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평화수업하는 도봉초등교 최종순 교사… 한-베 어린이 문예대회에도 적극 참여
“머리에 손.”
수업종이 울렸지만 교실은 여전히 왁자지껄하다. “어허… 머리에 손∼.” 선생님의 목소리 톤이 조금 높아지자 개구쟁이들의 수다는 조금씩 잦아든다. “자, 조용해질 때까지 눈을 감는다.” “….” “눈 감으라고 했는데 탁구공 갖고 노는 사람이 있네….” “….”
“베트콩, 발음이 웃겨요”
지난 10월2일, 서울 도봉초등학교 6학년 5반의 제2교시는 오전 10시 정각에 시작됐다. 수업제목은 ‘베트남 전쟁을 통해서 배우는 평화만들기’. 한 주일에 두 시간씩 하는 이 수업은 이날로 네 번째다. 담임 최종순 교사(46)는 분위기를 잡은 뒤 서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러분 지난번에 베트남에 대한 역사와 문화 이해했죠? 인터넷 사이트 찾아보고 자기 생각도 곁들였죠? 오늘은 그림 그리기를 할 거예요. 뭘 그릴 거죠?” “….” “동원이가 대답해봐.” “전쟁요.” “다른 사람은?” “월남전요.” “이번에는 소라가 이야기해봐.” “으∼음, 베트남전과 평화에 대해서요.”
여섯 모둠으로 이뤄진 34명의 학생들은 여섯 가지 주제를 놓고 고민에 들어갔다. 죽음·어린이·사랑·베트남·한국·전쟁. 각 주제를 놓고 한 모둠에서 한명씩 A4용지에 이미지 그림을 그리는 거였다. 다 끝난 뒤엔 그림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인펜과 색연필로 그린 태극기와 베트남기, 해바라기와 무덤, 천국과 지옥, 아오자이와 삿갓 따위의 상징들이 하나씩 형형색색으로 등장했다. 최 교사는 “개인 그림을 그릴 3교시를 위해 아이디어를 모으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제시대 위안부에 관한 교육이 계기가 되어 이 수업을 기획했다고 한다. 평화사랑 정신을 제대로 익히려면 우리나라가 피해자인 역사와 함께 가해자의 위치에 선 일도 함께 알아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미안해요 베트남> 음반을 들려주며 우리가 왜 미안해야 하는지를 알려줬고,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전문강사를 초빙하기도 했다. 한주 전엔 베트남전 교육용 CD를 통해 영상자료를 보여줬다.
“베트남이 미국과 싸워 이긴 유일한 나라라는 사실을 굉장히 신기해해요. 베트남이 이겼는데 우리가 왜 미안해야 하느냐는 아이도 있지요. 이기는 거는 무조건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이기건 지건 전쟁은 모두를 불행하게 하는 건데….” 최 교사는 ‘베트콩’이라는 단어에 “콩이 들어갔다”며 재미있어하는 아이들에게 베트남의 분단과 한반도의 분단을 대비시켜 설명해주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미국 같은 큰 나라만 알지 작은 나라는 모르잖아요. 반공교육 영향이 크기도 하고…. 우리와 이웃한 작은 나라들에 관한 깨우침이 세계를 보는 안목을 넓히는 데도 참 좋지요.”
그림과 글로 이뤄진 학생들의 감상문 노트를 들춰보았다. “앗싸! 베트남. 베트남 미안해요. 미국이 우리를 돈으로 유혹하는 바람에 돈이 그때는 좀 딸려서 ㅋㅋㅋ.”(권채연) 지금 경부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여러 사람들은 베트남에게 한번쯤 미안한 생각을 해야 한다. 처음에는 왜 미안한지 몰랐는데….”(김수연) 그림 속에선 두 나라의 국기가 하트 속에 둘러싸여 있기도 했고, 두 나라 처녀총각이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주제 아래 코믹하게 그려져 있기도 했다.
스스로 가사 지어 노래극도 발표
물론 토론 위주의 진행이 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머리를 쓰는 걸 싫어하는 풍토라 더욱 그렇다. “저 머리 비었어요…”라며 노골적으로 참여를 꺼리는 아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최 교사는 믿는다. 소박하게나마 평화교육의 불씨를 품어본 아이들은 언젠가 소중한 빛을 발할 거라고. 어려운 상황에서 중요한 판단을 해야 할 때 맘속에 남아 좋은 쪽으로 작용할 거라고.
학기말엔 ‘베트남전과 평화’를 주제로 한 노래극 발표를 할 참이다. 아이들이 직접 노랫말을 짓고, 토요일마다 연극교사의 지도도 받기로 했다. 그리고 중요한 것 한 가지. <한겨레21>이 주최하는 ‘한-베 어린이 문예대회’에도 글과 그림 작품을 낸다. 최 교사는 되도록 많은 학교에서, 이왕이면 작은 평화교육과 함께 작품응모를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사진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사진/ “무엇을 그려볼까.” 도봉초등학교 6학년 5반 학생들이 베트남전과 관련된 주제를 놓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진/ 담임 최종순 교사.
사진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