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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재보선 찍고 신당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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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4-1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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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공천 통한 정치권 새판짜기 관심 집중… 여·야 접전 지역구 조직동원력이 승부 판가름

‘유시민 카드’가 정치권 새판짜기의 신호탄이 될 것인가. 4·24 재보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 신·구주류 갈등의 불씨가 됐던 경기 고양 덕양갑의 유시민씨 공천문제가 민주당과 개혁적국민정당의 연합공천으로 매듭지어졌다. 그동안 민주당을 거칠게 비난하던 개혁당의 유씨가 ‘연합공천’의 이불을 쓰고 민주당과 ‘동거’에 들어간 것이다.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 3곳 가운데 덕양갑은 특별한 관심을 끈다. 그의 당선 여부가 정치권 지형변화와 민감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두 당의 공조가 위력을 발휘해 유 후보가 승리할 경우 민주당 신주류쪽은 그 여세를 몰아 신당창당의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 민주당 신주류와 개혁정당으로 대표되는 신진 정치세력의 결합이 국민적 시험대를 통과한 셈이기 때문이다. 천정배 의원도 “덕양갑 선거 결과에 따라 여러 정치세력 간 합종연횡을 부를 수 있다”고 말해 이런 분석을 뒷받침했다.

유시민 후보가 신당 판가름할 듯


민주당쪽 여론조사에선 민주당과 개혁당의 후보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유 후보로 되면 큰 격차로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4·13 총선에선 한나라당 이국헌 후보가 2만8005표(41.03%), 민주당 곽치영 후보가 3만4095표(49.95%)를 얻은 바 있다.

그러나 아직은 변수가 많다. 평일에 치러지는 재보선은 투표율이 낮아 전통적으로 조직선거 양상을 보인다. 역대 재보선의 투표율은 30% 안팎에 머물렀다. 출중한 인물이 나오더라도 조직력에서 달리면 어려운 싸움이 된다. 그동안 민주당과 개혁당은 설전을 이어가며 신경전을 벌여왔다. 우여곡절 끝에 두 당의 공식적 공조가 이뤄졌지만 이미 상당한 앙금이 쌓인 상태다. 민주당 조직표가 유 후보쪽으로 얼마나 결합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한나라당 이국헌 후보의 조직력도 탄탄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민주노동당 강명룡 후보와 민주사회당 김기준 후보의 출마도 변수다.

서울 양천을 지구당은 민주당 양재호 후보와 한나라당 오경훈 후보의 맞대결 양상이다. 이 지역은 김영배 전 의원이 6선을 쌓을 정도로 민주당 표밭이 좋은 곳이다. 문제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 때 양 후보가 무소속으로 구청장에 도전하면서 김 전 의원과 사이가 틀어졌다는 점이다. 이곳 역시 조직표 결집 여부가 변수인 셈이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내일신문> 기자를 거쳐 최형우 전 의원과 이수성 전 총리 보좌관을 했던 오 후보는 16대 총선 당시 3만6천여표를 얻는 저력을 보였다. 당시 김 전 의원의 득표는 3만9천여표. 30대 초반의 신예와 5선 노장의 대결인 점을 감안하면 오씨가 상당히 선전한 것이다. 검사 출신인 양 후보는 민선 양천구청장을 지내 지명도가 높다. 개혁당쪽에서도 양 후보의 개혁성을 인정해 후보를 내지 않았다.

경기 의정부에선 여러 개의 학교법인을 거느린 ‘학원재벌’이 맞붙었다. 민주당 강성종 후보는 신흥대와 신흥중·고교, 보영중·고교, 김천대, 안산공대, 벽제중·고교를 경영하는 신흥학원 이사장이다. 한나라당 홍문종 후보는 경민중·고교, 경민대학, 경민정보산업고교 등을 소유한 경민학원 이사장이다. 15대 의원을 지낸 홍 후보는 16대 때는 무소속으로 나섰다가 낙선했다. 당시 민주당 문희상 후보가 5만9722표, 한나라당 김문원 후보가 3만880표, 홍 후보가 2만6465표를 얻었다.

의정부에선 학원재벌이 맞붙어

민주당에선 사회활동 경험이 풍부한 손광운 변호사가 공천신청을 했으나 중앙당은 신예 강 후보를 점찍었다. 이 과정에서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문 실장이 자신의 향후 거취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강 후보를 지구당 조직 ‘위탁관리인’으로 내세운 측면이 짙다. 노무현 대통령도 강 후보가 유력하게 검토되는 과정에서 ‘더 좋은 사람이 없는지 한번 찾아보라’고 했었다”고 전했다.

강 후보는 경기북부기독교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강신경 목사의 막내아들이다. 민주당 공천을 겨냥해 지난 2월 아버지 뒤를 이어 신흥학원 이사장에 취임했고, 민주당에 입당했다. 강 후보는 이사장 취임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지역신문을 무더기로 살포해 선관위 조사를 받기도 했다. 허인규 개혁당 후보의 출마도 변수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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