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형 민주당 새 대표가 구상하는 정국 복안… 특검 재의결이 순리 · 정치개혁은 제도 논의보다 실천이 관건
조순형 민주당 새 대표는 겸손했다. 그는 11월28일의 전당대회에서 참석 대의원의 31.03%(1인2표)라는 압도적 1위 득표를 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실력을 내세우기보다는 “민주당이 분당 뒤에 처한 존폐 위기 상황이 저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하게 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계파간 이해관계 조정으로 추대됐다는 관측도 있지만 당내 결속과 분당 뒤 지역정당 인상을 탈피하기 위해 수도권 인물을 내놓을 필요성, 개혁과 쇄신 필요성 등이 충족됐기 때문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순형식 정치실험… 측근비리 특검 관철
5선 의원이 되기까지 ‘조순형 정치’의 가장 큰 업적을 꼽아달라는 질문도 했다. 그는 “업적이라고 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며 1988년 13대 총선에서 낙선한 일을 들었다. 이야기인즉슨 1987년 대통령 선거 때 김대중-김영삼 후보단일화 운동을 하다 실패한 뒤 동교동계(평민당 창당)를 떠나 한겨레민주당 창당을 택했으며, 그 결과 이듬해 총선에서 고배를 든 사정을 짚는 것이었다. 그는 “저한테는 큰 시련이었지만 불이익이 있더라도 소신과 원칙을 택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정국 현안인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비리 특검법 거부와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 그는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 양쪽에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그러면서 그는 “헌법상 대통령은 법안을 거부할 수 있으며 국회는 거부 법안을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할 수 있는데, 그것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단순한 정쟁 차원을 넘어 헌정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소수 정당이면 몰라도 국회 과반수를 차지해 입법여당이라 할 수 있는 한나라당이 국정현안을 방기하고 뛰쳐나가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4당 대표 회담을 제의하고 있는 그는 “회담이 성사되면 국회 재의결에 응하도록 한나라당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박상천 전임 대표가 이끌던 시절에 한나라당이 주도한 특검법안을 지지함으로써(조 대표도 당시 찬성) 지지자 사이에 한나라-민주당 공조 논란을 빚었다. 이에 박 전 대표는 노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 외에 한나라당 대선자금에 대한 특검도 독자적으로 발의하겠다고 함으로써 ‘따가운 시선’을 피하고자 했다. 조 대표도 “노 대통령도 특검 상설화를 주장한 바 있다”며 측근비리 특검에 관한 한 물러서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대선자금 문제에 관해서는 “아직까지는 검찰이 그런 대로 수사를 하고 있다”며 “더욱이 측근비리와 달리 수사대상이 방대한 대선자금 문제를 수사 기한과 인력이 제한되는 특검에 맡기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주장에 선을 그으며 나름의 ‘순리론’을 제시한 것이다. 4당 대표 만나 재신임 철회 추진 조 대표는 노 대통령의 재신임 문제가 장기간 표류하는 데 따른 정국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4당 대표 회담이 성사되면, 그리고 각 당 대표를 예방하는 자리에서도 문제제기를 하겠다”며 “정치권의 4당이 모두 철회하라는 결론을 내리면 뭐가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재신임 국민투표 실시가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재신임 제안은 내 뜻대로 할 수 있지만 거둬들이는 건 마음대로 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조 대표는 “헌법재판소가 재신임 국민투표는 위헌이라는 견해를 사실상 밝혔다”며 “노 대통령의 문제점은 국가적 현안을 몇달씩 너무 오래 끄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를 설득할 복안이 있는지 물었다. 이에 조 대표는 “글쎄 복안이 따로 있을 수 있겠느냐. 만나서 설득해보는 것이지”라고만 답했다. 방향은 나름대로 설정하되 주도적 영향력은 발휘하기 어려운 제2당의 한계가 그의 발언에서 읽혔다. 그러나 마침 최 대표는 조 대표와의 인터뷰가 진행된 11월30일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의 방문을 받고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재신임을 묻는 것이 사실상 위헌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재신임 문제는 거둬들이는 것이 좋겠다”며 종전의 입장을 바꿨다.
