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산 재건으로 ‘차기 영향력 확대’ 의지 표현… 이해관계 따라 정치권 술렁술렁
10월19일 오후 5시. 서울시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 민주산악회(민산) 재건 경축행사장 스피커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바라고 원했던 분, 충직하고 깨끗한 대통령을 역임했던 분, 역사는 다시 재평가돼야 합니다.” 모여든 600여명의 참석자들은 열광했다. 행사장은 “김영삼, 김영삼”이란 외침으로 가득 찼다.
잊혀진 정객들이 나타나다
그때 “나라 망친 대통령”, “편협한 독설가”, 때로는 “못말리는 코미디언”이나 “정신박약아”라는 비난까지 한몸에 받아온 YS가 등장했다.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왼주먹을 잠시 쥐었다 푼 YS는 열광하는 참석자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민주산악회가 없었다면 전두환이 아직도 계속 (집권)하고 있을 것이다. 김대중이가 대통령 되는 일도 영원히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 김대중이가 나라를 망치고 대한민국을 팔아먹고 있다. 국민에게서 꿈을 빼앗아 갔다.” 그리고 행동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용기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앉아 있는 것은 비겁한 자다. 서서 싸워야 한다. 이제 꿈과 용기를 안겨야 한다.”
이날 행사는 YS가 정치 전면에 공식적으로 컴백하겠다는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민산 재건은 그동안 YS의 행보가 축적된 결과물이다. 그는 퇴임 이후 온갖 비판 속에서도 줄곧 DJ와 현실정치권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지난 8월부터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면서 “DJ를 향해 할말을 하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했다. 최근에는 “어떤 시점에 가서는 (차기와 관련해) 내가 지지하는 사람을 밝힐 것”이라며 이인제·박찬종·김윤환 등 정치 거물들과 잇따라 만나며 자신의 존재가치를 더욱 넓혀왔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이 임기 후반부를 맞는 시점을 택해 92년 자신이 집권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사조직인 민산 재건을 선언한 뒤 지난 한달여 동안 조직정비를 거쳐 재건에 성공했다. 여야 정치권은 YS가 민산이라는 사조직을 출범시킨 것은 차기 대권주자 쟁탈전 과정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겠음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어쨌든 YS가 현실정치에 대한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이렇게 행동반경을 넓혀가자 정치권에는 벌써부터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당장 사라지는 듯했던 몇몇 정객들이 YS와 더불어 재기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산 재건 경축행사가 열리기 1시간 전인 19일 오후 4시. 세종문화회관 뒤편에 위치한 로얄빌딩 8층 820호. 재건 민주산악회 사무실에는 낯익은, 그러나 요즘은 많이 잊혀진 정치 거물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 김명윤·김허남·황병태 전 의원…. 그리고 한때 휘날리는 바바리 코트로 유명세를 떨쳤던 박찬종 전 의원까지 나타났다. 김수한·김명윤·김허남 전 의원은 “민산이 없으면 민추협도 안 됐고, 전두환이 지금도 계속 (집권)했을 것이다. 용기를 갖고 이제부터 다시 시작하자”며 민산 재건에 잔뜩 의미를 부여하는 YS의 발언에 적극적으로 맞장구를 쳤다. 박찬종의 이인제 성토
특히 지난 2월 민국당 창당에 참여해 재기를 모색했으나 실패한 뒤 한동안 일본에 건너갔던 박찬종 전 의원의 행동은 단연 돌출됐다. 그의 출현에 어리둥절해하는 기자들을 향해 박 전 의원은 “민추협 동인으로 당당히 참석했다”고 말한 뒤 곧바로 한나라당 소속 민주계 현역의원들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거산(YS의 아호)이 대통령 될 것 같으니까 잔뜩 모였던 사람들은 없네. 올 리가 없지. 거산이 정치자금을 줄 수 있나? 자리 나눠 줄 수 있겠나? 약은 사람들….”
곧이어 그는 작심한 듯 이인제 민주당 최고위원을 성토했다. “민산이나 민추협과 아무 관련없는 이인제…. 아니? 타도대상이라던 DJ한테 투항하는 간신적 태도를 보이는 인간이 득세하고 말이야. 왜 안 왔어. 혼을 내주려 했는데.” YS가 이 최고위원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한 불편한 심경도 드러낸 셈이다.
