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적 정체성을 이어가며 활달하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즐겁게 놀다 ▣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우토로에 다녀온 ‘사진 견습생’이 <한겨레21>에 10월7일 사진을 보내왔다. 경민대 사진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민규(25)씨. 그는 지난 여름방학을 틈타 보름 동안 우토로에 다녀왔다. 우토로에 대해서는 언론에 보도된 내용뿐, 아무것도 몰랐다. 일본은 처음이었고, 일본어도 몰랐다. “그야말로 무턱대고 갔지요. 가기 전에 우토로에 다녀온 대구의 사진작가 임재현씨에게 물어본 게 고작이었는데, ‘사진 찍기 쉽지 않을 거다’는 대답만 들었죠.” 호기심과 두려움만 가지고 간 우토로. 하지만 마을 앞까지 마중 나온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의 고문인 김선측 할아버지를 만나고는 심란함이 확 사라졌다.
사라져가는 것을 담아내는 사진가의 의무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여광남 할아버지예요. 점심 먹으러 오라고 해서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려니 했는데, 다음날 정말로 점심을 차려놓으신 거예요. 그 뒤로 점심 때마다 그 집에서 끼니를 때웠죠.” 이씨는 우토로가 언론에서 듣고 보던 것과 약간 달랐다고 말했다. 상상했던 것처럼 ‘판자촌’의 이미지만은 아니었다. 근처에는 부촌도 있었고, 나름대로 넉넉한 살림을 꾸려가는 재일 조선인들도 만났다. “사진 작업을 하면서 우토로 주민들이 불쌍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보다는 민족적 정체성을 이어가는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더 강했어요.” 그래서 그의 작업에서 주민들은 동정심을 유발하는, 스테레오타입화한 이미지가 아니라 떳떳하게 살아가는 행동과 표정으로 기록된다. 한국 이름이 씌어진 문패, 마을 한 쪽에 핀 무궁화, 활달하게 자전거를 타고 가는 어린이, 결연한 사수 의지를 담은 입간판을 만드는 할아버지 등.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