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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부시 퇴출, 새해 화두로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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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4-02-0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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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관련 표지는 신선한 기획이지만 지나치게 성공담 위주였다는 평가 받아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1월 한달 동안 독자편집위원들의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기사는 신년호 표지이야기 ‘굿바이 부시’였다. 2004년 새해의 화두로 꺼내기 적합한 주제인데다, 기사의 내용도 충실했다는 칭찬이 많았다. 493호 표지이야기 ‘변화는 당신을 춤추게 한다’는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재미있는 기획이라는 칭찬도 많았으나, 주제가 막연하고 성공담 일색의 내용이 와 닿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 외 492호 표지이야기 ‘낙선운동 폭풍전야’는 내용에 무리는 없었으나 시기가 너무 일러서 독자의 관심을 끌기에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1월달 기사 중 가장 좋은 평가를 얻은 것은 부시의 외교정책을 다룬 491호 표지이야기였다(왼쪽). 변화를 다룬 493호 표지이야기는 찬반이 엇갈렸다.

김옥자: 491호 표지이야기 ‘굿바이 부시’ 중 특히 조희연 교수의 낙선운동 기획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제3차 세계대전 시나리오’들은 너무 선정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대안이 없어서 무책임하다는 느낌이 든다. 492호 ‘유현산 기자의 학교!’ 강남 학원단속반 좌충우돌 동행기는 주위에 중고생을 볼 수 없는 나로서는 좀 생소하고 놀라웠다. 493호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기사는 권혁철 기자가 쓴 ‘실미도에 흐르는 위험한 감동’이었다. 영화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얻을 수 있었다. 표지이야기 변화에 성공한 4인은 너무 화려함을 부각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변화를 시도해도 안 되는 사람들을 함께 소개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그 외에 경제의 ‘서민만 갉아먹는 인생역전’, 한국은행 화폐교환 창구 직원의 ‘화폐사랑론’도 재미있었고, 특히 오지혜가 만난 딴따라의 이경실씨 인터뷰를 읽으면서는 같은 여자로서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설날 퀴즈큰잔치는 지난 추석보다 더 실망스러웠다. <한겨레21> 독자들은 방송에서나 볼 수 있는 고액의 가전제품을 원하지 않는다. 골치는 아프지만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한 선물을 고르면서 즐거움을 느껴왔다고 생각한다. 무슨 내부 사정이 있는 것인지 문제의 내용도 빈약해졌고, 선물의 가짓수도 확 줄어든 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 퀴즈큰잔치를 기다리고 싶지 않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퀴즈큰잔치에서 ‘큰’자를 빼주심이 어떨는지.


오경택: 491호에서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입시부정 사건이 관심을 끌었다. 고3 담임을 하면서 예종에 가고 싶어하는 학생이 많았지만 정작 한명도 합격하지 못한 아픔이 있었기에 더더욱 화가 나는 기사였다. 다만 입시부정 의혹에 대한 양쪽의 시각을 객관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측면이 돋보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과연 진실은 무엇인가에 대한 당혹감을 불러일으키는 측면도 있었다. 진실을 파헤치고자 하는 치열함이 다소 부족한 듯싶다. 492호에서는 동덕여대 재단의 비리 문제를 다룬 기사가 돋보였다. 그렇지만 사태의 진실을 알리는 데 그치기보다는 사학재단의 비리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 제시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한겨레21>에서도 우리 사회의 밝은 모습과 희망을 갖게 하는 기사들을 더욱더 많이 접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조일억: 491호 신년기획 ‘반갑다 2004년, 열려라 취업문!’은 좋은 신년 기획기사였다. 항상 첫장을 넘기면서부터 정치색이 진한 기사들을 보다가 가볍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음대 입시부정을 다룬 특집을 읽으며 문제를 차분히 바라볼 수 있었다. 특히 상자기사에서 교수의 항변, “나는 파벌 싸움의 희생양”이라는 말이 정치권에서 익히 들어온 말과 어찌 그리 닮았는지…. 같은호 표지이야기 ‘굿바이 부시’는 미 대선 전망, 북한 핵문제, 미국 내부의 목소리 등 확실히 끝장을 보는 듯한 기사에 박수를 보낸다. 아시아 네트워크 ‘3차 세계대전 시나리오’는 현지 필자들이 쓴 이야기가 실감난다. 이번호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기사였다. 492호 표지이야기 ‘낙선운동 폭풍전야’는 독자로 하여금 그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기사였다. 491호부터 선보인 ‘오귀환의 디지털 사기열전’이 매우 신선하다. 기사 자체도 재미있지만, 기사 말미의 ‘온오프 항해지도’와 ‘Coming Soon’이 아주 좋은 기획이 아닌가 싶다. 493호 이슈추적 ‘NEIS 갈등을 누가 말리랴!’도 인상 깊었다. 우리나라의 문제 중 하나는 공개소프트웨어를 쓰는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작다는 것이다. 중국은 공공기관 공식 운영체제로 리눅스를 선택했다는 몇해 전 기사가 생각난다. 493호 표지이야기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변화한 4인의 이야기에 부러움을 느꼈다. 설 퀴즈큰잔치가 변했다. 좀더 쉽게 다가가는 건 좋은데, 변화가 그것뿐인 듯하다. 10주년을 맞아 그간 엄청난 호응을 받아온 <한겨레21>만의 퀴즈큰잔치가 좀더 충실하게 변화했으면 한다.

