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캠페인]땅 땅 땅! 김지태 징역 2년
등록 : 2006-11-10 00:00 수정 :
수원지법 평택지원 성지용 부장판사가 서슬퍼런 판결을 내리던 날… 이장이 돌아올 것이라 기대했던 대추리 주민들은 아스팔트에서 통곡
▣ 평택=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법원 청사 정문 앞에서 경찰에 가로막힌 황필순(76)씨는 아스팔트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지태야~!” 그는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팔목에 차고 있는 묵주가 격렬한 몸부림을 이기지 못하고 끊어졌고, 구슬은 사방으로 흩어져 날아갔다. 딸과 며느리와 동네 사람들이 다가가 황씨의 손을 잡았다. 황씨의 눈물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그는 섧게 울었다.
11월3일 오전 10시, 수원지법 평택지원 청사 앞으로 대추리 주민들이 모여들었다. 돌아올 줄 알았던 김지태 이장은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사진/ 연합뉴스)
2006년 11월3일 오전 10시, 수원지법 평택지원 청사 앞으로 미군기지 확장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평택 대추리·도두리 주민들이 모여들었다. 이날 그동안 구속 재판을 받아온 김지태 대추리 이장의 1심 판결이 예고돼 있었다. 전날 저녁 7시 대추리 농협창고에서 벌어진 793일째 촛불집회에서 주민들은 “내일이면 이장이 돌아온다”고 말했다. 김택균 평택미군기지확장반대 팽성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사무국장은 “내일 아침 9시30분에 어르신들을 버스에 싣고 마을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장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정부의 미끼를 물고 만 도두2리
이장이 없는 동안 마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사람들은 오랜 투쟁 과정 속에서 하나둘 지쳐갔다. 마을에는 점차 빈집이 늘어갔고,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국방부가 주민들의 땅을 빼앗아가며 법원에 공탁해둔 땅값에 손을 댄 사람도 많아졌다. 지난 10월20일 대추리와 함께 투쟁을 이어온 도두2리 주민들은 결국 정부의 ‘미끼’를 물고 말았다. 그들은 2013년께 착공되는 고덕 국제화 도시 예정 터의 택지를 “분양해달라”는 신청서에 서명했다. 정부는 택지 신청을 한 사람들에게 한 가구당 상가 8평과 택지 75~80평을 조성원가 수준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평당 300만원 선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조성원가를 감당할 수 있는 주민들은 몇 명이나 될까. 그 땅을 사려면 적어도 2억원의 현금을 갖고 있어야 한다. 정부는 주민들에게 “(돈이 없으면) 땅을 전매해 프리미엄을 챙기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대추리 쪽에선 “도두리가 투쟁 대오에서 멀어지는 게 아니냐”고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도두2리 주민들은 그날 이후 촛불집회에 참석하지 않는다.
도두2리 이상현(42)씨는 “솔직히 많이 지쳤다”고 말했다. 그의 집 앞에는 매일같이 전경들이 탄 ‘닭장 버스’가 소음을 내며 지나간다. 낮에는 매연 때문에 생활하기 힘들고, 밤에는 집 옆에 주차된 버스의 소음 때문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한다. “어느 날 4살 먹은 우리 애가 말이요, 지나가는 전경들을 보며 ‘전경 씨발놈의 새끼들아’라고 욕을 하지 뭡니까.” 농사를 짓지 못한 지난 1년 동안 이씨는 영농 자금과 농협에서 빌린 돈으로 근근이 하루하루 버텨왔다. 이씨는 “요즘 들어 하루에 피우는 담배가 3갑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얼마 전부터는 공인중계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법원 청사 앞에서 가로막힌 주민들은 흥분을 가누지 못했다. 이장의 아버지 김석경 노인이 “내 새끼 내가 보려는데 왜 막냐”고 고함을 지르며 경찰에게 달려들었다. 법원 직원들은 법정에 들어서려는 노인들에게 “신분증을 주면 방청권을 주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제까지 하지 않던 일을 왜 하냐”며 따졌다. 소동이 길어지는 바람에 결국 주민들은 법정에 들어가지 못했다.
“초범에게 실형을 선고하다니”
밖에서 벌어지는 실랑이를 뒤로 한 채 성지용 부장판사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7가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지태 이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성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미군기지 이전사업을 반대하는 주민 생존권 보장 차원에서 집회를 벌였다고 주장하나 죽봉과 쇠파이프가 난무하는 대규모 폭력사태를 초래한 점 등을 볼 때 죄질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주민들의 소란을 염려한 나머지 주민들에게 방청권을 배부했고(실제 재판이 일찍 끝나 주민들은 법정에 들어가지 못했고, 방청권도 배부되지 않았다), 법정에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을 설치했으며, 경찰에 시설보호 요청을 했다. 성 판사는 “공권력 무시 풍조를 만연시키고 폭력 정당화를 확산시켰다는 점 등을 고려해 엄중한 처벌을 묻지 않을 수 없어 실형을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김용한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상임대표는 “초범인 김지태 이장에게 실형을 선고한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고, 문정현 신부는 “70년대식 정치재판”이라고 비난했다.
 |
 | |
[들이운다]우리 아들도 재판 받으러 갔어
이장 아버지 어머니는 법정에 들여보내야지, 불쌍해서 아휴
서순희(68)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161-24
대한민국 법원이 경찰의 방패를 앞세워 굳게 문을 닫았다. 김지태 이장의 재판에 온 대추리·도두리 주민들은 재판을 보지도 못하고 징역 2년 실형 선고 소식을 들었다.
