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환 주베트남 대사 “과거사 부담 더는 게 첫째 관심”
<한겨레21>이 꾸준히 보도한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문제는 정부로서 곤혹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베트남전 진실위원회’ 등의 인권단체들은 공식사과와 배상을 주장해왔지만,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정부 차원의 외교적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외교통상부는 2001년 예산안에 200만달러의 베트남 특별무상원조액을 배정했다. 이는 베트남 중부지방에 40여개의 학교를 지어주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 국회 예산결산위를 통과해 확정됐다. 한-베트남 수교 이후 해마다 베트남에 대한 무상원조가 지속적으로 있어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이 게릴라 토벌활동을 벌였던 5개성 지역에 한정하여 집중 지원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백낙환(55) 주베트남 대사는 “과거사 문제가 외교하는 입장에서는 늘 부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무상원조를 포함한 지원과 양국간 교류촉진을 통해 ‘과거사’라는 단어가 더이상 큰 걸림돌처럼 떠올려지는 일이 없어지도록 재임중 기여할 것”이라며 이 문제가 주베트남 대사로서 으뜸 가는 관심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베트남에 배정된 무상원조 액수는 학교건축은 물론 기존에 진행되던 프로젝트 사업과 연수생 초청을 포함해 총 400만달러 규모다. 이는 한국 외교통상부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해 세계 130개국에 지원하는 ODA자금(Official Development Assitant·개발원조자금) 규모 중 가장 많은 액수다. 백 대사는 “최근 두 차례 쿠앙응아이성과 쿠앙남성에 실사단을 파견해 학교건립을 위한 기초조사작업을 벌였다”며 “중부지방 학교건립사업이 양국관계의 발전은 물론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재임 2년째를 맞는 백 대사는 베트남 민족에 대한 특별한 친밀감을 표시했다. “베트남은 우리와 여러 가지 점에서 유사합니다. 중국문화를 받아들인 전통에다 2차대전 직후 두개로 갈린 역사적 경험, 생활양식, 가치관 등이 마치 과거에 쌍둥이로 나왔다가 오랫동안 헤어진 뒤 다시 만난 형제가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듭니다.” 그는 “이런 점에서 우리와 베트남이 가장 가까워질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까 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 대사는 그 방안 가운데 ‘과거사 해결’ 다음으로 중요한 몇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양국간의 무역 불균형이다. “양국간 수교가 9년째인데 해가 갈수록 우리의 수출액에 비해 수입액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 처음엔 5억달러 수준이었는데 올해만 해도 13억달러 규모로 뛰었습니다. 이게 심해지면 베트남 현지여론이 나빠져요. 중국이나 일본, 싱가포르도 이 때문에 무역적자 감소노력을 많이 합니다.” 둘째는 한국 현지공장의 노사문제다. 최근엔 거의 사라졌지만 투자규모가 줄지 않는 한 늘 잠재돼 있기 때문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한겨레21>을 정기구독하며 베트남 관련기사를 꼼꼼히 챙겨 읽었다는 백 대사. “‘미안해요 베트남’식의 캠페인은 우리를 비하하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든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그는 주말레이시아대사관 공사와 주루마니아 대사, 외교통상부 본부대사 등을 거쳐 지난해 2월 베트남 대사로 부임해 활동하고 있다.

<한겨레21>을 정기구독하며 베트남 관련기사를 꼼꼼히 챙겨 읽었다는 백 대사. “‘미안해요 베트남’식의 캠페인은 우리를 비하하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든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그는 주말레이시아대사관 공사와 주루마니아 대사, 외교통상부 본부대사 등을 거쳐 지난해 2월 베트남 대사로 부임해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