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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우토로 살리기 캠페인] 늙어서 사라질 마을이 아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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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2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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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모유키>의 소설가 조두진씨가 가까스로 찾아간 우토로 마을의 풍경
이주는 생각하지도 않는 할머니의 손, 역사를 이어갈 젊은이들의 자취…

왜군 장수의 시각에서 정유재란을 바라본 <도모유키>라는 소설로 올해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조두진(36)씨가 우토로 마을에 다녀왔다. 8월6일 일본 오사카에 닿은 그는 ‘교토부 우지시 우토로 51번지’라는 주소만 들고 찾아갔다가 하루는 실패하고 8일에서야 우토로에 들어갈 수 있었다. 조씨가 우토로에 다녀온 소감을 적어 보내왔다.

▣ 조두진/ 소설가


일본국 교토부 우지시 우토로 51번지. 일제강점기 교토 비행장 건설에 동원됐던 조선인 노동자와 그 후손들이 건설한 정착촌이다. 철거 위기에 놓인 마을. 주소 하나 달랑 들고 묻고 또 물어 찾아갔다.

마을에서 만난 강경남(81) 할머니는 “이 더운 날씨에 혼자 어떻게 먼 길을 왔느냐”고 물었다. 염려하는 목소리였다. 미안했다. 나는 호기심과 약간의 애국심 외에 가진 게 없었다. 우토로를 찾아갔지만 거기 사람을 염려하는 마음이 내게는 없었다. 호기심을 채울 요량으로 들고 있던 카메라를 가방에 쑤셔넣었다.

할머니와 함께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이 집은 누구 집, 저 집은 누구 집. 예전에 누가 살았고, 지금은 누가 살고…. 할머니는 당신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말했다. 부대가 들어앉기 전 마을 앞 들판이 얼마나 볼 만했던가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내 고향을 물었고, 할머니의 고향 경남 사천에 대해서도 말했다.

할머니는 종종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허리를 굽혀 골목에 떨어진 휴지를 줍고, 집 앞에 난 잡초를 뽑았다.

‘잡초 뽑고 휴지 줍는 손.’

내일이나 모레쯤 마을을 떠날지도 모를 사람의 손은 아니었다. 이주를 염두에 둔 사람이 골목의 휴지를 줍고, 집 앞의 잡초를 뽑을 리 없다. 할머니의 손은 그가 정착 외에 어떤 것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사람임을 말하고 있었다. 거기 조선인들은 누구나 그랬다. 마을 한쪽에 쌓아놓은 잡초마대가 그걸 증언했다. 그저께 다 같이 청소했다고 했다.

우토로에 가기 전, 누군가 내게 말했다. “우토로 51번지는 오갈 데 없는 조선 노인들이 사는 곳이다.”

아니었다.

오갈 데 없는 조선 노인들이 사는 곳?

우토로 51번지는 늙은이들만 남아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마을이 아니다. 젊은 부부가 아이를 낳고, 아이가 커서 또 아이를 낳을 마을이다. 마을에서 젊은이의 흔적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널어놓은 빨래가 그랬고, 벽돌 찍는 공장이 그랬고,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그랬다. 낡았지만 집들은 깨끗했고, 군데군데 패었지만 도로는 말끔했다. 우토로 51번지는 늙어서 사라질 마을이 아니었다.

지난 8월15일 우토로 주민회,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 그리고 재일동포와 일본 시민들이 우토로 마을회관 앞 광장에 모여 광복 60주년 축하행사를 벌였다. (사진/ 나카야마 가즈히로 제공)

“젊은 사람도 있는가요?”

“많지? 왜?”

할머니는 뜬금없다는 얼굴이었다. 그제야 마을 입구에서 만났던 아가씨도 동포임을 알았다. 내가 조선인 마을을 묻자, 아가씨는 일본말 대신 손으로 원을 그려 ‘여기다’고 답했다. 그는 고국에서 온 동포에게 일본말을 쓰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마을을 둘러본 뒤, 할머니는 물이라도 한잔 마시고 가라고 했다.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았다. 아침에 숙소를 나설 때 햇빛이 좋았고 내게는 우산이 없었다. 나는 “그냥 가겠다”고 했다.

“어째 빈 입으로 보내나. 물이라도 한잔 마시고 가소.”

