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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대선필패 예측, 성급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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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4-12-0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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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와 나’ 11인 릴레이 기고 각양각색 반응… 사학비리 추적 계속 주문·대마초에 대한 입장 궁금

▣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지난 한달간의 표지이야기에 대한 평가와 함께 9기 독자편집위원회의 두 번째 모임이 시작됐다. 헌법재판소의 수도 이전 위헌 판결을 다룬 532호 ‘한나라당 대선필패?’는 시사주간지다운 종합적 해석이 돋보였고, 이석연 변호사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지만, 2007년 대선과 연관지어 해석한 것은 성급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었다. 미 대선 결과에 대한 11인의 릴레이 기고를 담은 534호 ‘부시와 나’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532호 ‘그래서, 대선에서 이긴단 말이냐’는 종합적 해석이 이뤄져 좋았지만, 대권 향방 예측까지 이어진 분석은 개연성이 부족했다는 평이다. 534호 ‘부시와 나’의 11인 릴레이는 다양성 측면에서 호평을 받고, 깊이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김주경 : 532호 ‘한나라당 대선필패?’는 관습 헌법에 대한 내용을 중복하지 않고 잘 분석했다. 특히 이석연 변호사 인터뷰는 위헌 판결 일등 공신의 숨은 이야기를 엿볼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대선필패’라는 제목은 부담스러웠다. 충청 민심과 관련된 정치권 분석은 일부 아닌가. 표지를 보고 후련한 기사를 기대했을 ‘수동적’ 독자들에게 미흡해 보였다.

곽동운 : 장외 보수와 장내 보수를 구분한 기자의 분석력은 탁월했지만, 갈피를 못 잡는 한나라당의 행보를 2007년 대선 집권과 연관지어 분석한 건 설득력이 떨어졌다. 평범한 수도권 시민들의 목소리까지 두루 살펴봤다면 좋았을 것이다.

김혁 : 사실 위헌 여부에 따른 정치권의 손익 계산서는 결정 이전부터 나와 있었다고 생각된다.

김무늬 : ‘헌법재판관을 시민이 뽑자’는 기사는 요즘 헌재의 보수화 경향을 보아 충분히 당연하다고 생각되지만 좀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그럴수록 기사가 더 정교해야 한다. 정말 시민 추천 제도를 주장한다면 이 일을 위해 단계적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함께 제시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현미 : 534호 ‘부시와 나’에서 부시의 재선을 반대했던 대다수에게 부시의 승리는 일종의 패배의식을 안겨준 게 사실이다. 이럴 때 개인이 의견을 피력할 수 있도록 <한겨레21>이 기회를 줘서 간접적으로나마 독자들의 숨통을 틔워줬다.

권동욱 : 그러나 글이 너무 많이 나열돼 있어서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호들갑스러운 면도 있었다. 부시나 케리나 본질적으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미국의 대통령 후보니 누가 돼도 한국 현실에 큰 차이가 없는데, 인물에 따른 의견 대립이 지나치게 선명하다. 과연 부시에 대해 그렇게까지 이야기해야만 했나.

김무늬 : 사실과 상상의 구분이 모호한 글이나 가벼운 감상을 다룬 글은 적절치 않았다. 또 기독교신자로서 한기총의 글은 불쾌했다. 일부의 의견을 전체의 의견인 양하는 그들의 글에 많은 지면을 할애해야 했나.

김계정 : 황우석 교수의 글은 많은 생각거리를 줬다. 또 535호에 나온 ‘줄기세포, 성서의 기적을 향해’라는 재생의학 관련 기사를 읽으면서 줄기세포 연구 반대 논리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윤리적 논란이나 다른 나라의 사례들을 살펴보는 후속 기사를 기대한다.

박정호 :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과의 심층 인터뷰 기사는 정부의 경제 양극화에 대한 인식과 해결책을 조망해볼 수 있는 알찬 기사였다. 노무현 정부를 믿지 못하는 독자들도 끌릴 만한 내용이었다. 아쉬운 건 이 기사에서 나온 영미형과 유럽형 모델이 어떤 것인지 상세히 보여주지 못한 점이다. ‘경제 리더십 실종 사건’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그동안 경제정책에서 부족한 게 무엇이었는지 지적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목표가 무엇인지 언급해서 좋았다. 균형감이 느껴졌다.

533호에서 G7 프로젝트가 던진 희망적인 메시지에 다들 반가워했다. 그러나 기술적 측면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면서도 상용화 부분에 대한 검토나 고객 차원의 분석이 부족했다는 평이다. 535호 아시아 네트워크 ‘아시아의 왕, 성역은 살아 있다’도 위원들의 눈길을 끈 기사였다.

이현미 : 솔직히 G7에 대해 전혀 들은 바가 없던 터라 흥미로웠다. 힘든 요즘에는 꿈같은 이야기가 희망을 주기도 한다. 실질적인 남북 문제를 돌아보게 하고, 우리의 상상력과 도전의식을 자극한다.

김무늬 : G7의 상용화와 수출에 대한 낙관적 전망 외에도 앞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들을 다뤘으면 좋았을 것이다. 전문용어가 많고 기술에 대한 설명들이 어려웠다.

