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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사심 앞세운 정치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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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10-1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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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근혜 한나라당 부총재

(사진/박근혜 부총재는 현역 정치인중 최고의 대중동원력을 자랑한다. 이회창 총재와 부당빅딜 저지 구미 집회에 참석한 모습)
-이 총재와 계속 어긋나고 당의 방침과 따로 가는데.

=나도 굉장히 부담스럽다. “좋은 게 좋지 뭐, 가만히 있자”고 생각한다면 아예 정치를 할 필요가 없는 거다. 개인 감정으로 말하는 게 아니다. 나는 전국을 돌며 “한나라당 지원해 달라”, “이 총재 지원해달라”고 많이 외쳤다. 우리당 지지하면 훌륭한 야당 역할하겠다고 약속한 것 아니냐.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래서 더 이러는 것이다.

-몇몇은 “박 부총재가 민주당으로 말을 갈아타든지, 대선 국면에서 제2의 이인제는 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런 이야기 자꾸 하는 게 당의 화합을 깨는 거다. 이것은 대권에 유리하니까 하고, 이건 불리하니까 안 하고…. 내가 하는 모든 것을 차기와 연결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항상 그렇게 해석할 것이다. 소신 발언하고, 국민을 대변하는 게 어떻게 꼭 차기와 관련되는가.


―딴 마음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닌가.

=내가 당에서 세를 확장하고 계보를 만들고, 뭐 이런 것 하는 게 하나도 없지 않냐. 국민 대변하고 또 당 잘되라고 하는 것이다(이 대목에서 상당히 목소리가 높아짐). 그 나머지 내가 한 게 뭐가 있냐. 차기와 연결되는 게 아무것도 없지 않나.

-다 계산된 이미지 제고 방법이라고들 말한다.

=어쨌든 나는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 정치하고, 국회의원 되려고 하는가. 다 국민 잘 대변하기 위한 것이다. 나는 선거 때마다 당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어떻게 말만 해놓고 싹 잊어버려요. 그건 사람이 아니다. 제 할 도리 하는 것뿐이다. 그 나머지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 이것저것 생각하면 이렇게 소신있게도 못한다. 사심과 연결해 계산하게 된다. 나는 그렇게 정치 안 한다.

-다음 대선에서 ‘영남권 후보’가 승리할 수 있다는 논리가 있고, 곳곳에서 박 부총재를 끌어안고 싶어하지 않나. 대선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느냐.

=한참 뒤 일이니 나도 잘 모른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노력해서 많은 분들이 나를 신뢰해주고 많은 신뢰를 받는다면…. 또 내가 훌륭한 후보를 위해서 열심히 지원을 할 수도 있고, 그것은 그때 가봐야지요. 2년 뒤의 일을 똑 부러지게 말할 수는 없다.

-어쨌든 이 총재와 계속 엇나면 결국 서로 다른 선택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

=잘못했다 생각하는 데도 가만히 있고, 당에서 여기 가라면 가고 가만히 있으라면 있고 그런 식으로 의미없는 정치인 생활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더 직접적으로 묻겠다. 이 총재와 끝까지 같이 갈 수 있겠나.

=그럴 수도 있지만, 정치는 상대가 있으니까…. 일방적으로 되는 게 아니다. 변화가 많은 게 정치권이다. 나 혼자 모든 것을 하는 게 아니다. 거기 맞춰서 가는 것이다. 이 총재에게 개인 감정은 없다.

-영·호남 후보가 한데 묶이거나, 정-부통령제 개헌론이 진행되면 박 부총재에게도 자연스레 역할이 생기지 않겠냐.

=(웃음)권력집중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니 개헌을 필요하다.그러나,뭐 후보를 지역으로 딱 가르기보다, 앞으로는 각계의 다양한 지역의 지지를 골고루 받는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고 본다. 대통령인데 한 지역만의 대표는 문제가 있다. 골고루 다양한 지역의 지지를 받는 지도자를 만드는 게 우리의 과제다. 정치는 계속 변하니까 나도 그 흐름 속에 있을 것이다. 국민의 바람이 뭔지 항상 생각하면서 거기에 맞춰서 정도라고 생각하는 내 갈길을 가는 것 아니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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