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과 맞선 노무현의 총선카드, 열린 우리당 입당에서 ‘장관 · 참모 대거 출마’ 올인 전략까지
노무현 대통령의 ‘총선 전략’은 연초부터 어긋나는 것 같다. 지난해 말 대선 승리 1주년을 기념해 열린 ‘리멤버 12·19’ 행사를 끝으로 ‘정쟁 정치’와는 당분간 거리를 두려던 청와대의 구상이, 2건의 ‘설화’ 사건으로 일그러진 것이다. 총선 출마를 위해 사직한 비서관들과의 만남(12월24일), 열린우리당 초선의원들과의 만남(12월31일)에서 노 대통령의 ‘속내’를 들켜버린 것이다. 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올해의 화두를 “경제 활력, 민생 안정”으로 내걸었지만, 결국 “열린우리당의 총선 승리에만 혈안이 된 대통령”이라는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면서 경제와 민생은 희미해져버렸다.
문제는 입당 시기와 방법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총선 전략? 그런 것 없다”면서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안정을 기하면서 성과를 또박또박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야당과 각을 세우고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안정적인 집권 기반을 위해 여당의 지지를 호소하는 ‘은근한’ 전략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얘기다. “노무현 정권 1년의 성과는 이것이다”라고 뚜렷이 내세울 것이 부족한 상태에서, 짧은 기간이나마 국정에 전념하고 이로 인한 성과물을 바탕으로 여당 지지를 호소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근 노 대통령의 총선 관련 발언의 수위를 볼 때,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노 대통령의 행보가 선거법이 허용한 울타리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분주해질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과의 만남에서 밝혔듯이, “과거 정권처럼 대통령이 중립을 표방하면서 국정원과 경찰·검찰 등 권력기관은 어떤 형태로든 선거에 개입시키는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선의로 받아들인다면, 노 대통령의 선거 전략은 서너 가지로 좁혀진다. 열린우리당 입당, 재신임 카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청와대 참모와 장관들을 대거 출마시키는 ‘올인 전략’ 등이, 4·15 총선까지 가는 길목에서 위력을 발휘할 카드로 꼽힌다. 우선 열린우리당 입당은 정치권 모두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는 입당 시기와 방법이다. 청와대쪽은 1월11일 우리당 전당대회가 끝나고 대선자금 정국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시점, 즉 1월 말이나 2월 초 정도로 전망하고 있다. 변수는 우리당의 자생력이다. 전당대회 이후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답보 상태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면서 총선에서의 가능성을 보일 경우, “열린우리당은 여당이며 국정운영의 동반자”라는 표시로 노 대통령이 입당하면서 힘을 실어주는 정도에 그칠 수 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총선 출마 공직자의 사퇴 시한인 2월15일 전에, 우리당이 ‘징발’을 원하는 주요 장관·참모들과 함께 노 대통령이 동반 입당을 하는 방안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힘을 실어주는 정도가 아니라 수혈이 필요한 급박한 경우”라고 전제를 달았다.
노 대통령이 우리당에 입당을 하면서 그저 ‘중요 당원’에 머물지, 아니면 선거법이 허용하는 ‘통상적인 정당활동’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상직적인 당직을 맡게 될지도 두고 볼 대목이다. 1996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당시 이회창 신한국당 선대위 의장에게 주례보고를 받는 등 야당으로부터 ‘선거 개입’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여러 쟁점에 대해, 중앙선관위가 “정당 총재와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공무원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진 대통령이… 한 행위는 정당 대표자의 지위에 따른 직무상의 행위로 통상적 정당활동으로 봐야 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다급해지면, 노 대통령은 선거법의 맹점이라도 이용해 법이 허용하는 한계치까지 접근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것이다.
총선 결과에 영향을 끼칠 또 다른 소재는 희미하게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재신임 카드다. 헌법재판소의 사실상의 위헌 견해 표명으로 물건너간 듯했지만, 노 대통령 주변에 대한 검찰수사 결과 노 대통령의 위법 가능성까지 제기된 상황에서 재신임 문제가 다시 표면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2월 말 특검 결과 발표 이후 야당과의 정치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국민투표 방식의 재신임도 가능하다고 본다”며 “총선 결과를 재신임 여부로 직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총선과 재신임 투표를 동시에 실시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그 이전에 실시되더라도 총선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재신임 투표를 수용한다면, 한나라당 대 노무현·열린우리당의 양강 구도로 손쉽게 정리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검찰 사정정국도 노무현의 전략?
이 밖에 한나라당은 검찰 주도의 ‘사정 정국’도 노 대통령의 주요 총선 전략으로 꼽는다. 현재의 대선자금 수사가 구조적인 비리를 캐는 것이라면, 앞으로는 의원들 개인비리쪽으로 옮아가면서 대대적인 정치권의 물갈이 여론을 조성하려 들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최근 당선운동을 표방하고 나선 ‘2004년 총선 물갈이 국민연대’ 등 시민단체의 움직임을 “특정 세력을 위한 불법 선거운동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리멤버 12·19 행사에서 노 대통령이 ‘시민혁명’ 발언으로 시동을 걸자, 시민단체쪽이 이에 화답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개혁·지역구도 타파”를 내건 노 대통령·열린우리당의 전략과 “부패·무능 정권 심판”이라는 야당의 전략 중 어느 것이 표심을 사로잡을 것인지 판가름날 시간은, 이제 채 100일도 남지 않았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지난해 말 대선 승리 1주년을 기념해 열린 ‘리멤버 12·19’행사. 정쟁 정치와는 당분간 거리를 두려던 청와대의 구상은 잇단 ‘설화’사건으로 일그러져버렸다.(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나 최근 노 대통령의 총선 관련 발언의 수위를 볼 때,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노 대통령의 행보가 선거법이 허용한 울타리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분주해질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과의 만남에서 밝혔듯이, “과거 정권처럼 대통령이 중립을 표방하면서 국정원과 경찰·검찰 등 권력기관은 어떤 형태로든 선거에 개입시키는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선의로 받아들인다면, 노 대통령의 선거 전략은 서너 가지로 좁혀진다. 열린우리당 입당, 재신임 카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청와대 참모와 장관들을 대거 출마시키는 ‘올인 전략’ 등이, 4·15 총선까지 가는 길목에서 위력을 발휘할 카드로 꼽힌다. 우선 열린우리당 입당은 정치권 모두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는 입당 시기와 방법이다. 청와대쪽은 1월11일 우리당 전당대회가 끝나고 대선자금 정국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시점, 즉 1월 말이나 2월 초 정도로 전망하고 있다. 변수는 우리당의 자생력이다. 전당대회 이후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답보 상태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면서 총선에서의 가능성을 보일 경우, “열린우리당은 여당이며 국정운영의 동반자”라는 표시로 노 대통령이 입당하면서 힘을 실어주는 정도에 그칠 수 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총선 출마 공직자의 사퇴 시한인 2월15일 전에, 우리당이 ‘징발’을 원하는 주요 장관·참모들과 함께 노 대통령이 동반 입당을 하는 방안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힘을 실어주는 정도가 아니라 수혈이 필요한 급박한 경우”라고 전제를 달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노 대통령의 행보가 선거법이 허용한 울타리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분주해질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국무회의 모습.(청와대사진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