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 지키기 정말 어려워… 날치기 영원히 없애는 국회의장 될 것
인터뷰/ 이만섭 국회의장
-16대 국회의 첫해가 기울고 있다. 제 역할을 했다고 보는가.
=여야가 대립해 한동안 국회의 문을 닫았던 것은 국민께 대단히 송구하다. 지금은 일하는 국회로 면모를 차츰 갖춰가고 있다.
-당장 검찰총장과 대검차장 탄핵안을 놓고 갈등할 텐데.
=솔직히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여야의원 가운데 억울한 일이 없도록 보호해줘야 할 국회의장 입장으로는 국회와 검찰의 정면충돌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만에 하나 탄핵안이 가결되면 6개월간 검찰에 공백이 생긴다. 심각한 사태가 온다. 원만히 수습되길 바란다. -무슨 묘안이 있나. =현재 야당은 헌법과 법률에 위배돼 탄핵된다고 하고, 여당은 검찰총장 등이 헌법 법률에 위배된 일을 한 게 없는 만큼 탄핵안 자체가 성립 안 된다고 주장한다. 양론이 있는 만큼 일단 8일부터 각 당 대표연설과 대정부 질문을 통해 논란을 충분히 개진하고 그 결과에 따라 뒤에 처리하는 게 좋겠다. -타협이 안 되면. =의장으로서 법을 지킬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보고하고 처리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원칙대로 하지 않을 수는 없다. -민주당은 같은 당 소속인 의장이 정국운영을 돕지 않는다고 섭섭해 한다. =시간이 흐르면 국회의장이 국회를 굳건히 지키는 게 오히려 여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해할 것이다. 솔직히 의장으로서 중립을 지키기가 정말 어렵다. 자기 당에 좀 유리하면 박수치고, 조금만 섭섭하면 아우성친다. 그러나 어느 당에서 나를 지지하고 않고를 떠나 국회는 여당의 국회도 야당 국회도 아니다. 오직 국민의 국회다. 국민을 보고 항상 부끄럽지 않게 사회봉을 치겠다고 다짐한다. -차라리 의장의 당적이탈을 제도적으로 실현하는 게 바람직한 게 아닌가. =여야가 그렇게 국회법만 개정해주면 지체없이 즉각 당적을 버리겠다. 문제는 형식적 이탈이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이탈이다. “의장을 관두면 다시 당으로 돌아가는데”, “돌아갈 때 생각해서 그 당에 유리하게 운영해야지”라는 사심을 가지면 100번을 당적이탈해도 마찬가지다. -‘날치기 없는 국회’에 남달리 집착하는 이유는 뭔가. =정치부 기자로 국회에 출입할 때부터 지금까지 밤낮 날치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 결국 정권도 그 때문에 치명타를 입는다. 날치기를 없애야 한다는 생각이 뼈에 사무쳤고, 내가 의장으로 있는 동안 그것은 안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일에는 나 같은 용기가 필요하다. 역대 국회의장들은 다 청와대를 바라보고 날치기하거나 하는 척 ‘쇼’라도 한 것 아니냐. 그러나 그분들 모두 정치적 상처만 입고 물러났다. -일부에서는 ‘이만섭식 생존법’이라고 비판한다. =생존 수단으로 생각하면 93년 YS 대통령이 1시간40분씩 요구한 날치기를 거부하는 그런 용기는 가질 수 없다. 나는 파란만장한 정치역정을 겪었다. 무슨 계산을 한 게 아니다. 소신대로 바른 소리하며 37년 정치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8선되고 의장도 두번씩 한 것이다. 내가 세력을 형성하려하고 재벌과 링크나 했다면 내 생명은 벌써 끝났다. 그렇게 상처입고 그만둔 분 많이 있잖아. -그동안 공화당, 한국국민당, 민자당, 국민신당, 민주당까지 당을 많이 바꿨다. ‘집권당 체질’이라는 비판도 들리는데. =젊은 기자들이 몰라서 그런다. 정치 오래한 사람은 자연히 당을 3∼4개씩 바꿨다. 쿠데타 나고, 합당되고 하니까. 김대중 대통령이나 YS도 당 이름이 몇개씩 붙는다. 내가 자진해서 정당을 옮긴 것은 여당인 신한국당에서 탈당한 것 한번뿐이다. 당시 이회창 총재가 명예총재인 YS 대통령보고 탈당하라고 싸우고, 포항에서 YS 화형식이 벌어지는데 창피해서 도저히 그 당에 몸담을 수 없어 나왔다. 국회의원 3년 남은 것을 포기하고 가시밭길로 나온 것이다. -일부에서는 의장이 “잔 파도만 볼 뿐 큰 조류는 못 본다”고도 말한다. =전체 흐름이 국민이 원하는 게 아닌데 거기에 따라간들 뭐하겠나. 남들이 뭐라고 해도 나는 이 나라 민주주의 마지막 보루로서 그대로 남아 있겠다. 내가 무슨 욕심을 더 바라겠냐.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생각만 가지면 별 것 없다. 진짜 괴로운 것은 권력의 눈치를 보며 국회를 잘못 운영하고 양심의 가책을 받는 것이다. -차기를 둘러싸고 영남후보론이 나온다. 현재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중권 최고위원 정도가 이야기되는데 의장님도 대상이 될 수 있지 않나. =바깥에서 노무현, 김중권만 이야기하나? -그런 것 같다. =그런데… 대통령이라는 것은 하고 싶다고 하는 것보다는 국민들이 믿고 맡길 사람이 해야 된다. 지금은 나라 경제도 어렵고, 사회도 복잡하다. 그런 것 걱정할 때다. 대권을 끄집어내면 국민들의 미움을 살 것이다. 지금 뭐… 그런 생각 있더라도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대권은 자기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게 결코 아니다. 모두 자기 분수를 알고 처신하는 게 좋을 것이다. 글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사진 이용호 기자 yhlee@hani.co.kr