부끄러웠다. 나는 거기에 빈손으로 갔다. 내게는 카메라와 수첩, 볼펜 하나만 있었다. 거기 사람이 사는 줄 뻔히 알면서 내 볼거리, 내가 들을 거리만 생각했다. 나는 나만을 배려했고, 할머니는 고국에서 온 청년을 배려했다.

초콜릿 맛이 나는 음료를 마시고 일어설 즈음 할머니는 내게 하나뿐인 우산을 내밀었다.

“비 올 건데 가지고 가소.”

“괜찮습니다. 역까지 뛰어가면 됩니다.”

할머니의 집을 나서자마자 비가 내렸다. 나는 부지런히 뛰었다. 언제부턴가 나는 비를 맞으면 감기에 걸렸다. 그럼에도 우산을 받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었다.

△ 우토로 가는 길: 주소 하나 들고 우토로 51번지를 찾기는 어렵다. 만나는 사람마다 묻고 또 물었지만 우토로를 아는 일본인을 보지 못했다. 주소보다 전철역으로 찾는 게 편리하다. 먼저 교토역에서 급행전철로 오쿠보역까지 간다. 30분쯤 걸린다. 거기서 보통 전철로 갈아타고 왔던 길을 거슬러 한 정거장 되돌아가면 이세다역이다. 고속전철은 서지 않는 역이다. 이세다역에서 내려 오른쪽으로 난 골목으로 300m쯤 내려가면 우토로 51번지다.


땅 매입 때까지 캠페인 계속

[우토로 소식]

모금액수 불리는 데 주력할 방침인 우토로대책회의

▣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우토로국제대책회의는 8월19일 “우토로 살리기 캠페인을 주민들이 땅 매입을 성사시킬 때까지 일단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토로국제대책회의는 정부가 우토로 땅 매입 비용의 예산 부족분을 충당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 액수와 방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고 있는 만큼, 일단은 모금액수를 불리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지난 6월 시작한 우토로 살리기 캠페인은 8월15일 문화방송의 ARS 국민모금을 포함해 8월19일까지 2억5천여만원이 걷혔다.

현재 우토로 땅 주인 이노우에 마사미는 전 소유주인 서일본식산과 땅 소유권을 두고 2심 재판을 벌이고 있다. 2004년 이노우에는 서일본식산의 공동대표인 이나모토 야소와치와 계약을 맺고 사들였는데, 다른 공동대표인 가나자와 도쿠와키가 “매매계약은 효력이 없다”며 서일본식산 명의로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1심은 이노우에가 승소했고 2심은 9~10월께나 재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노우에가 재판에 매달림에 따라 주민회 대표와 이노우에와의 땅 매입 협의는 잠정 중단된 상태다. 주민회는 일단 땅 매입을 위한 제반 준비와 함께 동포사회 내 모금활동에 주력할 예정이다.

한편 우토로 주민들이 8월15일 광복 60주년을 마을회관 앞마당에서 축제 분위기 속에 맞았다. 우토로 주민회와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이 주최한 광복 60주년 축하행사에는 재일동포 2세 가수 아라이 에이치를 비롯해 재일동포 단체와 양심적인 일본 시민들이 찾아왔다.



2억원을 돌파했습니다

[일제 강제징용 조선인마을 우토로 살리기 캠페인]

8월19일 오후 3시 현재 2억6758만68원

여러분이 내신 성금이 우토로 주민의 강제퇴거를 막을 수 있습니다. 성금이 한푼두푼 쌓일 때마다 우토로의 역사적 책임을 회피하는 일본 정부가 느끼는 부담은 커질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 우토로를 살려주세요!

계좌이체: 하나은행 162-910006-81704 국민은행 006001-04-091586 예금주: 아름다운재단

신용카드·휴대전화 결제: 우토로국제대책회의 홈페이지 http://www.utoro.net

아름다운재단 홈페이지 http://www.beautifulfund.org

ARS 결제: 060-705-0815(한 통화당 2천원씩 모금)

주관: 우토로국제대책회의, 아름다운재단, <한겨레21>

문의: (02)364-5802-3, utoro@freechal.com, indisec@beautifulfund.org

<기부금 영수증 발행>

계좌이체: 현재 개설된 국민·하나은행 계좌는 기부금 전용 계좌입니다. 무통장 입금 뒤 입금증과 신분증을 지참하고 해당 은행의 가까운 지점에 가시면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받으실 수 있습니다.

