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경선 나서는 추미애 의원 … 열린우리당과 연합 고려하지만 총선 전에 손잡을 가능성은 없어
추미애 의원(민주당)을 11월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났다. 민주당이 열린우리당과의 분당 이후 정체성 논란에 휩싸여 위기의식이 높아지는 가운데, 그가 당 대표 경선(11월28일 전당대회) 도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가 성공하면 박순천 의원(1966년 민중당) 이래 두 번째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유력한 정당에서 여성 당수가 탄생하는 셈이다.
‘국민에게 죄송한’ 이유는
추 의원은 <한겨레21>과의 인터뷰 하루 전날 평화방송, <오마이뉴스>를 통해 “뭣 모르고, 본질을 모르고 (노무현 후보의) 대선운동에 앞장선 것이 염치없고, 죄송스럽고, 할 말이 없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노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는 뜻으로,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등의 한나라당 인사들의 인식과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그의 홈페이지에는 이 발언 뒤로 수천명의 네티즌이 몰려들어 “그 말이 맞다” “아니다. 추미애가 국민의 선택을 배신했다”라며 논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추 의원은 ‘선거운동을 잘못해 국민에게 죄송한’ 사유로 △최도술 비리 △노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 △민주당 지지자들을 반개혁세력으로 몰았다는 점들을 꼽았다. 민주당이 노 대통령을 공격하는 기존의 논리와 다르지 않았다. 즉, ‘대선 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한다기보다는 대중적 전달효과를 높이기 위해 강렬한 표현(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선 과격한 표현)을 구사한 게 사태의 성격이었던 셈이다. 그는 “국민들에게 돼지저금통을 채워달라고 호소하던 전후 무렵에 최도술씨가 돈을 받았다는 데 분노한다”면서도 “그러나 대선 당시 민주당이 돈이 없어 고생하면서 선거를 치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당의 대표쯤 되려는 지도급 정치인에겐 정치공방의 논리보다는 국정에 대한 진단과 대안이 좀더 중요한 법이다. 그래서 추 의원에게 정치성 이슈보다는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상 문제점을 중점적으로 물었다. 이에 추 의원은 첫째로 “햇볕정책의 원칙을 훼손한 점”을 꼽았다. 그는 마침 방한 중인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행사에서 자리를 함께한 일을 소개하면서,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부시와 달리) 나 같으면 한국의 햇볕정책이 지속되도록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사실 추 의원이 노 대통령과 거리를 둔 시발점은 노 대통령의 ‘햇볕정책 이탈 논란’이었다. 그는 노 대통령이 대북송금 특검법을 거부하지 않고 수용했던 점을 비판했으며, 6·15 정상회담 3주년 기념일에 노 대통령이 참모들과 골프를 즐긴 일도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석상에서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런 면에서 추 의원은 외교안보 정책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선에 확고하게 충실하려 하는 편으로 보였다. 노 대통령쪽도 ‘햇볕정책을 업그레이드’한다며 기본적으로는 계승론에 서 있지만, 추 의원은 이를 발전적 수정이라기보다는 원칙의 이탈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과 개혁 경쟁하겠다 그러나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대중 도서관’ 개관식을 찾은 노 대통령 앞에서 노 대통령의 평화번영 정책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이날 인터뷰 시점까지는 ‘아니었지만’, 이러한 상황 변화가 추 의원에게 새로운 고민으로 다가갈지 모른다는 생각이 기자의 머리를 스쳤다. 추 의원은 현 정부 경제정책의 ‘성과 없음’을 두 번째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정부 출범 초기에는 대외 환경이 나빠서라고 했지만, 요즘 다른 나라 경제는 회복되는데 유독 우리만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주택문제와 실업문제 등 어떤 것도 해결되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론을 제시하지만 성장과 분배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는지도 분명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기자는 ‘노무현 경제’가 성과를 내지 못하는 원인을 진단해달라고 요청했다. 물론 경제 관료를 상대하듯 세세한 분석을 기대하기보다는 큰 틀에서 구조적 문제점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서였다. 그러나 추 의원은 “내가 경제학자가 아니라서”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유보했다.
대신에 그는 “경제난 때문에 우선 성장쪽에 무게를 둔다 하더라도 노동자나 서민층에게 대통령이 ‘어렵지만 당신들과 함께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의 골프를 비판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라며 “서민들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나는 꿈쩍 안 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그가 경제정책의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또는 꼼꼼하게 천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긴 어려웠다. 대신에 그는 ‘지도자의 정치적 퍼포먼스’ 문제에 좀더 깊은 관심을 지닌 것으로 보였다.