=솔직히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여야의원 가운데 억울한 일이 없도록 보호해줘야 할 국회의장 입장으로는 국회와 검찰의 정면충돌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만에 하나 탄핵안이 가결되면 6개월간 검찰에 공백이 생긴다. 심각한 사태가 온다. 원만히 수습되길 바란다. -무슨 묘안이 있나. =현재 야당은 헌법과 법률에 위배돼 탄핵된다고 하고, 여당은 검찰총장 등이 헌법 법률에 위배된 일을 한 게 없는 만큼 탄핵안 자체가 성립 안 된다고 주장한다. 양론이 있는 만큼 일단 8일부터 각 당 대표연설과 대정부 질문을 통해 논란을 충분히 개진하고 그 결과에 따라 뒤에 처리하는 게 좋겠다. -타협이 안 되면. =의장으로서 법을 지킬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보고하고 처리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원칙대로 하지 않을 수는 없다. -민주당은 같은 당 소속인 의장이 정국운영을 돕지 않는다고 섭섭해 한다. =시간이 흐르면 국회의장이 국회를 굳건히 지키는 게 오히려 여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해할 것이다. 솔직히 의장으로서 중립을 지키기가 정말 어렵다. 자기 당에 좀 유리하면 박수치고, 조금만 섭섭하면 아우성친다. 그러나 어느 당에서 나를 지지하고 않고를 떠나 국회는 여당의 국회도 야당 국회도 아니다. 오직 국민의 국회다. 국민을 보고 항상 부끄럽지 않게 사회봉을 치겠다고 다짐한다. -차라리 의장의 당적이탈을 제도적으로 실현하는 게 바람직한 게 아닌가. =여야가 그렇게 국회법만 개정해주면 지체없이 즉각 당적을 버리겠다. 문제는 형식적 이탈이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이탈이다. “의장을 관두면 다시 당으로 돌아가는데”, “돌아갈 때 생각해서 그 당에 유리하게 운영해야지”라는 사심을 가지면 100번을 당적이탈해도 마찬가지다. -‘날치기 없는 국회’에 남달리 집착하는 이유는 뭔가. =정치부 기자로 국회에 출입할 때부터 지금까지 밤낮 날치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 결국 정권도 그 때문에 치명타를 입는다. 날치기를 없애야 한다는 생각이 뼈에 사무쳤고, 내가 의장으로 있는 동안 그것은 안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일에는 나 같은 용기가 필요하다. 역대 국회의장들은 다 청와대를 바라보고 날치기하거나 하는 척 ‘쇼’라도 한 것 아니냐. 그러나 그분들 모두 정치적 상처만 입고 물러났다. -일부에서는 ‘이만섭식 생존법’이라고 비판한다. =생존 수단으로 생각하면 93년 YS 대통령이 1시간40분씩 요구한 날치기를 거부하는 그런 용기는 가질 수 없다. 나는 파란만장한 정치역정을 겪었다. 무슨 계산을 한 게 아니다. 소신대로 바른 소리하며 37년 정치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8선되고 의장도 두번씩 한 것이다. 내가 세력을 형성하려하고 재벌과 링크나 했다면 내 생명은 벌써 끝났다. 그렇게 상처입고 그만둔 분 많이 있잖아. -그동안 공화당, 한국국민당, 민자당, 국민신당, 민주당까지 당을 많이 바꿨다. ‘집권당 체질’이라는 비판도 들리는데. =젊은 기자들이 몰라서 그런다. 정치 오래한 사람은 자연히 당을 3∼4개씩 바꿨다. 쿠데타 나고, 합당되고 하니까. 김대중 대통령이나 YS도 당 이름이 몇개씩 붙는다. 내가 자진해서 정당을 옮긴 것은 여당인 신한국당에서 탈당한 것 한번뿐이다. 당시 이회창 총재가 명예총재인 YS 대통령보고 탈당하라고 싸우고, 포항에서 YS 화형식이 벌어지는데 창피해서 도저히 그 당에 몸담을 수 없어 나왔다. 국회의원 3년 남은 것을 포기하고 가시밭길로 나온 것이다. -일부에서는 의장이 “잔 파도만 볼 뿐 큰 조류는 못 본다”고도 말한다. =전체 흐름이 국민이 원하는 게 아닌데 거기에 따라간들 뭐하겠나. 남들이 뭐라고 해도 나는 이 나라 민주주의 마지막 보루로서 그대로 남아 있겠다. 내가 무슨 욕심을 더 바라겠냐.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생각만 가지면 별 것 없다. 진짜 괴로운 것은 권력의 눈치를 보며 국회를 잘못 운영하고 양심의 가책을 받는 것이다. -차기를 둘러싸고 영남후보론이 나온다. 현재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중권 최고위원 정도가 이야기되는데 의장님도 대상이 될 수 있지 않나. =바깥에서 노무현, 김중권만 이야기하나? -그런 것 같다. =그런데… 대통령이라는 것은 하고 싶다고 하는 것보다는 국민들이 믿고 맡길 사람이 해야 된다. 지금은 나라 경제도 어렵고, 사회도 복잡하다. 그런 것 걱정할 때다. 대권을 끄집어내면 국민들의 미움을 살 것이다. 지금 뭐… 그런 생각 있더라도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대권은 자기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게 결코 아니다. 모두 자기 분수를 알고 처신하는 게 좋을 것이다. 글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사진 이용호 기자 yhlee@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