온라인 기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기부에 참여하시고, 영수증 발행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기입해주신 분들께 모금 종료 뒤 기부금 영수증을 우편으로 보내드립니다.

모금자 명단

복자3-장미 11만820원, 김여진 10만원, 018-850-**** 1만원, 김미옥 3만원, 우토로 친구 거리캠페인 58만1210원, 손정우 10만원, 김주은 2만원, 나황현규 3만6430원, 나황덕규 3만6500원, 황수진 5만원, 나신환 5만원, 한은석 15만원, 꽃마을 황경식 10만원, 고문조 2만원, 정용철 30만원, 정세은 5만원, 김성율 2만원, 서종식 3만원, 안우길 2만원, 지정남 5만원, 여동구 1만원, 강찬우 10만원, 최미리 10만원, 김복순 1만원, 황경하 2만원, 퀸즈잉글리쉬가족 12만3340원, 장석림 20만원, 김희영 10만원, 권정생 10만원, 박기업 3만원, 김은수 2만원, 이낙연 10만원, 김영준 30만원, 윤도현 30만원, 허준 10만원, 박태희 10만원, 김진원 10만원, 김판수 1만원, 대일외고 3-4 12만2500원, 공복순 2만원, 민현식 30만원, 류형우 2만원, ㈜율곡 100만원, 김병채 5만원, 양신우 30만원, 김연주 1만원, 김장오 5만원, 황호상 1만원, 송명순 100만원, 방송위 이효성 10만원, 안혜경 1만원, 박성훈 1만원, 최명주 1만원, 일본트레킹투어 3만원, 장정희 3만원, 박준호 1만원, 우토로 1만원, 한영만 5만원, 김민철 5만원, 김한별 5만원, 황대철 2만원, 손옥자 2만원, 정보원 50만원, 서온유 1만원, 이대규 10만원, 이인수 2만원, 조성은 3만원, 정석구 2만원, 장경숙 2만원, 박성호 5만원, 김홍기 1만원, 공승현 1만원, 이국형 5만원, 양영순 10만원, 현상길 5만원, 우토로화이팅 1만원, 이명희 2만원, 서은희 2만원, 한홍수 5만원, 이의자 5만원, 장진환 1만원, 한미라 10만원, 김소영 2만원, 임소연 1만원, 이슬비 2만원, 윤세훈 5만원, 이나라 1만2천원, 박용학 3만원, 강보석 3만원, 남경필 20만원, 지현진 1만원, 이덕우 20만원, 조준명 2만원, 김영희 3만원, 김용래 4만원, 박경수 3만원, 이충용 5만원, 이금희 10만원, 울산 무거성당 244만2천원, 조윤동 30만원, 송무호 10만원, 최연혜 10만원, 정현혜 3만원, 동북아평화도보단 30만원, 신진숙 1만원, 김금열 10만원, 문종태 3만원, NHN 200만원, 박정구 5천원, 송기동 2만원, 박종일 5만원, 유진화 3만원, 인천남구청 박우섭 20만원, ㈜행남자기 서울 50만원, 성부혁 2만원, 박동희 5만원, 노양근 10만원, 강혜숙 10만원, 구향춘 3만원, 최형빈 1만원, 서완석 1만원, 김주헌 10만원, 양한홍 1만원, 추호준 10만원, 김남오 10만원, 송은숙 5만원, 정종균 3만원, 소영은 1만원, 육수정 7만1500원, 육미영 1500원, 02-3844-**** 10만원, 박성현 10만원, 조규식(온양용)50만원, 조금현 1만원, 여주농고 이성재 2만원, 우토로 모금 5만원, 김미화 30만원, 이탬규 20만원, 일반시민 11인 8만5천원, ㈜인터파크 350만7960원, 김종열 10만원, 김정대 3만원, 엄태원 1만원, 김태진 1만원, 김만식 5만원, 아름다운가게 378만8700원, 박병례 5만원, 이창호 10만원, 장성유 2만원, 김광삼 10만원, 양영찬 30만원, 최동철 1만원, 정현태 10만원, 남복남 5만원, 황은희 2만원, 고동희 11만5400원, 박민정 5만원, 이윤동 2만원, 나순자 2천원, 강원진 1만원, 이명자 1만원, 신용목 5만원, 최인기 의원 10만원, 기복순 4만7천원, 사계절출판사 강맑실 100만원, 이주미 1만원, 남근 1만원, 우토로에희망을 1만원, 김근용 1만원, 박병례 5만원, 이용진 1만원, 노석환 5만원, 정혜영 1만원, 진장경 2만원, 우토로성금 5만원, 이성기 1만원, 최옥기 5만원, 오권 8만원, 최지영 10만원, 정명희 2만원, 송성애 2만원, 채상식 10만원, 유유 50만원, 안경미 5만원, 최수정 50만원, 최수정 50만원, 최수전 50만원, 고종휘 10만원, 덕성여대 신상전 100만원, 임병옥 10만원, 해원 25만원, 고은경 10만원

