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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우토로 살리기 캠페인] ‘철거 저지’ 예행연습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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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0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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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토로 주민들과 한-일 시민들이 어깨동무한 강제철거 반대집회의 열기
11월9일 1시30분 소유권 판결을 기다리며 땅 구입의 구체적 계획 논의

▣ 배지원/ 우토로국제대책회의 사무국장

9월27일에 강제철거가 집행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허둥지둥 비행기표를 구하고, 대형 현수막을 만들고, 촛불집회용 촛불을 준비하는 와중에 갑자기 일본의 시민단체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으로부터 강제철거 집행이 중지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강제철거 반대 집회는 예정대로 참가하기로 하고 한국의 ‘우토로국제대책회의’ 실무자 몇명만이 오사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불안에 잠 못 이루고 있을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어떻게 그분들을 다시 뵈어야 할지 막막했다. 지금 당장 우토로 땅을 살 수 있을 만큼 성금이 모인 것도 아니고, 더구나 강제철거는 앞으로 절대 없을 것이라는 약속도 할 수 없는 현실에서 어떤 위로의 말을 해드릴 수 있을지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이 수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우토로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셨다. 그리고 9월25일 강제철거 반대집회를 통해 우토로를 사수하겠다는 결의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함을 느낄 수 있었다. 강제철거 반대집회에는 일본 전국에서 시민들과 재일동포이 모였고, 지역 신문사 기자들도 취재 경쟁을 벌였다. 주인공인 우토로 주민들은 파란 띠를 머리에 동여매고 한 사람씩 돌아가며 한국에서 온 우리와 일본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우토로 주민회 김교일 회장은 “주민들의 단결만이 이 험난한 길을 뚫고 갈 수 있다”고 외치면서 참가자들에게 성명서를 통해 이렇게 호소했다.

“강제집행 공시가 있은 직후부터 공포와 불안으로 병석에 누운 1세 할머니를 생각하면 가슴 깊은 곳에서 분노가 밀려옴을 느낍니다. 왜 우리 재일 조선인이 여기 우토로에 살고 있습니까? 왜 우리는 투쟁하고 있습니까? 일본에 의한 침략, 전쟁이 없었더라면 우토로는 생겨나지 않았습니다. 과거 일본 제국주의가 우리 조선 민족에게 했던 행동들을 생각하면 분노로 몸이 떨려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바라는 것은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사람처럼 살고 싶다, 인간으로서 같은 취급을 받고 싶다, 그것뿐입니다.”

그리고 김 회장은 우토로의 미래에 대한 주민들의 작은 소망을 밝혔다.

“우리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1세들이 일구어낸 이 우토로 땅을 끝까지 지켜내고, 우토로가 조선반도와 일본 사이의 불행했던 역사를 기억하고, 또 극복하는 장소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9월25일 우토로 마을에서 한·일 시민들이 모여 강제철거 반대집회를 열었다. (사진/ 우토로국제대책회의 제공)

집회의 공식행사가 끝난 뒤에는, 실제로 강제철거가 들이닥쳤을 때를 대비한 철거 저지 예행연습에 들어갔다. 호루라기의 구령에 맞춰 우토로 바깥과 연결된 가장 큰 길을 사람들로 빼꼭히 채우는 연습이었다. 긴장감이 흘렀다. 우토로 주민, 일본 시민, 민단과 총련, 우토로국제대책회의 등 400여명이 하나가 돼 강제집행관과 철거업자가 들어올 것으로 생각되는 큰길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앉았다.

우토로 아버지 한분이 “이 숫자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실제로 강제철거가 일어날 때에는 아들, 손자, 며느리 모두 불러야 합니다!”라고 소리쳤다. 1세 할머니들은 “강제철거가 일어나면 우리 노인들이 맨 앞에 설 테니 젊은 너희들은 뒤에 서라”고 우토로 젊은이들에게 몇번이고 당부했다.

집회가 끝난 다음날, 우토로 주민회의가 있었다.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이 강제철거 싸움 때 지켜야 할 수칙에 대해 설명했다. ‘마을 전체는 2시간 만에 모두 철거될 수 있고, 만약 집행관이나 업자에게 욕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면 공무집행 방해로 유치장에 끌려가 최소 3박4일은 있어야 한다.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데, 우토로 자문 변호사 이름을 꼭 기억해둘 것’ 등이었다. 우토로 동포들의 얼굴은 긴장과 각오로 뻣뻣해졌다.

모금운동도 확정판결까지 계속

우토로의 땅을 구입하는 계획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엄명부 주민회 부회장은 한국 외교통상부가 우토로국제대책회의에 보낸 답변서에서 제시한 우토로에 대한 지원 조건(△우토로 땅 소유권 재판의 종료 △땅 가격의 결정 △주민들의 마을 개발 계획서 △땅 소유권 결정 이상의 내용에 대한 사업계획서 제출)을 설명하고, 주민들이 우토로 땅이 확보된다면 그 뒤 우토로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지에 관해 구체적인 계획을 하루빨리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 정부뿐만 아니라 우토로 문제에 소극적인 민단 중앙의 협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민단 중앙본부는 9월26일 열린 주한 일본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우토로 문제 해결을 위해 협조해갈 것을 약속했다.

