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정부가 7월18일 주민들에게 최후통첩을 해왔다. 백기를 들고 마을을 떠나지 않으면 쳐들어가겠다는 전쟁터의 논리였다. 주민들은 대추리 김지태 이장을 석방하라고 재차 요구했다. 정부는 떠나는 것밖에 다른 길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결국 강제철거가 임박했다.
정부는 전체 228세대 가운데 이주하지 않는 98세대에 대해 지난 7월28일 인도 가처분 소송을 냈다. 정부는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일 뿐 강제철거는 아니라고 했지만, 법원이 가처분 결정을 내리고 주민들이 이에 불응하면 철거는 시간문제다. 정부에게 지킴이들은 눈엣가시? 나머지 가옥 98채는 당장 오늘이라도 철거가 가능하다. 가옥들 중에는 지킴이가 고치고 새롭게 꾸며 살고 있는 집들도 있지만 행정적으로는 지번이 말소된 빈집이기 때문이다. 주민과 지킴이들은 빈집 철거 시기를 이달 중순쯤으로 점치고 있다. 불과 한 주일 앞으로 다가온 사태다. 마을에는 5월4일 군부대 투입과 대추초등학교 철거의 공포가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지킴이들 가운데 일부는 빈집에 들어가 살고 있고 읍사무소에 전입신고도 마쳤다. 최근 국방부는 전입해 사는 지킴이들이 전입신고한 지번에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지를 조사해달라고 행정자치부에 요구했다. 실제 지난주 초 행정자치부의 지시를 받아 팽성읍사무소 직원들이 대추리 팽성대책위 사무실을 찾았다. 정부는 무슨 조치를 강구하고 있는 것이다. 빈집이든 사람 사는 집이든 집들에 대한 소유권은 2005년 11월23일 건설교통부 산하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용재결 이후 국방부로 강제 이전됐다. 미군에 넘겨진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정부가 집주인인 셈이다. 빈집 철거를 공언한 정부로서는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부터 우선 철거하려 들지도 모른다. 그래야 저항도 덜할 거라고 유추할 만하다. ‘사실조사’라는 명분 뒤에 감춰진 정부의 철거 수순인 셈이다. 그런 정부에게 빈집에 상주하고 있는 지킴이들은 눈엣가시다. 더구나 주민등록법상으로도 군사시설보호법상으로도 빈집에 입주한 평화활동가와 시민들에 대한 처벌은 어렵다. 군사시설보호법 17조는 “군사시설보호구역 또는 시설 안에 출입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 소유 물건이라 해서 모두 군사시설인 것은 아니다. ‘군사시설’이라 함은 진지·장애물 기타 군사 목적에 직접 공용되는 시설을 말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대추리·도두리 주민들과 시민들은 올 초 세 차례의 강제집행 이후 주춤했던 평화촌 만들기 캠페인을 새롭게 펼치느라 여념이 없다. 8월 들어서는 깨진 유리창과 굳은 시멘트 파편, 버려진 살림살이 등으로 어지러운 빈집을 정리해 농기구 전시장을 만들었다. 주민들이 옛 추억이 담긴 오래된 사진을 걸고 자신의 소망을 적은 글도 전시할 예정이다. 한편 주민들은 코앞에 닥친 강제철거 위협에서 오는 불안감 속에서도 지난 8월1일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고 농사짓기를 희망하는 700일째 촛불행사를 열었다. 2004년 9월1일에 시작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어온 행사다. 마을 토박이인 미군기지확장반대 팽성대책위 김택균(43) 사무국장은 “사는 이야기와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던 촛불행사가 정부의 횡포를 버텨내는 동력이었다”고 ‘촛불의 힘’을 강조했다. 같은 날 같은 자리에서 지킴이들은 ‘대추리·도두리 황새울지킴이 대회’를 열었다. 지킴이로 대추리에서 생활하면서 솔부엉이 마을도서관 관장 일도 보고 있는 사회진보연대 활동가 진재연(30)씨는 이날 선보인 연극의 대본을 쓰고 사회도 봤다. 그는 “국방부가 8월에 집을 부수겠다고 하지만 많은 이들이 빈집을 고쳐 살아가고 있다”며 “아무리 파괴하고 짓밟아도 다시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주민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되고 싶었다”며 지킴이 대회를 마련한 취지를 설명했다. 또 “대추리와 도두리 빈집들을 지킴이를 비롯한 시민들이 함께 채워가자”고 호소했다. “집이 무너지면 마음이 파괴되는 것” 반전평화운동 단체인 ‘전쟁 없는 세상’ 활동가 이용석(26)씨는 미리 준비해온 글에서 “사람이 떠난 빈집이든 살고 있는 집이든 사람의 마음이 그 집을 소중히 가꾸고 있다”며 “집이 무너질 때 돌덩이와 흙무더기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그 집을 짓고 정을 주며 땀과 피를 보태면서 살아온 사람의 마음이 파괴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활동가 조약골씨의 창작곡 ‘사람들이 살아요’가 이어졌다. “그런데 철조망 쳐놓고 길을 막고 폭력을 휘두르는 정부는 미국이 시키는 대로 다 하며 주민을 쫓아내려 한대요. 세상에,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요. 전쟁을 원하는 사람들은 무기 팔아 돈을 버는 자본가. 복종과 충성을 강요하며 기득권을 유지하는 권력자. 평화를 원하는 사람들은 황새울 들판에 모여서 손 잡고 노래하고 춤을 추며 미군기지 확장을 막아요. 이 땅을 지켜내요.” 황새울에 모이는 것만이 다는 아니다. 대추리와 도두리를 아끼는 많은 시민들은 정부에 항의하는 글을 쓸 수 있고 후원금을 보낼 수도 있다. 지킴이들은 전쟁과 파괴를 재촉하는 미군기지 확장사업에 맞서 정당한 편에 설 것을 촉구한다. 정당성이 평화를 실천하는 무기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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