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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국제 관광지로 거듭나려는 푸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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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5-0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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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옌성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 3개 전투부대가 모두 거쳐간 격전지였다. 65년 말 맹호부대가 투이호아현에 잠시 주둔했다가 66년 말 백마부대로 교체된 것으로 주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또한 청룡부대도 이곳에서 작전을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푸옌성 공식집계로는 당시 22건의 민간인 학살 사건이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1729명이 희생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당시 한국군의 활약상에 대한 한 생존자의 증언을 들어보자. “베트콩은 정말 간덩이가 부었어. 용감했지. 근데 베트콩보다 두배로 간덩이가 분 자들이 있었어. 바로 한국군이야. 정말 용감하고 잔학했지.”

전쟁은 끝났다. 푸옌성을 감싸는 건 오직 평화뿐이다. 당시 이곳에서 작전했던 한국군들은 길고 푸근한 바다를 가진 푸옌성에 대해 일말의 그리움을 간직하며 살고 있을까? 푸옌성 주민들은 “그들이 방문한다면 두 손을 들고 환영하겠다”고 말한다. 참전군인 출신들은 정말 이곳에서 청춘 시절의 향수에 젖을 것이다. 한국군들이 남긴 자취가 곳곳에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허물지 않은 잡초투성이 벙커 안에서 아직도 지워지지 않은 자신들의 낙서를 보는 기분은 짠할 것이다.

굳이 참전군인 출신이 아니더라도 좀더 많은 한국인들이 와주길 푸옌성은 바라고 있다. 푸옌성은 2000년부터 관광부문을 중요한 경제부문으로 설정하고 각종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푸옌은 후에나 나짱처럼 외국인들에게는 덜 알려져 있지만, 상당한 관광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인에게는 그저 ‘머나먼 송바강’의 무대인 송바강이 있는 곳쯤으로 알려져 있다(사실은 Song Da로 ‘다강’이 정확한 명칭이다). 마이 탄 타이 푸옌성 관광상공청 부청장은 “푸옌은 베트남에서 가장 생태보존이 잘돼 있는 곳 중의 하나”라며 “베트남 정부가 지정한 명승지가 10곳이나 있다”고 말했다. “198km나 되는 긴 무공해 천연해변, 그리고 희귀 야생동물까지 볼 수 있는 원시림이야말로 푸옌의 자랑이다.”

그는 먼저 ‘한-베 평화공원’ 부지에서 남쪽 20km 부근에 떨어져 있는 붕로(Vung Ro)라는 봉우리를 첫 관광지로 꼽았다. 베트남전 당시 베트콩 근거지였던 이곳은 전쟁의 유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으며, 원시림과 바다가 어우러진 모습이 일품이라고 한다. 그래서 주민들이 일출을 구경하러 가장 많이 오는 곳이기도 하다. 멀리서 보면 큰 벌집 같은 형상을 한 다디아(Da Dia) 절벽은 베트남에서 유일하다며 두 번째로 꼽았다. 이 밖에도 그는 소수민족들의 풍습과 원시림이 잘 보존된 ‘잘라이’(Gia Lai)와 ‘닥락’(Dak Lak)으로 가는 길목이 푸옌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먹을거리로는 황제게 등 각종 해산물과 산돼지구이 등 산악지대 특산물이 풍부하다고 한다.


현재 푸옌성 관광의 가장 큰 딜레마는 항공편이다. 예전에 미군이 쓰던 격납고 자리에 군용 비행기가 뜨고 내리지만, 여객편은 수요부족으로 끊긴 지 오래다. 마이 탄 타이 부청장은 “항공편 복구를 신청해놓았다”며 “공업지구 신설로 수요가 늘어나 올해 안에 베트남항공 국내선이 들어올 것”이라고 낙관했다(평화공원은 비행장에서 5분 거리다). 이 밖에도 그는 외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도로 복구와 비치 개발, 호텔 증설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의 충청북도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푸옌성은 한국 기업들의 관광 인프라 사업개발 투자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관광문의 8457-826459, 투자문의 8457-823400).

푸옌=글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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