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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경선주자탐구]‘싸움꾼’은 강한 야당을 꿈꾼다/이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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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6-1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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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한나라당 경선주자 탐구- 이재오 의원

재야운동권에서 강성 야당의원으로 변신한 이재오 의원…“통일 이루려면 보수진영 끌어 안아야”

이재오 의원은 재야 운동권 출신 가운데 현실 정치인으로 가장 ‘성공적으로’ 변신한 인물로 꼽힌다. 제1야당에서 의원들의 직선으로 선출된 원내총무를 했고 이제 당 대표 경선에 뛰어들었으니 당내 이력만을 따지자면 그는 분명히 민중당에서 함께 입당한 이우재·김문수 의원이나 정태윤씨보다 한 수 위다. ‘골수 재야 운동가’가 한나라당의 원내총무가 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사진/ 이재오 의원(이용호 기자)
그와 원내총무 맞수였던 민주당 이상수 의원은 “일을 끌고 나가는 힘이 대단하다. 어떨 때는 아주 독하다”고 그를 평한 적이 있다. 그는 무슨 일을 하면 ‘끝장’을 보는 쪽이다. 정치를 하기 전엔 ‘골수 운동권’이었고, 정치권 진출 이후에도 늘 ‘강성’이었다. ‘재야티’는 말끔히 씻어냈다.


“옥살이 기간 내가 제일 길다”

그는 유신시절 세 차례, 5공과 6공 시절 각각 한 차례씩 모두 합쳐 다섯 차례 구속된 경험이 있다. 1973년 유신반대 데모를 벌이다 첫 번째 구속됐을 때 그를 기소한 검사가 한때 그와 당을 함께 했던 하나로국민연합 이한동 의원이었다. 그가 감옥에서 지낸 세월은 도합 10년 반. “자랑은 아니지만 현직 국회의원 가운데 옥살이 기간을 따지면 내가 제일 길고 그 다음은 민주당 장영달 의원”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타고난 ‘싸움꾼’이다. 지난해 2월19일 민주당 송석찬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회창 총재를 공격하자, 이 의원은 “이 빨갱이 같은 놈아, 그만해”라고 소리쳤다. 재야 운동권 출신이 내뱉기 쉽지 않은 말이었다. 지난해 대선 때도 그는 정형근·김문수·홍준표 의원 등과 함께 이른바 ‘나바론팀’의 일원으로 활약하며 여당을 공격하는 저격수 노릇을 했다. 그도 자신이 ‘강성’임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지금도 그는 “노무현 정권도 실정으로 얼룩지면 언제든 강하게 견제하고 질책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그에게 과거 민주화운동 시절에 대한 소회를 물어봤다. “재야 민주화운동에 몸담은 기간은 30년입니다. 한나라당에 들어온 지는 7년이고요. 30년 세월을 어찌 7년에 다 녹여낼 수 있겠습니까. 지금도 감옥에 가서 고생하던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전민련 조국통일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대표 경선 출마를 통일과 결부시킨다. “통일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서든 거대한 보수진영을 끌어안아야 합니다. 비도덕적이고 부패한 보수로는 안되지요.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정열로 한나라당의 묵은 때를 벗겨내고 시대에 걸맞은 야당을 만들자는 게 제가 이번 경선에 나선 이유입니다.”

1992년 14대 총선 때 그는 서울 은평을에서 민중당 후보로 나와 현실정치의 문을 두드렸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가 사무총장을 맡아 지휘했던 민중당은 단 한석도 얻지 못하는 참패를 했다. 15대 총선을 앞두고 그는 신한국당에 입당해 두 번째 현실정치에 도전한다. 이때는 서울지역 여당 의원 가운데 최다득표를 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는 밑바닥 기식 지역구 관리로 유명하다. 요즘도 그는 새벽 6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요일별로 정해진 지역구를 돈다.

서청원-이재오 연대설 일축

그가 이번 경선에서 전면에 내세우는 구호는 ‘야당다운 야당론’이다. 여당 체질에 익숙한 나머지 싸워야 할 때 주저했고, 문제삼아야 할 때 시기를 놓쳤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병역사건, 기양건설사건, 20만불 폭로사건, 4천억 뒷거래설 등 이른바 ‘4대 정치공작 사건’에 대해 노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내고 관련 인물들을 모두 법의 심판대에 세우겠다고 다짐한다. 요컨대 대표가 되면 자신의 특기인 ‘싸움꾼 기질’을 살려 강한 야당으로 만들겠다는 얘기다. 이런 주장은 그동안 당내에 쌓아놓은 강성 이미지와도 맞아 떨어진다.

그는 중앙대 선배인 서청원 의원과 매우 친밀한 사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서청원-이재오 연대설’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도중에 포기하려면 처음부터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연대설을 일축했다. 그의 ‘싸움꾼 기질’이 이번 경선에서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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