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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고령사회 ‘축복’하니 신선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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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0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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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펼쳐보고 싶은 ‘초딩’세대 이야기… 새 방향 제시한 ‘지속가능경영’기획, 치밀한 문화 분석기사 좋아

▣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표지의 제호를 가려도 괜찮냐’는 한 독자위원의 말로 9기 마지막 모임이 시작됐다. 549호, 550호, 551호의 표지사진들이 ‘한겨레21’이라는 글씨를 가린다는 지적은 위원들이 6개월의 활동을 하며 <한겨레21>에 대한 섬세한 애정을 키워왔음을 보여줬다.

이현미: 549호 표지이야기 ‘초딩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표지 메인기사와 초등학생 연애 풍속도를 다룬 기사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었다. 그리고 ‘식탁토론이라도 벌여야 한다’는 결론은 문제의식에 비해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또 그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지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았을 것이다.


김주경: 지금의 아이들이 소비지향적 성향을 보이는 원인에 대한 고찰이 필요했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나 대화 시간의 부족 등을 분석해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 교육 공동체, 재택교육, 학부모 상담창구 등을 점검하면 좋았을 것이다. 또 유별난 어린이가 상대적으로 많은 오늘날, 과거 ‘범생’을 중심으로 하던 어린이에 대한 관점을 뒤집은 건 좋았지만 조용한 아이들의 소외감이나 ‘그때 그 범생들’의 오늘날을 아울러 살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상자기사에 머문 어린이 성의식 관련 기사는 크게 다룰 만했다. 뒤에 이어진 라이프 & 트렌드의 ‘치아건강’ 등 환경오염에 노출된 어린이 건강의 위험성을 환기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김혁: 기업마케팅 대상이 아닌, 사회 현상의 결과라는 차원으로 접근한 것으로 봤다. 어린이를 다룬 영화 이야기는 다소 줄거리 위주로 글이 전개되면서 표지를 받치는 힘이 약해졌다,

박정호: 548호 ‘경기 봄이 온다’는 표지부터 물씬 분위기를 돋웠다. 현장의 생생한 반응과 통계가 어우러져서 좋았다. ‘빚의 수렁에 빛이 비치는가’는 빛을 갚으며 소비에 참여하는 신용불량자들의 이야기를 신선하게 다뤘다. 550호 ‘이명박, 박근혜 추월 임박!’에선 차기 대통령 후보 분석 기사가 돋보였다. 타 후보들까지 아울렀고, 특히 업적이 부족한 박근혜 대표와 청계천 복원 등을 통해 성과를 쌓아가려는 이명박 시장을 효과적으로 대비시켰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를 처리한 그래프는 심심해 보였다.

김무늬: 550호에서 한나라당의 내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추세에 맞춰 여론조사로 풍향을 감지한 건 시기적으로 적절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이명박에 대한 기사가 계속되면서 너무 긍정적인 측면을 보여줬다. 21쪽 사진에서 이명박과 박근혜만을 살리려고 했지만, 효과가 별로 없었다.

‘세대’의 이름으로 우리 사회를 진단했던 549호 ‘대한민국 초딩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551호 ‘고령사회는 축복이다’는 신선한 기획이었다는 평을 들었다

“3월에는 초등학생과 노인 등 ‘세대’를 주제로 삼은 기사들이 돋보였다”는 평이다. 위원들은 통계 자료가 시각적 효과를 살리며 적절히 활용되고 있는지, 현상 분석이 해법 제시까지 이어지고 있는지를 중요시하며 기사를 저울질해나갔다.

이현미: 551호 ‘고령사회는 축복이다’를 인상깊게 봤다. ‘고령사회’라는 단어가 한국 사회에서 부정적인 미래에 대한 예시로 자주 사용되던 중 그 반대로 ‘축복’이란 단어를 내세워 매우 새롭게 느껴졌고, 내용도 공감이 갔다.

곽동운: 표지 자체에선 ‘왜 고령사회가 축복인지’ 와 닿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표지이야기였다. 특히 영화감독 이수인씨의 얘기는 유쾌했다. 그런데 고령사회의 노동력에 초점을 두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의료·복지 분야에 대한 자세한 언급을 놓쳤다.

김주경: 시각적인 도표로 무난히 보여줬고, 다양한 내용이 있었다. 아쉬운 건, 미래의 노인이 될 오늘날의 젊은이에 대한 이야기가 빠졌다는 거다. 지금의 30·40대가 맞이할 20, 30년 뒤의 모습을 다소 허황되더라도 ‘조심스럽게나마’ 구체적으로 예상했으면 더욱 의미있는 기획이 됐을 것이다.

김혁: 딱딱하지 않은 문체로 평이하게 말해줘서 이해가 쉬웠다. 그런데 주제를 강조하려고 ‘어떻게 하면 여성을 부려먹을까’라는 식으로 쓴 말투는 좀 자극적인 듯하다.

박정호: 고령사회가 축복인 이유 세 가지를 차근차근 설득한 부분이 훌륭했다. 하지만 현재 노인들의 어려움이 기사 안에 없다.

