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 어린이 문예대회 본선심사평]
시·산문
경험이 녹아 있는 따뜻한 눈길
아이들은 솔직하다. 불편한 건 불편하다 하고 좋은 건 좋다고 분명히 말한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자기 감정과 생각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 일부러 글을 읽는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런데 공모한 글을 받아보면 아이들의 생각이나 글이 아닌 것이 많다. 부모나 교사가 끼어든 흔적이 너무 많다. 그래서 어른의 솜씨가 묻어 있을 성싶은 작품과 어른 흉내를 낸 작품은 일단 걸러냈다. 좀 거칠고 엉성해도 아이다움이 들어 있는 글이 진짜 살아 있는 글이기 때문이다.
일상의 구체적 상황과 연결돼 있고 조금이나마 자기 체험이 녹아 있는 글을 앞자리에 두었다. 평화라는 주제에 대해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느낌을 막연하게 늘어놓은 글은 뒤로 제쳐놓을 수밖에 없었다.
시 부문 대상인 <손을 내밀어>는 심장병을 앓는 베트남 어린이에 대한 따스한 눈길이 좋았다. ‘손을 내밀어/ 잡아···’ 같은 상투적인 표현이 아쉽긴 하지만 아이로서는 그보다 간절한 마음을 나타내는 게 무리라고 판단했다.
산문 부문 대상인 <함께 살아가는 우리>는 자신이 직접 겪는 일을 글로 쓴 것이라 읽는 이 모두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텔레비전이나 사람 많은 곳에서 피상적으로 바라만 본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라, 자기 집안에서 운영하는 공장에 근무하는 노동자 이야기였다. 아이들이 세상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보편적 정서와 따스함이 잘 배어 있었다. 베트남 노동자를 포함해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 삶의 영역에 얼마나 많이 들어와 있는지 새삼 깨닫게 하는 글이었다. 글을 통해서 본 아이들은 생각보다 더 건강했다. 가수의 공연이든 축구 경기든 열광은 하되 그러한 것 속에 들어 있는 의미를 나름대로 해석하며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결코 모르지 않았다. 아이들은 일상의 작은 평화에서부터 같이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는 세상의 평화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았다. 아이들이 꿈꾸는 평화로운 세상, 그건 곧 대다수 인류가 꿈꾸는 세상이기도 하다. 그림·만화
어른 손 타면 금방 드러나
그림이나 만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놀이로서의 즐거움이다. 최소한 이 대회의 이 즐거움은 어린이의 몫이다. 어린이가 놀며 배우는 시간과 공간이다. 어린이의 부모, 학교나 주변 미술 선생님은 어린이의 창작과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른의 손을 탄 작품은 금세 드러난다. 그것은 수상을 떠나, 어른의 욕심이 아이의 상상력과 자신감과 즐거움과 책임감을 망치게 하는 것이다. 대회 참가를 바라는 어린이의 주변 어른이 할 수 있는 일은, 창작에 앞서 어린이가 주어진 주제의 의미와 그것에 접근하는 여러 방식에 대해 스스로 고민할 수 있도록 같이 이야기하는 것 이상을 넘을 수 없다.
그림 부문 대상으로 선정된 <평화의 비누방울>은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쉽고도 참신한 아이디어가 좋았다. 시원스러운 구도와 등장 인물의 어린이다운 표정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우수작들 역시 주제를 대하는 솔직함과 즐거운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뽑혔다. 우수작 가운데 <베트남 친구가 생겼어요>는 역동적인 구도와 안정적인 색채감으로 마지막까지 대상 작품과 경합을 벌였다.
만화 부문 대상으로 선정된 <전쟁과 담배>는 전쟁을 담배에 비유해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법이 돋보였다. 우수작 가운데 <평화>는 분단상황을 ‘상체나라’와 ‘하체나라’의 분단에 비유한 기발한 재치가 돋보여 끝까지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머물게 했다.
경험이 녹아 있는 따뜻한 눈길

사진/ 본선 심사위원 이경자(소설가·민족문학작가회의 부이사장), 김남일(소설가), 박상률(시인·아동문학가)(사진 왼쪽부터).
산문 부문 대상인 <함께 살아가는 우리>는 자신이 직접 겪는 일을 글로 쓴 것이라 읽는 이 모두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텔레비전이나 사람 많은 곳에서 피상적으로 바라만 본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라, 자기 집안에서 운영하는 공장에 근무하는 노동자 이야기였다. 아이들이 세상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보편적 정서와 따스함이 잘 배어 있었다. 베트남 노동자를 포함해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 삶의 영역에 얼마나 많이 들어와 있는지 새삼 깨닫게 하는 글이었다. 글을 통해서 본 아이들은 생각보다 더 건강했다. 가수의 공연이든 축구 경기든 열광은 하되 그러한 것 속에 들어 있는 의미를 나름대로 해석하며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결코 모르지 않았다. 아이들은 일상의 작은 평화에서부터 같이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는 세상의 평화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았다. 아이들이 꿈꾸는 평화로운 세상, 그건 곧 대다수 인류가 꿈꾸는 세상이기도 하다. 그림·만화
어른 손 타면 금방 드러나

사진/ 본선 심사위원 주완수(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사석원(화가), 김진희(삼성어린이박물관 선임연구원)(사진 왼쪽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