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으로 끝난 1기 독자편집위원회 마지막 회의… 언론개혁 끝까지 붙들고 늘어져 달라
“안녕하십니까. 저는 군산에서 올라온 채규정이라고 합니다.”
지난 2월22일 저녁. 출판국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큰목소리로 인사하는 방문객을 맞았다. 지방에 거주하는 탓에 그간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채규정씨가 마지막 회의만은 참석하겠다는 일념 아래 먼길을 돌아 화려하게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채씨를 시작으로 독자편집위원들이 마지막 회의를 위해 속속들이 도착했다. 모두 8명. 독자편집위원회 사상 최다인원이 모였다.
편집위원들은 지난 6개월간의 여정에 대한 감상부터 털어놓았다. 문진화씨는 ‘회의에 참여하면서 내가 보수주의자였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전까지 자신의 생각이 젊고 앞서간다고 믿었는데, 회의를 하다보니 다른 편집위원들과 많이 부딪쳤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많이 알게 됐다는 점이에요. 독자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세계관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실제로 문진화씨는 도발적인 문제제기로 회의를 뜨겁게 달군 주역이었다.
1차 회의부터 ‘전출’의 신화를 이어간 이은주씨는 독자편집위원이 되기 전에는 가볍게 훑어봤던 기사들을 ‘돋보기’를 대고 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비판을 많이 했지만 그래도 노동운동과 진보세력에 대해 가장 따뜻한 시각을 가진 잡지가 <한겨레21>”이라고 아껴왔던 칭찬을 했다. 주부인 김복숙씨는 “평소 아무생각 없이 살다가도 회의에 참석하면 그래도 정신이 맑아진다”며, ‘정신건강’에 도움을 준 독자편집위원회에 감사를 표했다. 위원들의 마지막 감상을 정리하면 “잡지도 변했고, 나도 변했다”라는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이어서 그런지, 지난호에 대한 평가는 평소보다 후한 편이었다.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기사는 영·유아 보육 문제를 다룬 344호 표지이야기와 ‘기자가 뛰어든 세상’이었다. 보육 문제는 위원들이 제안한 기사였고, 피부로 문제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인지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 이은주씨는 이 기사에 외국의 사례들도 소개하여 우리나라 현실과 비교하고 대안을 모색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기자가 뛰어든 세상’ 카지노 체험은 “정말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카지노 문제에 대해 개략적으로 알고 있었으나 기자가 직접 겪은 체험을 풀어놓으니, 새롭게 다가왔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346호 ‘족벌언론의 운명’은 <한겨레21>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끝까지 언론개혁의 문제를 물고늘어져라”라는 주문도 있었다. 그러나 홍윤기씨는 새로운 사실 발굴 없이 정리에 그쳤다는 비판도 했다. 344호 특집 ‘아줌마 이혼 만세’도 주목을 받았다. 홍윤기씨는 “드라마 <아줌마>를 방영할 시간이 되면 아내가 TV 앞을 떠날 줄 모른다며, 장진구라는 인물을 통해 내가 갖고 있는 허위의식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를 다룬 345호 마이너리티 기사에도 많은 위원들이 공감을 표했다.
회의 도중 갑자기 흡연 문제가 불거져나왔다. 마지막까지 논쟁적인 문진화씨가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그는 그동안 회의에서 편집장을 비롯해 연기를 모락모락 피워대는 위원들 때문에 간접흡연의 피해가 심했다며, 2기 독자편집위원들을 위해서라도 담배를 피우지 말자고 제안했다. 저녁식사 자리에서 문진화씨는 여세를 몰아 ‘기자가 뛰어든 세상’에 금연학교 체험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골초 기자 한명을 선정해 금연학교에 보내서, 담배를 끊는 과정을 지면에 실어보자는 것이다(순간 모든 편집위원들의 눈길이 편집장에게 향했다). 이를 계기로 ‘기자가 뛰어든 세상’에 대한 다양한 아이템 제안이 나왔다. 장애인 학교를 찾아 봉사활동을 하자, 피라미드 조직 체험기를 써보자는 의견도 있었고, 환경운동가들과 함께 환경지킴이 활동을 해보자는 제안도 나왔다. 위원들의 제안은 점점 ‘난이도’가 높아졌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돈 한푼없이 무전여행을 시켜보자”, “무인도 같은 데 떨어뜨려 놓고 살아남는 체험을 해보자” 등등…. 