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물갈이 주장하는 소장파 오세훈 의원… 특검 재의결 이후 강경파 득세는 악재 될 수도 ·
“특검 재의결이 압도적 다수로 통과됐지만, 한나라당에 독이 될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특검법’이 12월4일 국회에서 209표로 재의결된 직후 만난 오세훈 한나라당 의원의 표정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오 의원 자신도 찬성표를 던졌을 텐데, 최병렬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등 한나라당 의원 대부분이 살길을 찾은 듯 기세등등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검찰의 매서운 칼날… 변화 의지만이 살길
“이제 야당으로서의 억울함을 호소할 여지는 없어졌다. 국민들은 검찰이 한나라당을, 특검이 노 대통령쪽을 파헤치는 것으로 공정한 게임이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여러 가지 제약 속에 있는 특검이 방대한 정보력과 인적 자산 면에서 월등히 앞선 검찰만큼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나라당이 민심을 잃는 무리수를 둬가며 따낸 특검의 수사결과가 신통치 않을 경우를 미리 걱정하는 것이다. 게다가 한나라당을 향한 검찰의 ‘칼날’은 더 매서워질 것이고 수사도 특검 기간만큼 연장될 것이기 때문에, 그는 특검 재의결을 “시련기의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재창당 혹은 해체 수준의 환골탈태’를 주장해온 오 의원의 근원적인 고민은 거기에 있었다.
“대여투쟁이 강조되면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는 실종된다. 총선 국면은 없고 현재의 대선자금 정국의 격랑 속에서 총선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공천심사위원회 같은 시스템에 의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통해 한나라당의 변화 의지를 보여주는 것만이 살길인데 소장파들의 의지대로 좌우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오 의원의 이런 진단은, 이재오·홍준표·김문수 의원 등 강경파들이 당을 주도하면서 한나라당의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던 소장파들의 움직임이 ‘소리 없는 메아리’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오 의원은 최병렬 대표의 단식을 그 전조로 보았다. 최 대표 단식의 득과 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상임운영위원회 같은 정상적인 의사소통 구조가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그런 파격적인 방안은 미리 걸러졌을 것”이라며 비상대책위원회의 ‘강경파 3인방’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드러냈다. 정치는 강약의 조절이 필요한데, 강경파들이 주도권을 잡으면 평소 구상을 관철하는 데 관심을 둬 강경한 방향으로만 끌고 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오 의원을 포함한 한나라당 소장파가 물갈이 ‘투쟁’을 아예 손놓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들은 최근 강경파 3인방과의 비공식적인 만남을 늘리면서 ‘질서 있는 물갈이’를 위한 설득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최 대표의 당내 리더십이 공고해지면서 영남 중진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 사석에서는 공공연히 분당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있다고 한다. 물러나는 사람이 ‘잘렸다’는 생각을 품게 되면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등 후유증이 클 수도 있다. 기준과 원칙을 갖춘 제도적 틀에 의한 방안만이 유일한데 애초 최 대표의 구상보다 시기가 늦어지고 상황도 쉽지 않게 전개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원로 중진 용퇴 등을 믿어본다 오 의원은 특검법 재의결 이후 미약하긴 하지만 긍정적인 흐름도 있다고 전했다. 원로 중진들 사이에 정계은퇴와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물론 몇몇의 일회성 행사로 그칠 수도 있지만, 정치권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용퇴문화가 확산된다면 우리가 목말라하는 분위기로 반전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검법 통과를 계기로 투쟁만이 살길이라는 강경파들이 주도하는 한나라당 분위기 속에, “총선을 손쉽게 치를 것 같은 착각은 지난 대선 때처럼 돌이킬 수 없는 악재가 될 것”이라는 소장파들의 경고가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사진/ “한나라당은 대여투쟁만으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 오세훈 의원은 당내 개혁을 강력하게 주장한다.(이용호 기자)
“대여투쟁이 강조되면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는 실종된다. 총선 국면은 없고 현재의 대선자금 정국의 격랑 속에서 총선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공천심사위원회 같은 시스템에 의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통해 한나라당의 변화 의지를 보여주는 것만이 살길인데 소장파들의 의지대로 좌우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오 의원의 이런 진단은, 이재오·홍준표·김문수 의원 등 강경파들이 당을 주도하면서 한나라당의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던 소장파들의 움직임이 ‘소리 없는 메아리’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오 의원은 최병렬 대표의 단식을 그 전조로 보았다. 최 대표 단식의 득과 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상임운영위원회 같은 정상적인 의사소통 구조가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그런 파격적인 방안은 미리 걸러졌을 것”이라며 비상대책위원회의 ‘강경파 3인방’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드러냈다. 정치는 강약의 조절이 필요한데, 강경파들이 주도권을 잡으면 평소 구상을 관철하는 데 관심을 둬 강경한 방향으로만 끌고 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오 의원을 포함한 한나라당 소장파가 물갈이 ‘투쟁’을 아예 손놓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들은 최근 강경파 3인방과의 비공식적인 만남을 늘리면서 ‘질서 있는 물갈이’를 위한 설득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최 대표의 당내 리더십이 공고해지면서 영남 중진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 사석에서는 공공연히 분당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있다고 한다. 물러나는 사람이 ‘잘렸다’는 생각을 품게 되면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등 후유증이 클 수도 있다. 기준과 원칙을 갖춘 제도적 틀에 의한 방안만이 유일한데 애초 최 대표의 구상보다 시기가 늦어지고 상황도 쉽지 않게 전개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원로 중진 용퇴 등을 믿어본다 오 의원은 특검법 재의결 이후 미약하긴 하지만 긍정적인 흐름도 있다고 전했다. 원로 중진들 사이에 정계은퇴와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물론 몇몇의 일회성 행사로 그칠 수도 있지만, 정치권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용퇴문화가 확산된다면 우리가 목말라하는 분위기로 반전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검법 통과를 계기로 투쟁만이 살길이라는 강경파들이 주도하는 한나라당 분위기 속에, “총선을 손쉽게 치를 것 같은 착각은 지난 대선 때처럼 돌이킬 수 없는 악재가 될 것”이라는 소장파들의 경고가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