박 전 의원은 급기야 오후 5시 세종홀에서 열린 민산 재건 경축행사장에서 민산을 통한 정치재개 의지를 밝혔다. “이득을 탐내서 민산을 한 게 아닌데, 그 과실은 기회주의자, 배반자, 간신적 성품과 행동을 보이는 자에 의해 농단되고 있다. 나는 김영삼 대통령 각하를 모시고 민산 정신이 국민 속에 뿌리박고, 민주·통일을 일구는 데 헌신하겠다.” 민국당을 통한 정치재기에 실패한 뒤 한동안 기회를 엿보며 숨죽였던 박 전 의원이 사실상 차기 대권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려는 YS와 한배를 타면서 정치재개를 모색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런 처신에 대해 행사장 주변에서는 “역시 발빠른 사람” “이인제만 욕하면 되나. 자기는 어떻고…”라는 말이 오갔다. 특히 민산 출범식장 분위기 탐색차 온 민국당의 한 당직자는 “총선이 끝난 뒤 다시는 정치를 안 할 것처럼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고 민국당에는 얼굴도 안 내밀더니…. 정말 처신이 빠른 사람”라고 비꼬았다.
현역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이날 모습을 드러낸 강삼재 의원은 이들과는 아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오후 4시께 8층 민산 회장실에 들어선 그는 YS와 김수한 전 의원 등이 민산의 역할에 대해 자화자찬식 발언을 주고받는 30여분 동안 굳게 입을 닫았다. 그저 붉게 상기된 낯빛으로 자리를 지키며 곤혹스러운 듯 가끔 시계를 쳐다봤다. YS 정권 당시 집권여당인 신한국당 사무총장으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인연과 한나라당 현역의원으로서 이 총재와 각을 세운 민산 출범식에 모습을 드러낸 현실 사이에서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그는 결국 30여분 만에 어렵게 입을 뗐다. “각하. 더 있어야 하는데…. 국정감사중에 잠깐 나와서, 제 답변을 들으러 다시 가봐야겠습니다.” 순간 YS의 얼굴이 약간 일그러졌다. 그러나 YS는 곧 “그래, 그럼 가봐야지”라며 강 의원을 내보냈다.
흩어진 민주계, 다시 YS로 뭉칠까
강 의원의 이날 모습은 사실상 YS의 정치 재개와 민산 재건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핵심 열쇠인 한나라당 내 민주계 현역의원의 현실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YS가 차기 대선전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뿔뿔이 흩어져 있는 민주계 현역의원들이 민산에 동참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민주계는 이회창 총재 친위그룹과 비주류 등으로 갈려 한나라당에 잔류하며 어정쩡하게 상황을 살필 뿐 좀처럼 YS의 행보에 동참하려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상도동 한 핵심인사는 “벌써부터 그들의 참여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상황을 살피다가 때가 되면 우리를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산 재건 등 일련의 정치행보를 통해 YS의 정치력은 확고해지고 어느 정도 세력 확장에 성공하면 흩어진 민주계가 다시 YS를 중심으로 뭉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인 것이다.
YS의 최근 행보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이들은 “YS가 상도동 중심의 ‘안방정치’에서 벗어나 정치전면에 복귀했다”고 분석하며, YS가 어디로 튈지를 파악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이회창 총재를 비롯한 한나라당 주류쪽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민산 재건도 달갑지 않은데다, 그동안 화해 분위기가 감지되던 YS가 이 총재를 “대통령감이 아니다”라고 흠집내면서 “절대 안 만난다”며 적대감을 표출했던 이인제 민주당 최고위원을 차기 대권주자로 치켜세우고 나선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 총재의 공식 반응은 원초적 수준이다. “밥맛 떨어지는 소리 하지 말라.” 이 총재와 가까운 핵심당직자들은 현실정치에 발을 들인 YS가 자신과 같은 정치적 기반(영남 및 보수층)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이 총재를 무력화하기 위해 ‘대항마’로 이 최고위원을 치켜세우고 있다면서 분을 삭히지 못했다. “솔직히 말이 안 되잖아. 이회창 총재한테는 ‘DJ가 독재자니까 만나지도 말라’고 하더니, DJ 품에 투항한 이인제를 지지한다는 게. 정말 모를 사람이야….”(이 총재의 한 측근 의원)
그러나 YS의 최근 행보에 대한 원초적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민산 재건 5시간 전, 서울시 여의도 한나라당사 7층 총재실 주변. 이 총재의 한 특보는 “솔직히 우리와 이인제가 YS에 대한 구애작전을 벌였는데 일단 우리가 패배한 것이다. 이 총재가 나긋나긋하지 못했으니까”라며 한나라당의 노력부족을 지적했다. 이 인사는 “YS가 이 총재와 이인제 사이에서 상왕 노릇을 하겠다는 속셈인 만큼, 일단 그 노인네 섭섭찮게 달래면서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다른 한 측근 인사도 “아직 대선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고, YS도 이 총재에 대한 불만을 그런 식으로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만큼 우리가 개선하면 된다”고 말했다. YS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또 YS가 정확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YS의 심기를 극단적으로 자극하기보다는 적절히 화해하며 상황의 흐름을 지켜보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인 것이다.
