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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평택 캠페인] 경찰은 ‘각목세례’를 즐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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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2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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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 방관 속에 평성 상인 150명에게 두들겨맞은 평화행진단… 평택경찰서로 몰려가 ‘미온 대처’항의하자 공무집행방해죄로 구속

▣ 평택 박애병원 =글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곽준호(32)씨는 평택 박애병원 510호실에 입원해 있었다. 그는 7월5일부터 닷새 동안 열린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와 한-미 FTA 협상 저지를 위한’ 285리 평화행진에 참여해 대추리로 접어들다 술에 취한 평택 안정리 상인들에게 몽둥이찜질을 당했다. 그는 머리와 왼쪽 네 번째 손가락과 왼쪽 다리와 왼쪽 갈비뼈를 다쳐 3주 진단을 받았다. 그는 “각목에 머리를 맞아 2cm쯤 찢어졌는데 몇 바늘을 꿰맸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곽씨는 “낮에는 괜찮은데 밤이면 머리가 어지럽다”고 병원에 호소했고, 담당 의사는 “MRI 사진을 찍어봐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다”고 답했다.

선도차량에 탔던 곽준호씨 전치 3주


7월8일 밤 11시41분. 기자의 휴대전화로 다급한 문자 한 통이 전달됐다. 문자에는 “술에 취해 각목으로 무장한 상인들과 평화순례단 참가자들, 금문교 현대주유소에서 대치”라고 적혀 있었다.

곽준호씨는 팽성 상인들에게 맞아 전치 3주의 부상을 당했다. 원인불명의 후유증을 진단하기 위해 MRI를 찍으려면 추가로 52만원을 내야 한다.

문제가 터진 것은 7월8일 밤 10시께다. 평화행진단은 평택역 앞에서 촛불집회를 마치고 대추리로 행진을 하고 있었다. 대추리로 접어드는 입구인 원정3거리에 팽성 상인회 소속 상인 150여 명이 술에 취해 몽둥이를 들고 진을 치고 있었다. 소동을 일으킨 사람들은 미군을 상대로 해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상인과 종업원들로 평소 대추리에서 진행되는 평화활동에 큰 불만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곽씨는 행진단을 이끄는 선도차량에 타고 있었다. “이거 한총련 차 맞지. 이 새끼들 본때를 보여줘야 해!” 상인들은 차를 가로막고 각목으로 앞 유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곽씨는 “행진단에 대추리 주민들도 있다”고 항의했지만, 호소가 폭력을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다. 상인들은 곽씨를 차에서 끌어내 각목으로 두들겨패기 시작했다. 머리에서는 이내 핏물이 흘렀고, 곧장 평택 박애병원으로 실려나갔다.

곽씨가 대추리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3월이다. “그때 활동하던 단체 사람들과 평택역 앞 집회에 참가했거든요.” 그는 “집회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뭔가 무겁게 마음을 짓눌렀다”고 했다. “뭐라고 하나요. 꼭 죄를 짓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무렵 대추리와 도두리 노인들의 구호는 ‘올해에도 농사짓자’였다. 그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짐을 꾸려 대추리로 향했다. “평소에도 귀농해서 농사를 짓고 싶은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는 남원 설상사에서 문을 연 귀농학교에 참여해 농사의 기초를 배웠다. “어차피 농사꾼이 되기로 결심한 만큼, 대추리로 들어가 제대로 된 농사를 지어보려고 했죠.”

이해하기 힘든 것은 경찰의 반응이다. 김정아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경찰이 먼저 그곳에 상인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고, 그래서 우리가 신변보호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행진단이 원정3거리에 도착하는 동안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이는 결과적으로 행진단과 상인의 충돌을 방조한 꼴이 됐다. 경찰은 행진단에 무차별 폭행을 가하는 상인들을 강하게 제지하지 않았다. 경찰은 행진단에게 “오늘따라 쟤들이 우리 말을 듣지 않으니 당신들이 참으라”고 말했다. 경찰은 술에 취해 몽둥이와 당구 큐대를 휘두르는 상인들을 진압하는 대신 ‘좋은’ 말로 타이르려 애썼는데, 국가 공권력이 보여준 놀라운 인도주의에 행진단은 “어안이 벙벙해졌다”고 말했다.

