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탈당해 통합연대 결성한 이부영 의원… 지역주의 색깔 뚜렷한 정치세력과는 함께 못해
<삼국지>의 제갈공명은 유비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천하를 셋으로 나눠갖는 계책, 즉 ‘천하삼분지계’를 설파했다. 한나라당을 탈당해 신당을 추진하는 이부영 의원도 17대 총선에서 수도권과 호남, 영남이 ‘솥발’처럼 어울리는 정립 구도를 꿈꾸고 있다.
유비는 당시 송곳 하나 꽂을 땅이 없었다. 이 의원도 아직은 함께 탈당한 동료 의원 4명이 전부다.
유비는 막강한 조조에 맞서기 위해 손권과 손을 잡았다. 이 의원도 제1당인 한나라당에 맞서기 위해 민주당의 신주류와 합치기를 원한다.
하지만 공명의 천하삼분이 세 나라가 서로 견제하여 침범하지 못하게 세력의 균형을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면, 이 의원의 천하삼분은 수도권을 근거지로 삼으면서도 호남과 영남의 대도시에서 신당의 요충지를 확보하는 형태다.
한나라당 탈당 3일 뒤인 7월10일 이 의원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포부를 들어봤다.
교섭단체 구성해야 양당 총무 전횡 막아 -민주당 신주류 의원들의 탈당과 정기국회 전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대로 갈 경우 한나라당 홍사덕 원내총무와 민주당 구파인 정균환 원내총무 사이에서 정기국회가 요리되게 생겼다. 선거법·정치자금법·정당법 등 17대 총선과 관련된 중요한 정치관계법 개정에 신당의 입장이나 이해관계를 반영시켜야 한다. 선거구 획정, 의원정수 조정, 소선거구제냐 중선거구제냐의 문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채택 여부,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비율 등의 문제들이 있다. 이것들을 지역정당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양당 총무에게 내맡기고 방치한다면 신당 추진을 하지 말자는 얘기나 다름없다. -한나라당 탈당파가 신당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우리들은 민주당에서 몇명이 나오든 그분들에게 모든 주도권을 넘겨줄 의사가 있다. 원내 교섭단체가 될 경우 원내총무든 무슨 일이든 그분들이 다 해도 좋다. 신당 성취가 중요하지 누가 주도권을 행사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지역주의 정당을 무너뜨리고 국민통합을 향한 전국 정당을 만들 수만 있으면, 우리는 무슨 심부름이든 다 할 용의가 있다. 이런 진정성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내가 잘 모실려고 생각하고 있다. -민주당 구주류와는 함께 할 수 없다고 하는데, 상향식공천 등의 제도를 통해 걸러내는 방법도 있지 않은가. =우리가 영남당, 지역주의 정당이라며 한나라당을 나왔다. 민주당의 지역주의 화신이랄까, 상징은 구파 동교동계쪽이다. 그분들이 지역주의적으로 얼마나 공고하게 뭉쳐 있는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분들이 같이 있는 한, 한나라당이 ‘우리가 영남당이라면 너희들은 호남당’이라고 비난하는 것을 벗어날 길이 없다. 이것은 결코 전국적 선거 전략에 보탬이 안 된다. (이 의원은 인터뷰가 끝나고 녹음기가 꺼지자, 한나라당 내 이회창씨 복귀론과 관련해 “이회창씨의 복귀는 김영삼, 김종필씨가 마음 놓고 지역주의를 선동하고 다닐 수 있는 길을 열어놓는 것이다. 이회창씨를 지지했던 영남 보수표 결집을 기도하는 것 아니겠느냐. 차라리 이회창씨가 나왔으면 좋겠어. 박살을 내버리게. 선거운동에 좋지. 나와라 나와. 박살을 내게”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지역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이에 맞서는 신당, 이렇게 삼분하자는 얘기로 들린다. =양당에 대해서 깨어 있는 영·호남의 표, 특히 대도시 사람들이 신당으로 모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양쪽에 지역정당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로, 선거유세가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운동이 될 것이다. 거기는 어느 지역구를 목표로 정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저항도 꽤 클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공세적 선거운동을 펴나갈 때 두 지역의 거센 반발은 오히려 다른 쪽의 선거운동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중부권에 도움이 된다. 영·호남에서 신당만이 양쪽을 다 비판해도 지역주의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다. 중부권 중심으로 영·호남에 들어가 -선거전략을 중부권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향은 아닌가. =그렇지는 않다. 민주당 의원들은 호남과 수도권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고, 우리는 중부권을 중심으로 영·호남을 치고 들어가자. 그래서 호남에서 민주당 의원 다수가 움직여주면 영남보다 훨씬 더 유리한 입지에 설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정립 구도 속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렇다. 영·호남의 지역세력이 아주 강인하다는 것은 모두 인정한다. 이번에 영·호남에서 다만 몇석이라도 동시에 당선자를 낼 경우, 물론 중부권은 더 많겠지만 신당이 대립하는 영·호남 사이에서 절충과 중재, 타협의 캐스팅보트를 쥐는 세력이 될 수 있다. 그것이 우리 정치를 극단적 대립으로부터 서로 돕는 쪽으로 옮겨가도록 만드리라 생각한다. 지역구도는 17대 총선에서 한꺼번에 다 바뀐다고 보지 않는다. 중간 단계를 거쳐야 된다. 이를 위해 새로운 세력이 이번에 생겨나야 극단적인 대립을 막아낼 수 있고 남북화해 협력쪽으로도 옮겨갈 수 있다.