휴대전화·신용카드 결제

최진혁 2만원, 이미경 1만원, 김동훈 3만원, 김기태 10만원, 임혜련 2만원, 김군호 2만원, 조민정 1만원, 전보영 5만원, 이영정 2만원, 김윤태 1만원, 박기성 1만원, 양공자 2만원, 진여주 2만원, 최은영 3만원, 조자영 1만원, 신다혜 1만원, 한보석 2만원, 권상윤 3만원, 안진희 10만원, 이명숙 1만원, 진태수 2만원, 박희진 1만원, 진현 5만원, 김은남 1만원, 김병규 5만원, 신나미 1만원, 현봉실 1만원, 조현숙 5만원, 신관순 5만원, 임호균 임채린 2만원, 권보라 1만원, 소담이 1만원, 김학남 3만원, 성윤정 2만원, 김태학 1만원, 익명 1만원, 송광재 20만원, 신예정 1만원, 신은주 2만원, 이형석 5만원, 강병국 3만원, 이재명 2만원, 고혜영 2만원, 조영문 5만원, 박은선 2만원, 사재근 5만원, 김영훈 3만원, 지원종 2만원, 안태석 2만원, 방종훈 5만원, 이영환 3만원, 곽범환 3만원, 최금정 2만원, 경지현 10만원, 장영목 1만원, 김혜련 정욱식 5만원, 강임숙 1만원, 이석현 5만원, 이설 1만원, 우제민 5만원, 노귀문 3만원, 박세원 3만원, 이영직 손재희 10만원, 류지욱 1만원, 진유정 1만원, 안종록 이지영 5만원, 가나연 2만원, 정다훈 2만원, 정미영 5천원, 이기욱 1천원, 유병욱 2만원, 최동산 5천원, 황문영 2만원, 김희정 2만원, 정인수 1천원, 김숭곤 5만원, 황문용 1만원, 김태진 1만원, 김지명 10만원, 서니 1천원, 배기홍 5만원, 민현식 5만원, 박병재 1만원, 권오택 10만원, 한명호 5만원, 조현아 1만원, 김민경 10만원, 김유정 20만원, 정봉 10만원, 한현정 5만원, 정미선 5만원, 장지현 1만원, 심재영 3만원, 기부자의딸 1만원, 강보배 3만원, 조성연 5만원, 최병환 3만원, 정지훈 5천원, 이수연 1천원, 송준미 1만원, 박선영 3만원, 김천순 1만원, 김민지 1만원, 이영미 2만원, 박종화 5만원, 이상진 1만원, 박영란 5만원, 김민경 2만원, 이정연 3만원, 박병연 3만원, 신혁재 2만원, 정창수 1만원, 김홍란 1만원, 문신혜 5천원, 오한흥 3만원, 조대호 3만원, 황경화 1만원, 박성희 1만원, 최석문 2만원, 최민주 10만원, 김대운 2만원, 이순덕 1만원, 김정희 5만원, 이승경 1만원, 한병수 5만원, 홍정완 1천원, 황인남 5만원, 박기준 1만원, 서진아 3만원, 서삼석 10만원, 김연근 3만원, 박영신 5천원, 김영규 3만원, 당은경 2만원, 김찬우 5만원, 안종순 2만원, 박상균 1만원, 김천중 2만원, 고애리 2만원, 이희찬 3만원, 엄명한 10만원, 오민혜 5만원

ARS 결제 5717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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