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확정 앞두고 예산안조정소위에 관심 집중… 삭감 예산, 위원들의 지역구 배정 일삼아
이명박 서울시장은 최근 한 정당이 정책협의회를 제안해 주요 간부들과 함께 참석했다. 그런데 참석한 의원들은 정책협의보다는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고 한다. 며칠 뒤 궁금증이 풀렸다. “이 시장과 뉴타운사업을 논의하고 있는 의원”이란 제목의 의정보고서용 사진 때문이었다. 내년 총선을 코앞에 둔 국회의원들이 지역구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나마 이런 정도의 ‘장난’은, 연말 국회에서 새해 예산을 두고 벌어지는 ‘밀림의 현장’에 비하면 애교에 가깝다. 국회 예산안조정소위에서는 국가 예산에 ‘지역구 민원사업 끼워넣기’가 횡행하기 때문이다.
위원들이 예산에 관한 전권 행사
새해 예산안은 각 해당 상임위에서 예비심사를 거쳐 예산결산위원회(예결위)에서 논의된다. 그러나 예결위 전체회의는 매번 정치적 공방에 치우쳤고, 실질적인 작업은 과거 계수조정소위로 불렸던 예산안조정소위에서 진행돼 이 소위가 예산에 관한 전권을 행사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예결위원들은 노른자위인 예산안조정소위에 들어가려고 다투고, 각 당은 예산 심사의 방향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이견 조율과 표결 여부 등을 결정하는 위원장을 차지하려고 혈안이 되는 것이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위원장 자리를 두고 열흘 이상 다툼을 벌인 것도, 위원장 자리가 노른자위 중의 노른자위임을 보여준다. 예산안조정소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기에 그러는 것일까. 예결위원장인 이윤수 의원(민주당)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은 충격적이다. 그는 “정부안 중 보통 4천~5천억원의 삭감 대상 예산을 찾으면 이 중 절반은 이른바 위원 등의 지역구 사업예산에 반영되고 나머지 절반만 형식적으로 삭감하는 게 관례”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예산안조정소위가 4천억원을 삭감하기로 하면 2천억원은 위원들의 ‘몫’으로 나누고 실제로는 2천억원만 삭감한다는 것이다. 올해 예산안조정소위가 박종근 위원장을 포함해 한나라당 5명, 민주당 2명, 열린우리당 2명, 자민련 1명 등 모두 10명인 만큼, 이른바 각 당의 역점사업이나 다른 의원들의 민원 해소 등을 고려하더라도 각자 최소 100억원 이상의 지역구 예산을 챙길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과거 예산안조정소위에 참여했던 한 의원은 “‘보통’의원들은 수억원대, 예결위원은 20억원대, 소위위원은 100억원대 정도의 자기 사업을 챙길 수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올해 예산을 심의했던 지난해 예산안조정소위는, 정부 예산안에서 사회간접자본 민자유치 지원금 3340억원과 예비비 2200억원, 공무원연금 부담금 743억원 등 1조2300억원을 삭감하고, 대신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4532억원, 농어촌 지원 2189억원 등 9860억원을 증액했다. 국도 건설사업(20개), 지방도 건설사업(5개), 고속도로 건설사업(7개) 등 지역 민원성이 짙은 SOC 사업의 비중이 전체 증액분의 절반가량이었고, 이들 사업 예산은 대부분 10억원씩 천편일률적으로 책정돼 생색내기 예산임을 드러냈다. 인천지하철 1호선 연장건설사업(250억원), 대구유니버시아드 개최 지원(100억원), 백제역사재현단지 진입도로(60억원) 등 50여건은 정부안·상임위안·예결위안에도 없던 항목이어서, 당시 예산안조정소위(김충조 예결위원장이 겸임) 위원 11명의 지역사업이거나 이들 사업과 관련된 지역의 의원·자치단체장의 집중적인 로비에 의한 것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동의 절차 등 견제장치로 구태 근절할까 올해도 과거와 같은 예산안조정소위의 구태가 재연될까. 