마을 입구에는 우토로의 과거를 보여주는 사진을 붙였다. (사진/ 우토로국제대책회의 제공)

우토로는 정말이지 위기와 희망 사이에서 멀고 먼 길을 돌아오고 있다. 강제철거냐, 토지협상이냐. 우토로는 현재 진행 중인 전 소유권자 서일본식산과 현 소유자 이노우에 마사미의 소유권 재판 판결이 끝나는 11월9일 1시30분을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다. 어느 쪽이 소유권자가 되든 우토로 주민이 우토로의 주인이 될 수 있는 협상이 시작돼야 한다. 우토로 주민들의 힘만으로는 그 모든 것이 벅차기만 하다. 재일동포 대중조직, 한국 정부와 시민들, 일본 시민의 따뜻한 관심과 진심 어린 지원만이 우토로를 살릴 수 있다. 우토로국제대책회의는 11월9일까지 모금 캠페인을 계속하고, 국회와 정부가 좀더 적극적으로 우토로에 대한 지원을 약속할 수 있도록 활동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의 원죄와 닛산의 전쟁 협력과 일방적인 전매 책임은 ‘우토를 지키는 모임’과 연대해 계속적으로 물어갈 것이다.

* 강제철거 저지팀 모집합니다!

마을 전체의 강제철거라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한국에서도 강제철거 저지팀을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우토로 강제철거 저지 한국 네트워크’는 우토로 강제철거 저지 집회 참가를 원하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참가하실 수 있습니다. 이름과 연락처를 이메일(utoro@freechal.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접수 기한은 12월15일까지입니다. 많은 분들의 동참을 기다립니다.


강제퇴거에 철퇴를!

9월30일 오후 3시 현재 3억5610만6758원

[일제 강제징용 조선인마을 우토로 캠페인]

여러분이 내신 성금이 우토로 주민의 강제퇴거를 막을 수 있습니다. 성금이 한푼두푼 쌓일 때마다 우토로의 역사적 책임을 회피하는 일본 정부가 느끼는 부담은 커질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 우토로를 살려주세요!

계좌이체: 하나은행 162-910006-81704 국민은행 006001-04-091586 예금주: 아름다운재단

신용카드·휴대전화 결제: 우토로국제대책회의 홈페이지 http://www.utoro.net

아름다운재단 홈페이지 http://www.beautifulfund.org

주관: 우토로국제대책회의, 아름다운재단, <한겨레21>

문의: (02)364-5802-3, utoro@naver.com, indisec@beautifulfund.org

자원봉사 참여 http://cafe.daum.net/hope4utoro

<기부금 영수증 발행>

계좌이체: 현재 개설된 국민·하나은행 계좌는 기부금 전용 계좌입니다. 무통장 입금 뒤 입금증과 신분증을 지참하고 해당 은행의 가까운 지점에 가시면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받으실 수 있습니다.

온라인 기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기부에 참여하시고, 영수증 발행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기입해주신 분들께 모금 종료 뒤 기부금 영수증을 우편으로 보내드립니다.

모금자 명단

안재성 1천원, 김정화 3만원, 전남외고1학년 영문과 20만500원, 유수현 1만6120원, 석혜미 58만5천원, 강정용 1만원, 박용재 1만원, 오창은 10만6800원, 안양외고 42만9010원, 박찬호 3만원, 김명숙 5만원, 누원고 신문반 6만원, 송순자 5천원, 고천심 5만원, 유지윤 5만원, 박지호 5만원, 신덕선 20만원, 임상규 5만원, 마산중 1-10 4만3250원, 한영수 5만2230원, 제민준 3만원, 권영희 10만원, 천양희 5만원, 신현욱 2만원, 우어진 6만3410원, 최형 3만원, 김향자 5만원, 이한불 3만원, 강철주 1만원, 대림기업 최종진 10만원, 인천인권영화제 모금 및 후원 16만3890원, 표형관 1만원, 우경량 10만원, 홍병윤 2만원, 윤다운 3만원, 고재옥 1만원, 이병선 15천원, 박미숙 1만원, 061285**** 10만원, 이정현 1만원, 박금순 5만원, 개봉동 성당 1천만원, 이경재 20만원

휴대전화·신용카드 결제

최종은 1만원, 최송화 1만원, 최소리 2만원, 홍재훈 10만원, 황상욱 2만원, 송정희 3만원, 전수경 3만원, 조영숙 30만원, 김기윤 1만원, 김재혁 10만원, 여호수아 공동체 51만1200원, 한일평화증진연대 진주 거리캠페인 15만6390원, 홍인재 7만7250원, 박희성 5만원, 황동란 1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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