마지막에는 “장의사일을 하거나 영안실에서 시체닦는 일을 해보자”는 다소 엽기적인 발상까지 나왔다. 물론 이 난에 그만큼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렇게 웃음 속에서 1기 독자편집위원회의 마지막 밤이 저물어갔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헤어질 즈음, 기자가 “1기 독자편집위원회는 평생 기억에 남을 거예요”라고 하자 위원들은 “다른 기수들한테도 전부 그런 말 할 거죠?”라고 물으며 웃음을 터뜨린다. 그러나 그동안 수고했다고 손을 흔들며 사라지는 위원들은 기자의 말이 ‘진심’임을 알고 있는 표정이었다. 채규정: <한겨레21>이 다른 잡지와 비교해 가장 좋은 점은 한글전용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마이너리티 등 외래어 사용을 될 수 있으면 자제해 주길 바란다. 영어를 쓰려면 끝에 무슨 뜻인지 해설해 주었으면 좋겠다. 만리재에서, 박노자 교수의 북유럽 탐험, 논단 등이 특히 좋다. 그러나 경제면은 잘 안 본다. 좀 쉽게 ‘만리재에서’처럼 눈에 잘 들어오게 썼으면 좋겠다. 음식이야기도 퓨전요리를 다룰 땐 실망했으나 최근 원조집 소개는 괜찮은 것 같다. 발로 뛴 기사라는 느낌이 들면서, 내용도 알차고 좋다. 식도락의 묘미를 알 수 있다. 아시아네트워크는 어려워서 읽는 데 힘이 든다. 물론 내가 아는 것이 없어서 그러겠지만 좀더 쉬운 주제로 나갔으면 좋겠다. 이선숙: 좋았던 기사 몇개 뽑아본다면 드라마 <아줌마>를 다룬 344호 특집이 좋았고 344호 간호사 헬렌의 사연을 소개한 사람과 사회 기사도 괜찮았다. 345호 보육 문제를 다룬 표지이야기를 재미있게 봤다. 물론 나는 학생이지만 주변 맞벌이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들의 어려움에 대해 자주 듣는다. 어느 맞벌이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라에서 보육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남자들이 나서서 보육을 도와주는 게 필요하다고 하더라. 단순한 시설의 확충보다 그런 면이 중요한 것 같다. 문진화: 이전까지 경제 기사들이 너무 어렵고, 독자들의 눈높이가 맞춰지지 않았는데, 재테크 등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부분들이 추가되어 좋은 것 같다. 권혁범 교수가 쓴 ‘이민3’이라는 논단은 이민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보게 하는 좋은 글이었다. 요즈음 학교 선생님들도 이민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한다. 특집으로 이민의 실과 허에 대해 한번 다뤄봤으면 좋겠다. 강화수: 346호 ‘자유게시판의 자유’에 대해 다룬 사람과 사회 기사를 인상깊게 읽었다. 사실 대단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시민단체 게시판들이 익명성을 악용한 악의적인 글들에 피해를 많이 입는다. 공무원사회에 대해 다뤄보는 것은 어떨까. 공무원은 국가정책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 문제가 터지면 우리는 냉소로 끝내지만, 사실 그들에 의해 국가정책 전반이 바뀐다. 공무원들의 사고와 내부체계에 대해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홍윤기: 최근 정치권에서 주류 논란이 있었는데, 347호 표지이야기 ‘당신은 주류인가 비주류인가’를 읽으며 읽기 전과 읽은 뒤 문제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 많이 달라지게 되었다고 느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주류 개념에 대한 정리가 잘돼 있는 기사였다. 344호 표지이야기 ‘부시를 경계하라’는 미국이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다시 생각게 했다.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중 ‘우리는 모두 단군의 자손인가’는 단군신화부터 외국인 노동자에 걸친 문제들을 연결하는 독특한 시각이 돋보였다. 패러디 그림마당은 너무 어렵고 ‘만리재에서’와 잘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편집 자체가 한면에 같이 들어가기 때문에 내용이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림만 보고 글도 이런 주제겠거니 생각하다 막상 글을 읽어보면 전혀 다른 내용이다. 이혜연: 독자편집위원회 기사를 읽고 주변에서 왜 아줌마 같은 말만 하느냐고 하더라. (웃음)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아줌마 입장에서 말해야겠다. 광우병 문제가 심각하다. 움직이는 세계면에서 광우병을 다루긴 했으나 프랑스 등 유럽쪽의 이야기만 다뤘다. 사람들은 무척 궁금해하는데, <한겨레21>에서도 좀 해답을 주었으면 좋겠다. 우리 피부에 와닿게 문제를 분석해 줬으면 좋겠다. ‘아시아네트워크’는 기사를 거의 읽지 않고 넘겼다.