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으로 넘어간 대선자금 공방… 시민단체들 “자발적 공개자료 적고 증빙자료도 부실”
민주당 이상수 사무총장이 7월23일 대선자금을 공개하면서, 대선자금 공방의 ‘공’이 한나라당으로 넘어갔다.
물론 공개된 민주당의 대선자금은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후원자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고, 진위를 확인할 길이 없으며, 장부에 잡히지 않는 특별후원금은 없었는지 등이 의문점이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 이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직전까지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가 바닥을 기면서 민주당이 돈 가뭄에 시달렸던 상황을 돌이켜보면, 공개된 내용과 진실의 간극은 그리 크지 않으리라는 것이 당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도 있다.
초라했던 민주당 후원회에 비하면…
후보단일화 직전인 지난해 11월20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민주당 후원회는 화려한 조명아래 1천여명의 후원자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여기서 모은 액수에 대해서는 끝내 입을 다물다가, 대선 뒤 민주당 한 고위 관계자가 사석에서 뒤늦게 털어놓았다. “후원회 현장에서 모은 돈이 3억원이고, 약정을 통해 받은 돈이 3억원으로 모두 6억원에 그쳤다. 비슷한 시기 후원회를 연 정몽준 후보가 50억원을 거뒀다고 발표했는데, 만일 액수를 공개하면 정 후보쪽으로 급격하게 힘쏠림 현상이 일어날까 두려워 극도의 보안을 유지했다.” 한달 전에는 한나라당이 118억원의 모금액을 의기양양하게 발표하며 ‘이회창 대세론’을 확산시키던 시점이다. 민주당의 다른 관계자는 대선자금 공개 뒤 “1억원 이상 후원금을 낸 38건의 56억원은 모두 11월25일 노무현으로 후보단일화가 확정된 뒤에 거둔 것”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또 대선 직전 민주당을 탈당해 한나라당에 입당한 한 의원은 “노 후보에게 정치자금을 대줄 기업인들을 만나게 해주었는데도 노 후보가 좀체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저래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선 때 민주당에 나가 실사를 벌였던 ‘대선유권자연대’의 한 관계자는 “당시 3차례 실사 결과와 민주당의 공개 내역에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는 “한나라당은 민주당이나 민노당에 비해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자료가 매우 미흡했고, 항목에 따라서는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의 비용을 공개했으며, 증빙자료도 부실했다”고 증언했다.
대선유권자연대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기자단 지원 경비가 전혀 없다(12월14일)”고 했다가, 추궁을 당하자 6300만원을 지급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기자들 ‘복지’가 훨씬 시원찮았던 민주당의 기자단 경비는 1억1700만원이었다. 또 한나라당은 후보유세단 비용이 1600만원으로 민노당보다 500만원 적은 이유에 대해서는 “해당 지역 유지들이 식대를 내는 경우가 있어 최소비용만 지출해 유세비용의 규모가 적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지출항목 설득력 떨어진다
한나라당은 후보 외에 후보부인 유세단, 박근혜 유세단, 새물결유세단 등의 비용에 대해서는 “각 유세단장들이 교통·숙박 비용 등을 알아서 해결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해당 지역의 시도지부나 지구당에서 알아서 준비하므로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았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6곡의 로고송 제작비도 4300만원으로 공개했으나 저작권료, 복제사용료, 제작료 등을 감안할 경우 지나치게 낮다는 것이 이 단체의 지적이다. 민주당의 로고송 제작비는 1억3200만원이었다.
한나라당은 당직자 및 선거사무원의 밥값을 지출로 잡지 않았는데, 이 또한 민주당이 5200만원, 민노당이 170만원을 지급한 것에 비춰 설득력이 떨어지는 대목이다.
이러한 정황에 비춰볼 때 민주당이 공개한 대선자금 규모에 의문이 가는 구석이 있지만, 한나라당도 그에 못지않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시민단체들이 민주당의 추가공개와 더불어 한나라당의 동반공개를 요구하는 것도 이런 정황과 맞물려 있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사진/ 지난해 대선기간 중 유세에 나선 이회창 후보. ‘이회창 대세론’을 확산시키던 시점에 적지않은 대선자금 후원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한겨레 김경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