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유어북 | 책을 보내며]
미래의 법관들에게 권하고 싶은 <내 목은 매우 짧으니 …>
▣ 전두영/ 한영외고 2학년
‘책을 빌리는 사람은 실용주의자, 책을 사보는 사람은 로맨티스트’라고 하던가. 나는 어릴 때부터 유독 책 욕심이 심했다. 그렇다고 해서 중증 독서광은 아니었다. 사놓고 안 읽는 책도 왕왕 있다. 이렇게 긁어모은 책이 책장 세칸을 가득 메웠으니, 책을 사도 꽂을 데가 없었다. 게다가 어머니께선 이 ‘실속 없는 행위’에 이골이 나신 지 오래이다. 책장을 늘리는 건 어불성설이었고, 책 좀 그만 사라는 설교가 줄을 이었다.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박원순 지음, 한겨레신문사 펴냄)라는 해괴한(?) 제목의 이 책은, 빼곡한 책장 앞에서 고개를 젓던 내가 8월15일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프리유어북 장터에서 스무권의 책들을 방생시키며 그 자리에서 골라온 것이다. 내 주위엔 유독 ‘법대’ 가겠다는 이들이 많다(몇달 전 나는 호세 욤파르트의 <법철학의 길잡이>를 생일선물로 달라는 협박을 받은 바 있다!). 수많은 인문과학을 멀리하고 법의 길을 가겠다는 친구들이 얄밉지 않은 건 아니지만, 나는 특별히 이 책을 미래의 판·검사가 될 친구들을 위해 소개하고 싶다. 판결은 신이 아닌 인간의 영역이기 때문일까? “부당은 법에서 생겨나지 않고 인간으로부터 생긴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인류 역사에서 재판이란 언제나 공명정대하고 억울한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재판이 멀쩡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몰고 정적을 제거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로 쓰이던 때가 지구상엔 분명히 있었다. 이 책은 그러한 이들을 다시 법정에 세우고 불의에 굴종할 줄 몰랐던 그들의 용기를 고증해낸다. 광기 넘치던 시대와 인간의 추악함에 대한 반성도 물론이다. 사실, 법정이 이들을 죽이기만 한 건 아니었다. 소크라테스, 예수, 잔다르크… 출신 배경은 다르지만 이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재판에 의해 ‘영원한 생명’을 얻었다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그들의 위대성은 목숨이 끊어지는 순간 절정에 다했고 그들의 철학은 죽음으로 인해 완성됐다. 사형장으로의 긴 여정은 사뭇 감동적이다. 드레퓌스 재판과 로젠버그 부부의 재판에서는 국가의 부당함에 맞선 위대한 영혼들을 만난다.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 이 책의 제목이 된 이 말은 ‘양심의 자유를 지킨 죄’로 사형을 언도받은 토머스 모어가 남긴 것이다. 사형집행인에게 던지는 말치고는 당당하기 짝이 없다. 신념 없이 나올 수 없는 말이다. 오늘날 우리는 토머스 모어 같은 신념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 그들이 목숨 걸고 지켜낸 가치들을 그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 프리유어북 홈페이지 / www.freeyourbook.com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박원순 지음, 한겨레신문사 펴냄)라는 해괴한(?) 제목의 이 책은, 빼곡한 책장 앞에서 고개를 젓던 내가 8월15일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프리유어북 장터에서 스무권의 책들을 방생시키며 그 자리에서 골라온 것이다. 내 주위엔 유독 ‘법대’ 가겠다는 이들이 많다(몇달 전 나는 호세 욤파르트의 <법철학의 길잡이>를 생일선물로 달라는 협박을 받은 바 있다!). 수많은 인문과학을 멀리하고 법의 길을 가겠다는 친구들이 얄밉지 않은 건 아니지만, 나는 특별히 이 책을 미래의 판·검사가 될 친구들을 위해 소개하고 싶다. 판결은 신이 아닌 인간의 영역이기 때문일까? “부당은 법에서 생겨나지 않고 인간으로부터 생긴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인류 역사에서 재판이란 언제나 공명정대하고 억울한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재판이 멀쩡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몰고 정적을 제거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로 쓰이던 때가 지구상엔 분명히 있었다. 이 책은 그러한 이들을 다시 법정에 세우고 불의에 굴종할 줄 몰랐던 그들의 용기를 고증해낸다. 광기 넘치던 시대와 인간의 추악함에 대한 반성도 물론이다. 사실, 법정이 이들을 죽이기만 한 건 아니었다. 소크라테스, 예수, 잔다르크… 출신 배경은 다르지만 이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재판에 의해 ‘영원한 생명’을 얻었다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그들의 위대성은 목숨이 끊어지는 순간 절정에 다했고 그들의 철학은 죽음으로 인해 완성됐다. 사형장으로의 긴 여정은 사뭇 감동적이다. 드레퓌스 재판과 로젠버그 부부의 재판에서는 국가의 부당함에 맞선 위대한 영혼들을 만난다.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 이 책의 제목이 된 이 말은 ‘양심의 자유를 지킨 죄’로 사형을 언도받은 토머스 모어가 남긴 것이다. 사형집행인에게 던지는 말치고는 당당하기 짝이 없다. 신념 없이 나올 수 없는 말이다. 오늘날 우리는 토머스 모어 같은 신념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 그들이 목숨 걸고 지켜낸 가치들을 그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 프리유어북 홈페이지 / www.freeyourbook.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