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캠페인] 윤광웅 장관에게 묻습니다
등록 : 2006-04-20 00:00 수정 :
노인들이 2년 가까이 매일 밤 촛불을 드는데, 국방부의 진심은 무엇인가… 한번도 상의없이 기지계획 세워놓고 반대하면 고소하는 건 이치에 맞는가
▣ 김종일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사무처장
“이것 한번 봐. 이게 건답직파 종자인디 얼마나 이뻐. 이것 키워서 자식들 멕이고 입히고 가르쳤다니께. 이것이 땅에 콕 박혀서 싹을 틔우고 물 먹고 햇볕 받아 쑥쑥 크면 우리나라에서 제일 맛이 좋다는 평택쌀이 영그는 겨. 이런 좋은 땅을 빼앗아서 넘의 나라 군대 전쟁기지를 만든다는 게 말이 되냔 말이여. 그 일만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절대 안 돼. 안 되고 말고.”
최대기지 만든다는 미군의 원대한 포부
지난 3월6일과 15일, 4월7일 3번이나 국방부의 미군기지 확장 강제집행을 막아낸 평택 팽성읍 대추리·도두리 주민들은 너른 평택의 들녘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그들은 불안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농사에 임하고 있습니다. 3월15일과 4월7일에는 많은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 수십 명이 다치고 경찰에 끌려갔습니다. 한·미 두 나라에 대한 팽성 주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습니다. 주민들은 “되로 주고 말로 받을 것잉께 두고 봐”라며 이를 악물고 있습니다.
험난할 거라 예상했던 논갈이가 별 탈 없이 끝난 4월7일 국방부는 경찰 5700여 명과 용역 750명을 앞세워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작전을 벌였습니다. 그들은 농수로를 막고 양수장을 부쉈습니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올해 반드시 농사를 짓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땅에 볍씨를 직접 뿌리는 ‘건답직파’를 마치고 농수로도 복구되자 팽성 주민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그 누가 팽성 주민의 소박한 꿈을 빼앗아갈 수 있겠습니까.
국방부는 4월11일 주민들에게 “6월 말까지 집을 비워라. 만일 비우지 않을 경우 7월 이후 강제 철거할 것”이라는 안내문을 보내왔습니다. 같은 날 스티븐 M. 앤더슨 주한미군 기지이전 선발단장(미 육군 준장)은 “현재 166만 평의 캠프 험프리에 대추리·도두리 285만 평을 편입시켜 공군기지를 제외하고 해외주둔 미 지상군 기지 가운데 가장 큰 기지를 만들겠다”고 원대한 포부(?)를 밝혔고, 국방부 대변인은 “농수로를 메운 콘크리트를 걷어낸 사람들에 대해서 업무방해죄로 고소할 계획”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들은 “대화에 성과가 없을 때에는 철조망 설치와 건설단 투입 같은 방법들을 검토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저는 윤광웅 국방부 장관에게 묻습니다. 국방부가 진정 팽성 주민과 대화로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입니까? 아니면 대화하는 척하면서 다양한 공갈 협박을 통해 팽성 주민에게 겁을 주어 스스로 물러나게 하려는 것입니까? 고령의 노인들이 2년 가까이 “미군기지 이전 반대”를 외치며 매일 밤 촛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국방부의 진심은 과연 무엇인지 밝혀주십시오.
국방부가 진정으로 주민들과 대화할 의지가 있다면 다음과 같은 조치가 선행돼야 할 것입니다. 첫째, 평택 미군기지 확장 중단 및 전면 재검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합니다. 둘째, 주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진행시켰던 강제집행 절차에 대해 사과하고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강제수용 결정을 공식적으로 철회해야 합니다. 셋째, 국방부의 무리한 강제집행 과정에서 부상당한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 파손시킨 차량에 대해 피해를 배상하고 구속자를 즉각 석방해야 합니다. 끝으로 팽성 주민대표와 시민단체 대표, 정부대표 3자가 작금의 사태에 대한 문제해결 방안을 공개적인 토론을 통해 마련해야 합니다.
