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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유시민도 미국도 중언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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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0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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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연정론 기획물은 범위가 좁고, 카트리나 사태 기획물은 너무 넓어
과자의 공포·90년대 추억 기사는 유익하고 정다웠지만 개인사들 부각돼 부담

▣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9월27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5층에서는 독자편집위원회 10기 마지막 모임이 열렸다. 시원섭섭하다는 소감을 서로 나눈 뒤 <한겨레21>이 다룬 이슈들을 본격적으로 되짚기 시작했다. 제577호 한가위 특대호로 준비한 미국 카트리나 참사 관련 기사에 대한 토론으로 문을 열었다.

다각도 미국 분석 포털 톱 떴지만…


박정호: 포털에 톱으로 뜰 정도로 다각도의 분석이 돋보였고 미국의 긍정적인 면만 알고 있던 이들에게 많은 정보를 줬다. 하지만 ‘미개한 미국’이라는 도발적인 표지 제목이 전체 내용을 포괄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기사 분량이 많아 ‘한가위 미국 특대호’가 돼버렸다.

곽동운: 무장한 군인들이 장갑차를 타고 거리를 순찰하는 전면 사진은 꽤 충격적이었다. 자연재해인 카트리나 참사가 인종차별이라는 근본적인 모순에서 유발됐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풀어갔다. 그러나 기사처럼 9·11 테러를 자주 언급하기보다는 캘리포니아 지진 등 다른 자연재해와 이 사태를 비교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

박지현: 표지 제목만 보고도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을 정도로 제577호는 깊은 인상을 남긴 듯하다. 미국통들의 토론도 좋지만 한국 내에 거주하는 미국인들과 함께 토론했다면 논의의 지평을 더 넓힐 수 있었을 것이다.

이효원: ‘후진국’이라는 극단적 표현이 통쾌함을 준다. 그러나 아프리카를 미개하다고 전제하고 미국의 미개함을 들먹이는 논리는 상당히 불편했다. 또 미 관료주의에 대한 분석이 우리 현실과 이어지지 못해 아쉽다. ‘에너지 먹는 하마, 이러다 터질라’ 기사는 과소비 행태를 잘 말해줬지만 이번 사태와의 연결고리는 무엇인지 의아했다.

한가위 특집호에 전통문화나 소외된 이들에 대한 기사가 없어서 아쉬웠다. 특집에서 읽은 90년대의 추억들은 그 시절을 경험한 내게 공감을 줬지만 한 코드로 묶어주는 글이 부족해 개별 기사가 각자 따로 노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위성은: 가끔은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기사도 필요하다. 내겐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90년대 대중문화라는 코드를 풀어나간 점이 돋보였다.

곽동운: 나도 70년대생인데 사실 그런 추억은 없다. 기획 의도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은 특집이었다. 기고자들의 전문성도 담보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개인 체험에 국한됐고. 이질감이 느껴졌다.

이만석: 제575호 ‘과자의 공포’에서도 무려 5쪽이나 안병수씨에 초점을 두고 전개됐다. 그가 신뢰할 수 있는 취재원이긴 하나 개인의 책 내용에 치중한 감이 있다. 기사 내용은 유익했다.

위성은: ‘<식원성증후군> 등 식생활에 관한 다른 책들을 통해 내용을 뒷받침하고 좀더 구색을 맞췄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소다(팽창제)는 먹을거리가 아닌 화합물”이라고 언급했는데 설명이 부족했다.

이효원: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과자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먹을거리와 관련된 문제들을 더 다루어달라. 과자 선진국인 다른 나라의 사례도 궁금하다. 첨가물이나 규제와 관련된 사항은 표로 정리되면 돋보였을 것이다.

박정호: 이미 방송을 통해서 널리 알려져 신선도가 떨어지지 않았나. 초코파이, 바나나우유, 부라보콘 등 특정 과자가 타격을 입게 된 건 불공평한 일은 아닐는지.

아시아에서 '여자와 군대'는?

박지현: 제574호, 576호에선 전·현직 대통령들이 등장했다. ‘DJ 파워’를 다룬 574호에선 현 정권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가지는 영향력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 유익했다. 각 당의 입장에서 김대중과의 관계를 조명해 각 당의 현재 입장과 위치를 알 수 있었다.

이만석: 보스정치, 제왕정치는 몰락했다. 이참에 <한겨레21>에서 수직적인 권위를 누렸던 과거 정치가들의 조직 생리에 쐐기를 박고 투명한 정치 발전을 향한 논의가 마련된다면 좋겠다. DJ 시절의 불법 도청과 관련해 의혹을 파헤치지는 않았다.

위성은: 제576호 ‘노무현의 진심 속으로!’는 기획 의도에는 충실했을지 모르지만 유시민 의원의 주장이 반복돼 <한겨레21>이 노 대통령의 대변지인가라는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다른 언론과 별다르지 않은 내용이었다.

이만석: 임종인 의원과 나란히 실어 대립관계를 부각시킨 점은 좋았지만, 막상 내가 궁금했던 대통령의 ‘진정성’은 거론되다 만 느낌이다. 유시민도 꼬집혀야 한다. 비판이 없으니 정치 기사가 재미없다.