민주당 대권주자들간의 신경전
여당인 민주당이라고 그 파장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YS가 이 최고위원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민주당 대권주자들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이진 때문이다.
이 최고위원은 “당사자인 내가 거기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며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특별히 손해볼 게 없다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 의원이 지난 19일 민산 재건 축하행사장에 현역의원으로는 유일하게 대형화환을 보낸 것은 이 최고의원쪽의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날 행사에 민국당 김윤환 대표가 화분을 보낸 것말고는 정치권 인사들은 일체 반응을 삼간 것과 너무 대조적인 대목이다. 실제 이 최고위원의 측근들은 “당 안팎의 반대세력이 영남권의 반감을 근거로 ‘이인제 불가론’을 내세우는데, 어느 정도 틈새가 생길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YS의 발언으로 영남지역에서 이인제 불가론이 희석될 가능성이 생긴다면 당내 대권고지를 선점하는 데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최고위원과 각축을 벌이고 있는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쪽은 “설마 YS가 이 최고를 밀겠냐”면서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 장관쪽 한 인사는 “YS는 어쨌든 야당인 이 총재쪽에 더 가까울 수밖에 없다. 결국 YS의 메시지는 이 총재에게 영남권 공유와 함께 좀더 나긋하게 숙이고 들어올 것을 요구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노 장관쪽은 오히려 “YS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이 최고위원의 최근 태도가 민주당 당원들에게 ‘언제든 변신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불신감을 심어주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차피 차기 대권을 거머쥐려면 민주당 내 후보 경쟁 과정에서 청와대와 당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데 이 최고위원의 태도는 안팎에 반감만 높이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최고위원의 최근 행보에 불만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화갑 최고위원과 가까운 한 수도권 의원은 “민주당 후보로 대권을 쥐려는 사람이 DJ를 독재자로 깎아내리고, 분유통에 오줌누는 YS의 환심을 사려는 게 말이냐 되냐”면서 “소탐대실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차기 주자 물망에까지 오르내리는 정동영 최고위원도 “YS는 낙향해야 한다”고 공격 수위를 높이며 YS의 최근 행보로 촉발된 대권주자들간의 신경전에 동참했다.
