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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박정희 담론의 실체를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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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4-05-0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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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기사 점검으로 문 연 8기 독자편집위원회… “미디어 정치 시대를 경계하라” 지적도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8기 독편위 모임은 숨가쁜 총선의 국면을 담아내기 바빴던 <한겨레21>의 4월을 돌이켜보면서 시작했다. 대체적으로 한국 야당의 맥을 이어온 민주당이 왜 무너졌는가를 파헤친 제504호 ‘정통야당의 몰락’에 대해선 후한 점수를 줬다. 한국 전통 야당이라는 역사적 명분을 인지한 상황에서 현 사태를 다각도에서 조망한 부분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한겨레21>의 색깔찾기에 나선 제8기 독자편집위원들. 김우석, 백정필, 김종옥, 김혁, 정서린, 박용신, 김무늬, 백승규, 김형진씨(왼쪽부터).(사진/ 박승화 기자)

세세한 편집까지 꼼꼼히 살펴


제505호 ‘박정희는 살아 있다’에선 표지의 제목과 기사 내용이 불일치하는 느낌을 받은 위원들이 상당수였다. 그리고 한 개인의 자질과 행동만으로 이야기가 국한된 점을 지적했다. ‘여성정치인’ 담론도 부족했다는 의견이다. 애매한 논조보다는 진보적인 독자층의 기대에 부응하는 <한겨레21>의 색깔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제506호 ‘민노당 승리의 10가지 비밀’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다는 평을 들려줬으나 지역구에서 당선된 2명에 대한 언급이 없었고 당선자들 면면에 대한 소개가 부족해서 아쉬웠다고 했다. 또한 아무리 미디어 정치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하지만 민노당 승리의 비결을 현상적인 측면들을 중심으로 언급했다는 지적을 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의견들이 계속 개진됐다.

김우석: 제506호 ‘구국의 금배지 대오 전대협?’를 재미있게 봤다. 전대협 출신들이 이번 선거에서 많은 당선자를 낸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왜 이들이 이번 선거에서 많이 당선됐는지에 대한 시원한 해답을 찾기 힘들었는데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재치있는 제목도 재미있었다. 제505호 한홍구의 역사이야기에서 이라크 파병을 ‘반역 수준의 멍청함’이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파병의 확정도 거론되는 만큼 파병반대를 넘어 파병 이후에 대한 검토도 해주는 게 더 발전적이다. 재건 복구를 중심으로 한다면 어떻게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가 등의 효율적 논의도 어디선가 해야 한다. 제506호의 ‘아파트가 우리를 무력하게 한다’라는 과학기사에 대해 전반적으로 공감했으나 몇 군데 과장된 부분이 보였다. 아파트가 가족 구성원의 장례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는 비단 아파트만이 아니라 도심 주택가 전반적인 문제다. 또한 아이들이 방 안에서 컴퓨터를 다루는 사진에서 “아파트는 아이들의 실내활동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표현했는데 ‘실외활동’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해야 옳은 표현이 아닐까. 세세한 곳에도 신경써주길 바란다.

제505호 표지이야기(위)와 제506호 표지이야기(아래).

백정필: 선거가 끝난 뒤의 506호는 유난히 어수선해 보였다. 선거 뒷이야기에서부터 밀렸던 일반 사안들이 흩어져나와 그런 느낌을 준 듯하다. 그래도 사람과 사람에서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을 다뤘듯이 소외된 사람들의 삶에 항상 주의깊은 시선을 가지고 있기에 <한겨레21>을 계속 펼치게 된다. 그래도 본문 중간에 기사를 끊는 광고가 나오면 독자로선 읽기에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제503호의 ‘야신의 죽음, 아라파트는 웃는가’는 <한겨레21>에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이다. 앞으로도 아랍권 기사를 많이 실어주길 바란다. 이런 기사나 지구촌 경제 ‘미국이 찾은 희생양, 위안화’ 기사 등과 같이 다른 국가를 대상으로 행하는 미국의 행태들을 보여줌으로써 한국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국의 불합리한 행동에 대한 자각이 더 활발해졌으면 좋겠다.