관심사 중 하나인 내년 총선 뒤 민주당의 진로, 노 대통령 및 열린우리당과의 관계로 질문을 옮겼다. 총선 뒤 열린우리당과 연합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그는 “장관 자리들을 함께하자는 것인지 뭔지, 연합이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책노선이 같다면 고민해볼 대목이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 답변은 민주당 당권경쟁의 핵심 쟁점과 관련된 것이었다. 예컨대 박상천 대표나 정균환 원내총무처럼 호남에 기반을 둔 기성 중진들 사이에선 총선 뒤 여차하면 한나라당과 연합할 수 있다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박 대표가 주장하는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 개헌론, 총선 뒤 책임총리제론 등이 그런 맥락이다. 황태연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장(동국대 교수)은 영호남을 대표하는 정당이 연합해 내각을 장악하는 ‘지역연합론’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추 의원을 비롯한 수도권의 소장개혁파 의원들은 열린우리당과의 ‘개혁 경쟁론’을 주장하고 있다. 총선 뒤에 연립정권이 되든, 아니면 합당이 되든 재결합을 모색한다는 이야기다. 추 의원 그룹이 박·정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것도 사실이다. 추 의원은 한나라-민주당 공조로 노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때 불참했다. 추 의원은 그러나 총선 전 연합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했다.
‘물갈이’라는 표현에는 조심스러운 자세
이번엔 당내 문제로 관심사를 옮겼다. 그는 현재 민주당의 문제점으로 “공정한 경선 등을 보장하지 않는 비민주적 지배구조”를 꼽았다. 그는 “최근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의 사고 지구당 조직책 선정과정은 식당 문을 닫았으니 우리끼리 밥먹으면 된다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현 지도부가 전당대회 고지 선점을 겨냥해 자파 인사 위주로 조직책을 독식하고 있다는 게 비판 요지였다.
이와 함께 그는 “당의 지도급 면면들이 노쇠해 보이는 점”을 지적하면서 자신의 대표 도전 명분은 “당의 역동성과 개혁성을 살리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대표가 될 경우 당을 환골탈태시키는 방법으로 그는 “(가칭) 신민주포럼, 열린민주포럼 같은 그룹을 만들어 개혁의 우군들이 민주당에 들어올 무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포럼을 통해 총선 후보 선정방식을 비롯한 여러 문제를 두고 치열한 당내 토론이 벌어지도록 하고, 그런 흐름이 총선 공천으로 이어지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개혁 성향의 외부 인사를 다수 영입함으로써 바람을 일으켜 공천 면면도 바뀌도록 하겠다는 게 그의 총선 구상인 셈이다.
그러나 그는 “물갈이라는 말은 쓰지 않겠으며, 대신에 여론수렴이란 표현이 어떠냐”라고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했다. “추미애가 대표가 되면 대대적인 정풍운동을 일으켜 중진들을 날려버리려 할 것”이라는 당내 중진들의 경계심을 누그려뜨리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치마폭이 바지보다 넓다”는 말로 자신의 포용력을 주장한 바도 있다.
이런 답변에선 추 의원의 딜레마가 읽혔다. 그의 지지자들 중 상당수가 과감한 물갈이, 인적 쇄신을 요구하지만, 정면으로 물갈이 깃발을 들고 나설 경우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의원 1명이 2표씩 찍도록 한 선거제도도 그에겐 불리하다. 민주당의 일부 관계자들은 “예컨대 정균환 원내총무가 ‘호남 대표주자’를 자임하며 출마할 경우 대의원들이 한표는 호남 인사에게 몰아주되, 다른 한표는 추 의원과 조순형 의원(서울 강북을) 등으로 분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4 · 3 특별법 주도’가 나의 최대 업적
추 의원은 올해 45살로 민주당의 최연소 지역구 의원이 됐다(임종석·김성호 의원 등 더 젊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들이 열린우리당으로 떠나는 바람에). 이를 두고 그는 “46살(우리 나이로)은 적은 나이가 아니며 올해로 8년간 정치를 해왔다”며 “너무 젊어서 안 된다”는 시각을 반박했다.
기자는 그 말에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고 나서 “나이보다는 업적과 능력이 더 중요하다”며 “8년 정치생활에서 최대 업적이 뭐냐”고 물었다. 이에 추 의원은 “국민의 정부 때 4·3 진상규명 특별법 입법을 주도한 일”을 꼽았다. 그는 “부끄러운 역사를 거울 앞에 다시 놓고 인권이라는 가치를 세운 일”이라고 의미를 붙였다. 그가 한 일은 일종의 ‘역사 바로세우기’ 성격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유력한 정당의 당수가 되기에는 다소 경량급 업적이란 느낌도 지우기 어려웠다. 하긴 정치인들이 어떤 국정과제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그것으로 평가받기보다는 정당간 공방전이나 당내 권력투쟁을 ‘일’로 삼는 우리 정치권의 풍토 때문에 ‘객관적 업적’을 지닌 정치인이 드문 것도 사실이다.