경찰의 인도주의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들은 경찰의 미온적 대처에 항의하려고 평택 경찰서로 몰려든 행진단을 마구잡이로 연행하기 시작했다. 경찰이 그들에게 덧씌운 죄는 ‘공무집행방해죄’였다. 경찰은 그곳에서 45명을 연행해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등 3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평택의 야만을 막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던 박래군 활동가는 평택 문제로 올 들어 벌써 두 번이나 차가운 구치소에 갇혀 있다. ‘평화’를 외치며 닷새 동안 꼬박 평택으로 걸어온 젊은이들을 잡아 가둔 경찰은 잠시 뒤 행진단을 맞으려고 마을 밖을 나선 노인들의 귀갓길을 막아섰다. 노인들은 길에서 밤을 지새운 뒤 다음날 아침이 돼서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박래군씨, 평택에서 두번째 구치소행

곽씨는 평택에서 4개월 동안 땅을 일구며 농사를 배웠다. 금요일 오후 8시에 신종원 대추리 새마을지도자와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 평화를 지키기 위해 평택으로 찾아든 젊은이들에게 농사를 가르쳤다. 수업은 5월4일 경찰의 침탈로 무너져버린 대추초등학교에서 진행됐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볍씨는 대부분 일본에서 개발한 것들이고 열무는 4개월 내내 언제 심어도 상관이 없지만 감자는 3월에 심어 7월이면 수확한다. “농사는요 일이라고 생각 안 하면, 지구가 인류에게 선물한 가장 재미있는 놀이래요.” 곽씨가 말했다. 교실에 모여든 ‘대추리 지킴이’ 두시간·동소심·김해댁·팔공·진관장 등은 공책에 밑줄 쫙쫙 그으며 농부들의 말을 받아적으며 행복했다. 하지만 들판은 철조망에 갇혔고, 그날의 기억들은 이제 쓸모없어진 안타까운 옛이야기일 뿐이다.


[들이 운다] 여기가 무슨 감옥이야?

찰벼도 짓고 흑미도 지었는데. 그거 몽땅 다 철조망 쳤지

▣ 김채운(76) 평택시 팽성읍 도두2리 89번지 33통

70살이 넘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노상에서 밤을 꼬박 지새웠다. 경찰의 숨 막히는 불심검문은 농활 온 학생들과 함께 집으로 가는 주민들조차 막아섰다. 날이 밝아서야 집으로 돌아온 김채운 할머니는 그날의 후유증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김채운 할머니

그 학생들은 며칠 동안 마을에 있던 애들인데. 짐도 다 거기 있고. 그런데도 학생들하고 같이 들어가면 안 된대잖어. 아휴, 징해. 이게 하루이틀이어야지. 언제까지 이럴라나 몰라. 욕하고 소리 지르고 해도 소용없어. 여기가 무슨 감옥이야? 거기서 그 이튿날 7시에 왔어. 아파갖고 더는 못 배기겠어. 딴 사람들은 더 늦게까지 있었지. 다리가 아파 걸어가지도 못하겠더라고. 춥고 저리고 아프고 도저히 일일이 말을 못혀. 그래서 만기를 못 채웠지. 딴 사람들은 9시 넘어서까지 있었어. 그래도 다행히 학생들이 비닐을 덮어주더라고. 그렇지 않으면 추워서 저기 할 텐데. 그날 날샌 여독이 아직도 있어. 파스도 한 번 붙일 때 몇 개씩 붙여. 청심환도 먹어보고 쌍화탕도 먹어보고 팔다리 아픈 약 조제한 것도 먹어보고 요새 계속 그러고 있는 거야. 이렇게 아프지 않으면 오늘도 서울 집회하는 데 갔지. 너무 아파서 못 간 겨. 웬만하면 안 빠지는데.