-신당이 이 의원 구상대로 된다면 17대 총선에서 어느 정도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는가.
=3당이 엇비슷하게 정립하지 않겠나. 우리가 과도한 욕심이나 자신감을 드러내지 않고 아주 겸손한 평가를 해야 한다. 두 정당에 돈을 쓸 능력도 없고, 조직도 아마추어적 요소가 많을 것이다. 정책은 앞서가겠지만. 수도권, 중부권에서는 당선자를 다수 낼 것이다. 다만 영·호남에서, 특히 대도시쪽에서 상당한 당선자를 내야 상생의 정치를 이끌 명분이 있다. 그 수가 얼마가 됐든, 설사 3등이라도 이런 세력이 17대에 등장하면 정국의 주도권은 신당에 갈 게 틀림없다.
-민주당 의원들은 수도권에서 세 당이 다 나오면 필패한다고 보는 시각이 많은데.
=김근태, 정동영 의원 등 민주당의 상징적 인물들이 결단하기에 달려 있다. 패배의식을 떨쳐버리고 한국정치를 새롭게 바꾸겠다고 나올 때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이미 그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자기를 버리고 나온 사람들과 민주당에서 그런 자세로 나온 사람들이 함께 만날 때 1 더하기 1이 2가 아니라 20의 효과를 내는 변화를 가져온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권 일각에서 다시 내각제 얘기가 나오고 있다.
=자주 듣고 있다. 자민련은 물론이고 영남쪽 다선·중진 의원들이나, 호남쪽 동교동계 의원들은 내각제에 다 동의하고 있다. 영·호남과 충청의 지역주의 세력들이 내각제를 고리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대통령제에서는 자꾸 세대교체 얘기가 나오고,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젊은 바람이 부니 중진들이 위협을 느끼고 있다. 또 지역주의 세력들은 이제 대통령 후보로 나서기 어려워진 것 아니냐. 내각제는 지역주의 세력끼리 담합을 통해 집권이 가능하다.
-내각제 추진과 관련된 구체적 근거가 있나.
=그런 문제를 가지고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한나라당 중진 사이에 만남이 있는 것으로 안다. 제이피(JP)와 동교동계 중진 사이의 만남도 있다.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곤란하다.
최병렬의 개혁은 시대착오적일 수밖에
-탈당 뒤 한나라당을 선택했던 것은 어쨌든 잘못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1997년도의 판단이 옳았느냐 글렀느냐는 대단히 주관적인 것이다. 그러나 내가 판단했던 것보다 여러 가지 더 중요한 이유 때문에 대선에서 패배했다. 또 내 자신이 다짐하고 갔던 개혁 노선을 한나라당 안에서 관철시키지 못했다. 물론 내가 게으르게 방치했다는 뜻은 아니다. 피투성이가 되도록 몸부림쳤다. 그러나 그 결과에 대해 내 자신이 잘못 선택했음을 고백하고 국민들에게 사죄를 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최병렬 대표가 이끄는 한나라당은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나.
