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4·15 총선… 한나라 우세 속에 ‘2강’ ‘1강 2중’ 엇갈려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특검이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의 ‘3야 공조’로 재의결되면서 정치권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이번 특검 수사는 내년 1월 본격화돼 4월15일 총선 직전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상황에 따라서는 총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그런 가운데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려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의 손꼽히는 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2강’과 ‘1강2중’ 구도로 갈리고 있는 것이다. 정치전문 인터넷 사이트인 ‘e윈컴’(www.ewincom.com)이 마련한 총선기획 특집에서, 김지연 미디어리서치 선거조사본부장은 1강(한나라당)2중(열린우리당·민주당) 구도에,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 소장과 김덕영 코리아리서치센터 대표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2강 구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상승세 마감, 열린우리당 바닥 쳤나
김지연 미디어리서치 선거조사본부장은 “한나라당·민주당·열린우리당·자민련의 4파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강 구도가 되려면 반한나라당 지지층이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 중 어느 한쪽으로 쏠려야 할 텐데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는 4·15 총선 결과 한나라당이 2등 그룹과 차이가 벌어지는 1등을, 열린우리당이 민주당과 경합을 벌이는 속에 의석 면에서는 2등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지금의 의석 분포처럼 한나라당이 멀찌감치 앞서가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순위만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e윈컴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대안세력이 되기 어렵고 호남과 수도권 일부 이외에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낮은 반면, 대안세력·개혁성에서 이미지를 선점한 열린우리당은 호남 이외에 수도권, 영남권, 충청권에서 지지기반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한나라당(19~20%)-민주당(18~19%)-열린우리당(14~15%) 순서인 최근의 정당 지지도는 한동안 지속되겠지만, 이는 ‘현재 민심의 방향과 크기를 측정하는 데 유용한 지표’일 뿐 의석 확보와의 직접적 연관성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수도권: 한나라당 압승 혹은 열린우리당→한나라당→민주당 순 △충청권: 4당 각축 △호남권: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6:4 혹은 4:6 분점 △대구·경북: 한나라당 전승 △부산·경남·울산: 한나라당 우세 속 열린우리당 선전 등 지역별 전망을 토대로, 총선 뒤 ‘1강2중’ 구도로의 재편을 전망했다.
3명의 전문가 중 ‘2강 구도’ 전망을 확신하는 이는 김헌태 소장이다. 김 소장은 “현재 여론의 흐름을 보면 1강2중에서 내년 총선 때 2강으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여기서 2강이라는 의미는, 총선의 결과라기보다는 총선의 전국 구도에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각축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으로, 내년 1월 새 지도부를 선출할 열린우리당이 개혁 동력을 만들어낼 경우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양강 구도로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의 말을 좀더 들어보자. “크게 보면 40대 이하는 개혁성이 강하고 50대 이상은 지역주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현재 연령대별로 지지 정당이 다른 흐름으로 볼 때 내년 총선에서 지역투표와 세대투표의 대결 양상이 나타날 것이다. 20~40대와 50대 이상의 세대 대결이 강할수록 열린우리당이 유리하다.” 내년 총선이 노무현 정권에 대한 평가 성격보다는, 대선자금 수사의 영향으로 2000년 총선보다 더한 ‘바꿔 열풍’이 불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호남 민심의 선택이 구도 결정한다
김 소장은 “민주당이 11월28일 새 지도부를 선출한 전당대회를 계기로 지지도가 반등한 것은 사실이지만 연령·직업·지역별 요소들로 분석할 경우 인과관계가 분명치 않아 지속되기 힘들 것으로 보이고, 대선자금 수사 이후 한나라당 역시 대선 뒤 30% 선을 유지하던 핵심 지지층의 이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열린우리당이 지지도를 끌어올릴 여지가 많은 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그럴 만한 계기점과 소재가 없어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2강 구도의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호남에서의 ‘전략적 투표 가능성’에도 무게를 뒀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가 10월과 11월 4차례 조사한 결과, 민주당이 49.5%(10월6일)→40.2%(10월20일)→39.3%(11월3일)→35.5%(11월17일·호남 100샘플 추가 조사)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인 반면, 열린우리당은 8.5%→16.7%→18.3%→24.4%로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광주의 경우 11월17일 조사에서 처음으로 열린우리당이 28.3%로 23.5%인 민주당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고, ‘한나라당을 견제하기 위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높은 한 정당에 표를 몰아줘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공감 여부를 묻는 질문에 42.3%가 공감한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결과는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호남에서 민주당의 상승·열린우리당의 하락으로 다시 뒤집히기는 했지만, 김 소장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 호남 민심이 근본적으로 변화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그러나 전략적 투표 현상이 일더라도 총선 결과 민주당의 우세를 뒤집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영 코리아리서치센터 대표도 2강 구도 형성이란 점에서는 김헌태 소장과 견해가 일치했다. 