대한민국 법이 이렇다는 생각에 너무 분노가 치밀어서 가슴이 먹먹하고 밥맛도 없어. 오늘 나오려니 생각은 안 했어도 이건 너무하잖아.
몰러, 오늘 같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마음도 있고 그랬어. 반반 기대를 가졌어. 그런데 법정 안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는 거 보고 난 할 말을 잊었어. 세상에 이럴 수는 없어. 막 겹겹이 쌓아놓고 뭐하는 짓이여. 아무리 촌사람들이라도 이런 경우는 아니란 걸 안다고. 이장 어머니 아버지는 들여보내야지. 그 노인네들 불쌍해서 아휴. 부모 가슴이 어떨까 생각하면 말도 안 나와.
지난번 재판에 우리가 시끄럽게 해서 안 들여보낸다는데, 핑계지 핑계여. 그날은 우리가 그럴 수밖에 없었잖아. 오늘은 2년 선고하려고 그런 거여. 우리가 가만있지를 않을 테니까 안 들여보낸 겨. 나는 너무 화가 나서 가슴이 떨리고 진정이 안 돼가지고. 눈물만 나오고.
오늘 우리 아들도 재판 받으러 갔어. 오늘 하루 종일 몇십 명 대추리 싸움 재판한다고 그러대. 뭐 대책위 임원들 다 잡아가면 주민들이 아이고 무서워 하고 도망갈 줄 아나 보지. 그렇게 도망가길 바라는 거여. 우리가 손들기를 바라는 거여. 우리 아들은 지 아버지가 여기 땅 메우는 개간사업하느라 고생한 거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하는 거여. 난 여기 온 지 43년 됐는데 우리 아들이 그때 백일 갓 지났을 때여. 걔가 지금 마흔셋이니께. 그때 걔 아버지가 개간사업하느라 고생해가지고 지금 이렇게 대추리 좋은 땅이 있는 거지. 그때 도두2리 이장네 아버지랑 우리 애아버지랑 둘이 같이 했지. 그러다 몸이 아파서 돌아가셨어.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온다. 아휴.
어제는 헬기가 얼마나 낮게 떴는지 몰라. 우리 집, 농협창고, 마을회관 전부 다 사진 찍었어. 헬기가 창고에 닿게 낮게 날아서 우리 집 나무 하나까지 찍는 거야. 내가 아주 분명히 봤어. 날개 속에 사람이 보여. 낮게 뜨면 다 보이지. 내가 무를 씻고 있다가 무를 들고 한참을 쳐다보다 욕하고 소리질렀다니까. 그 소리까지 녹음해갔나 몰라. 농협창고 찍어서 촛불집회 못하게 하려고 찍나 보다 그랬지.
매일매일 못할 짓이지. 다음주에는 길 가까이 철조망도 친다는데.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와. 대추리 사람들 오늘 분을 못 풀어서 병 될 겨. 얼마나 속이 터지고 허탈한지. 날도 쌀쌀해지는데 아휴 이래저래 걱정이 태산이야. 요새는 마늘 심는 시기인데 어떡해야 하나 몰러. 지금 딱 심는 시긴데. 다들 걱정이지. 내년 6월에나 먹을 텐데, 심어야 혀 말어야 혀.
글·사진 사회진보연대 활동가 진재연
| |  |
 |
 |
 | |
[평화의 땅 한평지키기]주민들이 지쳐갑니다
110,125,966원
11월3일 현재 1억1012만5966원
평택 대추리·도두리 주민들은 지쳐 있습니다. 11월3일이면 주민들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김지태 이장이 결국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는 언젠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내 땅을 전쟁을 일으키는 미군들에게 내주는 것은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양심에 충실했던 시골 이장에게 대한민국 법원은 “공권력에 도전한 중대 범죄행위”라며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국가라는 압도적인 공권력과 도무지 양보할 수 없는 개인의 ‘양심’이 격렬하게 충돌할 때 우린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실정법 위반은 엄하게 다스려야겠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잃고 공황 상태에 빠진 국민에게 법원이 좀더 인도적이고 따뜻할 순 없었는지, 존경하는 판사님께 감히 묻습니다.
계좌이체 농협 205021-56-034281, 예금주 문정현
주관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한겨레21>
문의 평택 범대위(031-657-8111), 홈페이지 www.antigizi.or.kr,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159-2 마을회관 2층 (우편번호 451-802)
이근영(5만원) 장달리(10만원) 홍성진(10만원) 권혁 도병현(10만원) 이인환(62만1200원) 재형해정축하(3만원)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