김무늬: 무척 흡족한 기사였는데, 배달된 <한겨레21> 표지가 인쇄 불량이었다. 종종 인쇄가 잘못된 것들이 온다.

이현미: 552호 ‘독도는 우익땅?’이라는 표지 제목이 의미심장하고 재치 있었다. 고 이수현씨에 대한 언급도 좋았으며, 독도 문제에 대해 이성적인 접근을 강조한 <한겨레21>의 태도는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박정호: 한승조 고려대 전 명예교수를 파헤친 한홍구 교수의 글이 맨 앞에 배치된 게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독도 문제를 통해 한국 우익을 보여주려는 기사는 뒤로 빼고 독도 문제의 상황을 보여주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김무늬: 독도에 관한 기사가 전체적으로 좀 부족했다. 역사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일본인들의 실태에 관해서도 다뤘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현미: 일방적인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다수의 학생들을 감안할 때 사학재단의 부도덕성은 반드시 지적해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548호 ‘실업고 안에 둥지 튼 수상한 특목고’ 같은 기사는 소중하다. 다시 기사화되기를 바란다. 550호 문화 ‘애국 사세요, 영웅도 팝니다’는 국가주의와 민족주의의 개념이 뒤섞여 있었다. 551호 문화 ‘한류, 아시아의 짬뽕요리로~’에서는 한류에 대한 인식이 점점 깊어지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달라. ‘김남희의 길 위에서 주운 한마디’는 여행 지식 외에 필자의 주관적인 느낌이 잘 살아 있어서 읽기가 즐겁다.

지속가능경영의 현재와 미래를 짚은 기획은 기업과 독자에게 새로운 시사점을 줬으며, 천안을 발로 뛰며 쓴 현장리포트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쓰나미 그 뒤’를 다룬 기사에도 후한 점수가 매겨졌다.

곽동운: 551호 ‘정보 돼지우리를 폭로한다’에서 베이징 교수의 글을 통해 중국의 언론 통제 실상을 처음으로 잘 알게 되어 놀라웠다. 개인적으로 즐겨 읽었던 ‘오귀환의 디지털 사기열전’이 종결되어 아쉽다. 필자의 글을 다시 볼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550호 ‘봄을 먹자, 산나물을 먹자!’를 읽으며 내내 군침을 삼켰다. 삽화를 넣어 시각적 효과를 살린 게 좋았다. 아시아 네트워크 ‘그대, 푸껫을 잊었는가’는 한국 언론들이 밀물 빠지듯이 동남아 지진해일을 관심권에서 밀어낸 시점에서 나온 기사라 더욱 값지게 보였다. 특히 타이 탁신 총리의 불도저식 피해복구 작업을 비판한 대목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지속가능경영’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기사는 기업에 대한 고정된 시각에서 벗어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이후에 지속가능한 경영의 국내 기업별 격차까지 섬세하게 다뤄낼 만큼 논의를 진전시키길 바란다. 김남희씨의 글에서 ‘인도를 알면 인생이 보인다’는 인도를 지나치게 신비스러운 색으로 덧칠하여 식상해 보이게 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김혁: 549호 초점 ‘가다 서다 하면 투자를 어찌하나’는 남북경협의 실질적인 범위를 재정립하도록 해주는 기사였다. 개성과 타 지역간의 격차나 남북한 당국의 행정 지원 문제 등을 상세히 소개해서 독자가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도록 도왔다. 550호 경제 ‘수출기업, 정말 잘해서 잘나가나’는 상세한 분석이 돋보였다. 결과를 보여주는 통계만이 아니라 다양한 통계자료를 보여줘서 허와 실을 잘 분석했다. 기업의 현황과 수출액의 관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551호 ‘임금피크제로 일자리 나눈다’에서 실례와 효과를 잘 보여줬다. 설문조사 결과도 적절했다. 그런데 52쪽 사진은 이 제도와 관련된 기사에서 계속 본 것이라 정기 독자에게 식상해 보일 수 있다. 사진 크기도 내용에 비해 커 보인다. 552호 ‘재벌들이 노래하네, 한남동 타령’은 신변잡기적인 내용이 들어가면서 글 마무리가 미흡해졌다.

김무늬: 549호에서 ‘기적의 도서관’의 뒷얘기를 실어줘서 고마웠다. 그런데 쪽기사로 표류하고 있는 도서관에 대해 자세히 다뤄줬으면 더 좋았겠다. 552호 ‘그 침대엔 시한폭탄 설치됐다’에서 혼전섹스가 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에 대해서 다루지 않아 아쉬웠다. 분량이 넉넉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550호에서 일본과 중국의 시사주간지 편집장이 한 얘기들은 흥미로웠다. 인터넷에 대한 양국의 시각차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 주간지 시장은 어떨까? 이에 대한 평가가 이어졌으면 좋았을 것이다.

