 없는 남자가 부인 때문에 몸만 교회에 나가더라도 3년이면 독실해진다는 말이 있다. 믿어서 가는 게 아니라 가니까 믿게 된다는 얘기다. 일제강점기 때 천황 사진을 앞에 놓고 애국조회를 하던 것을 생각하면 국기에 대한 경례뿐 아니라 애국조회까지 문제 삼을 수도 있다.
장기호: 이렇게 “왜?”라는 질문을 던져주는 것도 기사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손은영: 635호 ‘거품의 미래’ 기사에서 중요한 것은 그 거품이 언제 터질 것이냐 아닌가. 거품이냐 아니냐에 집중하기보다는 각 정당의 움직임이나 다른 국가들의 대처방식을 다뤘어야 할 듯하다.
조성웅: 그동안의 거품 형성과 관련해 언론의 태도는 잘못된 게 없었는지를 같이 다뤘으면 좋았겠다.
신기수: 문제 제기도 시의적절하고 식상하다는 느낌이 크게 들지 않는다. 집값, 부동산 가격 폭등이 그만큼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 문제의 결정판이기 때문이다.
홍선표: 실제로 거품이 꺼지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려줬으면 좋겠더라.
양희준: 정치 기사의 경우 통합신당에 대한 지지도조차 낮은 상황에서 관전 포인트를 잘 정리했다.
신기수: 이렇게 잘 정리된 정치 기사가 시사주간지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매일의 해프닝을 보는 것보다 이렇게 정리된 기사만 보고 싶다.
조성웅: 쪽기사인 ‘신당 창당, 주판알 튕겨보니…’가 오히려 재밌었다. 고매한 척들은 다 하고 있지만 새로운 권력에 줄서기하려는 것임을 솔직히 누가 모르겠는가. 진흙탕 싸움의 속내를 보여주는 이런 기사는 무척 통쾌하다.
장일호: 라이프 & 트렌드의 ‘오, 나의 사랑 자궁!’이라는 제목에 비해서 내용이 연약한 느낌이다. 생리통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이라면 이 정도는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이 아닌가.
김영경: 전문의학 용어가 들어가고 너무 어렵게 전개되면 오히려 공감도가 떨어졌을 것이다. 남자들도 볼 수 있게 쉽고 편하게 쓴 것 같다. 공감이 많이 된다. 안인용 기자의 기사를 접할 때마다 편하고 부담 없어 좋다. 특히 도입부의 드라마 대사는 관심도를 높여준다.
담당경찰 이름 실명 거론, 괜찮나
장일호: 철도노동자 황하일 선생님의 종이비행기에 ‘진보’에 대한 고민과 탄식이 마음 깊이 느껴졌다. 글을 읽은 많은 이들에게 함께 고민하며 해결점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영경: 636호 ‘미아리 포주들의 대박’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문제제기를 했으니 앞으로 꾸준한 관심과 보도를 바란다.
손은영: 집창촌 이야기는 끝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기사 중에 담당경찰의 이름을 실명으로 거론한 것은 자칫 펜의 힘을 빌린 감정적 처벌이 될 수도 있다. 어렵겠지만 분개하고, 행동하고, 심판하는 것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길 바란다.
양희준: 언론이 그렇게 해줘야 공권력이 긴장하지 않겠는가. 인간적으로야 공무원들도 감정이 있겠지만 자신이 한 공무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조성웅: 광고는 민감한 사안이긴 하지만 독자들로 하여금 기망을 유도하는 기사형 광고는 싣지 않았으면 한다. <한겨레21> 지면은 소중하니까.
▣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칼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되던 11월28일 밤, 날씨보다 더 날카로운 눈빛의 사람들이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로 모여들었다. 매번 <한겨레21>을 긴장하게 하는 이들은 바로 13기 독자편집위원회 위원들. 그들의 두 번째 모임은 시작됐고 숙명의 심판대 위에 633호부터 636호까지 네 권의 <한겨레21>이 차례로 올라갔다. 보수와 진보 양쪽을 다 비판했으면 어땠을까
장일호: 개인적으로 633호 표지의 깔끔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그 인공기 표지를 본 어머니가 무척이나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얘야, 너 이런 거 좀 들고 다니지 마라. 조마조마하다”고 하시더라. 홍선표: 북한 핵에 대해 명확한 반대를 말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는 진보세력을 비판하는 기사가 꼭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표지이야기는 시의적절했다. 조성웅: ‘오해 마시라’로 시작하는 서두 부분이 좀 불편했다. 진보세력에 양해를 구하는 듯한 느낌이 자칫 객관성을 떨어뜨린 것은 아닌가 싶다. 차라리 예전에 ‘보수의 오르가슴’ 기획과 합쳐 한 권에서 보수와 진보 양쪽을 종합적으로 비판했다면 어땠을까. 손은영: 한꺼번에 두 가지 주제를 다뤘다면 심도가 너무 얕지 않았겠는가. 장일호: 그래도 같이 있었다면 북핵에 대한 양쪽의 입장을 한 번에 볼 수 있어 독자에게는 더 편리했을 수도 있겠다. 양희준: 법륜 스님 인터뷰를 넣은 것이 기사를 살렸다고 본다. 스님의 얘기는 보수와 진보의 핵심을 동시에 짚어주었다. 공교롭게도 다른 기사 제목들은 의문형인 데 반해 ‘친북과 친미는 모두 분열세력일 뿐’이란 제목 덕분에 명쾌한 느낌이 더욱 살았다. 조성웅: ‘노 대통령, 고향집 못 가는 신세’ 기사는 한 일간지 기사와 내용이 비슷한 듯했다. 임기가 1년이나 남았는데 레임덕만 가속화할 수 있는 기사가 아닐까. 신기수: 반대로 기사를 읽으며 우리 사회가 이 정도로 바뀌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5공 때면 상상할 수 있는 일이었겠는가? 달라진 세상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기사였다. 장일호: <후회하지 않아>를 두 번 봐서 관련 기사가 더 반가웠다. 영화 기사에 내용이 많이 드러나던데 이런 경우 개봉 전 영화라면 ‘스포일러 있음’ 표시를 하면 어떨까. 김영경: 퀴어멜로 영화에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기사는 신윤동욱 기자의 섬세한 표현이 가슴에 와 닿았다. 찾아가서 봐야겠다. 신기수: 스포츠 일러스트를 보면서도 그런 섬세함을 느낀다. ‘스포츠 중흥, 이 정도면 족하다’는 기사를 보면서 공감을 많이 했다. 비인기 종목의 관중석을 메워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해방된 느낌이다. 김병철을 오랜 시간 지켜보고 쓴 635호의 스포츠 기사 역시 마음에 와 닿았다.
(사진 / 한겨레 21 곽윤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