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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아름다운 동행] “우리 학교 좋은데, 고교선택제에선 인기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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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7-05 23:06 수정 : 2010-07-0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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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로 뛰어가는 소녀의 이름은 이지영. 서울 보성여고 3학년. 여고생의 비밀을 다 캐면, 세상의 비밀은 사라진다고 믿는 기자는 몇 가지만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 “좋아하는 선생님 누구예요?” “오늘 밤은 몇 시까지 공부할 거예요?” “연애해봤어요?”…. 인터뷰를 한 7월1일은 학교 1학기 기말고사 첫날, 시험은 망쳤다고 했다. 오전에 전화했다면 덤터기 쓸 뻔했다.

서울 보성여고 3학년 이지영.

1. 이런, 시험 첫날? 바쁠 텐데 미안해서 어쩌죠.

아~뇨, 괜찮아요.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7월7일까지 5일간 봅니다.

2. <한겨레21>이 시험을 방해했나요.

아아~뇨, 시험 때문에 이번주치도 안 봤어요.

3. 시험도 못 보고, <한겨레21>도 못 봤군요. 무엇이 문제인가요.

하하. 영어랑 작문 두 과목이었는데, 이상한 서술형 문제가 많았어요.


4. 수능시험도 얼마 안 남았죠? 그럼 <한겨레21> 더 안 보겠네요.

아아!! 11월18일인데요, 그래도 천천히 보려고요.

5. <한겨레21>을 보기 시작한 이유가.

올 초부터 한 권씩 사보다 정기구독을 신청했어요. 윤리 선생님께서 권해주셨어요. 재미있는데 가끔 너무 어려워요. 도표 같은 게 많은 기사들. 재미없는 건 읽다 말아요. 그래서 어떤 기사들인지도 잘 기억이 안 나네.(헐)

6. 흠, 재미있는 기사도 있겠지요.

연예·문화계 이야기처럼 가벼운 것들이 재미있고, 정치 기사도 좋아요. 부글부글도.

7. (부글부글 쓰는 기자, 우쭐해) 아 그래요, 기억나는 건.

기부천사요(최성진 기자가 쓴 조전혁 의원 관련 글이다. 또 헐). 아, 최근 3부 리그 축구 선수들 이야기도 재미있었어요.

8. ‘전교조 교사’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인상을 받으세요.

많이들 안 좋게만 말하는데…. 언니가 교대를 졸업하고 임용고사를 준비중인데, 극단적인 사람도 있지만 좋은 분도 많다고 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선생님도 참교육을 지향하시는데, 사회문제도 많이 말씀해주시고 의견이 뚜렷하세요.

9. 대학 전공, 목표 직업을 정했나요.

경제학이나 철학을 공부하고, 판사가 되고 싶어요. 원래 검사였는데, 뉴스를 보니 제 가치관이랑 안 맞는 것 같아요. 옳지 않은 건 않다고 말하고, 가치관도 진보 쪽인데, 검사 조직에선 제 의견을 말하고 지키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공익변호사단체 공감에 후원하는 거예요.

이지영양은 “하던 대로만 하면 (꿈 실현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하는 이른바 우등생이다. 시험 망쳤다며 살짝 풀 죽은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10. 못다 한 얘기가 있다면요.

사교육 병폐를 짚는 등 교육 기사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학교가 고교선택제에서 인기가 없나 봐요. 3학년은 280명인데 1학년은 180명밖에 안 돼요. 결과 좋은 학교만 찾으니까. 하지만 선생님도 좋고, 인성교육도 철저해요. 후배들한테 우리 학교 많이 지원하라고, 자기 하기 따라 대학 잘 간다고 말해주세요.

좋아하는 남자친구? “잘생기면 좋겠지만 중요하진 않다. 가치관도 비슷하면 좋겠지만, 아니라 해서 배척하진 않는다.” 한마디로 잘생기고 생각도 같은 이를 원한다는 얘기로 들렸으나 더는 묻지 않기로 했다. 오늘 공부도 밤 11시까지만 할 생각이다. “컨디션 조절해야 하거든요.”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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