박정호: 548호 ‘소나무를 삼키는 괴물의 등장!’은 충격적이었으며, 소나무 재선충병을 잘 밝혀줬다. 문화 ‘치유 드라마, 대박 어렵네’는 요즘 드라마 트렌드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줬다. 전호에 등장한 장애인 영화 분석 기사와 함께 영상문화의 의미를 잘 짚어낸 기사로 유익했다. 550호 현장리포트 ‘서울시 천안구? 천안광역시!’는 생동감이 넘쳐 마치 천안역에 간 듯한 느낌을 줬는데, 후반부에서 역의 역사와 발전계획이 나오면서 다소 지루해져 아쉬웠다.

551호 ‘장애인의 두 번째 고통, 비만’은 머리를 때리는 새로운 기사였다. 해법만 더 보충되면 좋았을 것이다. <한겨레21>의 정치기사는 다른 시사주간지와 비교해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좋다. 이슈를 정확히 파악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뛰어난 듯하다.


“감 놓아라, 배 놓아라 미안했소”

[9기 활동을 마치며]

이현미: 해외 거주 등의 이유로 거의 7년 만에 <한겨레21> 정기구독자가 되고, 독편위 활동도 하게 됐다. 내 옛 기억과 달리 기사 대부분이 밝고 유익했다. 그동안 사회도 변했고, <한겨레21>도 변했고, 내 자신도 변했다는 걸 느꼈고, 가벼우면서도 질긴 주간지 책장 구석구석에 애정이 갔다. 무엇보다 독편위 활동으로 시사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진 건 회사 생활만 하는 내게 매우 소중했다.

곽동운: 다양한 분야를 놓고 다양하게 모니터링을 하려고 했는데, 표지이야기나 특집에 치우쳐 아쉽다. 그 중 정치 분야가 집중 표적이 된 듯싶다. 더불어 밀린 숙제 하듯이 마감일이 가까워져서야 해치운 게으름도 반성한다. 하지만 독편위를 한 지난 6개월이 내 생애에서 가장 치열하게 잡지를 본 기간이었다. <한겨레21>을 위한 독편위는 내 자신을 위한 독편위이기도 했다.

김혁: 1년간 진행된 독자편집위원의 역할을 큰 무리 없이 끝냈다는 안도감이 든다. 기사 내용만 비판하지 않고 잡지의 전반적인 구성을 놓고 평가하려고 애썼는데, 그 과정에서 나름대로 객관성을 유지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최근 내가 겪은 어려운 일들 가운데 단연 한 가지로 꼽힐 만하다. 홀가분하면서도 아쉽다.

김주경: 사회생활을 한 지 거의 십년 동안, 내 또래가 그렇듯이 경제활동에 매몰돼 바쁘게 살아왔다. 첫 만남에서 ‘게으른 독자’라는 배수진을 치고 한 활동은 점수로 한 50점 되려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밑줄 긋지 않으며, 의도적으로 구입하지 않으며, 주변 의견을 구하지 않으며, 모임 3일 전 모니터링 총정리를 하며, 6개월을 보냈다. ‘독자의견’과 가장 다른 점은 ‘함께 대화하고 내 생각을 보완한다’는 데 있다. 또한 지면화되지 않았던 기사 뒷얘기를 덤으로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모임 참석의 원동력이 됐다. 기자님들, ‘감 놓아라 배 놓아라’, ‘커피에 설탕 빠졌다’느니 기사들을 맘대로 재단한 것을 용서해주시길.

권동욱: 지난 10년간 내 작은 눈을 뜨게 해주느라 고생한 <한겨레21>에게 약간은 빚을 진 거 같아,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의욕적으로 도전한 독편위였다. 하지만 활동이 생각보다 어려워, 주간지 한권을 구석구석 꼼꼼히 읽고 애정을 담아 비판하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 세상 보는 눈이 아직도 작기만 하다는 걸 느꼈다. 활동은 마감됐지만 독자로서 수련도 쌓고 내공도 키워 좀더 커진 눈으로 모니터링을 계속하겠다.

박정호: “<한겨레21>이 10년 넘게 일궈온 다양성의 토양에 작은 힘을 보태려고 한다”는 말로 자기 소개를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다양성의 토양에 얼마나 많은 힘을 보탰는지 찬찬히 돌아보니 아쉬운 마음만 든다. 하지만 <한겨레21>을 모니터링하며 <한겨레21>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했던 시간은 잊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도 독편위라는 ‘최신 백신’의 힘을 받아 <한겨레21>이 바이러스 없이 건강하게 지내길 바란다.

김무늬: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다. 그동안 모니터링을 위해 빠짐없이 읽었던 기사는 내 지식이 됐고, 문제점을 찾고자 골몰했던 시간과 틈틈이 작성했던 글들은 내게 글 쓰는 법을 알려줬다. 게다가 사회에서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폭넓은 만남은 사회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에 대한 이해력과 수용력을 갖추는 데 도움을 줬다. 광주에서 매번 올라오는 일이 고됐지만 빠지고 싶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다.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10기 위원을 모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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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독자편집위원은 명예직으로 별도의 보수가 지급되지 않지만, 참석시 소정의 좌담료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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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임기 뒤에도 다양한 기획을 통해 지면에 참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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