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여서, 읽기가 굉장히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347호 ‘아시아의 시사만화’는 재밌고, 그나라 사람들이 한국을 보는 시각까지 알 수 있었다. 이은주: 대우차 문제의 원인이 노동자에게 있는 것처럼 매도하는 언론들에 대해 지하철 공사 노동자들과 많은 얘기를 했다. 경제면에서 시리즈로 원인부터 짚어보는 기사를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노동운동의 위기를 진단한 344호 특집기사를 잘 읽었고 <한겨레21>의 개성을 갖는 기사였다고 생각한다. 노동자로서 돌파구가 사실 잘 안 보인다.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조를 왕따시키는 것도 사실이다. 조금씩 바꿔나가야 하는데, 가슴이 아프다. 347호에서 다룬 ‘군내 성폭력’ 문제는 진상조사단이 구성되는 등 가시적인 조처가 조금씩 나오는 것 같다. 난 평소 소신대로 페미니즘을 진보적인가, 아닌가의 잣대로 삼는다. <한겨레21>에 그래서 애정을 갖는데, 앞으로도 좀더 의식적으로 여성 문제를 많이 다뤄줬으면 한다. 김복숙: 요즘 언론의 폐해도 많이 생각해 보게 된다. 특히 언론의 ‘가식’ 문제에 대해서 그렇다. 내가 독자편집위원회에서 세입자 문제에 대해 한 발언 때문에 모 방송사의 생방송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게 됐는데, 지금은 세입자가 아닌데도, 진행자가 갑자기 나를 세입자로 돌변시켜 버리더라. 많이 당황했다. 현장감이 없고 꾸미려고 하는 것이 문제다.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도 방송사 사람들과 같이 어느 생활보호자의 집에 취재간 적이 있는데, 책상이 있는데도 밥상 위에서 공부하라고 억지로 시키는 모습을 봤다. 그런 세세한 문제도 다룰 수 있지 않을까.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회의 도중 갑자기 흡연 문제가 불거져나왔다. 마지막까지 논쟁적인 문진화씨가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그는 그동안 회의에서 편집장을 비롯해 연기를 모락모락 피워대는 위원들 때문에 간접흡연의 피해가 심했다며, 2기 독자편집위원들을 위해서라도 담배를 피우지 말자고 제안했다. 저녁식사 자리에서 문진화씨는 여세를 몰아 ‘기자가 뛰어든 세상’에 금연학교 체험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골초 기자 한명을 선정해 금연학교에 보내서, 담배를 끊는 과정을 지면에 실어보자는 것이다(순간 모든 편집위원들의 눈길이 편집장에게 향했다). 이를 계기로 ‘기자가 뛰어든 세상’에 대한 다양한 아이템 제안이 나왔다. 장애인 학교를 찾아 봉사활동을 하자, 피라미드 조직 체험기를 써보자는 의견도 있었고, 환경운동가들과 함께 환경지킴이 활동을 해보자는 제안도 나왔다. 위원들의 제안은 점점 ‘난이도’가 높아졌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돈 한푼없이 무전여행을 시켜보자”, “무인도 같은 데 떨어뜨려 놓고 살아남는 체험을 해보자” 등등…. 마지막에는 “장의사일을 하거나 영안실에서 시체닦는 일을 해보자”는 다소 엽기적인 발상까지 나왔다. 물론 이 난에 그만큼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렇게 웃음 속에서 1기 독자편집위원회의 마지막 밤이 저물어갔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헤어질 즈음, 기자가 “1기 독자편집위원회는 평생 기억에 남을 거예요”라고 하자 위원들은 “다른 기수들한테도 전부 그런 말 할 거죠?”라고 물으며 웃음을 터뜨린다. 그러나 그동안 수고했다고 손을 흔들며 사라지는 위원들은 기자의 말이 ‘진심’임을 알고 있는 표정이었다. 채규정: <한겨레21>이 다른 잡지와 비교해 가장 좋은 점은 한글전용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마이너리티 등 외래어 사용을 될 수 있으면 자제해 주길 바란다. 영어를 쓰려면 끝에 무슨 뜻인지 해설해 주었으면 좋겠다. 만리재에서, 박노자 교수의 북유럽 탐험, 논단 등이 특히 좋다. 그러나 경제면은 잘 안 본다. 좀 쉽게 ‘만리재에서’처럼 눈에 잘 들어오게 썼으면 좋겠다. 음식이야기도 퓨전요리를 다룰 땐 실망했으나 최근 원조집 소개는 괜찮은 것 같다. 발로 뛴 기사라는 느낌이 들면서, 내용도 알차고 좋다. 식도락의 묘미를 알 수 있다. 아시아네트워크는 어려워서 읽는 데 힘이 든다. 물론 내가 아는 것이 없어서 그러겠지만 좀더 쉬운 주제로 나갔으면 좋겠다. 이선숙: 좋았던 기사 몇개 뽑아본다면 드라마 <아줌마>를 다룬 344호 특집이 좋았고 344호 간호사 헬렌의 사연을 소개한 사람과 사회 기사도 괜찮았다. 345호 보육 문제를 다룬 표지이야기를 재미있게 봤다. 물론 나는 학생이지만 주변 맞벌이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들의 어려움에 대해 자주 듣는다. 어느 맞벌이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라에서 보육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남자들이 나서서 보육을 도와주는 게 필요하다고 하더라. 