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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평택 캠페인] 황새울에 강제철거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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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0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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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초등학교 내놓으라는 국방부, 농토에 철조망 치고 철거 용역 투입 태세
젊은 양심들이 싸움에 동참하기 위해 모여들면서 긴박한 폭풍 전야의 상황

길윤형 기자/ 한겨레 사회부 charisma@hani.co.kr

3월2일 오후 2시께 국방부 공무원들이 평택 대추초등학교를 찾았다. 노인정에서 몰려나온 주민들이 국방부 공무원들을 막아섰다. 그들은 “이 건물은 국방부의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이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7월26일 평택교육청 쪽에 27억원을 건네고 이 건물을 사들였다. 그들은 지난해 8월 “폐교인 이곳 초등학교 터를 미군기지 이전을 위한 상황실로, 운동장은 전투경찰 주차장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우리가 애써 가꾼 학교를 전경들에게 내줄 순 없다”고 맞섰다. 국방부는 주민들의 반발에 꼬리를 내렸다가, 8개월 만에 다시 마을을 찾았다. 국방부는 초등학교 건물을 강제 철거의 첫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 같다. 국방부 관계자는 “철거의 일시와 장소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지만, 주민들은 “머잖아 본격적인 강제 철거가 시작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쌀 모아 만든 초등학교를 내놓으라니


대추초등학교의 역사는 19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첫 이름은 계성초등학교 대추분교다. 60년대 말까지 대추리 아이들은 논길을 따라 3~4km를 걸어 노양리에 있는 계성초등학교로 통학했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위해 한 집에서 쌀 다섯 말에서 한 가마씩을 내놓고 학교 터로 쓸 땅을 샀다. 매입한 땅 위에는 우마차로 흙을 퍼날랐고, 마을 어른들이 모두 모여 운동장을 다졌다.

3월2일 국방부 공무원들이 황새울에 나타났다. 노인정에서 주민들이 몰려나와 그들을 막아섰다. 국방부 공무원들은 다음엔 철거 용역들을 데리고 황새울을 찾을 것이다. (사진/ 평화바람 활동가 밥)

주민들은 “학교를 만들어달라”며 교육청에 땅을 기부채납(무상기증)했다. 이 학교에 4남매를 보낸 김인순(72)씨는 “아이들이 겨울에 통학할 때 장화를 못 사줘 진흙에 빠진 발목이 얼어 울곤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빚을 얻어 학교를 짓는 데 쌀 한 말을 보탰다. 그로부터 30년의 시간이 흘렀고, 학교는 2000년 폐교됐다. 평택교육청은 국방부에 땅을 팔아치웠다. 이제 땅 주인은 주민들이 아닌 국방부다.

주민들은 “죽어서라도 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올해도 반드시 농사짓자”며 투쟁의 결의를 다졌다. 국방부는 난감했다. <평택시민신문>은 지난 3월1일치 1면에 “주민들이 농사를 못 짓도록 3월6~7일께 국방부가 농토에 철조망을 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사를 쓴 이철형 기자는 “국방부가 만든 ‘철조망 설치계획’이라는 내부 문건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지침에서 “팽성 대추리 토지수용지역 중 농지와 접한 차도를 경계로 농지를 11개 구역으로 나눠 철조망과 감시초소를 세운 뒤 주민과 농기계의 접근을 차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농로 곳곳에 구덩이를 깊게 파 농기계가 다니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철조망 설치에 나설 용역업체 선정을 끝냈다”고 말했고, 한국농촌공사는 주민들에게 “미군이 요청하면 우리는 농수를 끊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소유권 이전이 완료된 지역에서 농사를 지으면 미군기지 이전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며 “영농행위 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설치하고 안내문도 발송한 만큼 농사를 짓게 방치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철거작업을 담당할 경비업체를 선정해 이르면 6일부터 강제 수용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황새울에 쌓인 짚더미 위에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면 징역 2년" 이라는 플래카드를 붙였다.(사진/ 평화바람 활동가 밥)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이전 대상 349만 평 가운데 275만2천여 평(78.9%)의 부지를 매수했으며, 매수하지 못한 73만8천 평은 법원에 공탁해 기지 이전에 필요한 부지 확보 절차를 완료했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 터인 대추리와 도두2리에는 현재 200여 가구가 살고 있는데 이 가운데 150여 가구가 협의매수에 응하지 않았다.

새벽 시간대에 철거 이뤄질 듯

김택균 미군기지확장반대 팽성대책위(대책위) 사무국장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방부의 행태를 놓고 볼 때 강제집행이 6~7일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대에 이뤄질 것으로 보고 밤샘 감시망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의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서울 을지로 삼각·수하동에 철거 용역들이 난입한 것은 2004년 11월7일 새벽 4시였고, 한국토지공사는 지난해 8월23일 새벽 4시에 용역업체 직원 400명을 이끌고 세입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판교 세입자들의 집을 때려부쉈다. 국방부가 민간 건설업자나 한국토지공사보다 더 인도적이라는 증거는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다. 용역들과 주민들의 몸싸움이 이어지면, 2선에서 지키고 섰던 경찰은 주민들을 폭력 혐의로 잡아 경찰서에 가둘 것이다.