천안서 도두리로 시집왔어. 스물여섯에 왔으니께 50년 됐지. 동네 사람이 중매한 겨. 첨 왔을 때 갯벌이었지. 나 오고 난 뒤 다 막고 한 겨. 쇠죽을 머리에 이고 가운데다 사람 밥 넣어서 이고 다니더라고. 소가 논 갈으니께 쇠죽을 이고 다니는 겨. 나도 밥을 얼마나 많이 해 날랐나 몰라. 여기 죄다 나무쟁이 뻘이였어. 나무쟁이가 맨 천지인데, 갯둑을 막은 거여. 나무쟁이 알아? 뻘거스럼하고 채송화마냥 생겼어. 그저 뜯어다 삶아서 무쳐 먹었어. 그러면 간간히 맛있어.

우리는 남의 논 지었어. 품만 팔아먹고 살은 겨. 내 논은 하나뿐이여. 동백흥농계 싸움 나서 다 뺏기고 고상했지. 말하면 뭘 해. 그래도 찰벼도 짓고 메벼고 짓고 흑미도 지었는데. 그거 몽땅 다 철조망 쳤지. 요즘엔 집터에 있는 밭이나 돌보고 있는 거지. 여긴 남의 논 농사지은 사람 많아. 근데 지금은 남의 논이고 내 논이고 하나 못하잖아. 아이고 이루 말을 못해.

논에 저렇게 파서 철조망 치고 저놈들 날마다 저 지랄 하고 있으니께 정 떨어져. 어느 때는 힘들어서 어려운 때도 있어. 마음이. 난 지금도 나간다는 마음은 없어 .그러니께 저녁마다 촛불행사 가지. 엊저녁에도 비 오는데 차 타고 가잖아. 나는 촛불행사 하루 저녁 안 가면 궁금해서 못 견뎌. 오늘 저녁에 무슨 좋은 소리를 할랑가. 그래서 빠지기가 싫어. 궁금해갖고.

여기는 경찰들이 우리 집을 싸고 돌아. 아주 포위됐어. 집 옆댕이에 있는 공장에서 경찰들이 살잖아. 그거 뵈기 싫어서 난 여기(노인정) 나와 있는 겨. 문만 열면 그것들이 보이니께. 아주 지들 집들이여. 그놈들이 논 파놓은 데다 호스를 끊어갖고 물도 안 나왔었잖아. 아휴, 이루 다 말도 못해.



[평택 평화의 땅 1평 지키기] 평화 자전거 타러 오세요

98,116,681원

7월14일 현재 9811만6681원

이번에는 자전거가 나섭니다. ‘전북 평화와 인권연대’는 미 공군 폭격장의 군산 직도 이전과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막기 위해 평화를 몰고 오는 자전거를 타고 군산에서 평택까지 평화행진을 벌이기로 했습니다. 출정식은 7월19일 오전 10시30분 군산 미군기지 정문 앞에서 열립니다. 참가를 원하시는 분들은 ‘전북 평화와 인권연대’(063-278-9331·onespark@chol.com)에 신청하시면 됩니다. 준비물은 침낭·물통·수저·비옷·세면도구·필기도구 등이고 가장 중요한 자전거를 빼놓으시면 안 됩니다. 행진단은 군산~익산~논산~공주~천안을 거쳐 미군기지 확장 저지를 위한 4차 범국민 대회가 열리는 7월22일 평택에 닿을 예정입니다. <한겨레21>은 이번에는 별다른 사고 없이 행진이 마무리되길 기원합니다.

계좌이체 농협 205021-56-034281, 예금주 문정현

주관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한겨레21>

문의 평택 범대위(031-657-8111), 홈페이지 www.antigizi.or.kr,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159-2 마을회관 2층(우편번호 451-802)

김희식(5만원) 박용기(3만원) 조용현(10만원) 박용기(3만원) 조용현(10만원) 이경원(2만원) 윤선하(5천원) 손미숙(3만원) 김윤수 진이정이아빠(4만원) 문병선(3만원) 전교조동작중(7만원) 이경임(5만원) 청년학교(25만원) 바끼통까페(86만원) 지정훈(2만원) 이윤석(10만원) 권명숙 이혜옥(3만원) 유영진(7만97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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