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와 용산 기지이전은 알찬 기획, 뒷심으로 끊임없이 추적을…‘라이프 & 트렌드’는 늘 화사… 장애인의 현실적 욕구 계속 다뤄주길
▣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 사진·정수산 기자 jss49@hani.co.kr 선선한 바람이 가을의 도래를 신호한 8월29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는 어김없이 독자편집위원회 모임이 열렸다. 위원들은 “8월의 표지이야기들은 여느 달에 비해 무게감이 덜했다”고 총평을 내렸다. 그러나 “표지이야기와 특집의 균형이 잘 이뤄졌으며, 분야별 기사들이 두루 재미있게 읽혔다”고 말했다. 용어와 역사적 배경를 더 친절하게
한윤기: 620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특집호 덕분에 저렴하게 FTA 공부를 했다. 동화작가가 쓴 ‘어린이를 위한 한미 FTA 이야기- 이상한 숫자를 뿜어대는 괴물’이 눈에 띄었고 Q&A 형식의 기사가 친절했다.
다만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과 이해영 한신대 교수의 대담은 기대만큼 논쟁적이지 않아 아쉬웠다. 지면 사정 때문인지 대담에 날이 설 때마다 다음 논지로 넘어가곤 해 근본적 입장차가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전반적으로 FTA 찬성론자의 목소리 비중이 낮았다.
위성은: <한겨레21>이 아니었다면 이 문제에 심도 있게 접근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글 속에 중복된 내용이 많이 보였다. 대형 특집호이다 보니 잡지의 ‘골라보는 재미’도 반감됐다.
한상헌: 욕심을 내 판형이나 종이질을 과감하게 바꿨더라면 소장 가치가 더 올라가지 않았을까. 대표 칼럼니스트 박노자, 한홍구, 강준만의 글을 한 번에 실어도 흥미로웠을 것이다. 모두 할 말이 많을 듯하고, 독자 입장에서도 그들의 의견이 궁금하다.
나연자: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사안인데 관심이 줄어든 듯하다. 경과를 잘 좇아가길 바란다. 한미 FTA가 결렬된다면 한국 경제의 시나리오는 어떻게 되는지도 한번 짚어보면 좋겠다.
한윤기: 621호 ‘전선기자 정문태의 현지르포- 베이루트의 학살’은 정인환 기자를 재발견하는 기회를 줬다. 자기 색깔이 강한 정문태 기자의 글에 비해 정인환 기자의 기사는 상대적으로 밋밋해 보이지만 전후 맥락을 해설해주는 글이 기획에 균형감을 준다. 다만 좀더 폭넓게 역사적 맥락을 다뤄주면 좋겠다.
나연자: 정문태 기자는 글을 잘 정리해서 써준다. 눈에 쏙쏙 들어온다. 인터뷰도 공격적으로 잘해냈다. 아픔을 잘 드러냈다.
한상헌: 나는 인터뷰가 불만스러웠다. 예전에도 지적했지만, 인터뷰가 상황을 설명하는 것보다 사태의 긴박감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한윤기: 일반 독자는 시아파와 수니파도 헛갈리고, 집속탄과 화학탄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용어와 역사적 배경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곁들이면 국제면 기사도 더 흥미를 끌 것이다.
나연자: 포스코 사태를 다룬 621호 특집 ‘그때 철의 마음은 따뜻했나요’를 잘 읽었다. 다만 노동자의 현실을 좀더 생생하게 묘사하길 바란다. 직접 보면 노동자들이 정말 눈물날 정도로 고통스러운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위성은: 기회가 되면 대한민국의 하청 문제에 대해 다각도로 다뤄달라. 갑을관계가 불러오는 문제는 비단 노동 착취뿐만 아니라 여성 노동자에 대한 성희롱 등 다양하다.
참신했던 민노당 지지자 표적집단 좌담
한윤기: 622호 ‘용산의 탐욕’은 서울시와 정부의 줄다리기, 땅이 착출된 원소유자의 억울한 사연, 환경오염 문제 등 여러 관점에서 조망한 점이 빛났다. 용산공원건립추진위원회의 민간위원별 개인 의견을 충실히 취재해 표로 정리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위성은: 용산에 거주하고 있다. 집 문제 때문에 부동산에 갔더니 개발계획도가 버젓이 걸려 있더라. 설명회도 종종 연다고 한다. 이런 현장 분위기를 더 전해줬으면 어땠을까. 공원화를 주장하는 시민사회의 움직임도 다뤄주길 바란다.
한윤기: 622호 특집 ‘앗 뜨거운 민주노동당의 대형사고!’는 당내 갈등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특히 울산 민심 르포의 내용이 놀라웠다. ‘표적집단 좌담회(FGI)’를 도입해 참신했다.
위성은: 7·26 보궐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다루는 게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지도부 정파 대립 양상을 비율로 확 밝히거나 정파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정치인을 인터뷰하는 등 더 과감하게 문제의식을 표출했어야 한다. 당내에 대안 모델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한상헌: 623호 ‘한-일 혼혈, 혼란의 청춘’은 무난한 표지이야기였다. 기사 ‘1만5천 명 축복결혼의 후손들’을 두고 통일교에 문제제기할 뜻은 없지만, 특정 종교의 홍보자료를 근거로 작성된 느낌을 주어 불편했다. 특집 ‘장애인의 성욕은 유죄인가’는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깨우쳐준 수작 기사다.