질문의 초점을 정치개혁 문제로 옮겼다. 우선 그에게 최근 대선자금 검찰수사의 이면에 이탈리아의 마니풀리테(깨끗한 손) 운동과 비슷한, 즉 수사를 통해 정치권의 구악 또는 구정치 행태를 싹쓸이하자는 노 대통령의 원려(遠慮)도 작용한 것 같다며 견해를 물었다. 이에 조 대표는 “마니풀리테를 연구한 바는 없다”며 “그러나 어떻든 정경유착을 근절하고 정치권의 부정부패를 청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원칙적으로 공감의 뜻을 밝혔다. 그는 또한 “정치권도 제 몫을 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은 고해성사한다고 말하면서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남탓뿐 아니라 제 살을 도려낼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민주당 중앙당 후원회 자금 200억원 실종() 논란과 관련해 “왜 그렇게 된 건지, 저 사람들(열린우리당) 주장대로 횡령된 건지 밝혀야 한다”며 “의혹을 해소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 재정의 투명화가 중요하다”며 “2년 전 당 예산결산위원회를 만들기로 했음에도 요즘 알아보니 노관규 위원장만 인선했을 뿐 위원회도 구성하지 않았더라”고 말했다.
정치자금 제도개혁과 관련해서도 조 대표는 나름대로 정곡 꿰뚫기를 시도했다. 그는 “14, 15, 16대 국회에 걸쳐 정치개혁특위가 활동해 적잖이 입법을 했지만 그것을 안 지키고 실천하지 않는 게 문제”라며 “더 이상 제도를 개혁할 여지는 많지 않으며 이제는 실천과 행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의 자발적인 각성과 자정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거공영제 확대에 비판적 견해 제시
그는 최근 한나라당의 발의로 정치권이 합의했던 선거공영제 확대와 관련해서도 비판적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자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자기 돈을 쓰고 국가가 제공하는 돈도 함께 쓴다”며 “국회의원이 되려는 사람이 자기 부담도 해야지, 어떻게 국민세금으로 다 선거를 치르느냐”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의 제도개선 논의들을 “공허한 것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조 대표는 돈세탁방지법 개정안이 처리될 당시 국회 법사위원으로서 정치자금 수수내역이 검찰에 통보되지 않도록 하려는 다수 의원들의 주장에 강하게 반대함으로써 ‘미스터 클린’이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그는 경선 유세 때 내년 총선에서 제1당을 차지한다는 목표 아래 △인재 영입을 통한 지구당 조직 재건 △한나라당 대 민주당 양당 대결구도 만들기 △노 대통령의 탈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행위 심판 등의 방법론을 제시했다.
그러나 총선 전망을 놓고는 민주당 안팎에 불안감이 크다. 특히 지지자의 분열 때문에 수도권에서 민주당·열린우리당이 공멸하리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조 대표는 “4당 체제로 치러진 13대 총선에서 당시 민정당이 3분의 2 이상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자신하다가 결과는 여소야대가 됐다”며 “국민들이 현명하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지금 수준을 넘어 200석, 240석을 얻도록 하진 않을 것”이라고 ‘현명한 국민론’을 폈다.
