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푸껫의 절망’을 함께하다

546
등록 : 2005-02-01 00:00 수정 :

크게 작게

신년 지면개편 평가로 문 연 독자편집위원회… 카이스트 심층 후속보도 당부·생활정보들은 좀더 충실히

▣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독자편집위원회 위원도 <한겨레21>과 함께 새 달력의 첫장을 찢었다. 신년 지면개편을 단행한 지 한달, 위원들은 첫선을 보인 고정물들을 놓고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김무늬: ‘기업, 氣uP!’의 기획 의도가 참 좋다. 하지만 통계 인용이 많아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수치는 성장의 결과물일 텐데, 성장하게 된 과정을 더 재미있게 풀어줬으면 좋겠다. 또 기업 PR로 보이기 쉬우니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것이다.


박정호: 재미를 살릴 수 있는 상자기사는 어떨까. 제약회사 기사에서 약국 주인을 인터뷰해서 그 제약회사의 전후 과정에 대해 들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김무늬: ‘독자와 함께’에서 독자 의견에 리플을 달고, 여러 코너가 생겨서 생기가 돈다. 할인쿠폰도 친구와 함께 썼다. ‘곽윤섭 기자의 사진클리닉’도 재미있게 보고 있다.

박정호: 정기독자 인터뷰 코너를 통해 독자와의 피드백 창을 만든 건 좋은 일이다.

김주경: ‘우종영의 즐거운 산행’은 수목 전문가인 저자가 산행의 즐거움을 나무 보기에만 치중해 들려주고 있어서 읽기에 부담스럽다. 기행문이라면 장소를 부각시켜줘야 한다.

곽동운: ‘김재희의 여인열전’도 흥미로운 주제들을 많이 다뤄줄 것이라 기대한다.

김무늬: 문화면이 많이 늘어난 거 같다.

권동욱: 하지만 542호엔 정치기사도 일곱 꼭지가 들어가 있다. 아마도 문화면의 디자인이 돋보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기사들이 묻혔는지도 모르겠다.

김주경: 그런데 문화면이 양적으로만 커진 것 같아 아쉽다. 운용도 조금 더 잘됐으면 좋겠다. 라이프&트렌드나 ‘즐거운 산행’ 등의 코너와 합쳐 살펴보면, 때때로 한 호에 ‘웰빙’이나 ‘여행’같이 성격이 비슷한 기사들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적절하게 여러 호에 분산하거나 아니면 한꺼번에 묶어서 잘 펼쳐줬으면 좋겠다.

권동욱: 광고나 드라마에서 ‘신파’ 코드를 읽어내듯이 단편적인 현상을 엮어 하나의 흐름을 짚어주는 문화기사가 재미있다. ‘뉴스인물 다시보기’는 요즘 잘 안 보이는데, 계속하는 것인가. 최재천 의원 기사를 재미있게 읽었다.

542호 표지이야기는 ‘푸껫에서 절망하다’는 <한겨레21>의 아시아 네트워크가 잘 가동되어 방송보다 더 생생하게 현장 분위기를 전달했다는 평을 받았다.

새해 첫호인 541호 표지이야기 ‘성격 2%만 바꾸자’는 위원들마다 다른 의견을 보였고, 542호의 표지이야기 ‘푸껫에서 절망하다’는 현장감 있는 보도라는 측면에서 큰 점수를 얻었다. 544호 ‘폭풍 속의 카이스트’도 위원들의 눈길을 끈 표지이야기였다.

김혁: 541호 표지이야기 ‘2%의 변화가 삶을 업그레이드한다’는 전반적으로 상식적 수준에서 평이하게 글을 전개했다. 상자기사 ‘성격 개조에 동원된 도우미들’은 동종 업체가 많은 상황을 감안하면 특정업체 홍보광고로 보일 수 있다.