김혁: 편집에 대한 지적을 몇 가지 하고 싶다. ‘맛있는 뉴스’에 매주 선보이는 사진들이 불명확해보인다. 사진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길 바란다. 또한 ‘이 주의 공간’도 기획의도는 긍정적인데 제목이나 사진설명에서 한눈에 무슨 장소인지 알 수 있도록 표기를 해줬으면 좋겠다. 또한 ‘과학자여, 시민들과 만나라!’와 같이 유익한 기사는 꼭 표지의 우상단 표제에 넣어주길 바란다. 제503호 ‘보훈은 국민 통합의 인프라’는 보훈이 곧 상이군경 돕기라는 일반적인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그의 박사 학위를 굳이 명기할 필요는 없었다. 더구나 사진설명에서 ‘고구려-거란 전쟁’을 언급했지만 이는 본문과 별 관련없는 내용이었다.

김형진: 전반적으로 문화기사에 알맹이가 없어 보인다. 제503호에서 다룬 출판평론가의 세계도 미화한 감이 없잖아 있다. 제506호의 영화 스태프 처우 개선 문제에서도 근본적인 원인 분석이 없고 합리적 처우를 위한 영화 노동자들의 움직임을 추적하지 못했다. 단순히 인력과잉에 따라 불합리한 처우가 만연된다고 한다면 동남아 노동자들의 불합리도 비슷한 논리로 얘기될 것이다. 그리고 개선의 전망도 구체적으로 밝혀야 했다. 모두가 장밋빛 환상을 갖고 있다고 언급만 하고 그 환상을 깨주지는 못하면 되겠는가. 제504호 ‘에스페란토로 항일을 노래하다’ 같은 기사가 나오면 우린 에스페란토에 대해 궁금해진다. 왜 세계 공용어가 되지 못하는지, 언어에 결정적 약점이 있는 건지 알려줬으면 했다. 독자들의 궁금증을 앞서나갔으면 좋겠다. 또한 정보제공 면에서도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린다고 고지하는 데에서 그치지 말고 1박 2일, 2박 3일 코스를 제시해주는 등 알차게 꾸려져야 문화기사의 몫을 해낸다.

백승규: ‘기자가 뛰어든 세상’이라는 기획코너가 좋다. 직접 체험하는 이야기는 정답다. 내친 김에 조금 더 활동을 활발히 하고 구체적 운동을 벌이면 재미있을 듯하다. 그런데, <한겨레21>은 기사의 격과 문장 서술에서 난이도가 높다고 여겨진다. 장점이면서 동시에 단점이 되는데, 이런 기사엔 정서가 잘 투입되지 않는다. 독자에게 상당한 집중력과 지성, 감성을 요구하고 따라서 비평하기도 쉽지 않다. 대중의 눈높이에 대한 짐작이 필요하다. 또한 ‘박정희’를 잊지 못하고 그의 부활을 그리워하는 현상에 대해서 깊이있게 파헤칠 것을 부탁한다.

김무늬: 우선 ‘라이프&트렌드’라는 제목을 꼭 고집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굳이 영어로 쓸 필요가 없어 보인다. 캠페인 ‘프리유어북’ 운동을 활발히 진행했으면 좋겠다. 503호, 504호에선 앞자리를 당당히 차지했는데 505호, 506호로 가면서 뒤로 밀려나간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 캠페인을 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앞문을 지키는 건 어떤가. 제504호 라이프&트렌드에서 휴대전화 대신 삐삐를 선택한 사람들에 대해서 다뤘다. 휴대전화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분석이 부재해서 아쉽다. 속도에 대한 강박관념을 반성하는 내용과 함께 말이다. 다큐멘터리 ‘송환’의 흥행 기사를 다룰 때도 독립영화를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방법등을 곁들이면 좋을 것이다. 움직이는 세계에서는 국제적 기업에 의해 희생되는 제3세계의 신음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주길 바란다.