그러나 정치권 전반에 온갖 파장을 불러온 장본인인 YS는 이런 상황을 즐기며, 자신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데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남권 후보 DJ와 함께 밀자”
YS는 이 총재가 “소화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적대감을 드러내고 이 최고위원이 좀 뜨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되자, 18일 즉시 대변인격인 박종웅 의원의 입을 통해 분위기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현재 상황에서 이 위원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지 그를 지지한다는 말이 아니다. 어느 시점에 가서는 내가 지지하는 사람을 밝힐 것이다. 그러나 이 최고위원이 지난 대선 때 경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탈당·출마한 데 대해서는 여전히 불쾌하게 생각한다.” 이 최고위원을 적절히 깎아내리면서 이 총재쪽에 오해가 있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그러나 YS는 여전히 이 회창 총재와 적절한 거리를 두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10월20일 고려대 특강에서 YS는 DJ를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중간중간 이 총재를 겨냥한 발언을 적절히 배치했다. 먼저 야당에도 국고로 정치자금을 배분하도록 한 정치자금법안 제정을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우며 “지금은 국가에서 점심값까지 주는데 한나라당이 얼마나 행복하냐. 내가 하던 야당과는 다르다. 야당 귀족이다. 편안하다”고 비꼬았다. 그는 또 97년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했다고 강조하면서 “지금 누구라고 이름은 말하지 않겠지만, 지난 선거 때 내 욕만 안 했어도 당선됐을 것”이라고 이 총재를 비난했다. 한편 대변인격인 박종웅 의원도 “YS와 이 총재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지금 두 사람은 돌아올수 없는 다리의 끝까지 가 있다”고 말했다. 이회창과 완전한 결별은 아니지만 어쨌든 지금처럼 간다면 완전히 갈라설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상도동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최근 YS 행보에 담긴 메시지를 이렇게 분석했다. “YS는 이 총재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는 ‘반창’ 감정은 확실하다. 그러나 독자적인 힘으로 이 총재를 주저앉힐 현실적인 힘이 없다. 때문에 이인제를 두둔하면서 DJ를 향해 ‘내가 선택한 영남권 후보를 함께 밀자’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물론 그는 “YS는 영남에서 이인제 위원에 대한 반감이 심하기 때문에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덧붙였다. YS는 이 최고위원을 밀려는 게 아니라 다만 영남 후보 선택권을 자신에게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YS는 “어느 시점에 가서는 내가 지지하는 사람을 밝힐 것”이라는 원칙론 외에 구체적인 심증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는 20일 고려대 특강에서 “요즘 발언과 민산 재건 등을 통해 얻으려는 게 뭐냐”는 한 학생의 직접적 질문에 확답을 피했다. 대신 “나는 식물인간이 아니다. 나는 살아 있는 사람이다. 내일 죽을지 몰라도 살아 있는 한 말하겠다”고 답했다. 어떻게든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그 지분을 정확히 인정받겠다는 것이다.
신승근 기자skshin@hani.co.kr

(사진/지난 10월19일 열린 민주산악회 재건 경축행사장. 정치권은 이날 행사를 YS가 정치 전면에 공식적으로 컴백하겠다는 신호탄을 날린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날 행사는 YS가 정치 전면에 공식적으로 컴백하겠다는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민산 재건은 그동안 YS의 행보가 축적된 결과물이다. 그는 퇴임 이후 온갖 비판 속에서도 줄곧 DJ와 현실정치권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지난 8월부터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면서 “DJ를 향해 할말을 하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했다. 최근에는 “어떤 시점에 가서는 (차기와 관련해) 내가 지지하는 사람을 밝힐 것”이라며 이인제·박찬종·김윤환 등 정치 거물들과 잇따라 만나며 자신의 존재가치를 더욱 넓혀왔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이 임기 후반부를 맞는 시점을 택해 92년 자신이 집권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사조직인 민산 재건을 선언한 뒤 지난 한달여 동안 조직정비를 거쳐 재건에 성공했다. 여야 정치권은 YS가 민산이라는 사조직을 출범시킨 것은 차기 대권주자 쟁탈전 과정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겠음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어쨌든 YS가 현실정치에 대한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이렇게 행동반경을 넓혀가자 정치권에는 벌써부터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당장 사라지는 듯했던 몇몇 정객들이 YS와 더불어 재기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산 재건 경축행사가 열리기 1시간 전인 19일 오후 4시. 세종문화회관 뒤편에 위치한 로얄빌딩 8층 820호. 재건 민주산악회 사무실에는 낯익은, 그러나 요즘은 많이 잊혀진 정치 거물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 김명윤·김허남·황병태 전 의원…. 그리고 한때 휘날리는 바바리 코트로 유명세를 떨쳤던 박찬종 전 의원까지 나타났다. 김수한·김명윤·김허남 전 의원은 “민산이 없으면 민추협도 안 됐고, 전두환이 지금도 계속 (집권)했을 것이다. 용기를 갖고 이제부터 다시 시작하자”며 민산 재건에 잔뜩 의미를 부여하는 YS의 발언에 적극적으로 맞장구를 쳤다. 박찬종의 이인제 성토

(사진/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 YS는 “절대 안 만난다”며 적대감을 표출했던 그를 차기 대권주자로 치켜세우고 나섰다)

(사진/“나는 식물인간이 아니다. 내일 죽을지 몰라도 살아 있는 한 말하겠다.” 고려대에서 특강하는 Y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