국방부가 평택에서 군사작전을 펼틸 때마다 경찰에 붙잡힌 평택주민들이 옥에 갇히는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4월7일 투쟁 때도 6명의 구속영장이 청구돼 평택 주민과 평화지킴이 각각 1명이 구속됐다. (사진/ 한겨레 장철규 기자)
3년이 넘는 주민들의 투쟁 과정 속에서 한·미 두 나라 정부는 주민들과 단 한마디도 상의한 적이 없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주한미군 사령관은 팽성 현장에 내려와 주민들과 눈을 맞추고 왜 주민들이 목숨 걸고 땅을 지키려 하는지, 왜 그렇게 끈질기게 미군기지 확장반대 투쟁을 이어가는지, 그 이유와 역사적 배경이 무엇인지 단 한 번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법을 만들고, 금을 그어 땅을 뺏고, 농민들을 감옥에 가두고, 정부의 말을 듣지 않으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감옥에 가두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공은 이제 정부에 넘어갔다
팽성 주민들은 우리 모두가 짊어져야 할 역사적 고통을 지금까지 혼자 감당해왔습니다. 지금 팽성 주민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전국에서 양심적인 많은 시민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힘으로 국방부의 무단적인 강제침탈을 막아냈고 앞으로도 막아낼 것이고, 마침내 올해에도 농사를 짓게 될 것입니다. 이제 정부에 넘어갔습니다. 팽성 주민들은 준엄히 묻습니다. 생명의 땅에서 팽성 주민이 농사짓도록 그냥 두느냐, 미국의 요구에 굴복해 전쟁기지로 내주기 위해 주민을 강제로 쫓아내느냐,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의 요구를 수용할 것이냐 아니면 국민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스를 것이냐. 노무현 대통령과 윤광웅 국방부 장관, 이제 당신들의 선택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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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데 가면 소작논 주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농민들한테 이렇게 대할 순 없어
▣ 오정순(59) 평택시 팽성읍 도두리 89
하도 고생을 해가지고 지금은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안 좋아요. 그래서 지금은 일을 못해요. 새벽에 다섯 시부터 일어나 애들 셋 데리고 나가서 일 할라고 생각해봐요. 들판에다 다라 속에 애들 놓고 그렇게 일하면서 빨랫줄에 빨래 마를 날이 없었어요. 밤 열두 시까지 빨래하고 그 이튿날 일 나갔어요.
지금 이렇게 앉아서 생각하면 이 몸뚱이 다 망가지도록까지 일한 거예요. 그러니 이 땅에 애착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 지금에 와서 어디 가서 살라고 이걸 내놓으라고 하느냐고. 그리고 지네들이 미국놈들한테 전쟁마당 제공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더 원통한 거여. 우리가 어떻게 가꾼 땅인데 이 땅을 달라 그러냐고요. 우리는 진짜 못 나가. 이 땅 가져가려면은 우리들을 다 동네에다 묻고 가져가야 돼.
우리 동네는 지금 아무 걱정할 게 없어. 미군기지만 안 들어온다면은. 노인양반들 여기서 사는 데 아무 불편 없고. 여기는 소작농 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많은데 그 사람들이 다 어디 가서 사느냐고. 이제 나이 60~70 먹었는디 다른 데 가면은 어디 소작논 주어요? 지난번에 국방부 사람이 그러는 거야. “직장 해주면 되지 않느냐” 해서, “당신네들 60~70 먹은 노인네들 갖다가 직장 줄라느냐”고, “돈 얼마썩 줄라고 직장 얘기하느냐”고 그러니까 답변을 않더라고.
농촌에 산다고, 우리가 세금 잘 내고 거시기하니깐 정부에서 우리를 너무 깜본 거여.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대할 수는 없어 우리 농민들한테. 우리 농민들을 사람 취급을 안 하는 거야. 텔레비전도 보지만 농촌 사람들 사기쳐서 붙잡혀가는 거 봤어요? 우리는 법이 뭔지도 몰라요. 우리가 그렇게 어렵게 살 때 지덜이 와서 치다보기를 했나 도와주기를 했나 물 한 모금을 떠다줬나. 그런 것도 아닌데 지네들은 법 찾고. 우리가 법을 어긴 적이 있가니?
애들이, 학생들이 데모하고 그럴 때에, “아 쟤네들 왜 저래여. 부모들이 저거 갈키느라고 얼마나 욕보고 그랬는데 왜 저렇게 맨날 투쟁을 하나” 그랬거든. 그런데 우리가 당하고 보니까, 그 학생들도 그렇게 생겨서나 그렇게 투쟁을 했는가 보다 하지.
인터뷰 평화바람 활동가 반지, 전북인터넷대안신문 <참소리> 기자 김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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