=최 대표는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 뚝심도 있고, 과단성도 있는 분이다. 지난날의 다른 대표들에 비해 녹녹지 않은 상대가 될 것이다. 다만 최 대표가 자신의 본질, 한나라당의 그 깊고 깊은 뿌리를 건드리고 바꾼다는 것은 자기를 부정하는 일이 될 것이다. 오히려 이회창씨 복귀를 얘기함으로써 최병렬 개혁의 가벼움을 느끼게 됐다. 한나라당 개혁의 시대착오적 성격을 슬쩍 드러낸 것이다.
-앞으로 예감은 어떤가.
=굉장히 좋다. 꼬마 민주당 때는 3김이 살아서 펄펄 날고 지역맹주로 맹위를 떨치지 않았느냐. 그때도 우리는 기죽지 않고 달려들었는데, 그에 비하면 지금은 엄청나게 유리한 조건에서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낙관한다.
글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사진 이용호 기자 yhlee@hani.co.kr

교섭단체 구성해야 양당 총무 전횡 막아 -민주당 신주류 의원들의 탈당과 정기국회 전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대로 갈 경우 한나라당 홍사덕 원내총무와 민주당 구파인 정균환 원내총무 사이에서 정기국회가 요리되게 생겼다. 선거법·정치자금법·정당법 등 17대 총선과 관련된 중요한 정치관계법 개정에 신당의 입장이나 이해관계를 반영시켜야 한다. 선거구 획정, 의원정수 조정, 소선거구제냐 중선거구제냐의 문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채택 여부,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비율 등의 문제들이 있다. 이것들을 지역정당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양당 총무에게 내맡기고 방치한다면 신당 추진을 하지 말자는 얘기나 다름없다. -한나라당 탈당파가 신당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우리들은 민주당에서 몇명이 나오든 그분들에게 모든 주도권을 넘겨줄 의사가 있다. 원내 교섭단체가 될 경우 원내총무든 무슨 일이든 그분들이 다 해도 좋다. 신당 성취가 중요하지 누가 주도권을 행사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지역주의 정당을 무너뜨리고 국민통합을 향한 전국 정당을 만들 수만 있으면, 우리는 무슨 심부름이든 다 할 용의가 있다. 이런 진정성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내가 잘 모실려고 생각하고 있다. -민주당 구주류와는 함께 할 수 없다고 하는데, 상향식공천 등의 제도를 통해 걸러내는 방법도 있지 않은가. =우리가 영남당, 지역주의 정당이라며 한나라당을 나왔다. 민주당의 지역주의 화신이랄까, 상징은 구파 동교동계쪽이다. 그분들이 지역주의적으로 얼마나 공고하게 뭉쳐 있는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분들이 같이 있는 한, 한나라당이 ‘우리가 영남당이라면 너희들은 호남당’이라고 비난하는 것을 벗어날 길이 없다. 이것은 결코 전국적 선거 전략에 보탬이 안 된다. (이 의원은 인터뷰가 끝나고 녹음기가 꺼지자, 한나라당 내 이회창씨 복귀론과 관련해 “이회창씨의 복귀는 김영삼, 김종필씨가 마음 놓고 지역주의를 선동하고 다닐 수 있는 길을 열어놓는 것이다. 이회창씨를 지지했던 영남 보수표 결집을 기도하는 것 아니겠느냐. 차라리 이회창씨가 나왔으면 좋겠어. 박살을 내버리게. 선거운동에 좋지. 나와라 나와. 박살을 내게”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지역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이에 맞서는 신당, 이렇게 삼분하자는 얘기로 들린다. =양당에 대해서 깨어 있는 영·호남의 표, 특히 대도시 사람들이 신당으로 모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양쪽에 지역정당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로, 선거유세가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운동이 될 것이다. 거기는 어느 지역구를 목표로 정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저항도 꽤 클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공세적 선거운동을 펴나갈 때 두 지역의 거센 반발은 오히려 다른 쪽의 선거운동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중부권에 도움이 된다. 영·호남에서 신당만이 양쪽을 다 비판해도 지역주의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다. 중부권 중심으로 영·호남에 들어가 -선거전략을 중부권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향은 아닌가. =그렇지는 않다. 민주당 의원들은 호남과 수도권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고, 우리는 중부권을 중심으로 영·호남을 치고 들어가자. 그래서 호남에서 민주당 의원 다수가 움직여주면 영남보다 훨씬 더 유리한 입지에 설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사진/ 한나라당을 탈당한 의원들은 ‘지역주의 타파 국민통합연대’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사진 이용호 기자 yhlee@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