박정호: 정공법이 아니라 좀 다른 시각에서 접근했어야 한다. 대연정으로 생길 수 있는 시나리오들을 만들어 앞으로 펼쳐질 정치 상황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독자는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궁금하다. 박근혜는 왜 그러나, 노무현의 승부수는 성공할까. 궁금한 점이 많았다.

박지현: 정치학 학자나 전문가의 분석도 있었다면, 독자들이 객관적으로 생각해볼 여지가 남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효원: 유시민·임종인 의원이 말하는 선진화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모르겠다. 야당, 여당의 시각과 찬반 여부를 객관적 수치로 드러내는 건 국내 언론의 정치 기사에선 요원한 일인지.

곽동운: 제576호 아시아 네트워크 ‘1200만 대군, 거대한 병영 아시아’는 탁월한 기획이었다. 하지만 국경을 넘은 평화 군축에 대한 논의를 끌어내진 못했다. 사병들의 복지 미비나 하층민들의 모병제 지원의 폐혜를 지적한 것도 의미 있지만 아시아 군축을 위해서 상호 소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위성은: ‘군대=남성’라는 등식은 여기서도 성립하는 것 같은데, 아시아 전체에서 ‘여자와 군대’라는 화두는 어떻게 되는지 차후에 기회가 되면 다뤄주길 바란다. 다른 나라에도 여군이 존재하는지 궁금하다.

이만석: 제574호 부안 특지, 농촌 특집 모두 반가웠다. 소를 팔아 성금을 낸 부안 할머니의 구술이 가슴에 와 닿았다. 그러나 전체 경과를 정리한 보조 기사가 없어서 아쉬웠다. 어쨌건 언론과 접촉할 기회가 적은 농·어촌 얘기들을 계속 다뤄주길 바란다. 특집2에서 추곡수매 폐지와 관련해 자세한 설명이 없어서 궁금하다. 농사를 지었던 우리 집의 과거를 볼 때 이는 상당히 큰 이슈다.

박정호: 제575호 특집 ‘문둥이들 다 죽여버려’에서 관련인들의 증언을 잘 담아냈다. 처참한 과거를 보여줬으니 이젠 한센인 학살의 어두운 역사를 어떻게 마무리지어야 하는지 깊게 고민했으면 한다. 국가적인 책임과 보상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대안이 제시되면 좋겠다.

박지현: 제576호 특집 ‘삼성의 족쇄 이건희 가문’에서 삼성의 문제점을 잘 분석했다. 아직도 '삼성 때리기'에 앞장서는 매체들을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감에서도 논의가 다각도로 이루어지는 만큼, 재경위뿐만 아니라 다른 상임위에서 얘기되는 다양한 관점들도 정리해서 보여주면 좋겠다. 독일에서 일어난 삼성지사 관련 문제를 다뤄 이것이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 이슈가 될 수도 있음을 짚어줘 신선했다. 미국 4대 가문에 대한 소개도 흥미 있게 읽었다.

곽동운: 제574호 ‘남자들도 가사 분담법 발의’는 제572호 ‘여자도 군대 가자’라는 얘기의 후속 기사로 그간의 내용들을 잘 정리해줘 독자 서비스 차원에서도 평가할 만한다. 하지만 여전히 남성 페미니스트들에게 자문을 구하면서 이 문제를 남녀의 성 문제로 고착화하고 있다. 또 제576호 ‘동막골의 덫, 미국을 가두다’는 미군이라는 새로운 민족주의의 희생양이 탄생했다는 기자의 시각을 드러냈는데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은 전쟁광신도와 그렇지 않은 자들의 대립이 주테마였다.

퀴즈는 즐거워, 인터뷰는 다양하게

위성은: 제577호 저가항공 관련 기사는 안전에 대한 정보까지 꼼꼼하게 챙겨 유익했다. 자칫 한성항공 광고처럼 느껴질 법도 한데 잘 요리했다. 제575호 ‘‘뉴뉴커머’는 일본이 편하다’에선 한-일 젊은이들의 풍속도를 생생히 그려줬다.

이효원: ‘한가위 퀴즈큰잔치’ 참 재미있게 풀었다. 그러나 몇몇 문제들은 어려워서 밤 늦게까지 골머리를 썩었다. 앞으로도 자주 퀴즈를 기획해달라. 상품은 다음호 <한겨레21> 정도?

박지현: ‘도전인터뷰’나 ‘사람과 사회’ 등의 인터뷰 기사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제574호에 나온 해외입양 반대자 이삼돌씨, <어떤 나라> 감독 대니얼 고든 관련 인터뷰는 인상적이었다. 또 새 칼럼 '조계완의 노동시대'에 많은 기대를 건다. '‘김남희의 길 위에서 주운 한마디’도 꼬박꼬박 보고 있는데, 간단한 지도로 지역에 대한 기본 정보를 주면 안 될까.