박진희: 제503호 ‘어젯밤 도급택시를 타셨나요’에선 문제점은 잘 드러났으나 택시회사의 구조조정 배경에 대해서도 세부적인 취재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택시회사 대표이사 중 유난히 장성 출신이 많다는 데서 택시노조들이 택시 운행 시스템의 문제 발생 원인을 찾기도 한다. 제505호 ‘위풍당당 황혼 재혼’에선 황혼 재혼을 선택하는 주체와 주변 가족 구성원들의 변화된 시각을 읽은 점이 돋보였다. 다만 남성과 여성의 입장에서 황혼 재혼을 받아들이는 의식적 차이와 자녀들과 황혼이혼으로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조절하는 게 좋은지 그 해법을 제시해줬으면 더 풍부한 기사가 됐을 것이다. 신창균씨 인터뷰 기사는 그의 인생 프로필에 너무 많이 되면서(??) 그가 이번 총선을 통일의 중대 기로로 여기는 원인이 뚜렷하게 부각되지 못했다. 제506호 초점에서 유엔 인권위의 북한인권 결의안 정당성 공방 기사는 수동적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한계를 알 수 있어 좋았다. 다만 한국 정부의 과제 등을 후속기사나 박스 기사로 처리했으면 더 사안이 도드라졌을 듯하다.

박용신: 제506호 ‘민주노동당 승리의 10가지 비밀’에서 지역구에 당선된 2명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모든 당원들이 비례대표를 뽑은 성과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 외부에서 보이는 현상적인 측면들, 즉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중심으로 풀다보니 지역구와 비례대표에서 보여준 진성 당원의 힘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못했다. 또한 민노당에 던져진 많은 수의 표가 기존 정치권에 대한 반발로에 의한 일종의 ‘부동표’라는 사실에 대해서도 냉철한 분석이 필요했다. 13%속에 숨어 있는 허수를 지적하는 게 필요하다. ‘구국의 금배지 대오, 전대협’ 기사에서 전대협의 활동 근거와 가치체계를 명확히 밝혀준 건 좋았다.

정서린: 제505호 ‘박근혜식 정치란 없다’는 잘썼다. 이미지 뒤에 서려 있는 실제 현실적 위치를 냉혹히 꼬집었다. 하지만 마지막에서 여성정치인 모두에게 던지는 말로 방점을 찍어 성급히 다른 논의를 환기시켜 식상한 결론을 내려버렸다. 제506호 ‘건강한 의제 설정으로 승부한다’에선 민노당이 국회 내에서 ‘현실성 있는 안건들을 어떻게 구체화하느냐’가 핵심과제인 만큼 그와 관련된 내용으로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야 했다. 초점 ‘세계의 병역 거부자들을 위하여’는 누가 무슨 발표를 했다는 단순 나열식 기사에 그친 듯하다. 주간지인 만큼 단순히 회의 진행 상황보다는 결론부에서 언급한 각국 정부의 의지 결여와 인권고등판무관실 역할의 한계에 대해 더 물고 늘어져 논의를 확대시켜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종옥: 제504호 움직이는 세계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중동 인기몰이’ 기사를 읽고 어리둥절했다. 이슬람교도들의 기독교 바로 알기가 시작됐다는 내용이나 평범한 사람들이 감동을 할 줄 안다는(??) 식의 표현은 근거가 있는 내용인지 궁금했다. ‘유대인의 잔인함에 치가 떨린다’는 제목도 내용과 어긋난 듯했다. 제505호 ‘박정희는 살아 있다’를 유심히 봤다. 그런데 표지 제목과 달리 기사 내용이 조심스럽고 온건해서 실망했다. 그리고 총선 후 받아본 <한겨레21>도 맥이 빠졌는데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 된 사실이나 한나라당이 실패하지 않은 결과에 대한 진단이 소홀했다. 그리고 특정 상품을 홍보하는 듯한 기사는 당황스러웠다. 제안을 덧붙이자면 일반 열차에 근무한 여성들의 습관성 유산이나 철도고등학교 출신들에 의한 서열문화가 열차 운행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들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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