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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한화갑의 선택, 궁금해 죽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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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5-2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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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주류쪽 신당창당 움직임에 대해 연일 강성 발언…신당 합류에 대한 전망 엇갈려

지난 2월23일 민주당 대표직에서 스스로 물러난 한화갑 의원이 다시 민주당의 한 가운데에 섰다. 대표직 사퇴 이후 한동안 말을 아끼던 그는 신주류쪽이 신당창당 움직임을 본격화한 이후 작심한 듯 수위 높은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신당창당을 ‘쿠데타적 발상’으로 몰아붙이더니 5월16일 신주류 워크숍을 ‘한국판 문화혁명’으로 공격했다.

그의 행보에 신당 밑그림이 달라진다

사진/ 지난 1월23일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연찬회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과 한화갑 전 대표. 한 전 대표는 대통령 면담 의사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국회사진기자단)
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통합신당이 되면 신당에 참여하겠다는 것인지, 정균환 총무 등 구주류쪽과 민주당을 지키며 호남의 맹주를 하겠다는 생각인지 불분명하다. 게다가 그가 ‘한국판 문화혁명’으로 강도 높게 비난한 워크숍에 그와 정치적 행보를 같이해온 측근 의원들이 모두 참석하거나 참석을 위임해 한 전 대표의 속내가 무엇인지에 대한 더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의 행보가 주목되는 것은 그가 신당에 참여하느냐, 아니면 구주류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신당의 밑그림부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신당 워크숍 다음날인 5월17일 그는 한 측근 의원에게 “나는 신당 자체를 반대한 적은 없다. 다만 당을 손아귀에 쥔 것처럼 이리 흔들고 저리 흔드는 몇 사람의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두고 보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우에 따라 신당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측근 의원은 “한 전 대표가 분당을 막고 신당을 추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실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 의원의 최근 발언을 뜯어보면 어렴풋하게나마 그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핵심은 민주당의 법통과 정통성을 자신이 지키겠다는 것과, 신주류 강경파 의원들에 대한 강도 높은 공격이다. 한 측근 의원은 “한 전 대표는 아름다운 새를 손에 쥐고 있다가 놓쳐버린 것 같은 호남사람들의 허탈하고 공허한 심정을 자신이 나서서 다독거리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한 전 대표는 5월15일 광주 강연 이후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기울이면서 여러 사람들의 격려를 받고 상당히 고무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대표가 원색적 표현을 동원해 신주류를 공격한 것은 감정적 앙금도 있겠지만 호남의 민심이 이들과 결합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탈호남 신당’이 추진되고 호남소외론이 불거지면서 그는 최대의 정치적 수혜자가 됐다. 결과적으로 그는 짧은 시간에 DJ 퇴진 이후의 공백을 메우며 호남의 정서를 대변하는 정치인으로 우뚝 서게 됐다.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때 광주에서 3위를 함으로써 후보를 사퇴하며 대권에 대한 꿈을 접어야 했던 그로선 새로운 전기를 맞았는지 모른다.

측근 의원들은 신당 합류 예상

한 전 대표 본인이 모호한 태도를 취하기 때문인지 민주당에선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정균환 총무의 한 측근은 “호남의 지지세가 엷어진 정당에서 한화갑의 미래는 없다. 그가 민주당에 그대로 남아 있으면 ‘현금’을 갖는 것이고, 신당에 참여하면 ‘어음’을 받는 것이다. 따라서 한 전 대표가 신당에 참여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신주류 강경파의 한 의원도 “한 전 대표가 특별한 역할을 찾기 어려운 신당에 참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의 측근 의원들은 대부분 한 전 대표가 결국 신당에 합류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전 대표의 오랜 측근인 설훈 의원은 “우리가 한 전 대표를 설득하고 있다. 지금 전면에 나서진 않겠지만 나중엔 어떤 역할을 할 것이다. 그분도 신당에 대해 아주 완강하게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정철기 의원도 “한 전 대표가 신당을 거부하고 구주류와 함께 ‘제2의 자민련’을 노리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우리들이 나서서 반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면담 의사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의 한 측근은 “면담이 이뤄질 경우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다. 신당도 호남을 아주 배제하자는 것은 아니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과의 면담 결과가 한 전 대표와 신당의 행보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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