권동욱 : 지금 운행되고 있는 KTX의 문제점에서 출발하여 G7을 바라봐도 좋았을 것이다.

곽동운 : 시베리아횡단철도(TSR)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기사로 다룰 만하다.

김혁 : G7이 ‘국산 고속철’이라는 사실을 표지나 기사 제목을 통해 알기가 쉽지 않았다.

이현미 : 535호 아시아 네트워크의 ‘아시아의 왕, 성역은 살아 있다’가 좋았다. 서양의 통치원리가 우리의 판단기준이 된 지 오래이기에 같은 아시아권에 속한 나라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 수준이 낮은 게 사실이다. 현지 기자들이 작성하니 신뢰가 간다.

박정호 : 나에게 한국에 없는 ‘왕’은 관심의 대상은 아니다. 아시아 네트워크는 소재에 따라 흥미가 달리 느껴진다. 아시아의 성매매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등 한국의 현안과 연결지어 기획을 해보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박정호 : 532호 특집 ‘사학 불법 설립, 누가 도장 찍었나’에선 학생들의 목소리가 부족했다. 결국 그들이 직접적인 피해자들이다. 535호 보도 그 뒤 ‘교육부의 동문서답’에서 계속 추적을 해왔듯이 끝까지 파헤쳐주기 바란다.

맛문화 트렌드나 뒷담화 풍속도를 다룬 경쾌한 기사에도 후한 점수를 줬다. 또 ‘대마초’ 이슈에 대한 <한겨레21>의 입장을 궁금해하기도 했다.

권동욱 : 535호 특집 ‘혀를 끊는 이 맛, 맵게 더 맵게!’는 먹는 문화의 트렌드를 잘 파악했다. 닭요리의 변천과 세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기사는 일상적 대화 소재에 정확한 자료와 수치를 보태어 공신력을 더해 좋았다.

박정호 : 손님들의 반응이 보태졌으면 더 재미있었을 것이다. 534호 특집 ‘스트레스 무찌르는 뒷담화의 힘!’도 신선했다.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하여 신뢰가 갔고, 비상계단에 앉아 있는 기자들의 사진에 친근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힙합 관련 보조기사는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김무늬 : 기분전환용 기사로 좋았는데, 뒷담화가 지나치면 왕따 등 심각한 현상도 일어나니, 경계의 목소리를 약간 덧붙이면 좋았을 것이다.

김주경 : 532호 사람과 사람 ‘암의 바리케이드를 넘어…’에서 화가 최병수씨의 최근 소식을 접할 수 있어 반가웠다. 지면 제약이 있었겠지만, 화가의 이야기에 작품 사진이 1장뿐이라 아쉬웠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거짓말처럼 사라진 민중미술가들에 대해 다뤄주길 바란다.

김혁 : 532호 ‘마약, 한국은 중세시대!’는 짧은 기사였지만, 대마초 관련 주요 논점을 전문가 의견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대마초에 대한 문제는 523호 ‘대마초를 합법화하라’ 등 <한겨레21>을 통해 조금씩 이슈화되고 있다. 앞으로도 객관성을 바탕으로 한 문제제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김무늬 : 요즘 간헐적으로 <한겨레21>이 대마초 문제를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대마초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한겨레21>의 정확한 입장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꾸준히 다룰 사안이라면 충실하게 취재를 해서 독자들이 대마초에 대해 판단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할 것이다.

김혁 : 535호 ‘빼앗긴 땅에 개혁은 오는가’에서 아라파트의 사망을 다룬 건 좋았는데, 중요도에 걸맞게 특집 기사나 표지 기사로 게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533호 ‘또 기획탈북… 착잡하다’는 분문에서 ‘기획탈북’이라는 단어조차 거의 언급되지 않으면서 실상이 막연하게 소개되어 부족함이 느껴졌다. 필요에 따라 기고문에도 기자들의 보충·해설 기사가 있으면 좋겠다.

박정호 : 533호 ‘경력직, 부작용도 많다’에서 경력직의 부작용에 대해 기업 본부장이나 연구원들의 입장만 대변하고, 경력직원과 직접 부딪치는 일반 사원들의 생각은 없어서 아쉬웠다. 특집에서 다룬 ‘들끓는 충청권 민심’ 관련 기사에서 첫 페이지의 삭발 사진이 예술이었다. 기사도 현장감이 느껴져 좋았고 기사 기획도 잘됐다. 그런데 헌재 위헌 결정 후폭풍을 한나라당의 탓으로만 돌린 열린우리당의 느긋함만 비춰져서 정부와 여당의 대책 마련 모습이 궁금한 독자들에게 약간 부족한 듯싶다.

김주경 : 532호 창 ‘희망을 보여드립니다’는 창간 10돌을 기념한 사진공모전이었는데, 일회용 행사에 그치지 말고 문학 관련 공모전처럼 새로운 작가의 등단을 도와줄 수 있는 기회로 정착시키면 어떨까. <한겨레21> 지면에 사진을 실을 권리를 일부 부여해주면 좋을 것이다.

김무늬 : 532호 ‘우리 박물관을 만져보세요’는 장애인 복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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