위성은: 그러나 여성 장애인의 성적 욕망을 남성 장애인과 달리 타자화된 것으로 보는 듯해 조심해야 할 듯하다. 남녀 공히 성적 욕구는 자기 만족감과 이어질 것이다.
나연자: 장애아동 거주시설에 가보면 실제 남녀 불문하고 성욕이 강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성교육과 직업교육 등 범주를 확대해 계속 장애인 문제를 현실적으로 다뤄주길 바란다.
한상헌: 624호 ‘서른다섯의 사춘기’는 제목이 마음을 찔러 배달된 잡지를 펼쳐보기 싫었다. 대담은 동성애자의 대담도 의미가 있지만 서로 다른 위치에 선 서른다섯들을 모아 진행했다면 더 흥미로웠을 듯하다.
나연자: 이들의 얘기는 연장자인 내게도 흥미로웠다. 나 또한 그 시절 밀려날지 모른다는 기분에 연수도 받고 기술을 배우기도 했다. 계속 독신생활을 하거나 한 직장을 고수해온 선배들의 이야기, 혹은 반대 이야기를 더했다면 알찼을 것이다.
위성은: 독자들이 위안을 얻지 않았을까. 그러나 일과 결혼이라는 두 가지 주제 중 결혼 쪽으로 치우친 듯하다. 일에 대한 고민도 만만치 않다. 회의감을 없애는 데 도움되는 속시원한 조언을 기대한 건 무리였을까.
소재 중복은 피해주세요~
한윤기: 624호 특집 ‘작통권 환수 거짓논쟁은 그만’에서 전시 작전통제권 협상의 속사정에 대한 지적은 좋았다. 하지만 최근 조·중·동에서 지적하고 있는 “국방비가 천문학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그 재원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 등의 논지에 대해 효과적으로 충분히 반론을 던졌는지 모르겠다.
한상헌: 623호 초점 ‘작통권, 가져오기 전에 따져보자’는 작통권 논의를 진전시킨 기사다. 진보 진영에서 ‘가져오자’로 의견이 수렴된 상황에서 한 호흡 가다듬고 찬반의 논의 범주를 넘어 냉철히 생각할 문제를 가르쳐줬다. 문화면의 현대무용 논쟁은 내용이 현학적이라 부담스러웠으나 논쟁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종이비행기47’과 ‘노땡큐!’의 차이가 잘 안 보인다. ‘노땡큐!’는 ‘만리재에서’와 수미상관을 이루고 잡지를 마무리하는 꼭지이니 필자가 교체돼도 그때그때 주요 사안을 언급하면 좋겠다. 개인적 체험과 가치관에서 맴돌다 보니 잡지가 끝나는 느낌이 안 든다.
한윤기: 취재 뒷담화 ‘개밥과 우보협’은 사람 냄새가 나는 즐거운 글이었다. 621호에선 만화 ‘대한민국 원주민’이 불편해졌다. 최규석씨의 열렬한 팬이지만 왠지 모르게 죄의식을 환기시키는 듯해 아쉽다.
나연자: 621호 라이프 & 트렌드 ‘당신의 똥은 안녕하십니까’는 아주 재미있었다. 디자인도 화사하다. ‘라이프 & 트렌드’는 편집미를 살리면서 이모저모를 다루어 흥미롭게 보고 있다.
위성은: 621호 사람과 사회 ‘21세기 하꼬방, 냉혹한 고시원이여’에 나온 만화방 이야기가 이후 ‘사람이야기’나 ‘펼쳐진 세상’ 등에 중복돼 의아했다.
한상헌: 주요 스포츠 이슈를 낚아올리는 ‘신윤동욱의 스포츠 일러스트’를 항상 감탄하며 읽지만 621호 ‘세 권의 축구책 이야기’는 단순한 서적 소개 같아 아쉬웠다. 622호 문화 ‘흙 속의 진주, 여성국극’이나 ‘검은 대륙, 그 미학의 발견’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를 소개하는 기사가 좋다. 다만 문화면의 편성은 독자가 주제에 접근하기 쉽도록 더 짜임새가 있으면 좋겠다. 623호 문화면 ‘너무 흔한 반전개그, 이건 아니잖아’와 ‘안인용의 개그쟁이’가 같은 호수 문화면에 게재되면서 중복된 느낌을 줬다.
▣ 사진·정수산 기자 jss49@hani.co.kr 선선한 바람이 가을의 도래를 신호한 8월29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는 어김없이 독자편집위원회 모임이 열렸다. 위원들은 “8월의 표지이야기들은 여느 달에 비해 무게감이 덜했다”고 총평을 내렸다. 그러나 “표지이야기와 특집의 균형이 잘 이뤄졌으며, 분야별 기사들이 두루 재미있게 읽혔다”고 말했다. 용어와 역사적 배경를 더 친절하게
한윤기: 620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특집호 덕분에 저렴하게 FTA 공부를 했다. 동화작가가 쓴 ‘어린이를 위한 한미 FTA 이야기- 이상한 숫자를 뿜어대는 괴물’이 눈에 띄었고 Q&A 형식의 기사가 친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