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현 참여수석 인터뷰… “정치공방 아닌 정책공방으로 국민의 민원 대행”
웃음이 많아 별명이 ‘해바라기’라는 그는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지만 거침이 없었다. 아니라고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3월14일 만난 그는 ‘국민의 민원을 대행하는 공익 로비스트’라고 자신의 역할을 규정했다. 이른바 ‘사회평론가’로서 “참여하지 않은 자, 욕하지도 말라”고 강조하던 그가 이번엔 “비판적 참여에서 건설적 참여로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문했다.
-성격이 직설적이라는 세간의 평이 있는데.
=원래 내 성격은 정말 아니다. 텔레비전 토론회 등에서 정색하고 얘기하다 보니 그런 평이 나왔나 보다. 자기 의사를 정확하고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토론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할 얘기를 숨기지 않고 하니 당돌하다는 얘기가 나왔을 것이다.
-참여정부라고 한 것을 보면 키워드가 ‘참여’인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 첫 국민참여 수석으로 발탁한 배경이 뭐라고 생각하나.
=조직에 깊이 관여한 적은 없지만 여러 시민단체에서 정책에 관한 일을 했다. 대통령이 나를 국민의 편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국민이 참여해야 정치도 바뀌고 사회도 변한다는 얘기를 여기저기서 많이 하고 다녔다. 이런 것들이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본다.
“억울한 사람 없게 해달라” -대통령이 국민참여수석실 운영방향을 제시한 게 있나. =대통령이 기대한 구체적 역할은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행정부의 (민원)창구엔 억울한 영혼이 떠돌고 있으니, 그들을 대신해 문제를 해결하고 위로를 해달라고 비장하게 말씀하셨다. 민원을 단순히 하나의 민원으로만 처리하면 똑같은 민원이 되풀이되므로 끝까지 파고들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잘못된 지침이나 규정이 있으면 국민입장을 고려해 바꿔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다. 상층부의 규제개혁 차원이 아니라 반복민원·고질민원·집단민원 등에서 단서를 잡는 게 좋겠다고 주문했다. 앞으로도 계속 모든 주제를 펼쳐놓고 브레인스토밍식으로 얘기하자고 하셨다. -국민참여수석실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 =먼저, 국민의 대변자다. 각 수석들이 나름의 입장과 관점을 가지고 청와대의 각종 회의에 참석한다. 나는 국민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둘째, 공공적 의미의 로비스트다. 잘 풀리지 않는 문제를 제도까지 개선해가며 해결함으로써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는 역할이다. 셋째, 마당을 펼쳐주는 것이다. 국민이 들어와서 놀고 자유롭게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마당 말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조명을 설치하는 등 뒤에서 도와주는 스태프 역할이다. 우리는 나서지 않을 것이다. -왜 청와대에 이런 기구를 만들었나. =지난 1~2년에 동력으로 올라온 국민참여 에너지를 어떤 식으로든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 있었다. 정치를 위해서도 그렇고, 경제와 사회발전을 위해서도 그렇다. 온라인이라는 쌍방향 의사소통 도구가 마련돼 국민참여가 수월해진 점도 배경이다. 김영삼 정부 때는 행정쇄신위원회를 만들어 위로부터 기구개혁을 추진했다. 김대중 정부에선 외부인사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가 많아 국민이 간접통로로 의사를 전달했다. 이젠 인터넷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소통하는 문화가 생기면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정치적 주체로 서고자 하는 직접민주주의의 흐름이 만들어졌다. 이전엔 모여서 얘기하려면 공청회를 해야 하는데, 돈과 시간은 많이 들고 사람은 오지 않았다. 지금은 온라인을 통해 수많은 사람이 참여해 공청회보다 다양한 토론을 한다. 온라인에서 모이자고 하면 시청앞에 100만명이 모인다. 이런 참여 기운이 성숙된 것을 정치에서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정치공방이 아니라 정책공방을 하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사회의 문제들을 합리적인 토론과정을 거쳐 정교한 개선책을 마련해 정책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정치적으로만 해결해왔다. 힘있는 사람은 정치적 해결을 통해 이해를 관철시켰지만 힘없는 사람은 불가능했다. 시민들이 제기하는 문제 가운데 의미 있는 호응을 받는 것이 있으면 토론과정을 거쳐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민원업무 실질적 해결 목표
-국민고충처리위원회·규제개혁위원회·정부혁신위원회가 있고, 각 부처나 지방자치단체에도 민원담당 기구가 별도로 있다. 국민참여수석실을 신설하는 것은 ‘옥상옥’ 아닌가.