이만석: ‘오마이섹스’를 즐겨 보지만 ‘난년들’에선 궁지에 몰렸다. 미성년 독자들을 걱정하는 내 이중성이 한심하기도 하고, 일부에서 나오는 반발들이 용감한 글쓰기를 꺾을까 우려도 됐다. 어쨌든 수위 조절이 필요한 글이었다. 최근 ‘김재희의 여인열전’에선 미모, 지성 등이 대단한 엘리트 여인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김재희씨의 정감 어린 필력에도 조금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제576호 ‘라이프 & 트렌드’의 가을시 기사, 무공해 기사가 위로를 준다. ‘사람과 사회’에선 진보적인 이, 투쟁하는 이의 얘기가 많은데 훈훈한 얘기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 정정 보도문은 좀더 눈에 잘 띄는 곳에 두기 바란다.


악플러는 일반 독자로 돌아간다네~

[10기 활동을 마치며]

“타이틀과 프리미엄, 책임감은 생각보다 상당했다”

위성은: 월말마다 쏟아진 살인적인 철야 근무에도 불구하고 6개월을 무사히 버텼다. 안도감이 몰려온다. 이젠 잡지도 술술 읽히고, 두려운 회의날조차 기다려지는데 벌써 마지막이라니. ‘중독자’가 돼버렸다. 지면을 통해 내 삶의 가장 큰 위안인 스윙댄스를 소개해 크나큰 보람을 느낀다(제565호 ‘당신도 스윙, 스윙, 스윙!’). 전철에서 알아보는 사람들도 있더군. ‘독자편집위원’이라는 타이틀과 프리미엄, 책임감은 생각보다 상당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곽동운: 지난 1년 동안 독편위 활동을 하면서 참 많은 것을 얻었다. 반면 매달 마지막 주에는 모니터링의 압박에 머리를 싸매야 했다. 그렇게 나온 모니터링이 꼭 호의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는 건 인지상정! 9기, 10기로 활동하며 1년 동안 <한겨레21>을 향해 쏟아낸 나의 악플들이 독편위를 그만두는 지금 내 뒤통수를 가렵게 만든다. <한겨레21> 파이팅! 이 악플러는 다시 일반 독자로 돌아간다네!

박정호: 학교를 졸업하는 기분이다. 기쁘지만 슬프고, 시원하지만 섭섭하다. 날카로운 모니터링을 하려고 했는데 <한겨레21>에 대한 사랑이 커서인지 잘 안 되더라. 이제야 콕콕 찌르는 좋은 모니터링이 나올 것 같은데 임기가 끝났다. 독편위 치다꺼리에 바빴던 친절한 김수현 기자(모니터링 재촉할 때는 변함)를 비롯해 모든 독편위원 여러분 고생 많았다. 항상 행복을 전해주는 <한겨레21>이 되기를 기원하겠다. 아, 이제 매달 마지막 주 화요일 저녁에는 어디로 가야 하나. 날씨는 추워지는데.

이만석: 올곧은 언론이 세상을 좀더 살기 좋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 게 나만의 순진한 생각일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우토로 캠페인 등은 내 맘을 뒷받침해주는 ‘살아 있는 증거’다. 때론 멀쩡한 기사에 이유 없는 시시비비를 가려야 했다. 좋아하는 기자의 글에 야박한 평가를 내려야 할 땐 미안해서 어쩔 줄 몰랐다. 평범한 독자의 작은 응원이었으니 혹 기분 상한 기자님이 있다면 용서하시라. 앞으로도 독편위의 소박한 채찍질이 <한겨레21>의 귀중한 자원이 되길 바란다.

이효원: 독편위 모임은 내가 얼마나 편협한 시각으로 사회를 보고 있었는지, 얼마나 사회에 대한 무관심 속에서 살았는지 알게 해주었다. 정말 유익했다. 독편위에서 얻은 성찰과 지식은 내게 밑거름이 될 것이다. 멀었던 정치·경제 분야마저 내게 가까이 왔다. 그리고 <한겨레21>. 누가 뭐라 해도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나의 부족함이 좋은 모니터링에 방해가 되진 않았는지, 그게 걱정될 따름이다.

박지현: 순식간에 6개월이 지난 것 같다. 처음에는 꼬박꼬박 시사주간지를 정독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정도였는데, 그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직간접적으로 배운 점들도 많고, <한겨레21>과 한겨레신문사에 더 많은 애정을 가지게 됐다. 짧은 6개월 동안에도 계속 변화를 시도한 <한겨레21>. 앞으로도 더 크게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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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집마감일: 2005년 10월17일

· 접수: 이메일 groove@hani.co.kr

· 기타: 접수 여부는 10월18일, 선발 여부는 20일에 일괄적으로 이메일로 통보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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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주 인터넷 <한겨레21> 독자편집위원회 클럽에서 과월호 모니터링을 진행합니다.

2. 매월 마지막주 화요일에 정기 회의를 합니다(첫 모임 10월31일). 회의 결과는 바로 다음호 지면에 공개되며 회의 참석시 소정의 좌담료를 드립니다.

3. 독자편집위원의 임기는 6개월입니다.

4. ‘인터뷰 특강 지상 중계’ ‘독자가 뛰어든 세상’ 등을 통해 직접 기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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