추 의원에게 “일개 국회의원을 넘어 당수쯤 되려 한다면”이란 전제를 붙여 “자신의 정치노선을 요약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그는 “정치를 통해 무엇을 이루려 하느냐는 물음으로 이해하겠다”며 “15대 국회 때는 정권교체가 목적이었는데, 정권교체 이후로는 그것으로는 안 되게 됐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부잣집 자제나 가난한 집 자제나 동등하게 출발점에 설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지금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런 맥락에서 그는 ‘사회 통합’이 ‘추미애 정치’의 주요 화두라고 했다.
글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사진 이용호 기자 yhlee@hani.co.kr
| 민주당 대표경선에 출마하는 추미애 의원. 개혁적 외부인사 수혈 입장을 밝힌 그는 열린우리당과의 재결합에 관해 긍정적으로 말했지만 총선 전 연합 가능성은 부정했다. |
추미애 의원(민주당)을 11월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났다. 민주당이 열린우리당과의 분당 이후 정체성 논란에 휩싸여 위기의식이 높아지는 가운데, 그가 당 대표 경선(11월28일 전당대회) 도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가 성공하면 박순천 의원(1966년 민중당) 이래 두 번째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유력한 정당에서 여성 당수가 탄생하는 셈이다.

그러나 추 의원은 ‘선거운동을 잘못해 국민에게 죄송한’ 사유로 △최도술 비리 △노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 △민주당 지지자들을 반개혁세력으로 몰았다는 점들을 꼽았다. 민주당이 노 대통령을 공격하는 기존의 논리와 다르지 않았다. 즉, ‘대선 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한다기보다는 대중적 전달효과를 높이기 위해 강렬한 표현(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선 과격한 표현)을 구사한 게 사태의 성격이었던 셈이다. 그는 “국민들에게 돼지저금통을 채워달라고 호소하던 전후 무렵에 최도술씨가 돈을 받았다는 데 분노한다”면서도 “그러나 대선 당시 민주당이 돈이 없어 고생하면서 선거를 치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당의 대표쯤 되려는 지도급 정치인에겐 정치공방의 논리보다는 국정에 대한 진단과 대안이 좀더 중요한 법이다. 그래서 추 의원에게 정치성 이슈보다는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상 문제점을 중점적으로 물었다. 이에 추 의원은 첫째로 “햇볕정책의 원칙을 훼손한 점”을 꼽았다. 그는 마침 방한 중인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행사에서 자리를 함께한 일을 소개하면서,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부시와 달리) 나 같으면 한국의 햇볕정책이 지속되도록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사실 추 의원이 노 대통령과 거리를 둔 시발점은 노 대통령의 ‘햇볕정책 이탈 논란’이었다. 그는 노 대통령이 대북송금 특검법을 거부하지 않고 수용했던 점을 비판했으며, 6·15 정상회담 3주년 기념일에 노 대통령이 참모들과 골프를 즐긴 일도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석상에서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런 면에서 추 의원은 외교안보 정책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선에 확고하게 충실하려 하는 편으로 보였다. 노 대통령쪽도 ‘햇볕정책을 업그레이드’한다며 기본적으로는 계승론에 서 있지만, 추 의원은 이를 발전적 수정이라기보다는 원칙의 이탈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과 개혁 경쟁하겠다 그러나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대중 도서관’ 개관식을 찾은 노 대통령 앞에서 노 대통령의 평화번영 정책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이날 인터뷰 시점까지는 ‘아니었지만’, 이러한 상황 변화가 추 의원에게 새로운 고민으로 다가갈지 모른다는 생각이 기자의 머리를 스쳤다. 추 의원은 현 정부 경제정책의 ‘성과 없음’을 두 번째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정부 출범 초기에는 대외 환경이 나빠서라고 했지만, 요즘 다른 나라 경제는 회복되는데 유독 우리만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주택문제와 실업문제 등 어떤 것도 해결되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론을 제시하지만 성장과 분배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는지도 분명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사진/ 지난해 11월 노무현 후보의 거리유세에 정동영 · 신기남 의원과 함께한 추미애 의원(왼쪽). 그러나 그는 요즘 “대선운동에 앞장선 것이 염치없고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사진/ 인터뷰 도중 비서관의 보고를 듣는 추미애 의원. “너무 젊다”는 주위의 비판을 “8년간 정치를 해왔다”며 반박했다.
사진 이용호 기자 yhlee@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