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호: 553호 표지이야기 ‘태극기 세대가 휘날린다’는 탄생설화 2막2장의 구성방식을 취해 신선했다. 다만, 한총련 세대나 386세대와의 비교가 없어서 아쉬웠다. 이효원: 나 또한 태극기 세대다.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데 표면적인 특징을 다루다 보니 이 세대들의 생각을 깊이 다루지 못했는데, 태극기 세대의 인터뷰나 직접 쓴 글이 포함되면 좋았을 것이다. 이만석: 여러 청소년 단체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장성을 살린 점이 좋았다. 그런데 오래된 민족주의나 구세대 민족주의자에 대한 인터뷰가 첨가되면 더욱 명쾌해지지 않았을까. 위성은: 그리고 ‘한·중·일, 민족주의의 욕망 속으로’는 다소 어려워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팝아시아주의’ 등 어려운 용어는 편집자 주를 달아줬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20대와 태극기 세대를 거의 동일시하는 듯한 뉘앙스는 마음에 걸렸다. 박지현: 553호 인터뷰 특강 ‘민족주의는 아편이다’는 박노자씨의 강연과 맥을 같이해서 주제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됐다. 그런데 태극기 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해외여행·연수·유학·자원봉사 등으로 다양한 국제적 경험을 쌓고 있는 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앞으로 국제 감각과 민족주의와의 상관관계, 그리고 갈등에 대해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곽동운: 젊은 층의 투표율은 해마다 낮아지는데, 왜 태극기 세대라는 매우 정치적인 세대 구분이 등장하게 됐는지 그 연결고리에 대해서도 토론해볼 자리가 있었으면 한다. 553호 특집 ‘어지러워요! MP3 춘추전국시대’는 <한겨레21>에도 전자제품에 대한 취재기사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왔던 차에 등장하여 반가웠다. 음악시장에서 음반이 아닌 음원이 유통된다고 한 황재연씨의 기고문도 유익했다. 박정호: 기자들이 직접 전자상가를 방문해 MP3에 대해서 알아본다는 상황설정이 좋았다. 그러나 MP3 플레이어 제조회사인 아이리버, 애플, 삼성전자 등 차세대 MP3 플레이어 개발 상황이나 개발 계획을 알아보는 기사가 없었던 게 아쉬웠다. 또 554호 ‘DMB는 황금폰인가’는 DMB의 개념을 정리하고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유익했다. 그런데 첫 기사에서 DMB의 연혁은 흥미로웠으나 관련자들의 이야기가 길어진 느낌이다. 발전 순서별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구성이 필요하다. 위성은: 위성 DMB와 지상파 DMB의 차이에 대해 좀더 상세히 설명해주었다면 이해가 훨씬 빨랐을 것이다. 수치의 나열과 딱딱한 그래프보다는 부드럽게 풀어쓴 내용과 가독성을 고려한 디자인을 고민해달라. 이효원: 미래의 DMB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가 미약한 게 아쉬웠다. 현재 어떤 DMB가 출시되고 있고, 기종과 기능이 어떠한지 게재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다. DMB 역사에 대한 기사도 좋았지만, 그 뒤 이어진 DMB 체험기가 눈길을 끌었다. 아무래도 체험기가 일반인들에게 쉽게 읽힌다.

위성은: 555호의 이중언어 교육 이야기는 술술 읽혔다. 그런데 표지에서 말한 ‘딜레마’는 나오지 않은 듯하다. 양편을 균형 있게 다루기보단, 조기교육의 당위성에 치우쳐 아쉽다. 그래도 현장 취재를 통한 생생한 접근이 돋보인다. 이효원: 다른 호와 달리 쉽게 읽힌 글이었다. 뉴스나 프로그램에서 많이 소개된 내용이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는 점 때문에 기사가 더 친숙하지 않았나 싶다. 박지현: 박노자 교수의 ‘내 앞에서 세계가 열린다는 것’은 그의 교육방법론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상대적으로 쉬운 인물을 취재대상으로 삼은 듯했다. 내용도 부담스러웠는데, 대신 한국 사회에서 이중언어 문제를 극복하고 있는 평범한 사례로 국제결혼 커플이나 외국인 가족들을 취재했으면 어땠을까. 박정호: 돈만 있다면 대부분의 부모들이 ‘럭셔리’형을 선택할 게 뻔한 상황에서 유형을 나눌 필요가 있었을까. 조기 영어교육의 문제점들, 이를테면 영어교육의 유무로 인한 경제적 격차 증대나 인격적 악영향 등이 더 자세하게 언급됐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만석: 적절한 사진과 최신 논문, 시각화한 도표 삽입으로 효율적이고 생생하게 정보를 전달해줬다. 그런데 소비와 기호로 분류를 시도한 김에 소외계층의 아이들까지 내용에 포함해줬으면 사실성 있는 기사가 되지 않았을까. 위성은: 556호 ‘킬링필드, 나는 말한다’는 팽팽하게 날선 긴장감이 살아 있어 인터뷰의 묘미가 느껴졌다. 