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베트남 평화마라톤대회]
조류독감 퇴치된 뒤 가장 안전한 시점 택해 다시 개최… 푸옌성쪽도 “충분히 이해할 만한 결정”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조류독감이 ‘한국-베트남 평화마라톤대회’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한겨레신문사(대표이사 고희범)는 오는 2월29일로 예정됐던 이 대회의 개최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베트남 내 조류독감이 확산되고 이에 따른 사망자가 잇따르는 가운데 약 1주일간 내부 논란을 거듭했던 한겨레신문사는, 지난 2월10일 대회 연기쪽으로 최종 가닥을 잡았습니다. 마라톤 개최 지역인 푸옌성을 둘러싸고 최근에는 구제역까지 발생하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대회의 본래 취지인 평화축제의 뜻을 살리는 데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다는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이 행사를 위해 무려 1년간 베트남쪽과 접촉하며 실무준비를 해온 한겨레신문사로서는 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행사일을 손꼽아 기다려온 모든 참가 신청자 여러분께도 유감의 뜻과 함께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사실 한겨레신문사는 조류독감으로 인한 혼란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이 행사가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노력했습니다. 이로 인해 2월5일 베트남 푸옌성 인민위원회쪽에 구두로 1차 통보했던 연기 방침을, 4일 뒤인 2월9일 다시 강행쪽으로 뒤집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2월6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당시로서는 조류독감의 가장 치명적인 위험으로 제기됐던 ‘인간 대 인간의 감염 가능성’에 대해 “근거 없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조류독감의 후유증’을 극복하기에는 너무나 긴 시간이 흐른 뒤였습니다. 한겨레신문사는 다시 하루 만인 2월10일 베트남에 파견됐던 현장조사팀과 현지 한국인 스태프, 베트남쪽 관계기관과 대회 협찬사 등의 의견을 종합하여 “조금 미루더라도 행사를 더 안전하고 내실 있게 치르는 게 한국과 베트남 양쪽을 위해 유익한 일”이라는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끼린 난관이 많은 법”
현재 베트남에서는 64개 성 중 56개 성이 조류독감 발생을 공식 확인한 상태입니다. 2억4천만 마리의 닭 중 1천만 마리가 도살 처분되었고, 14명의 사망자가 발표되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마라톤대회가 열릴 예정이던 푸옌성은 조류독감이 공식 확인되지 않은 8개 성 중 한 곳입니다. 그러나 설 이후 조류독감이 베트남 전 지역으로 퍼지는 상황에서 “푸옌성만은 안전하다”고 보장할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었습니다.
푸옌성 인민위원회 쩐 티 하 부주석은 “조류독감 예방을 위해 성 차원에서 닭 유통과 반입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지만, 천재지변 같은 이번 사태의 향방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며 “한겨레신문사의 딜레마를 충분히 이해하고 고심 끝에 내린 연기 방침을 존중한다”고 밝혔습니다. 푸옌성에서 만난 인민위원회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마라톤대회 연기로 한겨레신문사가 입게 될 타격을 위로하면서 “조류독감이 완벽하게 퇴치된 가장 좋은 시점을 택해 마라톤대회를 열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습니다.
한겨레신문사가 지난해 3월부터 ‘한-베 평화공원’(Han-Viet Peace Park) 준공 1돌과 <한겨레21> 창간 10돌 기념으로 기획했던 ‘한국-베트남 평화마라톤대회’는 베트남전 종전 이후 처음으로 한국군 참전 지역에서 열리는 대형 축제였습니다. 30년 전 푸옌성의 정글과 계곡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참전군인 신청자들은, 다시 이 땅에서 베트남인 수천명과 함께 호흡하며 뛴다는 사실에 감격해하며 베트남 방문을 기다려왔습니다. 이들을 포함한 대회 참가 신청자 대다수는 “조류독감과 상관없이 꼭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이들의 강렬한 열망이 불의의 사태로 잠시 꺾인 점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한겨레신문사는 가까운 시일 안에 꼭 다시 베트남에서 마라톤대회를 개최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예기치 않은 좌절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리라 믿습니다. 푸옌성 문화통신청 부청장 응웬 응옥 꽝씨는 한겨레신문사쪽 실무책임자인 김진현 문화사업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런 말을 남기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는 난관이 많은 법이지요.”
한겨레신문사(대표이사 고희범)는 오는 2월29일로 예정됐던 이 대회의 개최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베트남 내 조류독감이 확산되고 이에 따른 사망자가 잇따르는 가운데 약 1주일간 내부 논란을 거듭했던 한겨레신문사는, 지난 2월10일 대회 연기쪽으로 최종 가닥을 잡았습니다. 마라톤 개최 지역인 푸옌성을 둘러싸고 최근에는 구제역까지 발생하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대회의 본래 취지인 평화축제의 뜻을 살리는 데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다는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과일 광주리를 가득 채운 베트남 푸옌성 소녀의 미소. 마라톤대회 신청자들과 이 미소를 함께 나누게 될 날을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