백정필: 491호 세상보기에서 ‘상생의 새해를 기원합니다’라는 문구와 어울리지 않는 사진이 눈에 거슬렸다. 농산물 개방 반대를 외치는 한 농민이 경찰차에 매달려 경찰이 뿌려대는 물세례와 곤봉 매타작을 당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이 사진은 오히려 시위 관련 기사에 어울릴 만하지 않나 싶다. 정말 상생의 새해를 기원한다면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은 사진을 실어야 하는 것 아닐까. 같은호 아시아 네트워크 ‘제3차 세계대전은 다가오는가’는 평화라는 명분으로 힘 있는 자들을 부추기고 힘 없는 자들에게는 불안감을 조성하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의 평화가 멀지 않았다’라는 시나리오같이 좀더 희망적인 내용이 실렸으면 한다. 492호 창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빵’은 사진은 좋으나 기사 내용이 빈약하다. 493호 ‘문화가 머무는 도시의 쉼터’는 신선하게 다가오는 기사이긴 했지만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도 좀더 다루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기사에 소개된 게릴라 스페이스의 안내도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같은호 ‘서민만 갉아먹는 인생역전’은 우리나라 도박산업의 문제점을 잘 지적했지만 다른 나라의 좋은 정책 소개가 부족한 것이 아쉬웠다. 493호 이슈추적 ‘인문계 교수들도 삥땅치나’를 읽고 교육계 현실에 몸서리가 쳐졌다.

김종옥: 491호 특집1 ‘그 레슨이 의심스럽다’는 기사의 영역을 음대쪽에만 한정할 필요가 있었나 궁금했다. 표지이야기 ‘굿바이 부시’는 시원한 기사였으나 기사 말미에 ‘부시의 변신은 가능한가’라고 쓴 부분은 사족이 아니었나 싶다. 이란 지진에 부시가 지원을 하는 것이 그렇게 의미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성역깨기 기사는 항상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492호 국방예산 기사는 짧지만 톡 쏜다. ‘인문계 교수들도 삥땅친다’는 제목이 적절치 않았다. 마치 이공계만 그랬는데 이제는 인문계까지 그렇다는 얘기처럼 들리는데, 그럴 기회가 적어서 그렇지 기회만 되면 언제든지 횡령, 유용해오던 게 우리 학계의 진실이다. 같은호 정동영 의장의 인터뷰 중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며칠 전에도 미국에서 대학 나오고 로펌을 차려 성공한 변호사와 회계사, 박사 등을 만났다. 이들에게 당신 같은 사람이 보국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는 부분이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고작 그런 성공한 엘리트들이 새 인물이란 말인가. 같은호 과학 기사에서 ‘바닥 쿼크 주목’은 ‘B중간자’의 오자가 아닐까. ‘바닥(B)쿼크’는 ‘보텀(b)쿼크’라고 쓴다. 내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이번 베트남 평화마라톤에 아마 함께 모시고 가보고 싶었을 것이다. 아버지도 베트남 참전군인이면서 ‘고엽제 후유의증에 의한 고혈압’ 판정을 받았다.

김성훈: 491호 신년기획 ‘반갑다 2004년, 열려라 취업문!’의 취지에는 매우 공감한다. 그러나 기사가 좀 허전하다. ‘실업선배’ 4명의 취업 성공기의 내용은 하나같이 너무 두루뭉술하다. 원론적인 차원에서만 문제를 건드렸다. 좀더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듣고 싶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언젠가부터 <한겨레21>에 나오는 한 양주 광고가 지면을 가로로 두 동강 내고 당당히 윗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기사를 읽기가 너무 답답하다. 그 광고, 참으로 모양새가 고약하다. 493호 움직이는 세계 ‘젊은이여, 그대의 국적은 유럽’은 우리 젊은이들에게 ‘젊은이여, 그대의 국적은 아시아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같은호 오지혜가 만난 딴따라 “왜? 무슨 일 있었어?”는 지난해 저열한 스포츠 신문들에 의해 철저하게 두들겨맞고 왕따당한 이경실씨에 대해 인간적인 예의를 갖춘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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