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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재밌군, 솔직한 10대의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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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12-1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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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성교육 문제로 시작해 100인위원회 폭로 문제로 끝난 제4차 독자편집위원회

“독자편집위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져서 주변에서 자주 얘기를 해요. 이런 걸 다뤄보면 어떻겠느냐고. 또 이런 건 문제가 있지 않냐고.”

‘2000년의 마지막 회의’라고, 다소 작위적인 의미를 부여하면서 그동안 독자편집위원으로서의 활동에 만족하는지를 묻자 이은주씨는 이렇게 대답한다. 독자편집위원회의 역사가 네달이 돼 가면서, 이런저런 노하우가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4차 회의는 ‘조촐’했다. 연말이라 여러 사정으로 불참한 위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러나 이은주씨의 말처럼 ‘내공’이 쌓여가는 위원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깊고 예리했다.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이야깃거리는 역시 337호 특집 ‘청소년에게 콘돔을 주자?’였다. 위원들은 한결같이 가장 인상깊은 기사로 꼽았다. 청소년순결운동본부 교육을 받은 문진화씨가 참석하면 신나게 논쟁을 벌여보려 했다며 아쉬워 한 이은주씨는 특히 세살배기 아들을 키우는 어머니의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성에 대한 남성들의 생각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며 친구들과 “우리가 아들들을 잘 키워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이혜연씨는 남학생들이 교실에서 다 나가고 여학생들만 순결교육을 받았던 자신의 학창 시절 경험을 떠올리며 성교육으로부터 남학생들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화수씨는 기사를 읽고 “내가 너무 늙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아이들이 기성세대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털어놓는 것이 무척 재미있었다고 평가했다.

표지이야기에서는 336호 ‘DJ정권 악몽의 레임덕’, 338호 ‘밸도 없는 대한민국’ 등이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위원들이 제안하는 참신한 아이템도 이어졌다. 회의 말미에는 강화수씨가 “쾌도난담에 100인위원회가 발표한 성폭력 가해자 15인 중 한 사람을 불러 얘기를 들어보자”는 제안을 해 이은주씨와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100인위의 발표방식에 문제가 많기 때문에 가해자쪽 얘기도 들어봐야 한다는 강화수씨의 말에 이은주씨는 아무런 근거없이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이은주: 335호 경제겨울을 읽으면서 사실 씁쓸했다.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하는데 사실 우린 더이상 긴축할 게 있을까 싶다. 336호에서 ‘DJ정권 악몽의 레임덕’은 각계 목소리를 통해서 민심을 전달하는 게 돋보였던 것 같고 337호에서 ‘구조조정 너를 거역하마’는 노동자로서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종업원 지주제를 다룬 337호의 경제면 기사는 토론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유익했다. 노동조합에서도 이것은 많이 궁금해하는 문제다. 그리고 337호에서 인터뷰한 필립 골뤼브 교수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다. 신자유주의정책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겨울에 노숙자들도 겨울에 더 많아질 것 같다. 사회복지제도를 하나하나 점검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 같다. 사회복지시설 같은 곳에서도 예산을 중간에서 착복하는 실태가 많이 있나보다. 이런 걸 취재하는 데 공공노조연맹에서 도움을 줄 수있다고 하더라. 국가보안법과 양심수문제, 없어질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고 본다.

대우자동차에 대해서 계속 매각협상에 많은 중점을 두는 기사를 써왔는데, 그게 굉장히 불만이었다. 매각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는 얘기를 한다. GM에서 요구하는 것이 6천억원이다. GM도 한꺼번에 6천억원 주는 게 아니고…. 몇십년 동안 상환해서 주는 거고, 그렇게 따진다면 그 값에 해외에 매각할 거면 정부에서 일정 정도 출연하고, 우리가 계산해 보았는데 노동자들도 연봉에서 얼마씩 떼나가면서 상환하는 방안도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러니까 모든 걸 GM 매각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이런 방향으로도 시각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이혜연: 338호 강석우씨가 나온 쾌도난담은 아주 전형적인 한계가 있는 남자의 얘기 같다. 나는 강석우씨의 말이 남성들의 보편적인 생각일 거라고 본다. 강석우씨가 마지막에 우리 와이프도 그럴지 모르겠다며 후속편을 써야겠다고 그랬는데, 이런 것은 후속편을 써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요즘 제일 많이 생각하는 게 이민이다. 이 나라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한겨레21>만은 정권 재창출 같은 단기적인 문제에 집착하지 말고 환경의식 개혁운동 같은 걸 했으면 좋겠다.

강화수: 정치면이 계속 걸린다. 다른 데하고 변별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양심선언자들 같은 경우는 선언 당시에는 언론에서 집중조명을 하는데, 그 이후에는 정상적인 생활을 못 꾸려 나간다. 그 부분에 대해 기획기사를 쓰든지 캠페인 같은 걸로 진행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항상 그 사람이 터뜨릴 때만 관심을 갖고 그 이후에는 넘겨버리는데, 일본의 경우에는 후원회를 조직해서 도와준다고 들었다. 그리고 평화의 댐 지을 때 뉴스에 어떤 교수가 나와서 평화의 댐 짓지 않으면 63빌딩이 몇층까지 물이 찬다는 둥의 소리를 한 적 있다. 그 사람이 지난해까지 한국토목학회 회장을 하고 있었다고 알고 있다. 5공, 6공이 반란군들의 정부라는 걸 인정한다면 권력자들뿐만 아니라 머리를 제공해준 사람들에게도 역사적인 심판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또한 구제금융 시기 바로 전에 경제위기는 오지 않는다고 큰소리 친 사람들도 있다. 지식인들의 직무유기, 그 사례를 찾아 기획기사로 다뤄보는 건 어떨지….

유현산 기자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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