=기존에도 청와대 민원당당 기구가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 부처로 되돌려보내면 끝이었다. 부실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민원업무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게 기본목표다. 각 부처에도 민원을 담당하는 분들이 있지만 사기가 떨어져 있다. 그들은 현행 규정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고, 불만을 털어놓는 민원인들과 씨름할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특별한 성과를 내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관료조직은 주어진 업무는 잘하지만 발상의 전환은 못한다. 법과 규정에 없으면 다음으로 나아갈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그것을 촉구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과 조직이 필요하다. 청와대에서 모델을 만들어 확산할 계획이다.
-확산하겠다면 각 부처에도 국민참여담당관실을 두겠다는 것인가.
=검토하고 있고 논의하는 중이다. 국민참여수석실 인원이 30명 남짓이다. 일을 감당할 수 없다. 일상적 민원은 부처에 넘기고, 고질적 민원도 부처와 협력해야 한다. 따라서 각 부처에 카운터파트가 있어야 한다. 결국 소비자인 국민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일이 되지 않겠느냐는 차원에서 각 부처에 국민참여담당관실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다. 그러나 행정기구 개편은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다. 지금은 우리가 모델을 만들어내는 게 우선순위라는 주장도 있다.
-국민참여담당관실이 생기면 민원실은 무력화되지 않나.
=아니다. 민원실을 통합해서 강화하는 것이다. 민원과 제안과 제도개선의 통합시스템을 만들자는 게 우리의 발상이다. 민원과 정책제안을 받아 제도개선으로 연결하고, 부처가 참여적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 체크하는 단위가 필요하다. 오히려 민원업무의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그런 기구를 각 부처와 지자체 등에까지 설치하면 ‘관제참여’라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 않나.
=난 관제참여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다. 들어올 때부터 그런 것을 말끔하게 씻어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 어떤 권위주의나 홍보나 청와대 냄새가 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게 내 발상이다. 정부 역할은 국민이 바라는 것을 해주는 것이다. 그것이 관제인가
-포퓰리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직접민주주의로의 발전과 포퓰리즘은 비슷한 현상의 다른 측면이다. 잘되면 직접민주주의가 확대되는 것이고 잘못되면 포퓰리즘이 된다. 우리 국민의 정치 수준은 현 정치의 수준보다 높다고 본다. 포퓰리즘이란 우매한 민중에 의해 끌어내려지는 것인데 우리의 질 좋은 국민이 많이 참여하면 민주주의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전체적이고 장기적인 정책적 고려 없이 인기위주 정책을 남발하는 게 포퓰리즘이다. 우리는 국민을 토론에 참여시키고 국민을 만나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억지로 동원한다고 동원되는 우리 국민이 아니다. 자유로운 다수의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업그레이드된 옴부즈맨 제도
-공무원커뮤니티를 만든다는 구상도 있는데.
=공무원들에게서 개혁의 동력을 끌어내는 게 참여정부의 큰 소명이다. 대통령도 내부 개혁동력을 이끌어내야 개혁이 성공한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소각장 문제를 보자. 환경부와 각 지자체에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전국의 모든 공무원들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커뮤니티에 모여 토론하고 브레인스토밍을 한다. 공무원들의 잠재력과 능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뛰어난 공무원들에겐 인센티브를 부여할 것이다.
-온라인에 익숙지 않은 국민은 참여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그렇다. 그렇다고 쌍방향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훌륭한 도구인 온라인을 포기할 수는 없다. 온라인 접근성이 부족한 분들에 대한 배려방법을 찾아야 한다. 특별한 대책은 없지만 편지로 보내온 의견은 온라인에 올릴 계획이다. 민원인과 우리와 관련부처 등이 참여하는 간담회도 많이 열 계획이다. 나도 언론에 자주 나갈 계획이다. 개인 인터뷰가 아니라 국민 의견의 대변자로 언론에 자주 나가려고 한다.