박정호: ‘직장생활에서 나도 남도 힘들게 하는 7가지 성격 유형과 극복법’은 유익했다. 그런데 상자기사를 통해 투덜이 지수를 측정해보려 했지만 산출법이 없어서 할 수 없었다. 또 질문들이 극단적이어서 신빙성이 없어 보였다. 드라마 주인공의 성격을 이용해 알아본 ‘뜨는 성격 지는 성격’은 눈에 쏙 들어왔다.

박정호: 542호 표지이야기에선 사건 현장을 돌아다니며 기자가 느낀 안타까움과 슬픔이 잘 드러났다. TV방송에 나온 화면보다 몇장의 사진과 글이 뇌리에 오래도록 남았다. 쓰나미에 대한 설명과 경보 시스템에 대한 기사도 유익했다.

곽동운: 동남아 일대를 잘 아는 정문태 기자가 써서 현실감이 뛰어났다. 특히 14쪽의 ‘애인의 주검을 손수 화장하다’는 발로 띈 기자만이 쓸 수 있는 기사다. 아시아 네트워크 구성이 값진 일이라는 것도 여실히 보여줬다.

권동욱: 다른 아시아 국가의 기자들이 쓴 기사는 주관적인 느낌이 강했고 오히려 현장감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김무늬: 정치적 상황 때문에 닫혔던 아체의 문이 쓰나미로 인해 열렸다는 정문태 기자의 말이 인상 깊었다.

권동욱: 544호 ‘폭풍 속의 카이스트’를 보면 총장이 잘못하고 있다는 의견들이 있는데, 그렇다면 왜 그 총장이 오게 되었는지 당시 카이스트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보여줬으면 좋았을 것이다.

김주경: 처음엔 이 주제가 생경했는데, 요즘 심심찮게 언론에서 언급되고 있다. 그런데 모든 언론들이 카이스트의 근본적인 문제를 짚지 않고 로플린 총장의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고 있다. 과연 카이스트 학과들 중 경쟁력이 없는 학과가 있는지가 궁금하다.

김혁: 이해당사자가 아닌 <한겨레21>에서 중도적 입장을 취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재학생, 졸업생, 총장, 교직원, 담당 부처, 과학기술 수혜자인 국민들의 주장을 직·간접적으로 골고루 담아냈다. 그런데 43쪽의 사진설명에서 “한국은 더 이상 이공계를 중시 말라”는 건 적절하지 않았다.

곽동운: 총장 인터뷰에서 “다만, 교수들은 여전히 엘리티즘을 주장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은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면 많은 사람을 가르치는 데 써야 한다는 것이다”라는 표현이 와 닿았다.

김혁: 이슈화를 했으니 지속적으로 다뤄주길 바란다. 요즘 후속기사가 시들하다. 성매매 특별법이 흐지부지된 것이지, 그런 것들이 궁금하다.

표지이야기들의 후속기사 보도를 당부하는 가운데, 543호 표지이야기 ‘재벌 3세가 뛴다’와 기타 기사에 대한 평가가 이어졌다.

544호 표지이야기 ‘폭풍 속의 카이스트’는 요즘 불거지는 카이스트 문제를 발빠르게 전해줘서 좋았으나, 카이스트의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해 더 자세히 풀어줬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곽동운: 543호에서 재벌 3세를 다룬 기사들 중 ‘오 놀라워라 대물림의 비법’이 좋았다. 조금 더 상세하게 풀어줬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헤어질 수 없는 삼성’의 경우엔 모호한 근거가 일부 곁들여지면서 자칫 추측성 보도로 오해될 만한 여지가 있었다.

그리고 좋으나 싫으나 한국 경제의 중추를 담당하게 될 재계의 3세들인 만큼, <한겨레21>이 감시와 견제의 기능을 더 발휘했어도 좋을 뻔했다.