단순한 시설의 확충보다 그런 면이 중요한 것 같다. 문진화: 이전까지 경제 기사들이 너무 어렵고, 독자들의 눈높이가 맞춰지지 않았는데, 재테크 등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부분들이 추가되어 좋은 것 같다. 권혁범 교수가 쓴 ‘이민3’이라는 논단은 이민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보게 하는 좋은 글이었다. 요즈음 학교 선생님들도 이민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한다. 특집으로 이민의 실과 허에 대해 한번 다뤄봤으면 좋겠다. 강화수: 346호 ‘자유게시판의 자유’에 대해 다룬 사람과 사회 기사를 인상깊게 읽었다. 사실 대단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시민단체 게시판들이 익명성을 악용한 악의적인 글들에 피해를 많이 입는다. 공무원사회에 대해 다뤄보는 것은 어떨까. 공무원은 국가정책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 문제가 터지면 우리는 냉소로 끝내지만, 사실 그들에 의해 국가정책 전반이 바뀐다. 공무원들의 사고와 내부체계에 대해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홍윤기: 최근 정치권에서 주류 논란이 있었는데, 347호 표지이야기 ‘당신은 주류인가 비주류인가’를 읽으며 읽기 전과 읽은 뒤 문제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 많이 달라지게 되었다고 느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주류 개념에 대한 정리가 잘돼 있는 기사였다. 344호 표지이야기 ‘부시를 경계하라’는 미국이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다시 생각게 했다.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중 ‘우리는 모두 단군의 자손인가’는 단군신화부터 외국인 노동자에 걸친 문제들을 연결하는 독특한 시각이 돋보였다. 패러디 그림마당은 너무 어렵고 ‘만리재에서’와 잘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편집 자체가 한면에 같이 들어가기 때문에 내용이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림만 보고 글도 이런 주제겠거니 생각하다 막상 글을 읽어보면 전혀 다른 내용이다. 이혜연: 독자편집위원회 기사를 읽고 주변에서 왜 아줌마 같은 말만 하느냐고 하더라. (웃음)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아줌마 입장에서 말해야겠다. 광우병 문제가 심각하다. 움직이는 세계면에서 광우병을 다루긴 했으나 프랑스 등 유럽쪽의 이야기만 다뤘다. 사람들은 무척 궁금해하는데, <한겨레21>에서도 좀 해답을 주었으면 좋겠다. 우리 피부에 와닿게 문제를 분석해 줬으면 좋겠다. ‘아시아네트워크’는 기사를 거의 읽지 않고 넘겼다.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여서, 읽기가 굉장히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347호 ‘아시아의 시사만화’는 재밌고, 그나라 사람들이 한국을 보는 시각까지 알 수 있었다. 이은주: 대우차 문제의 원인이 노동자에게 있는 것처럼 매도하는 언론들에 대해 지하철 공사 노동자들과 많은 얘기를 했다. 경제면에서 시리즈로 원인부터 짚어보는 기사를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노동운동의 위기를 진단한 344호 특집기사를 잘 읽었고 <한겨레21>의 개성을 갖는 기사였다고 생각한다. 노동자로서 돌파구가 사실 잘 안 보인다.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조를 왕따시키는 것도 사실이다. 조금씩 바꿔나가야 하는데, 가슴이 아프다. 347호에서 다룬 ‘군내 성폭력’ 문제는 진상조사단이 구성되는 등 가시적인 조처가 조금씩 나오는 것 같다. 난 평소 소신대로 페미니즘을 진보적인가, 아닌가의 잣대로 삼는다. <한겨레21>에 그래서 애정을 갖는데, 앞으로도 좀더 의식적으로 여성 문제를 많이 다뤄줬으면 한다. 김복숙: 요즘 언론의 폐해도 많이 생각해 보게 된다. 특히 언론의 ‘가식’ 문제에 대해서 그렇다. 내가 독자편집위원회에서 세입자 문제에 대해 한 발언 때문에 모 방송사의 생방송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게 됐는데, 지금은 세입자가 아닌데도, 진행자가 갑자기 나를 세입자로 돌변시켜 버리더라. 많이 당황했다. 현장감이 없고 꾸미려고 하는 것이 문제다.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도 방송사 사람들과 같이 어느 생활보호자의 집에 취재간 적이 있는데, 책상이 있는데도 밥상 위에서 공부하라고 억지로 시키는 모습을 봤다. 그런 세세한 문제도 다룰 수 있지 않을까.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