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훈: 창간 10돌 특대호 표지이야기 중 보수적인 사람의 상이 50대 저학력 주부라고 제목을 뽑을 필요가 있었나. 특대호에 걸맞은 비중 있는 기획이 별로 없다. 시간에 쫓겨 만든 게 아닌가 싶었다. 1만원을 주고 사도 이번호는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특대호가 아니라 증보판 같다. 김종옥: 500호부터 편집과 내용이 많이 바뀌었다. 디자인은 예전보다 훨씬 낫다. 내용면에서도 다양한 목소리를 담으려고 했다.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하려는 의지가 보인다. 이렇게 애쓰다 보면 독자층도 늘어나지 않을까. 특대호에도 구석구석 애쓴 흔적이 보인다. 독편위의 비판을 역대 편집장 방담 앞에 배치한 것도 독자를 대접하는 편집이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표준독자, 보수와 진보 등을 이야기할 때 학력이 들어가는 것이 <한겨레21>답지 않았다. 사소한 것이지만 아쉽다. 창간 10돌을 맞아 굉장히 힘들고 바쁜 와중에도 노동자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던 것이 좋았다. 지금은 정치가 너무 요동쳐서 노동 문제가 상대적으로 잊혀진다. 사진이 몇개 정도 불만스러웠다.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다’ 사진을 보면 대통령이 배경록 편집장을 인터뷰하는 것 같다. 인터뷰 특강 사진도 기사에는 열띤 강연이라고 했는데, 청중은 지루해 죽겠다는 표정이다. 촛불집회 표지사진도 너무 흔하다. 색다른 사진을 고민해봐야 한다. 이지현: ‘풀뿌리 대안운동을 찾아서’와 ‘정남구 기자의 주말농장’이 좋았다. 정남구 기자 개인의 주말농장이 아니고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 희망을 얘기한다. 주말농장처럼 굳이 차를 몰고 밖에 나가지 않아도 주변 공터나 아파트 베란다에서 텃밭을 가꿀 수 있다. 그런 것들이 세상을 바꾸는 용기 있고 강력한 힘이다. 우리가 노예처럼 일만 하고 소비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뭔가 쓸모 있는 것을 생산해낼 수 있다는 느낌을 줘서 정말 좋다. ‘풀뿌리…’도 주류에서 어쩔 수 없이 밀려난 사람들을 돕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풀뿌리 대안운동을 소개할 때 우리나라 운동의 한계에 대해서도 얘기하는데, 우리나라보다 향상돼 있는 다른 나라의 경우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한국을 넘어, 실업을 넘어’라는 500호 특집기사는 마음에 안 든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유치한 구호가 생각난다. 특히 코린도그룹 기사는 인도네시아의 한 기업을 홍보하는 것 같다. 한국인들이 동포기업에 취업해서 현지인들을 차별해서 노사 문제가 일어나고, 문화적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점에는 접근하지 않고 장밋빛 미래만을 보여준다. 현지인들은 한국인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소개도 없다. 단지 기업의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게 아쉬웠다. 특히 “꼭 필요한 자리에는 한국인을 기용한다”는 말은 무서운 얘기다. 현지인들 입장에서는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한국 사람들이 와서 뺏는 것이다. 책 소개를 이제는 한쪽으로 할 때가 많은데 트렌드를 반영하거나 독특한 시각을 보여주는 책만 소개한다. 그러다보면 너무 가벼워질 수 있다. 지성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책도 소개해달라. 여전히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은 유효하다. 조일억: 특대호를 엄청나게 기대했다. 태극 문양에 뭔가 있을 거 같아서 들춰봤는데 아니더라. 배경록 편집장은 모범생 같았는데(웃음) 501호 만리재에서 파격을 선보였다. 그분도 약간의 쇼맨십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기억에 남는 만리재였다. 그러나 탄핵 사태를 다룬 501호는 문화방송 <신강균의 사실은…>만큼의 날카로움도 보여주지 못했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한겨레21>다운 차별성을 기대했지만 그렇고 그런 정치분석 등 지나치게 무난했다. 왜 날카롭지 못했나. 김옥자: 498호를 읽고 민망했다. 497호에서 ‘한나라 최후 예감’이라고 해놓고 다음호 ‘독수리 삼형제 날다’라고 해서 한나라가 새 나라로 가는 듯하다. 창간 10돌 특대호를 만들기 위해 굉장히 많이 노력한 것 같다. ‘맛있는 뉴스’나 라이프 앤 트렌드도 맘에 들었다. 환경에 관심 있는 나로서는 참 좋은 꼭지를 신설했다는 생각이 든다. 10돌 기획에 등장한 많은 사람들의 얘기가 도움이 됐다. 특히 쾌도난담을 하기 위해 모인 네명의 편집장들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스타일 앤 더 시티와 몸살리기는 여전히 재미있다. 501호 ‘만리재에서’의 하얀 여백을 보면서 때로는 여백이 가슴을 울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겨레21> 10돌을 축하한다며 정·관·재계 인사들이 모였다는 기사를 보면서 씁쓸했다. 국민주주를 모집해서 만든 신문사에서 발행하는 시사주간지인데, 주주와 독자들을 초대했으면 어땠을까. 지역마다 <한겨레21>을 꼬박꼬박 모으는 사람들도 있다. 그분들을 모셔올 수는 없었나. 박운양: ‘풀뿌리 대안운동을 찾아서’가 너무 가슴에 와 닿았다. 이 운동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사람들의 삶에 기여하는지 꼭 알아봤으면 좋겠다. 이제 나도 확실히 애독자가 된 것 같다. 결혼 뒤 나는 페미니즘적 입장을 갖게 됐는데, 이런 것들이 <한겨레21>에서도 감지됐으면 한다. 가능하면 남성들이 여성들의 문화에 대해 어떤 껄끄러움이 있고 그걸 현실적으로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는지 기사를 실어줬으면 한다.

여학생들이 날 알아볼 때… 7기 독편위원들이 남긴 말 김성훈: 여기 들어오려고 재수까지 했다. 6개월 동안 <한겨레21>을 씹어먹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면서 독편위에 뛰어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왜 열심히 못했는지 안타깝다. 독편위 활동하면서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됐다. <한겨레21> 만드는 분들을 보면서 시사주간지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왜 더 잘 씹지 못했나 안타깝다. 하나도 시원하지 않고 섭섭하기만 하다. 본의 아니게 길거리라든가 학교에서 알아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생겨 기분이 좋았다. 강의실에 앉아 있는데 옆에 앉은 여학생들이 알아보고 연락이 없던 친구가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친구들이 어떻게 하면 편집위원 할 수 있나 문의를 많이 했다. 물론 안 가르쳐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