김혁: 이런 이야기는 큰 영향력을 지닌다. 재벌 3세의 문제는 전국민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보도를 중심으로 하면서 지나치게 중립을 지켰고, <한겨레21>만의 목소리가 미약했다. 몸을 사리는 건지, 말할 것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

김주경: 담담하게 풀어나간 서술도 나쁘지 않았다. 22쪽의 경제계 X파일이 일목요연해서 보기 좋았다.

김혁: 요즘 표나 그림이 강화돼서 이해에 도움이 된다.

김주경: 그러나 편집 디자인에서 발문이 너무 튀는 요소다.

권동욱: 542호에서 빈곤우울증을 다룬 특집기사가 참 우울했다. 청년실업을 다룬 기사는 20~30대의 밝은 백수들이 많은데 우울함의 테마에 끼워넣어서 지나치게 어둡게 묘사된 듯하다.

김혁: 팀워크가 돋보이는 특집이었다. 메인 기사에 붙여 대안을 제시한 지역 네트워크 기사와 다각도로 문제를 제기한 청년실업 관련 기사로 잘 구성됐다. 544호 특집 ‘구치백 후폭풍, 사장자리 흔든다’는 주제가 불명확했다. 특집에서 말하려는 내용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웠다. 또 폭로된 사실에 대한 <한겨레21>의 입장이 없었다. 문화방송 이상호 기자의 인터뷰를 다룬 점은 좋았다.

권동욱: 촌지와 관련된 부분은 재탕하는 느낌이 들었다.

곽동운: 543호 ‘움직이는 세계’의 ‘굴러온 미사일, 박힌 인간 빼다’는 충실한 기사다. 일반독자들이 모르는 세상에 대해서 좋은 해설을 곁들여 잘 얘기해줬다. 제국주의가 어떤 식으로 현재에도 존재하는지를 보여줬다.

김혁: 543호 ‘한국축구, 정치폭풍에 휩싸이다’는 스포츠를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한 게 아닐까. 일반 독자들은 축구 발전의 방향을 알고 싶어한다. 정치, 야당, 파벌 같은 단어로 지나치게 정치적 분위기를 조장한 측면이 있다.

권동욱: 542호 ‘뉴 라이트는 품성을 갖춰라’를 잘 봤다. 통쾌하다.

김주경: 중국과 관련된 지명·인명엔 한자를 병기해주면 좋겠다. 사람이야기에 나온 자오쯔양이 ‘조자양’이라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다.

김무늬: 543호 창에서 왜 ‘영어마을’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꺼냈는지 의도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544호 사람과 사람에서 다룬 지율 스님의 기사에선 천성산의 보존가치에 대한 정보를 곁들였으면 좋았을 것이다.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는 한편으로 스님의 주장에 당위성을 실어주면 좋겠다. 요즘은 정치 관련 표지이야기가 눈에 덜 띈다.

박정호: 543호 ‘최고의 공원을 찾아서’는 공원의 넓이 같은 정보보다는 ‘자전거 타기’처럼 실제 그 공원에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나 홈페이지, 교통편 등의 정보를 가르쳐줬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542호 라이프&트렌드에서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좋았다. 다음엔 실생활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자세히 살펴주길 바란다.

권동욱: 544호에 정치기사가 여섯 꼭지 실려 있는데, 기사 말미가 대부분 ‘그러나…’로 끝난다. 정치기사는 그런 식으로 마무리될 수밖에 없는지 모르겠지만, 가끔은 기사를 다 읽고 나서 마지막의 ‘그러나’를 만나면 허무해진다.

곽동운: 고현정이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데, 고현정의 인기가 거품인 건 아닐까. <한겨레21>이라면 스포츠 신문에서 보는 기사와는 다르게 접근해볼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김혁: 542호 ‘쌀 협상, 패 다 보여주고 노름했나’는 무심코 지나칠 법한 쌀 협상의 문제점을 잘 보여줬다. 상자기사의 세부적인 설명과 60쪽의 도표가 이해를 도왔다.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