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안에서 ‘민주당 위기론’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여당도 야당도 아닌 정체성의 혼란 때문에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당장 10·30 재·보선에서 광주 기초의원 두 곳을 비롯해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패배함에 따라 위기감은 좀더 깊어질 것 같다.
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구해우 전 SK텔레콤 상무(광주 동), 김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광주 광산), 김세웅 무주군수(무주·진안·장수), 김현종 전 청와대 행정관(전주 완산), 신현구 전 한화갑 의원 특보(광주 서) 등은 11월2일 지리산의 한 콘도에서 모임을 갖고 ‘민주당의 변화를 바라는 새물결연대’를 구성했다. 호남 지역에서 민주당으로 총선에 출마하려는 사람들로 현역 의원의 물갈이와 당의 환골탈태를 주도하겠다는 모임이다.
모임 대변인을 맡은 구해우씨는 한 인터넷 사이트(www.djroad.com)에 띄운 기고문을 통해 “분당 사태 이후 민주당은 갈팡질팡과 구태정치 이미지만 덧칠해왔다”며 “10·30 선거에서 민주당이 광주에서도 패배한 것은 높은 정치의식을 가진 광주 시민들이 아픈 경고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임대표가 된 조 전 정무수석은 “열린우리당은 어쨌든 개혁과 진보 측면에서 뿌리가 같지 않느냐”며 “민주당 지도부가 대선자금·재신임 정국에서 주적인 한나라당과 싸우기보다는 우리당과 이전투구를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모임은 앞으로 민주당의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 방식의 민주화를 핵심 활동목표로 잡고 있다. 구해우씨는 “중앙당에서 최근 ‘대의원 50%+일반시민 50%’ 방식 등 여러 방안을 거론하고 있으나 모두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범위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며 “국민참여 취지를 최대한 살리는 경선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호남의 경우 예선이 본선 개념도 있는 만큼 공천을 위한 경선 단계에서부터 최소한 유권자의 5~10%는 선거인으로 참여시켜야 기존 지구당위원장 중심의 돈경선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현재 민주당 내에서 호남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박상천 대표, 정균환 원내총무 세력과 대립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들이 호남을 근거지로 하면서 수도권 중심의 추미애·조순형 의원 등 옛 통합모임 계열과 교감하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사진/ 민주당의 환골탈태를 외치는 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왼쪽)과 구해우 전 SK텔레콤 상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