국회는 올 초 국회법을 개정해 “상임위원회에서 삭감한 세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시키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경우에는 소관상임위원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예산안조정소위의 전횡을 막을 최소한의 견제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진통 끝에 이번 예산안조정소위 위원장이 된 박종근 의원(한나라당)도 12월19일 선심성 예산 논란과 관련해 “예산 내용에 따라서 각 당간 또는 의원들간 견해차가 있을 수 있지만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선심성 예산을 대폭 삭감해 예산절감에 기여할 방침”이라고 밝힌 만큼, 이 견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할지 두고 볼 일이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사진/ 국회 예산결산위 예산안조정소위가 노른자위로 불리는 까닭은…. 지난 12월19일 예산안조정소위는 박종근 의원을 소위원장으로 뽑고 새해 예산안 심의를 재개했다.(한겨레 김봉규 기자)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위원장 자리를 두고 열흘 이상 다툼을 벌인 것도, 위원장 자리가 노른자위 중의 노른자위임을 보여준다. 예산안조정소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기에 그러는 것일까. 예결위원장인 이윤수 의원(민주당)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은 충격적이다. 그는 “정부안 중 보통 4천~5천억원의 삭감 대상 예산을 찾으면 이 중 절반은 이른바 위원 등의 지역구 사업예산에 반영되고 나머지 절반만 형식적으로 삭감하는 게 관례”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예산안조정소위가 4천억원을 삭감하기로 하면 2천억원은 위원들의 ‘몫’으로 나누고 실제로는 2천억원만 삭감한다는 것이다. 올해 예산안조정소위가 박종근 위원장을 포함해 한나라당 5명, 민주당 2명, 열린우리당 2명, 자민련 1명 등 모두 10명인 만큼, 이른바 각 당의 역점사업이나 다른 의원들의 민원 해소 등을 고려하더라도 각자 최소 100억원 이상의 지역구 예산을 챙길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과거 예산안조정소위에 참여했던 한 의원은 “‘보통’의원들은 수억원대, 예결위원은 20억원대, 소위위원은 100억원대 정도의 자기 사업을 챙길 수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올해 예산을 심의했던 지난해 예산안조정소위는, 정부 예산안에서 사회간접자본 민자유치 지원금 3340억원과 예비비 2200억원, 공무원연금 부담금 743억원 등 1조2300억원을 삭감하고, 대신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4532억원, 농어촌 지원 2189억원 등 9860억원을 증액했다. 국도 건설사업(20개), 지방도 건설사업(5개), 고속도로 건설사업(7개) 등 지역 민원성이 짙은 SOC 사업의 비중이 전체 증액분의 절반가량이었고, 이들 사업 예산은 대부분 10억원씩 천편일률적으로 책정돼 생색내기 예산임을 드러냈다. 인천지하철 1호선 연장건설사업(250억원), 대구유니버시아드 개최 지원(100억원), 백제역사재현단지 진입도로(60억원) 등 50여건은 정부안·상임위안·예결위안에도 없던 항목이어서, 당시 예산안조정소위(김충조 예결위원장이 겸임) 위원 11명의 지역사업이거나 이들 사업과 관련된 지역의 의원·자치단체장의 집중적인 로비에 의한 것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동의 절차 등 견제장치로 구태 근절할까 올해도 과거와 같은 예산안조정소위의 구태가 재연될까. 국회는 올 초 국회법을 개정해 “상임위원회에서 삭감한 세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시키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경우에는 소관상임위원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예산안조정소위의 전횡을 막을 최소한의 견제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진통 끝에 이번 예산안조정소위 위원장이 된 박종근 의원(한나라당)도 12월19일 선심성 예산 논란과 관련해 “예산 내용에 따라서 각 당간 또는 의원들간 견해차가 있을 수 있지만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선심성 예산을 대폭 삭감해 예산절감에 기여할 방침”이라고 밝힌 만큼, 이 견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할지 두고 볼 일이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