내용이 어려움에도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하지만 솔직한 질문과 답변에도 ‘진실’에 다가간다는 쾌감보다는 답답함이 가슴을 짓누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박지현: 인터뷰를 그대로 기술해 “나는 (학살에 대해) 몰랐다”라고 일관하는 그들의 입장을 반영하려고만 한 것 같아 아쉬웠다. 현재 집권 중인 훈 센 총리나 시아누크 국왕의 입장도 언급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이효원: 솔직히 ‘킬링필드’ ‘크메르루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번 기사는 인터뷰 형식으로 시작해서 더 눈길을 끌었다. 서술형 글보다는 딱딱한 역사적 사실을 받아들이기에 좀더 쉬웠다. 그러나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나로서는 인터뷰 내용 중간중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인터뷰에 앞서 캄보디아의 역사와 민주캄푸치아 혁명에 대한 기사를 언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75쪽에 있는 연대표는 정말 잘 봤다. 곽동운: 역시 정문태였다. 크메르루주에 대한 접근이 제한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터라 누온 체아 등 당시 실력자들이 말문을 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평가할 만한 일이다. 훈 센 총리도 크메르루주 학살에 연관이 있다는 부분에서는 잠시 숨을 골라야 할 정도였다. 이만석: 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한번쯤 그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는지 필요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킬링필드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사건이었는지 설명해주어야 했다.

설문조사로 푼 ‘여성정치 1년’ 특집 기사는 재미있고도 차분하게 정치권을 조망했다는 의견이다. 또 5월에 있을 <한겨레21>의 변신에 높은 기대감을 보여줬다.
위성은: 556호 특집 ‘여성정치, 그 동지와 적들’은 과격한 제목이 달렸지만, 내용은 차분한 논조로 풀려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여성 정치인 8명을 심층 인터뷰했다고 하는데 그 노력이 더 드러나지 못해 아쉽다. 뒤에 이어진 ‘폼 안 나는 의원들의 시대’ 기사와는 연결고리가 좀 느슨한 것 같다. 박지현: 여성 의원 내부의 자체 평가만큼 외부 남성 의원들의 평가도 있었다면 좀더 균형 있는 시각으로 문제를 파악할 수 있지 않았을까. 또 일부 언급되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국회의원의 일을 도맡아 하는 보좌진들의 성문제를 들여다보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박정호: 설문조사가 흥미로웠다. 특히 김용갑 의원에게 반론의 기회를 준 것과 여성 의원들에게 주는 격려의 메시지가 좋았다. 설문조사를 통해 결과치만 얻은 것이 아니라 그 결과를 통해 남성 의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이 특집을 빛내주었다. 또 무늬만 바뀐 국회를 꼬집어 말해줘서 시원했다. 위성은: 555호 문화 ‘소리 없이 자랐네, 노래운동의 새싹’은 잊혀져가는 노래운동의 계보와 현황을 상세히 알 수 있어 좋았다. 지극히 주관적으로 지면개편 조언을 하자면, 문화 지면이 좀더 늘고 꼭지명과 사진 캡션 등이 눈에 더 띄었으면 좋겠다. 허병민: 554호 이슈추적 ‘학부모가 교사를 평가’는 시의적절했다. 미국의 방식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우리나라 교육계가 본받을 만한 내용이 있다. 앞으로 외국의 모범사례가 담긴 비교·분석 기사를 자주 다뤄주길 바란다. 박지현: 법적으로 지정된 장애인의 날이 있었는데 관련 기사가 부족했다. 장애인 여성 성폭행, 정신지체 여성의 집창촌 화재 등 여러 사건사고가 있었고 행사들도 많았는데 <한겨레21>만의 시각을 담은 기사가 빠져 아쉬웠다. 박정호: 553호 창 ‘대리인생은 못해드립니다~’에서 밤낮으로 일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사진에 잘 담았다. 554호 통일로 ‘돈이라는 이름의 고속열차’에서 북한 시장이 겪고 있는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잘 짚어냈다. 우리가 북한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 등을 덧붙여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555호 ‘만리재에서’에 나온 새로운 고경태 편집장의 글, 잘 읽었다. <한겨레 21>에 대한 편집장의 사랑이 듬뿍 담겨 있었다. 새 편집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과연 ‘젊은 티’를 어떻게 낼 것인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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