김 대표는 e윈컴 인터뷰에서 “가장 개혁적인 연령층인 30~40대가 열린우리당 지지 성향이 높고, 특히 대선 당시 양분됐던 40대가 우리당 지지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세대교체와 개혁, 새 인물 등이 내년 총선의 화두가 될 텐데 열린우리당이 개혁 이미지를 선점하고 있어,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개혁 경쟁을 벌이더라도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그는 호남의 경우 “열린우리당이 민주당과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지지율이 상승하겠지만 호남표가 한쪽으로 표쏠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고 따라서 민주당이 자민련식으로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특히 부산·경남 지역 민심과 관련해 “데이터를 보면 PK 지역은 한나라당이 2라면 열린우리당이 1정도까지 올라선 상태여서 이전 선거처럼 (한나라당쪽으로) 쏠림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며 “우리당의 지지도가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이지만 의석 확보 수준까지 이를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정계개편 가능성 낮지만 돌발변수 많아
이들 3명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총선 전 정계개편이 가장 큰 변수가 될 텐데 그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만큼, 현재의 4당(민주노동당을 포함할 경우 5당) 체제로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에는 일치했다. 또 김대중·김영삼·김종필씨의 영향력이 현저히 약화된 ‘포스트 3김시대’의 첫 총선인 만큼, 지역대결 구도가 이전보다 완화하는 대신 세대간 대결구도가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내년 총선이 이들이 내다본 구도대로 치러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대선 과정을 돌아보면 짧은 기간 내에 각 후보의 지지율이 몇 차례 출렁였던 만큼, 4개월여 동안 어떤 변화가 닥쳐올지 점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총선 성적표’에 대해 한나라당→열린우리당→민주당 순의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워낙 변수가 많아 불투명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대선자금과 특검 수사의 결과,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합당 혹은 공조 가능성, 이라크 파병이나 북한 핵 문제 등의 변수가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할지 가늠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사진/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2당 자리를 놓고 접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조순형 민주당 대표가 12월3일 상임중앙위원회에서 당직자의 보고를 받고 있다.(한겨레 윤운식 기자)
김지연 미디어리서치 선거조사본부장은 “한나라당·민주당·열린우리당·자민련의 4파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강 구도가 되려면 반한나라당 지지층이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 중 어느 한쪽으로 쏠려야 할 텐데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는 4·15 총선 결과 한나라당이 2등 그룹과 차이가 벌어지는 1등을, 열린우리당이 민주당과 경합을 벌이는 속에 의석 면에서는 2등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지금의 의석 분포처럼 한나라당이 멀찌감치 앞서가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순위만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e윈컴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대안세력이 되기 어렵고 호남과 수도권 일부 이외에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낮은 반면, 대안세력·개혁성에서 이미지를 선점한 열린우리당은 호남 이외에 수도권, 영남권, 충청권에서 지지기반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한나라당(19~20%)-민주당(18~19%)-열린우리당(14~15%) 순서인 최근의 정당 지지도는 한동안 지속되겠지만, 이는 ‘현재 민심의 방향과 크기를 측정하는 데 유용한 지표’일 뿐 의석 확보와의 직접적 연관성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수도권: 한나라당 압승 혹은 열린우리당→한나라당→민주당 순 △충청권: 4당 각축 △호남권: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6:4 혹은 4:6 분점 △대구·경북: 한나라당 전승 △부산·경남·울산: 한나라당 우세 속 열린우리당 선전 등 지역별 전망을 토대로, 총선 뒤 ‘1강2중’ 구도로의 재편을 전망했다.

사진/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12월5일 의원총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동료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한겨레 윤운식 기자)

사진/ 한나라당은 1강의 자리를 확고히 유지할 것인가.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12월5일 당사에서 열린 특검쟁취보고대회에서 깃발을 들고 있다.(이용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