-외국에도 이와 비슷한 기구나 제도가 있나.
=업그레이드된 옴부즈맨 제도라고 보면 된다.
-시민사회단체와는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나.
=시민사회비서관실은 정무수석실에 있다. 우리는 시민사회단체와 정책으로 만난다. 우리는 시민사회단체가 정책과 관련해 굉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다. 아주 긴밀하게 얘기할 것이다.
-청와대로 올 때 관여한 시민사회단체에서 논란은 없었나.
=없었다. 조직을 운영하는 쪽에 관여한 것이 아니라 일로 결합해왔기 때문이다.
-정치를 할 생각인가.
=정치생각은 없다. 정치와 연관된 자리였다면 결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서 왔다. 그렇다고 내가 앞으로 정치를 절대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글 임석규 기자 sky@hani.co.kr·사진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억울한 사람 없게 해달라” -대통령이 국민참여수석실 운영방향을 제시한 게 있나. =대통령이 기대한 구체적 역할은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행정부의 (민원)창구엔 억울한 영혼이 떠돌고 있으니, 그들을 대신해 문제를 해결하고 위로를 해달라고 비장하게 말씀하셨다. 민원을 단순히 하나의 민원으로만 처리하면 똑같은 민원이 되풀이되므로 끝까지 파고들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잘못된 지침이나 규정이 있으면 국민입장을 고려해 바꿔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다. 상층부의 규제개혁 차원이 아니라 반복민원·고질민원·집단민원 등에서 단서를 잡는 게 좋겠다고 주문했다. 앞으로도 계속 모든 주제를 펼쳐놓고 브레인스토밍식으로 얘기하자고 하셨다. -국민참여수석실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 =먼저, 국민의 대변자다. 각 수석들이 나름의 입장과 관점을 가지고 청와대의 각종 회의에 참석한다. 나는 국민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둘째, 공공적 의미의 로비스트다. 잘 풀리지 않는 문제를 제도까지 개선해가며 해결함으로써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는 역할이다. 셋째, 마당을 펼쳐주는 것이다. 국민이 들어와서 놀고 자유롭게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마당 말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조명을 설치하는 등 뒤에서 도와주는 스태프 역할이다. 우리는 나서지 않을 것이다. -왜 청와대에 이런 기구를 만들었나. =지난 1~2년에 동력으로 올라온 국민참여 에너지를 어떤 식으로든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 있었다. 정치를 위해서도 그렇고, 경제와 사회발전을 위해서도 그렇다. 온라인이라는 쌍방향 의사소통 도구가 마련돼 국민참여가 수월해진 점도 배경이다. 김영삼 정부 때는 행정쇄신위원회를 만들어 위로부터 기구개혁을 추진했다. 김대중 정부에선 외부인사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가 많아 국민이 간접통로로 의사를 전달했다. 이젠 인터넷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소통하는 문화가 생기면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정치적 주체로 서고자 하는 직접민주주의의 흐름이 만들어졌다. 이전엔 모여서 얘기하려면 공청회를 해야 하는데, 돈과 시간은 많이 들고 사람은 오지 않았다. 지금은 온라인을 통해 수많은 사람이 참여해 공청회보다 다양한 토론을 한다. 온라인에서 모이자고 하면 시청앞에 100만명이 모인다. 이런 참여 기운이 성숙된 것을 정치에서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정치공방이 아니라 정책공방을 하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사회의 문제들을 합리적인 토론과정을 거쳐 정교한 개선책을 마련해 정책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정치적으로만 해결해왔다. 힘있는 사람은 정치적 해결을 통해 이해를 관철시켰지만 힘없는 사람은 불가능했다. 시민들이 제기하는 문제 가운데 의미 있는 호응을 받는 것이 있으면 토론과정을 거쳐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민원업무 실질적 해결 목표