내각참여 부정적… 입법여당이 목표
조 대표는 전당대회 유세 때 “총선에서 제1당이 되어 빼앗긴 권력의 절반을 되찾아오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기자는 “총선 뒤에 과반수 연합을 만들어 내각 구성권을 차지하겠다, 즉 내각에 참여하겠다는 뜻인지”를 물었다. 박상천 전 대표와 정균환 원내총무 등 당내 구주류가 주장하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구상과 뜻을 함께하는지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조 대표는 “그건(내각 참여) 아니다”라며 “국회에서 제1당이 되면 (분당으로 야당이 됨으로써 빼앗긴) 권력의 절반을 정치적으로는 되찾게 된다는 뜻을 수사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이 내각구성권을 넘기겠다는 게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이라는 전제조건이 붙은 것이어서 실현되기도 어렵다”며 현실성에 회의를 표시했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중대선거구제를 지지하지만 한나라당은 현행 소선거구제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분권형 대통령제와 책임총리제를 당의 기본정책으로 채택했기 때문에 총선공약으로 제시할 것 같다”고는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노 대통령의 행정권력을 축소하는 데까지 나아가기보다는 국회 차원에서의 ‘입법 여당’ 선을 목표로 삼되, 당내 상당수 세력은 ‘내각 참여’까지 주장하는 상황에서 절충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는 열린우리당과의 총선 전 재결합이나 연합공천을 반대하고 있다. 그는 “노 대통령의 탈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행위는 정치윤리상 있을 수 없는 일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도 심판을 받아야 하긴 마찬가지”라며 “분당을 막지 못한 책임과 신당을 하지 않고 민주당을 지킨 게 옳은 것이었나를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심판 결과가 냉혹하게 의석 분포로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로써 민주당의 전임 지도부, 또는 구주류가 일방적으로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만을 규탄하는 것과는 다소 어감을 달리하며 ‘열린 자세’를 취했다. 이에 따라 그는 총선 뒤에 “열린우리당과 노선과 이념이 다른 게 없다면 재결합도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과의 관계, 구주류와 다른 입장
정책현안 가운데 신행정수도특별법과 관련해 그는 “노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지켜야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다만 출신 지역별로 의원들간에 논란이 있고 총선전략으로 활용된다는 의혹도 있으니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신중하게’의 구체적 의미를 묻자 “졸속을 피해야 한다”는 원론만 답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과 지방분권특별법에 대해선 “좀더 내용을 검토한 뒤에 답하자”고 말했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동의안에 대해 그는 “국가적으로 필요하다고는 하나 정부가 최근 발표한 농어촌 10개년 지원계획에 급조 인상이 있으니 그런 것을 좀더 실효성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 관련 세법, 주택법 개정방침과 관련해선 “투기를 잡자고 제출한 법안인 만큼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사진 이용호 기자 yhlee@hani.co.kr

사진/ “열린우리당과 총선 전 재결합 · 연합공천은 없다.” 지난 11월28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조순형 대표는 대의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정국 현안인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비리 특검법 거부와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 그는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 양쪽에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그러면서 그는 “헌법상 대통령은 법안을 거부할 수 있으며 국회는 거부 법안을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할 수 있는데, 그것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단순한 정쟁 차원을 넘어 헌정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소수 정당이면 몰라도 국회 과반수를 차지해 입법여당이라 할 수 있는 한나라당이 국정현안을 방기하고 뛰쳐나가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4당 대표 회담을 제의하고 있는 그는 “회담이 성사되면 국회 재의결에 응하도록 한나라당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박상천 전임 대표가 이끌던 시절에 한나라당이 주도한 특검법안을 지지함으로써(조 대표도 당시 찬성) 지지자 사이에 한나라-민주당 공조 논란을 빚었다. 이에 박 전 대표는 노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 외에 한나라당 대선자금에 대한 특검도 독자적으로 발의하겠다고 함으로써 ‘따가운 시선’을 피하고자 했다. 조 대표도 “노 대통령도 특검 상설화를 주장한 바 있다”며 측근비리 특검에 관한 한 물러서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대선자금 문제에 관해서는 “아직까지는 검찰이 그런 대로 수사를 하고 있다”며 “더욱이 측근비리와 달리 수사대상이 방대한 대선자금 문제를 수사 기한과 인력이 제한되는 특검에 맡기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주장에 선을 그으며 나름의 ‘순리론’을 제시한 것이다. 4당 대표 만나 재신임 철회 추진 조 대표는 노 대통령의 재신임 문제가 장기간 표류하는 데 따른 정국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4당 대표 회담이 성사되면, 그리고 각 당 대표를 예방하는 자리에서도 문제제기를 하겠다”며 “정치권의 4당이 모두 철회하라는 결론을 내리면 뭐가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재신임 국민투표 실시가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재신임 제안은 내 뜻대로 할 수 있지만 거둬들이는 건 마음대로 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조 대표는 “헌법재판소가 재신임 국민투표는 위헌이라는 견해를 사실상 밝혔다”며 “노 대통령의 문제점은 국가적 현안을 몇달씩 너무 오래 끄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 조순형 민주당 새 대표는 국회정상화를 촉구하며 4당대표 회담을 주장하고 있다. 조순형 대표가 지난 12월1일 첫 중앙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새천년민주당은 새로운 희망을 만들 것인가. 지난 11월28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새로 선출된 조순형 대표와 상임위원들이 당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이용호 기자 yhlee@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