그날 밤 평화활동가들에게 밤새 문자 메시지를 날렸다. 주민들의 외침은 호주머니 속 휴대전화의 떨림으로 기자에게도 전해져왔다. “6일 국방부 강제수용 실시. 5일 밤부터 대추리 총집결. 도와주세요.” 국방부 공무원들은 노인정에서 몰려나온 주민들에게 쫓겨 도망치듯 마을을 빠져나갔다. 주민들은 “국방부가 강제수용을 진행한다면 어떤 불상사가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평화바람 활동가 오두희씨는 “평택을 거쳐간 수많은 사람들이 5일 밤부터 황새울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양심들이 속속 평택으로 몰려들고 있다. 문정현 신부는 “이제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아무도 원하지 않았지만, 평택은 다시 폭풍 전야다.


애 잃으며 일군 농토요

[들이운다]

댐 때문에 고향 잃고 찾은 곳, 어떻게 떠날 수 있나

한승철(51) 평택시 팽성읍 도두2리 89

우리 동네에 자기 등기의 땅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 지금 한 70가구 가운데 26가구예요. 쉽게 말해서 집터도 내 게 아니고, 집만 그냥 있고. 대추리 동네도 40집이 넘게 있다고 하더라고. 그러니까 그게 지금 문제여. 여기 있으면 남의 논이 됐든 어찌됐든 간에 농사지어 애들한테 손 안 벌리고 연휴 때면 쌀밥이라도 줘가면서 살 수가 있는디. 사는 날까지.

우리가 1977년에 여기 이주를 왔는데 환경이 엄청 열악했어요. 모를 심으러 나가면 애들 과자 같은 거 먹이고 달래갖구서 쭉장에서 놀게 하고 재워가면서 아줌마네들은 일을 했어요. 애가 울면은 모심는 사람은 꾸부리고 모를 심으니까 그걸 못 도와주고 뒤에서 모쟁이가 애를 달래가면서 어떤 때는 업구서는 모쟁이가 모를 날라주고 막 그랬다고.

그렇게 고생들을 하고, 또 일부 아줌마들은 가을철에 벼 벨 때 애를 업구서도 하고. 모심으면서 들에 일하면서 경운기 위에다 이렇게 햇빛 가리개를 하는 거죠. 애들 뜨거우니까. 그라믄 거기서 잠재워가며 일하다가 아픈 것도 몰라갖고서는 그냥 시기 놓쳐갖구서는 이웃 형수 같은 사람은 애를 잃은 적도 있고. 그래 나 같은 경우도 모심으면서 그때 네 살이었나 우리 큰딸이 수로에 빠져 죽는 그런 것도 경험하면서 여기서 옥토를 일군 건데.

제일 제가 지금 떠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내가 한 번 고향을 잃었단 말이에요. 국책사업이라 해서 댐 만든다고 수몰되어 그랬는디. 여기 와서 내가 결혼해 삼남매를 둔 아빠요. 나로 인해 일차적으로 고향을 잃었는데 이차적으로 애들까지 고향을 잃으면 그것은 인저 안 되겄다는 생각이 들어가지고 더 절대 수용 불가라는 걸 나는 외치는 거지.

인터뷰 대추리 이주자 두시간, 다큐멘터리 작가 김지혜, 평화바람 활동가 여름



1천만원 넘었습니다

[평택 평화의 땅 1평 지키기]

2월4일 현재 모금액 1277만9800원

국방부가 머지않아 대추리에 철거용역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국방부의 명령이 떨어지면 한국농촌공사는 물 공급을 멈추고, 평택시는 행정대집행 영장을 앞세워 마을을 송두리째 뒤엎을 예정입니다. 주민들은 아직 농사의 꿈을 접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조그만 참여로 평택으로 몰려오는 미군들의 캐터필러 소음을 막을 수 있습니다. 성금이 한두 푼 쌓일 때마다 “올해도 농사짓자”는 농민들의 꿈은 현실이 됩니다. 독자 여러분, 봄이 왔습니다. 황새울에는 보리 새싹이 파랗게 돋았습니다.

계좌이체 농협 205021-56-034281 예금주 문정현

주관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한겨레21>

문의 평택 범대위(031-657-8111), 홈페이지 www.antigizi.or.kr,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159-2 마을회관 2층(우편번호 451-802)

모금자 명단 권오경(10만원) 최종수 신부(100만원) 땅과자유(9만원) 정보훈(8천원) 경동현(4만원) 최송락·장세명(9만원) 작은자매의집(10만원) 강진호(2만원) 송명관·사희진(10만원) 115차평택촛불집회(8만9380원) 오병두 고영남 이상명 최정학 이상수 조승현 윤여관 김주명 여럿이함께(10만원) 월곡교회청년회(10만원) 김새암 작약슴쳉(5만원) 김윤태 김형준(2만원) 김지연 최신웅(2만원) 공병향(3만원) 장석림(5만원) 이동현 강상원(68만6천원) 이현주 경지현(10만원) 박경희(3만원) 류현진(5만원) 구자숙(2만원) 허은경(2만원) 신진욱(2만원) 힘내세요(3만원) 심상호 유승원(10만원) 김현경 지선 안종수 박영숙 김태규 장오민주 허용만 서재현 진재연 방강수 전승로 송원영 동소심 박기범 양승훈 전수진(3만원) 박미경(2만원) 송광성(5만원) 신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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